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7일 목요일

90년대 영화음악 하면 생각나는 노래들 IV

나는 1달러 지폐를 모으는 버릇이 있다. 수집할 게 없어서 나중엔 1달러 지폐를 모으고 앉아있냐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내가 1달러를 모으는 이유는 수집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 어디에 쓰려고 1달러 지폐를 모으냐고?

이유는 오직 한가지: 스트립 클럽에 갈 때 잔돈으로 바꾸고 자시고 하는 데 시간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클럽 내부엔 20달러, 100달러 지폐를 1달러 지폐로 바꿔주는 기계들이 있지만, 1달러 지폐들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게 더 편하다.


느닷없이 스트립 클럽 얘기를 꺼낸 이유는, 지난 90년대에 스트립 댄서들의 이야기를 그린 '쇼걸(Showgirl)'이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나서다.

'쇼걸'은 '로보캅(Robocop)'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영화감독 폴 버호번(Paul Verhoeven)의 90년대 영화인데, 미성년자는 절대 볼 수 없는 NC-17 레이팅을 받았던 영화로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영화 '쇼걸' 초반에 노미(엘리자베스 버클리)와 페니(리나 리플)가 함께 폴댄싱을 하는 씬에 나온 곡이다. 제목은 'Beast Inside', 노래는 Freaks of Desire가 불렀다.


스트립 댄스로 시작한 만큼 두 번째 곡도 그쪽과 관련된 씬에 사용된 노래로 하자.

아놀드 슈왈츠네거(Arnold Schwarzenegger) 주연의 스파이 액션/코메디 영화 '트루 라이스(True Lies)'에도 스트립 댄스 씬이 나온다. 남편 해리(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스파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헬렌(제이미 리 커티스)이 호텔 방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해리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가 시키는 대로 어색한 섹시 댄스를 추는 코믹한 씬이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바로 이 씬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이다. 제목은 'Alone in the Dark'. 노래는 John Hiatt이 불렀다.


톰 크루즈(Tom Cruise), 브래드 핏(Brad Pitt), 크리스챤 슬레이터(Christian Slater),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 등 쟁쟁한 남자배우들이 떼거지로 출연한 영화가 있다. 미국 소설가 앤 라이스(Anne Rice)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옮긴 'Interview with the Vampire'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한국어 제목 불확실)'는 리포터 대니얼(크리스챤 슬레이터)이 뱀파이어 루이(브래드 핏)을 만나 그가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었는지 인터뷰를 하면서 시작하는 색다른 뱀파이어 영화다. 뱀파이어 영화라고 하면 대부분 호러 쟝르를 떠올리지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뱀파이어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 쪽에 가깝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뱀파이어 라스탓(톰 크루즈)이 루이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대니얼을 차에서 덮치는 엔딩에 나왔던 엔드 타이틀 곡이다. 제목은 'Sympathy for the Devil'. 노래는 Guns N' Roses가 불렀다.


인간을 공격하는 동물이 나오는 호러 영화에 악역으로 자주 등장하는 동물 중 하나는 상어다. 토마스 제인(Thomas Jane), LL Cool J 주연의 90년대 호러 영화 'Deep Blue Sea'도 덩치가 더욱 커지고 영리해진 상어와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영화의 엔드 타이틀 곡 'Deepest Bluest'. 노래는 LL Cool J가 불렀다.


80년대 말~90년대 초 힙합이라고 하면 N.W.A 등을 비롯한 L.A 지역 갱스터 랩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내가 힙합을 즐겨 들었던 시기도 Dr. Dre, Ice Cube, MC Ren, Eazy-E, Yella 등 갱스터 래퍼들이 인기를 끌던 때다.

당시 갱스터 랩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래퍼 중 하나가 N.W.A 멤버 Eazy-E다. 그의 곡은 에디 머피(Eddie Murphy) 주연의 액션/코메디 영화 '베벌리 힐즈 캅 3(Beverly Hills Cop III)'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Eazy-E가 부른 'Luv 4 Dem Gangstaz'. 이 곡은 액슬(에디 머피)이 해괴하게 생긴 무기의 사용법을 몰라 다급하게 이것 저것을 누를 때 갑자기 흘러나온다.


90년대에 본 코메디 영화 중에서 은근히 재미있게 본 영화가 하나 있다. 사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 주연의 코메디 영화 'Amos & Andrew'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는 흑인 저명인사인 사무엘 L. 잭슨이 백인들이 주로 사는 부자 동네에 집을 샀다가 도둑으로 몰려 생고생을 한다는 줄거리의 코메디 영화다.

얼마 전 실제로 발생했던 하버드 대학 흑인 교수 해프닝 때 제일 먼저 생각났던 게 바로 이 영화였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Amos & Andrew'의 엔드 타이틀이다. 제목은 'Suburvian Nightmare'. 노래는 Sir Mix-A-Lot이 불렀다.


스파이 소설을 좀 읽었다는 사람들은 '머리를 다쳐 물에 빠지면서 기억을 잃은 스파이'는 제이슨 본이 아니라 제임스 본드가 먼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쓴 1964년작 'You Only Live Twice'에서 제임스 본드가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어버리고 일본 어촌에서 생활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미국 소설가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이 1980년 발표한 '본 아이덴티티(Bourne Identity)'에 사용한 기억상실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머리를 다치고, 물에 빠지고, 기억을 잃는다는 점 뿐만 아니라 어촌(제임스 본드는 일본 어촌, 제이슨 본은 프랑스 어촌)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까지 비슷한 게 아무리 봐도 우연일 리 없어 보인다.

그런데 머리를 다치며 절벽에서 떨어져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에이전트가 또 하나 있다. 90년대 액션 스릴러 'Long Kiss Good Night'의 찰리(지나 데이비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찌된 게 '머리를 다치며 높은 데서 물로 떨어져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이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 찰리 모두 똑같다.

차이라면, 제임스 본드는 기억을 잃으면서 끝나지만 제이슨 본과 찰리는 기억을 잃으면서 시작한다는 게 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기억을 되찾은 찰리(지나 데이비스)가 머리를 염색하며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신할 때 흘러나온 산타나(Santana)의 'She's Not There'.


영화를 보러 가자는 데 매번 응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게 될 때가 있다. 상대가 무슨 영화를 보기 원하는지 미리 말을 해주면 사정이 조금 나아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본 영화를 하는 수 없이 또 보는 경우가 많다. 진짜로 심한 경우엔 내리 다섯 번 이상이나 같은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도 있다.

케아누 리브스(Keanu Reeves), 샌드라 블럭(Sandra Bullock) 주연의 액션영화 '스피드(Speed)'가 바로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영화 자체는 한 번 보는 것으로 충분한 정도였지만, 주위 사람들이 한 번 보고 졸업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얼마나 복습을 많이 했으면 대, 대사를 다 외울 뻔 했다니까...ㅡㅡ;


이번에 소개할 곡은 영화 '스피드'의 주제곡이다. 제목은 당연히 '스피드'. 노래는 빌리 아이돌(Billy Idol)이 불렀다.


요샌 '이라크 전쟁'이라고 하면 2000년대 초에 발발한 제 2차 전쟁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90대 말에 제작된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 아이스 큐브(Ice Cube) 주연의 전쟁영화 'Three Kings'는 90년대 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발발한 제 1차 이라크 전쟁(aka 걸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영화 'Three Kings' 도입부에 미군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는 씬에서 흘러나온 곡이다. 바로 90년대 초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독일의 댄스 그룹 Snap의 'The Power'다.


사실 나는 스포츠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실제 경기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다.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의 미식축구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도 재미있게 보지 못했다. 다른 스포츠는 다 없어져도 괜찮아도 미식축구 없이는 못 산다고 할 정도로 풋볼팬이지만, 미식축구 영화는 "노땡큐"였다. 실제 NFL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진진하므로 굳이 픽션까지 찾아 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 아주 멋진 곡이 하나 나온다. 사운드트랙 수록곡 중에서 가장 쿨한 곡이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Overseer의 'Stompbox'.


절반은 인간, 나머지 절반은 뱀파이어인 주인공이 다른 뱀파이어들을 때려잡는 액션영화가 있었다. 바로 웨슬리 스나입스(Wesley Snipes) 주연의 90년대 말 액션영화 '블레이드(Blade)'다.


'블레이드'는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는 못 된다. 하지만 그래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씬이 딱 하나 있다. 스프링클러에서 피가 쏟아지는 클럽에서 뱀파이어들이 댄스 파티를 즐기는 씬이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바로 이 씬에서 클럽 DJ가 돌렸던 곡이다. 제목은 'Confusion (Pump Panel Reconstruction Mix)'. 영국의 신드팝 그룹 뉴 오더(New Order)의 곡을 애씨드(Acid) 테크노 그룹 The Pump Panel이 그들의 스타일로 리믹스한 곡이다.


90년대 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백인 래퍼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가 어린이용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 영화가 바로 '쿨 애스 아이스(Cool as Ice)'다.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과 함께 부른 영화의 메인 타이틀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곡은 Rozalla의 'Faith'. 90년대 초에 인기를 끌었던 하우스 뮤직이라서 90년대 하우스 뮤직 모음 포스팅에 넣을까 했는데, '쿨 애스 아이스' 사운드트랙에도 수록된 곡이므로 90년대 영화음악 포스팅에 넣었다.


액션스타 실베스터 스탤론(Sylverster Stallone)과 섹시스타 샤론 스톤(Sharon Stone)이 함께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이에 대한 답은 "SHIT"이다.

어떠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실베스터 스탤론과 샤론 스톤 주연의 액션 스릴러 '스페셜리스트(The Specialist)'는 '스페셜'과는 거리가 먼 영화였다.


그래도 한 가지 맘에 드는 게 있다면,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이 부른 주제곡 'Turn the Beat Around' 정도?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90년대 영화 배경음악으로 자주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로, 로린 힐(Lauryn Hill)이 부른 90년대 말 히트곡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있다. 이 곡은 멜 깁슨(Mel Gibson),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 주연의 스릴러 영화 'Conspiracy Theory'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Conspiracy Theory'보다 먼저 개봉한 댄 애크로이드(Dan Aykroyd) 주연의 SF 코메디 '콘헤드(Coneheads)'에도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바 있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영화 '콘헤드'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Can't Take My Eyes Off You'. 노래는 노르웨이 뉴 웨이브 그룹 아하(A-ha)의 리드 보컬 모튼 하켓(Morten Harket)이 불렀다.


"이상한 무인도에 추락한 비행기 탑승 생존자들이 소동에 휘말린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얼마 전에 종영한 ABC의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Lost)'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로스트'는 2000년대 시리즈이다.

그렇다면 90년대엔 무엇이 있었을까?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와 앤 헤이시(Anne Heche) 주연의 로맨틱 어드벤쳐 영화 'Six Days Seven Nights'가 있었다.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로 유명한 이반 라이트만(Ivan Reitman) 감독이 해리슨 포드와 함께 하와이에서 촬영한 인디아나 존스 흉내내기 코메디 영화가 바로 'Six Days Seven Nights'다.


이번 포스팅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Six Days Seven Nights'의 엔드 타이틀 곡으로 사용된 곡이다. 제목은 'Is This Love'. 노래는... 그렇다. 너무나도 유명한 밥 말리(Bob Marley)가 불렀다.



댓글 6개 :

  1. 모튼 해킷의 노래 제가 참 좋아하는 버전입니다.
    포스팅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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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그 버전을 참 좋아했습니다.
    근데 제겐 90년대 기억을 트리거링하는 곡은 로린 힐 버전입니다.
    아마 시대 유행에 맞게 리메이크되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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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밥말리의 "Is This Love" 오랜만에 들으니 참 좋네요.
    역시 자메이칸 뮤직은 여름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메시지 안에는 심각함이 담겨있지만 어쨌든 음악은 트로피칼 지방에서 만들어진 레게 이니까요.^^

    이노래와 제목만 비슷한 미스터 미스터의 "Is It Love"가 생각납니다.
    리차드 드레이퓨스와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주연했던 "Stake Out"에 엔딩에 나왔던 노래였었는데요.^^
    거기 "Higher Love"도 나오고 참 영화 재밌게 봤었습니다.
    이 글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 썼네요.
    그냥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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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사실 제가 Is This Love를 Is it Love로 잘못 썼다가 고쳤습니다...^^
    그게 좀 헷갈릴 때가 있더라구요...ㅋ

    아, 스테이크아웃... 이 영화 저도 기억납니다.
    포스터가 침대 밑에 사람들이 숨어있는 그림이었죠?
    이 영화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크으, 다시 80년대로 돌아가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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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밥 말리. 우리나라 힙합 뮤지션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으뜸이죠.
    그래서 간혹 앨범에 레게풍이 들어있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힙합 들으니 문득 MC Sniper 땡기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메이카 고고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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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밥 말리 노래 좋죠.
    레게를 즐겨 듣진 않지만 제가 트로피컬 아일랜드를 참 좋아해서 가끔 듣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90년대에 레게가 유행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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