2008년 10월 1일 수요일

"NFL! 우리는 젖꼭지를 보고싶다고!!"

ABC의 먼데이 나잇 풋볼 중계방송 아나운서와 해설자로 유명했던 알 마이클스와 존 매든이 나란히 NBC의 썬데이 나잇 풋볼로 이동한 지도 3년째에 접어들었다.

가장 인지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NFL 중계방송 듀오를 모셔온 NBC는 2009년 2월1일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몬드 제임스 스테디움에서 열리는 수퍼보울 43(XLIII)중계방송을 맡았다.

정규시즌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수퍼보울 타령이냐고?

내가 시작한 게 아니라오.

NBC는 지난 일요일 썬데이 나잇 풋볼 프리게임쇼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수퍼보울 해프타임쇼에 공연을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 이번 수퍼보울 해프타임쇼도 '남성 원로(?)가수'가 맡게 됐다. 폴 매카트니(수퍼보울 XXXIX/2005), 롤링스톤스(수퍼보울 XL/2006), 프린스(수퍼보울 XLI/2007), 톰 페티(수퍼보울 XLII/2008)에 이어 이번엔 브루스 스프링스틴에게 돌아갔으니까...

수퍼보울 해프타임쇼가 왜 미국판 가요무대가 됐냐고?

수퍼보울 XXXVIII(2004) 해프타임쇼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자넷 잭슨의 한쪽 가슴을 완전히 꺼내 놓은 사건 때문이다. 원래는 갑옷처럼 생긴 검정색 겉옷만 뜯어내는 것이었는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홀라당 다 까버렸던 그 유명한 'Wardrobe Malfunction' 사건 말이다.


▲으잉? 뭔가 번쩍이는 게 튀어나왔넹...

까짓 거 말 나온 김에 동영상으로도 봅시다.


▲'반짝 반짝 젖꼭지' 비디오

이 사건 가지고 참 말이 많았다. 온가족이 함께 보는 수퍼보울 경기 해프타임쇼에서 여가수의 한쪽 가슴이 덜렁거리면 되겠냐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잭슨/팀버레이크 이전에 무대에 올랐던 힙합 뮤지션 퍼프 대디(Puff Daddy)와 넬리(Nelly)가 공연 도중 자신의 사타구니를 만졌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온가족이 함께 보는데 뮤지션들이 공연 도중에 자G를 만져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수퍼보울을 중계방송했던 CBS와 해프타임쇼를 제작했던 MTV는 '자넷꼭지 사건'으로 곤욕을 치뤘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사건이었지만 필요이상으로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부터 수퍼보울 해프타임쇼 뮤지션은 돌발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나이가 지긋한 남성 뮤지션들 위주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퍼보울 해프타임쇼를 미국판 가요무대로 만들어도 된다는 것일까?

물론 NFL은 '흘러간 가수'가 아니라 '뮤직 레전드'들의 공연이라고 주장할 지 모른다.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수퍼보울 해프타임쇼의 재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풋볼경기와 팝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을 함께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레전드'에게만 기회가 돌아가면서 부터 해프타임쇼는 '딴짓 하는 시간'이 됐다.

어떻게 보면 합창단으로 통일시키지 않은 것에 그나마 감사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NFL이 'No Fun League'로 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가 지날수록 엄격해지는 경기규칙으로 선수들이 경기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게 만드는 게 NFL이다.

특히, 'Unsportsmanlike Conduct'에 문제가 많다. 터치다운을 한 뒤 단체로 쎌레브레이션을 해도 패널티, 무릎을 꿇거나 드러누워서 쎌레브레이션을 해도 패널티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경기에서 달라스의 와이드리씨버 터렐 오웬스가 터치다운을 한 뒤 올림픽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시늉으로 쎌레브레이션을 하다가 파울을 당한 이유도 '쎌레브레이션을 하면서 무릎이 땅에 닿았다'는 것이었다. 기도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무릎을 꿇고 쎌레브레이션을 하면 패널티이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풋볼선수들이 지나치게 요란한 쎌레브레이션을 한 덕분에 생긴 규칙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일반 축구선수들이 골 세레모니를 계획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풋볼선수들도 멋진 '터치다운 쎄레모니'를 하고싶어 한다. 그러나 NFL은 '이렇게 하면 안된다', '저렇게 하면 패널티'라는 식으로 이 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단지 NFL의 문제만이 아니다. 칼리지 풋볼(NCAA)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주 전엔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풋볼팀이 'Excessive Celebration' 패널티 때문에 경기에 패했다.

어떻게 졌냐고?

BYU에게 28대21로 뒤지던 워싱턴 대학이 터치다운을 성공하면서 28대27을 만들었다. 엑스트라 포인트(1점)만 차면 28대28 동점을 만들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터치다운을 한 선수가 공을 머리 위로 던지는 '과도한 쎌레브레이션'을 했다는 이유로 퍼스널 파울이 선언되어 엑스트라 포인트를 15야드 뒤에서 차게 됐다. 엑스트라 포인트는 실축확률이 낮아 거의 자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15야드 후진해서 차면 또다른 이야기다. 결국, 워싱턴 대학은 엑스트라 포인트를 실패하면서 28대27로 패했다.

이에 대해 칼리지 풋볼 애널리스트들은 '우리도 매우 보수적이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칼리지 풋볼 경기규칙에 '터치다운을 한 뒤 머리 위로 공을 던지면 패널티'라고 되어있다니 심판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기규칙은 넌센스에 가깝게 보일 만큼 엄격해지고 수퍼보울 해프타임쇼는 가요무대가 되어가는 게 미식축구의 현주소다.

그래서 자넷 잭슨의 빛나는 젖꼭지가 더욱 그리운 것일까?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