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9일 금요일

스파이 영화 다 나왓! - PART 1

스파이 영화라고 하면 007 시리즈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007 시리즈는 007 시리즈일 뿐 스파이 영화로 보기 힘들다. 제임스 본드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 캐릭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가 무조건 스파이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사일 나가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에이전트가 나오는 영화를 스파이 영화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스파이 쟝르 자체가 황당무계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제임스 본드 시리즈 이외의 스파이 영화들을 둘러보고자 한다.

우선 존 르 카레(John Le Carre)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존 르 카레는 스파이로 활동한 경력을 가진 영국 소설가로, 그가 쓴 소설들은 지금도 변함없이 첩보쟝르를 대표하고 있다.

존 르 카레의 소설은 TV 시리즈와 영화로도 많이 제작됐다.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1965)', 'The Looking Glass War(1969)', 'The Russia House(1990)', 'The Tailor of Panama(2001)' 등이 대표적인 르 카레 영화다. 르 카레의 영화에선 핸썸한 젠틀맨 스파이,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화려한 액션과 스턴트, 자동차 추격씬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수퍼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가벼운 액션 스릴러 영화와는 달리 르 카레의 영화는 매우 사실적인 'No Bull$hit 스파이 영화'다.



존 르 카레 시리즈 다음으론 마이클 케인 주연의 'Funeral in Berlin(1966)'이 있다. 'Funeral in Berlin'은 영국 작가, Len Deighton의 소설을 옮긴 마이클 케인 주연의 해리 팔머 시리즈 중 하나다.

재미있는 건 60년대 제작된 해리 팔머 시리즈 3편 모두 해리 살츠맨(Harry Saltzman) 프로덕션에서 만든 영화라는 사실. 해리 살츠맨은 알버트 R. 브로콜리와 '닥터노(Dr. No - 1962)'부터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까지 함께 제작한 007 시리즈 공동 프로듀서다. 감독 역시 '골드핑거(1964)'의 가이 해밀튼(Guy Hamilton)이 맡았다.

하지만, 'Funeral in Berlin'은 007 시리즈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007 베테랑들이 만든 스파이 영화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는 정 반대처럼 보이는 영화다. 해리 살츠맨은 스케일이 큰 007 시리즈 뿐만 아니라 사실적인 스파이 영화에도 욕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007 시리즈 프로듀서가 또다른 스파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약간 이상하게 들리긴 한다. 아마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스파이 영화 해리 팔머 시리즈는 007 시리즈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가 영국 스파이들의 이야기다.

그 다음부턴 '실화'다.

실제 있었던 스파이 사건을 기초로 한 영화로는 2007년 영화 '브리치(Breach - 2007)를 빼놓을 수 없다.

'브리치'는 FBI에 근무하면서 기밀정보를 구소련과 러시아에 넘겨준 로버트 핸센(Robert Hanssen) 사건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로버트 핸센도 실존인물이고 핸센의 비밀을 캐낸 에릭 오닐 역시 마찬가지다. 에릭 오닐의 홈페이지에 가면 오닐과 헨센의 실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Munich - 2005)'도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 선수들을 살해한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하지만, '뮌헨'은 100%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한 영화는 아니다. 뮌헨 참사는 실제 있었던 사건이고 이스라엘 모사드가 테러 주모자들을 찾아내려는 작전을 개시한 것도 사실이지만 '역사적 사실'은 여기까지가 전부인 '히스토리컬 픽션(Historical Fiction)'이다.



토미 리 존스 주연의 '더블 에이전트: 유리 노센코(Double Agent: Yuri Nosenko - 1986)'도 실화를 기초로 한 영화 중 하나다.

'더블 에이전트'는 60년대초 미국으로 망명한 KGB 에이전트가 진심으로 변절한 건지, 아니면 위장망명인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CIA의 모습을 그린 영화.

그렇다. 드디어 CIA가 떴다!



'사실적인 CIA 영화'라고 하면 맷 데이먼, 로버드 드 니로가 출연한 'The Good Shepherd(2006)'를 빼놓을 수 없다.

'The Good Shepherd'는 CIA의 실제 역사를 그린 논픽션은 아니다. 얼핏보면 실화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게 전부일 뿐이다. 'The Good Shepherd'가 워낙 논픽션처럼 보이는 픽션이다보니 CIA가 직접 해명하기도.

CIA 웹사이트에 가면 CIA의 실제 역사와 영화 'The Good Shepherd' 내용을 비교한 글을 찾아볼 수 있다. CIA의 역사를 잘 모르더라도 영화내용과 실제 CIA 역사를 비교해 보는 건 가능하다.



조지 클루니에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안긴 '시리아나(Syriana - 2005)'도 사실적인 CIA 영화에 속한다.

'시리아나'는 CIA 필드 에이전트로 중동지역에서 활동했던 로버트 베이어(Robert Baer)의 논픽션 'See No Evil'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어떻게 보면 '시리아나'는 스파이 이야기보다는 어지러운 석유사업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중동 배경의 사실적인 스파이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중에도 CIA가 나오는 냉전시대 배경의 스파이 영화가 있었다.

히치콕의 '토파즈(Topaz - 1969)'는 쿠바 미사일과 프랑스 정보부에 침투한 러시아 스파이 조직 '토파즈'에 대한 영화다.



프랑스 영화 'Night Flight from Moscow(원제: Le Serpent - 1973)'도 CIA와 망명한 KGB 에이전트에 대한 영화다.

'Night Flight from Moscow'는 CIA 에이전트(헨리 폰다)가 거물급 러시아 스파이(율 브리너)의 망명이 진실한 것인지 수사하는 내용의 영화다. 러시아 거물급 스파이 역할에 율 브리너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을 듯.



마틴 쉰 주연의 1983년 영화 'Enigma'는 러시아 스크램블러 'Enigma'를 가짜로 바꿔치기 하기위해 CIA 에이전트를 동독으로 침투시킨다는 줄거리의 스파이 스릴러다.

이 영화엔 007 시리즈 '문레이커(1979)'에서 드랙스를 연기했던 마이클 론스데일이 CIA 에이전트로 나오며, 마틴 쉰을 뒤쫓는 KGB 에이전트는 '주라기 공원'으로 친숙한 영국배우 샘 닐(Sam Niel)이 연기했다.



토니 스코트 감독의 '스파이 게임(Spy Game - 2001)'은 CIA 에이전트 Nathan(로버트 레드포드)이 중국에서 체포된 CIA 에이전트, 톰 비숍(브래드 핏)과의 옛 기억을 회상하면서 CIA 몰래 그를 구출할 작전을 세운다는 줄거리의 스파이 스릴러 영화다.

구출작전과 마지막 엔딩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Nathan이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씬들은 그런대로 사실적으로 보인다.



'스파이 게임'까지 내려왔으니 이젠 톰 클랜시 원작의 스릴러 영화들이 나올 차례다.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 시리즈는 지금까지 'The Hunt for Red October(1990)', 'Patriot Games(1992)', 'Clear and Present Danger(1994)', 'The Sum of all Fears(2002)' 등 모두 4편이다.

CIA 에이전트 잭 라이언을 연기한 배우는 알렉 발드윈(The Hunt for Red October), 해리슨 포드(Patriot Games, Clear and Present Danger), 벤 애플렉(The Sum of all Fears) 등 모두 3명.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 시리즈는 'The Hunt for Red October'까지는 몰라도 나머지는 스파이 쟝르로 분류하기 살짝 곤란한 데다 가상의 미국 대통령과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테러 플롯까지 나오는 덕분에 아주 사실적인 스릴러 영화라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설정을 사실로 가정하고 보면 나름대로 리얼해 보인다.



To Be Continued...

2008년 2월 28일 목요일

'야 너 머리 박아!' 했더니...

내가 초등학생 때였는지 아무튼 내가 어렸을 적 한국서 학교 다닐 때 얘기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담임이 한 녀석을 혼내고 있었다. 녀석은 담임 바로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인 채 꾸지람을 듣고있었다.

뭔가 잘못을 단단히 하긴 한 모양이다. 담임이 젊고 혈기왕성한 체육선생인 데다 다혈질이었기 때문에 쉽게 흥분하는 편이었지만 가만 보니까 이번엔 꽤 열이 받은 것처럼 보였다.

대충 상황파악을 마친 우리는 '이제 저쉐이 죽었다'고 수근댔다. 곧이어 상당한 수위의 '폭행'으로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담임은 머리를 푹 숙이고 서있는 녀석에게 계속 호통만 치는 것이었다. '아주 넋을 빼놓는구나' 했다.

'왜 그랬어, 왜 저랬어' 하면서 한참 쏟아부은 담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녀석에게 '마지막 체벌'을 내렸다.

'야 너 저기 가서 머리 박아!'

그런데...

순간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담임이 머리를 박으라 하자 슬며시 고개를 들어 담임의 얼굴을 바라보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벽을 향해 다다다다 뛰어가는 것이다!

'쿵!'

머리를 박으라 했더니 다다다다 달려가서 교실 벽에다가...

침묵... 그리고 또 침묵...

교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다다다~ 쿵!' 하는 소리만 귀에서 웅웅거릴 뿐...

교실 벽에 '머리를 박은' 녀석은 상당히 세게 받았는지 '충돌지점'을 손으로 문지르며 서 있었다.

담임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자신감이 넘치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다.

드디어 담임이 녀석에게 말했다.

'드, 들어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담임이 소리쳤다.

'조용히 햇!'

담임은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이후부터 우리는 머리 박기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머리 박으라는 소리 다신 안 하더라.

벽에 머리를 박은 '수퍼 대가리' 덕분에 반 학생 전체가 머리를 박는 걱정을 접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럴 때 '살신성인'이란 표현을 써야 하는 거 맞지?

조금 더 세게 받았더라면 '실신성인'이 될 뻔 한 것 같지만...

2008년 2월 27일 수요일

'퍼니셔: 워 존' 1편보다 나을까?

마블 코믹스 원작의 액션 영화 '퍼니셔: 워 존(The Punisher: War Zone)'이 미국서 오는 9월 개봉한다.

금년에 개봉하는 '퍼니셔: 워 존'은 2004년 영화 '퍼니셔'의 속편격인 영화다.

하지만, 주인공 프랭크 캐슬(Frank Castle)을 맡은 배우가 토마스 제인(Thomas Jane)에서 레이 스티븐슨(Ray Stevenson)으로 바뀐 바람에 전작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속편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2004년 개봉한 '퍼니셔' 1편이 기대에 매우 못미치는 영화였으니까.

'퍼니셔' 1편의 문제는 토마스 제인이 프랭크 캐슬역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데서부터 시작했는데 이번엔 레이 스티븐슨으로 교체됐으니 문제 하나는 해결된 셈인지도.

기왕 영국배우를 캐스팅하는 김에 클라이브 오웬을 캐스팅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씬시티(Sin City)', 'Shoot'em Up'에서의 모습을 보니 프랭크 캐슬에도 잘 어울릴 것 같던데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다. 누가 프랭크 캐슬로 나오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영화버전 '퍼니셔' 시리즈엔 왠지 모르게 별로 기대가 가지 않는다.

과연, '퍼니셔: 워 존'은 1편보다 나은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이퀄라이저' DVD 출시

80년대 인기 TV 시리즈 '이퀄라이저(The Equalizer)'가 미국서 DVD로 나왔다.

'이퀄라이저'는 영국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Edward Woodward)가 은퇴한 스파이, 로버트 맥컬(Robert McCall)로 나왔던 미국 TV 시리즈.

은퇴한 스파이 출신 영국인 노신사가 멋진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이퀄라이저'는 어떻게 보면 제임스 본드처럼 보이고 또 어떻게 보면 마이클 케인의 스파이 영화처럼 보이던 액션/어드벤쳐 시리즈였다.

'이퀄라이저' DVD 세트가 너무 늦게 나온 감이 있지만 그래도 안 나온 것 보단 나으니 군소리 않으련다.

지금까지 출시된 건 시즌1 세트가 전부니 시즌4까지 모두 나오려면 꽤 기다려야 할 듯.

2008년 2월 26일 화요일

Edith Piaf, In-Grid, and 'Milord'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여배우 Marion Cotillard는 'Edith Piaf의 노래는 알지만 영화를 찍기 전까진 그녀의 삶에 대해 잘 몰랐다'고 했다.

Edith Piaf가 마리온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사망한 옛날 가수다보니 그녀가 생전에 남긴 유명한 곡들은 알아도 자세히 아는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Marion Cotillard라는 멋진 여배우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우.



영화 'La Vie En Rose'도 아직 못봤지만 곧 볼 계획이다.

프랑스어로 된 영화라 살짝 부담되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끌린다. 프랑스에 대해선 '프렌치 키스' 빼곤 아는 게 없는 데 무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보고싶은 걸 어쩌겠수?

하지만, 그 전에 Edith Piaf의 생전 모습을 보고 싶었다. 피아프의 노래를 들은 적은 있어도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그녀가 직접 노래 부르는 모습도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내겐 프렌치-이탈로 가수, In-Grid가 부른 'Milord'가 친숙하다.

외국어는 영어 빼곤 깜깜이라서 '아르르르' 하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것 빼곤 도대체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더라.

2008년 2월 24일 일요일

프랭크 루카스와 리치 로버츠의 우정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가 미국서 DVD로 출시됐다.

극장에서 재미있게 본 영화라서 DVD가 나오면 구입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출시일에 맞춰 매장을 찾았다.

매장에 갔더니 '아메리칸 갱스터' DVD가 있긴 있었다.

그런데...

박스가 좀 큰 게 눈에 띄었다. 보통 크기로 보이는 일반버전 DVD는 한쪽에 진열돼 있었지만 그 바로 옆에 일반버전보다 케이스가 큰 넓적한 녀석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광고용으로 전시한 박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3-DISC COLLECTOR'S EDITION'이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3 디스크 에디션?

뭐가 들었길래 박스는 또 저렇게 큰 걸까?

광고를 통해 '아메리칸 갱스터' DVD에 극장에서 상영했던 오리지날 버전과 18분이 늘어난 Extended Version이 모두 수록된 것까진 알고있었다. 디스크1은 두 버전이 담긴 영화 디스크였다.

디스크 2는 아직 생존해 있는 '아메리칸 갱스터', 프랭크 루카스와 그를 체포했던 리치 로버츠를 포함해 출연배우, 감독, 프로듀서 인터뷰와 다큐멘타리가 담긴 보너스 디스크였다.

디스크3는 뮤직비디오, 다큐멘타리, '아메리칸 갱스터' 언컷버전 디지털 카피가 수록돼 있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아메리칸 갱스터' 미니 컬러북이 들어있었다. 32 페이지 '콜렉티블 북'이란다.

이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Alternate Ending'이었다. 시간이 없어 18분이 추가된 Extended Version을 차근히 보지 못했지만 엔딩만은 꼭 보고싶었다.

오리지날 극장버전과의 차이점은 프랭크 루카스와 리치 로버츠가 재회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극장버전에선 루카스가 출감하면서 끝나지만 Extended Version에선 교도소 앞으로 마중나온 리치 로버츠와 재회 후 친한 친구처럼 할렘을 거닐며 끝난다.



그렇다. 프랭크 루카스와 리치 로버츠는 서로 친구사이다.

프랭크 루카스는 할렘을 호령한 거물급 갱스터였고 리치 로버츠는 프랭크 루카스를 체포한 형사였지만 그 이후 이들 둘은 서로 친구가 됐다고 한다.

출시된 '아메리칸 갱스터' DVD 보너스 디스크에 담긴 프랭크 루카스와 리치 로버츠의 인터뷰를 보니 이들이 지금도 가까운 친구사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댄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가 친구사이라는 게 아니다. 둘 다 생존해 있는 실제 프랭크 루카스와 리치 로버츠가 절친한 사이라는 것이다.


[실제 프랭크 루카스(왼쪽)와 리치 로버츠(오른쪽)]

'아메리칸 갱스터' DVD에 수록된 인터뷰를 보고나니 영화를 잘못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보니 프랭크 루카스가 체포된 이후의 이야기가 영화보다 훨씬 드라마틱해 보였다.

베트남전 전사자 관에 마약을 숨겨 미국으로 들여왔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프랭크 루카스의 마약거래 규모 등을 감안하면 '블루 매직' 이야기도 상당히 섹시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스토리를 알고나니 진정한 '남자 스토리'는 그 다음부터 나오는 루카스와 로버츠의 우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극장판에선 루카스가 로버츠의 수사에 협력하는 데까지 나왔을 뿐 루카스와 로버츠의 우정은 없었다. 마지막 엔딩에 루카스와 로버츠가 만나는 것마저도 극장판에선 잘려나갔다.

리치 로버츠가 변호사로 직업을 바꿔 최초로 변호를 맡은 게 프랭크 루카스라고 한다. 자신이 체포한 프랭크 루카스를 나중엔 변호까지 해준 것이다. 어찌보면 병 주고 약 주고 혼자 다 한 것 같지만 상당히 쿨한 이야기 같다. 쿨한 것까진 모르겠더라도 흔치 않은 이야기란 것까진 맞는 것 같지 않수?

이 뿐만이 아니다. 백발의 노인으로 변신한 프랭크 루카스와 리치 로버츠는 지금도 절친한 사이며, 리치 로버츠가 프랭크 루카스 아들의 대부(God Father)라고 한다.

루카스와 로버츠는 단순한 친구사이 정도가 아니었다.

리치 로버츠는 프랭크 루카스 아들의 학비부터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한다. 루카스의 아들은 A학점을 받는 우등생이라고.

노인으로 변한 프랭크 루카스가 리치 로버츠에 대해 'He's a good man. I love the son of a bitch, I do.'라고 하는데 찌릿찌릿 하더라.



그렇다고 프랭크 루카스와 리치 로버츠의 우정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다.

'아메리칸 갱스터', 프랭크 루카스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찾아갔던 것부터 시작해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 판매하면서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던 기억을 더듬는다. 베트남전 전사자 관에 마약을 숨겨 미국으로 들여온 이야기도 물론 빠지지 않는다.

리치 로버츠는 부패한 경찰이 갱스터들을 돕지 않았다면 프랭크 루카스도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경찰 전체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범죄자에게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들과 뒷거래를 한 부패 경찰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보너스 자료가 꽤 많은 편이라서 아직 전부 보지 못했지만 '아메리칸 갱스터'가 실화를 기초로 한 영화라서 당사자들이 직접 나와 당시를 회상하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극장에서 본 영화 중 DVD로 갖고있을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는 DVD가 출시되는대로 구입하는데 '아메리칸 갱스터' DVD는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박스가 크기 때문에 다른 DVD 영화와 함께 꽂아놓으면 좀 우습게 보인다는 게 단점이지만...

2008년 2월 23일 토요일

아카데미 작품상 누가 받을까?

금년엔 누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까?

미국시간으로 내일 저녁 밝혀진다.

하지만, 누가 받을 가능성이 높은지 미리 살짝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작품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들부터 보자.

'어톤먼트(Atonement)' 는 3~4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멜로 드라마다. 이 영화는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하지만, '어톤먼트'가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어톤먼트'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영화는 2차대전을 소재로 한 50년대 흑백 멜로영화를 연상케 하는 게 주무기다. 다시 말하자면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영화라는 것.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생중계한 E! Online은 '어톤먼트'가 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그 이유로 HFPA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꼽았다. 그리고, 예측대로 '어톤먼트'가 작품상을 받았다. 원작부터 모든 게 영국산인만큼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을 받았지만 미국 아카데미에서까지 작품상 수상이 가능할지는 '글쎄올시다'다.

'주노(Juno)'는 낙태 반대 캠페인 영화처럼 보여서 '보이콧' 했다. 미국서 학교 다니면서 임신한 고등학생들을 실제로 많이 봤고 갓난아이를 교실까지 데리고 온 것도 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영화 '주노'는 낙태반대-입양권장 캠페인 영화처럼 보여서 건너뛰었다. 이 영화가 그런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영화를 안봤는데 그걸 어찌 알겠수? 다만, 첫인상이 그런 것 같았다는 의미다.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은 죠지 클루니가 뉴욕 변호사로 나온 스릴러다. 영화를 보긴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게 거진 없다보니 쓸 것도 별로 없구만...

'No Country for Old Men'은 용접공과 싸이코패스 킬러가 2백만불이 든 돈가방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을 그린 영화다. 카리스마 넘치는 쿨한 싸이코 킬러, 앤튼 쉬거가 나온다지만 남우조연상은 몰라도 작품상까지는 아닌 것 같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갱스터 영화가 작품상을 받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작품상 수상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마지막 후보는 'There Will Be Blood'.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시 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19세기말~20세기초 캘리포니아의 유전사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지만 생각보다 정치색이 짙은 영화다.



나더러 작품상 수상작을 결정하라면 주저없이 'There Will Be Blood'를 선택할 것이다. 영화가 약간 지루한데다 스토리도 그다지 스페셜하지 않으며 거진 사이렌 소리에 가깝게 들리는 배경음악도 신경에 거슬리는 대중적인 면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영화지만 영화를 본 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밝고 유쾌하거나 뭉클한 감동이 전해오는 영화는 절대 아니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There Will Be Blood'는 'No Country for Old Men'과 함께 작품상 수상 유력후보로 꼽힌다. 둘 중 하나가 작품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과연 아카데미 작품상은 누구에게로 갈까?

예상대로 'There Will Be Blood', 'No Country for Old Men' 둘 중 하나에게 돌아갈까?

아니면 그 이외의 영화에게 돌아갈까?

2008년 2월 22일 금요일

포인트 없는 '밴티지 포인트'

미국 대통령(윌리엄 허트)이 스페인에서 열린 월드 서밋 연설 도중 저격당한다.

미국인 관광객 하워드(포레스트 위태커)는 대통령이 저격당하는 순간을 우연히 캠코더로 촬영한다.

월드 서밋을 생중계하던 방송사 GNN도 대통령이 저격당하고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한다.

대통령 경호원 토마스 반스(데니스 퀘이드)와 켄트 테일러(매튜 폭스)는 대통령을 쏜 범인을 잡기위해 주위에 흩어져있는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나선다.



단서? 좋다. 말 나온 김에 '밴티지 포인트'의 단서를 한번 찾아보자.

일단, 대통령이 총에 맞았다면 저격범이 있을 것이고, 건물이 폭발했으면 폭파범이 있을 것이다.

관광객이 캠코더 촬영을 했다면 거기에 단서가 될만한 무언가가 찍혀있을 게 분명하다.

여러 명의 카메라맨을 현장에 보낸 GNN 방송사의 비디오 자료에서도 뭔가 나올 게 분명하다.

테러범이 누구라는 걸 파악하는대로 주인공, 토마스 반스가 추격전을 벌일 게 분명하다.

테러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 어린 여자아이가 울면서 돌아다닌다면 어떻게든 액션 한가운데 끼어들 게 분명하다.



여기까지 파악이 됐다면 이 영화를 다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핏보면 상당히 복잡한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스테리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토마스 반스가 어디서 어떻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느냐에 관심이 쏠리지만 생각보다 쉽게 중요한 단서들을 금새 찾아내는 바람에 곧바로 추격전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렇다. '밴티지 포인트'는 생각보다 상당히 단순한 영화다. 테러사건이 터졌고, 범인들이 도주하고, 경호원들이 이들을 추적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내용 자체도 어디서 본 듯 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다니엘 실바의 소설 'The Messenger'다. 바티칸에서의 자폭테러와 미국 대통령 암살 플롯이 생각난 것. 하지만, 검은 양복을 입은 데니스 퀘이드를 본 순간 'Patriot Game', 'Clear and Present Danger'의 해리슨 포드가 생각났다. 'Patriot Game'과 'Clear and Present Danger'는 미국 작가 톰 클랜시(Tom Clancy)의 소설을 옮긴 영화다.

톰 클랜시?

톰 클랜시의 소설 중에도 대통령 암살, 폭탄테러 등이 나온다. 다니엘 실바 훨씬 이전에 톰 클랜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톰 클랜시의 캐릭터, 잭 라이언을 연기했던 해리슨 포드와 묘할 정도로 비슷해 보이는 데니스 퀘이드까지 나오다보니 톰 클랜시풍의 스릴러를 흉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단순하고 간지러운 줄거리를 무엇으로 어떻게 감출 수 있을까?

대통령이 저격당하고 건물이 폭파되는 순간을 시점전환으로 여려 사람의 눈을 통해 지켜보는 건 어떨까? 테러 발생직후 시계를 테러 이전으로 되감은 뒤 시점을 바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를 보여주다가 테러가 발생하면 또다시 리와인드-시점전환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같다고?

맞다. 기발한 아이디어다. 시간끌기에 이보다 더 기발한 아이디어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다지 나쁜 아이디어 같진 않다고?

한 두번 정도에 그쳤다면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문제는 시점을 바꿔 테러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를 너무 자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내리 연달아서!

'리와인드'는 한 두번 정도만 하고 나머지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한데 묶어 보여줘도 될텐데 연달아 시점전환를 하고, 그 때마다 매번 테러 이전으로 '리와인드'를 하다보니 관객들을 상대로 싱거운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그런대로 신선해 보였다. 그런데, 시점이 세 번째 바뀔 때부터 객석에서 'Again?!'이란 불평이 터져나오더니 네 번째로 바뀌자 극장 여기저기서 '어흐!' 하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다섯 번째가 되자 이젠 다들 포기했는지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소리만 들렸고, 그 이후부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더라. '테러사건 이후의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 '언제까지 똑같은 테러사건을 시점만 바꿔가면서 보고 또 보라는 거냐'는 불만도 생겼다. 매번 시점전환 하면서 '리와인드'하는 게 아무리 봐도 '포인트'가 없어 보였다.

'시간끌기'라고 하니까 생각하는 게 하나 있다: ABC의 TV 시리즈 '로스트(Lost)'다. 플래시백 - 요새는 플래시 포워드지만 -을 빼고 나면 정작 섬에서 벌어지는 내용은 얼마 되지않는 것처럼 보이는 드라마 말이다. '로스트'는 플래시백/포워드로 시간끌지 않고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 진행시킨다면 벌써 끝났 드라마다.

갑자기 '로스트' 얘기는 왜 꺼내냐고?

'되돌아가기'로 시간끄는 영화 '밴티지 포인트'에 '로스트'에서 주인공 잭으로 출연중인 매튜 폭스(Matthew Fox)가 나오는 게 우연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매튜 폭스는 '로스트'에서 보여준 '우는 연기'로 유명하다. 로스팬들은 매튜 폭스가 연기한 잭을 '울보'로 부르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농담일 뿐이지만 매튜 폭스가 '로스트'에서 우는 연기를 많이 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매튜 폭스의 '우는 연기'는 '로스트'에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 마샬 대학교 풋볼팀의 비행기 추락사고 실화를 영화로 옮긴 'We Are Marshall'에 출연한 매튜 폭스는 여기서도 변함없이 우는 연기를 보여줬다.



'밴티지 포인트'에 매튜 폭스가 나오는다는 걸 들었을 때 '여기서도 울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엔 웬 일인지 우는 연기를 하지 않더라.

거진 우는 표정이 나오긴 했지만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매튜 폭스 이외로 눈에 띄는 배우가 또 하나 있다: 이스라엘 출신 여배우 아이엘렛 주러(Ayelet Zurer).

아이엘렛 주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Munich)'에 나왔던 여배우다. 이스라엘 여배우가 이스라엘에 대한 영화에 나왔으니 이상할 게 없을지도.

그런데, 이번엔 무슬림 테러리스트로 나온다.



출연배우 이외의 볼거리는 아무래도 소니 전자제품이 될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콜롬비아/소니 픽쳐스 영화는 소니 전자제품을 빼면 볼 게 없어졌다. 2006년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에도 소니 전자제품을 곳곳에 깔아놓으면서 비난을 샀지만 이 버릇이 어디로 안 간 모양이다. '밴티지 포인트'도 '카지노 로얄' 저리가라 할만큼 소니제품 천지다.

몇 가지 둘러보기로 하자.

GNN 중계방송 직원들의 데스크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가 눈에 띈다. 소니 픽쳐스 영화에 노트북 컴퓨터가 카메라에 잡혔다 싶으면 무조건 소니 바이오(VAIO)라고 생각하면 된다. Remember 'Casino Royale'?


[소니 바이오 노트북]

영화에서 포레스트 위태커가 들고다니던 캠코더 역시 소니 제품이다. 캠코더에 촬영된 비디오에 중요한 단서가 포함됐다는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소니 캠코더 광고를 위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카지노 로얄'에선 디지털 카메라가 눈에 띄더니 '밴티지 포인트'에선 HD 캠코더였다.


[소니 캠코더]

'카지노 로얄'에서 수시로 등장했던 게 소니에릭슨 핸드폰이다. 제임스 본드가 사용한 핸드폰을 포함해 영화에 나온 핸드폰 전체가 모두 소니에릭슨 핸드폰이던 것으로 알고있다. '카지노 로얄'에서 툭하면 핸드폰을 주무르는 장면이 나온 건 전적으로 소니에릭슨 핸드폰 광고를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밴티지 포인트'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더라.


[소니에릭슨 QuickShare]

참사현장 중계를 보는 장면에 소니 TV가 나왔다는 건 길게 얘기할 필요조차 없겠지?


[소니 TV]

소니 픽쳐스의 영화는 유치하게 보일 정도로 소니 전자제품 광고를 노골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카지노 로얄'에서도 그랬고 이번 '밴티지 포인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물론, 영화를 통해 소니제품 광고를 하고싶다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순 없다. 다만, 문제는 티가 덜나게 적당히 하면 어디 덧나냐는 것이다. 광고하는 것까진 좋지만 이렇게 티나게 노골적으로 하면 영화까지 유치하게 보인다는 것도 이해했으면 좋겠다.

소니 픽쳐스가 007 시리즈를 배급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본드팬들이 부쩍 늘어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니 픽쳐스가 007 시리즈를 자사 전자제품 광고수단으로밖에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밴티지 포인트'서부터 소니 전자제품 광고에 열을 올리는데 금년 가을 개봉하는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에선 얼마나 심할지 한번 생각해 보시구랴. 소니 픽셔츠는 찍혔어!

그런데, '밴티지 포인트'에선 이런 것을 빼면 볼 게 없다. 미스테리도 놀라온 반전도 없을 뿐더러 기억에 남을만한 액션도 없는 흔해빠진 수준의 액션/스릴러가 전부다. 연달아 시점전환을 하는 것으로 유별나게 보이려 했지만 짜증만 날 뿐 스타일리쉬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가 짧은 덕분이다. 시점전환으로 계속 '리와인드'를 하면서 시간끄는 데 성공했다지만 그렇다고 마지막까지 계속 시점전환만 할 순 없는 법. 그런데, 시점전환을 빼면 남는 게 없는 영화라서 길게 끌어봤자 엉성한 줄거리와 유치한 플롯만 눈에 띌 게 뻔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시점전환 놀이(?)가 끝나는대로 속전속결하는 게 상책이겠지?

'밴티지 포인트'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도 크지 않았다. 연속으로 시점전환을 하는 게 생각보다 신경에 많이 거슬렸다는 것을 제외하곤 예상했던대로 그저 그런 수준의 스릴러 영화였다.

대통령 암살, 테러공격 등 얼핏보기엔 거창한 폴리티컬 스틸러 같지만 '밴티지 포인트'도 '11세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 중 하나다. 포장은 그럴 듯하게 해놨지만 뜯어보면 딱 그 수준밖에 안된다. 겉은 뻔지르한데 까보면 유치한, '포인트' 없는 액션영화를 원한다면 '밴티지 포인트'를 강추!

2008년 2월 21일 목요일

'바디 오브 라이스' 영화로 성공할까?

CIA, 알 카에다, 이라크, 자동차 폭탄테러...

시대가 시대인만큼 최근에 나오는 스파이 소설들은 중동 테러리스트를 다룬 게 대부분이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빗 이그내시어스(David Ignatius)의 소설 '바디 오브 라이스'도 이런 소설이다.

'바디 오브 라이스'?

아니다. 콘돌리자 라이스와는 무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제목은 'Body of Lies'다, 'BODY OF LIES'!

스펠링은 둘 째 치더라도 'L'과 'R'은 똑바로 구분해야겠지?

왜? 그 '라이스'가 아니라 실망했수?

'CIA가 테러리스트를 쫓는다'는 내용의 소설에 식상한 사람들은 더욱 낙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에서 매일같이 중동문제를 떠들어대는데 이것보다 더욱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스파이 소설 소잿감이 어디있겠냐고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렇다. '바디 오브 라이스'도 또다른 중동문제 이야기다. 요새 미국서 인기있다는 스파이 소설 작가, 다니엘 실바(Daniel Silva)처럼 데이빗 이그내시어스의 '바디 오브 라이스'도 폭탄테러를 아주 좋아하는 중동 테러리스트들을 열심히 쫓아다닌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다니엘 실바의 소설과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 이그내시어스의 소설은 실바와 달리 노골적으로 안티 아랍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CIA 에이전트 로저 페리스(Roger Ferris)는 정치에 관심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는 캐릭터 대부분은 이라크전에 비판적이고 팔레스타인 난민을 동정하며 아랍에 우호적이다. 책 자체는 CIA가 중동지역에서 아랍 테러리스트를 뒤쫓는 내용이지만 아랍 전체를 적으로 몰아세우는 일방적인 내용은 아닌 것.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하면 적이라는 뉘앙스도 풍기지 않는다.

그런데 왜 자꾸 책 이야기를 하냐고?

무슨 북클럽이라도 만들 생각이냐고?

아니 뭐 그런 건 아니다.

'바디 오브 라이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가 2008년 10월 미국서 개봉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CIA 에이전트, 로저 페리스는 레오나도 디카프리오, 그의 CIA 보스, 에드 호프맨은 러셀 크로우가 맡았다. 감독은 리들리 스콧.



로저 페리스는 현장에서 정보수집을 하는 필드 에이전트가 전부일 뿐 액션스타가 아니다. 레오나도 디카프리오는 수퍼 스파이가 아닌 매우 사실적이고 평범한 CIA 에이전트, 로저 페리스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

페리스의 CIA 보스, 에드 호프맨역의 러셀 크로우도 훌륭한 캐스팅인 것 같다. 호프맨은 항상 욕을 입에 달고다니는 터프가이로, 임무완수를 위해서는 인정사정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바디 오브 라이스'의 에드 호프맨은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의 리치 로버츠만큼 비중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크로우는 '3:10 To Yuma', '아메리칸 갱스터'에 이어 또다시 2명의 주연급 배우가 나오는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번엔 공동 주연이 아닌 조연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레오나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우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스파이 스릴러 영화라니까 일단 기대가 앞선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소설의 줄거리가 '테러리스트 이야기'와 '여자 이야기'를 오락가락하면서 산만해지는 것. 이전 챕터에선 중동 테러리스트 이야기를 하다가 그 다음 챕터에선 워싱턴 D.C에 사는 페리스의 와이프 그레첸의 이야기가 나오고, 중동 테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갔다가 그 다음 챕터에선 페리스가 요르단에서 '참사랑' 엘리스를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러브 스토리로 넘어간다.

이그내시어스는 어떻게서든 '여자 이야기'를 집어넣으려 한 것처럼 보인다. 테러리스트를 쫓는 내용만으론 덜 사실적이고 밋밋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메인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여자의 스토리가 튀어나오면서 소설의 맥을 끊어놓을 뿐 보탬이 된 건 없어 보인다. 내용이라도 읽을만 하다면 또 모르지만 페리스와 그레첸의 이혼 이야기, 앨리스와의 짜맞춘 듯한 러브 스토리 모두 별볼 일 없다.

이그내시어스는 CIA와 중동지역을 취재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매우 사실적인 스파이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가 CIA와 중동문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저널리스트인지는 몰라도 소설가로써의 소질은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 얼마나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 영화버전에선 앨리스의 요르단 러브 스토리가 왕창 날아갔다고 한다. 다른 건 둘 째 치더라도 두 여자 이야기는 반드시 손질을 해야할 부분인만큼 여기에 손을 댔다는 건 나쁜 소식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내가 스크린라이터였다면 워싱턴 D.C에 있는 그레첸 스토리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요르단에 있는 앨리스를 테러리스트 스토리쪽으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이혼문제로 중동과 미국을 허무하게 오가다가 영화의 맥이 끊어지는 걸 피하기 위해선 그레첸을 버리고 앨리슨의 비중을 높이는 게 올바른 선택인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에선 두 여자 이야기가 어떻게든 달라질 것으로 보이니 일단 두고보기로 하고 넘어가자. 그렇다면, '오락가락 여자 이야기'를 제외한 나머지 스토리는?

'바디 오브 라이스'도 '술레이만'이라 불리는 거물급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흔해빠진 카운터 테러리즘 스파이 스릴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CIA와 요르단 정보부가 알 카에다 뿐만 아니라 서로간에도 속여가면서 비밀스러운 작전을 진행하는 건 꽤 흥미진진하다. 상황이 계속 뒤집히면서 계속 뒷통수를 때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만드는 서스펜스 스릴러를 생각하면 된다 .

그렇다고,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건 아니다. 어디서 본듯한 설정이 많이 눈에 띄는 덕분에 이런 쟝르의 책이나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에겐 새로운 게 그다지 많지 않을지도 모르며, 작가가 어느 방향으로 스토리를 끌고가려는지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디 오브 라이스'는 그런대로 읽을만한 소설이다. 이그내시어스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은 지루하지 않으며 유머도 풍부한 편이다. 유치하고 썰렁한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만 없었더라면 훨씬 좋았겠지만 어쩌겠수?

영화 '바디 오브 라이스'는 쓸 데 없는 두 여자 이야기를 깔끔하게 추려내고 산만하지 않게 옮긴다면 '스파이 게임(Spy Game)'과 '시리아나'를 합친 듯한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는 스파이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로 제대로 옮기기만 하면 2008년 11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로 돌아오는 제임스 본드에게 진정한 스파이 영화가 무엇인지 보여줄만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리들리 스콧 감독, 레오나도 디카프리오, 러셀 크로우와 전 CIA 국장, 조지 테넷(George Tenet)이 '팩트처럼 보이는 픽션'이라고 극찬한 이그내시어스의 스파이 소설이 만났으니까.

중동 테러리스트를 쫓아다니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리들리 스콧의 '바디 오브 라이스'엔 한번 기대를 걸어 본다.

2008년 2월 20일 수요일

일본 애니메 '아키라' 헐리우드 영화로!

일본 애니메 '아키라(Akira)'가 미국서 영화로 제작된다.

워너 브러더스 픽쳐스와 레오나도 디카프리오의 Appian Way 프로덕션이 2편의 '아키라' 영화를 제작한다고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워너 브러더스의 '아키라' 영화는 애니메가 아닌 라이브 액션 영화로 감독은 루아이리 로빈슨(Ruairi Robinson), 스크립트는 개리 위타(Garry Whitta), 제작은 매드 챈스 스튜디오와 Appian Way의 레오나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데이비슨이 맡는다.

워너 브러더스의 '아키라' 영화는 모두 6권으로 된 오토모 가쓰히로(大友克洋/Katsuhiro Otomo) 원작의 '아키라' 시리즈를 3권씩 나눠 2편의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며, 첫 번째 영화는 2009년 여름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영화버전 '아키라'는 무대도 미국으로 바뀔 모양이다. 버라이어티의 보도에 의하면 영화버전 '아키라'의 무대는 도쿄가 아닌 31년전 파괴됐던 도시를 재건한 '새로운 맨하탄'이라고 한다. 원작에서처럼 핵전쟁으로 파괴된 이후 31년이 지난 '네오 도쿄'가 아니라 '네오 맨하탄'으로 바뀐 것.

미국에도 일본 애니메, 망가(Manga), 비디오게임 매니아들이 상당한데다 이들 중에서 '아키라'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만큼 영화버전 '아키라'도 제대로만 만든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영화 개봉에 맞춰 비디오게임 버전 '아키라', 쿨한 모터싸이클과 액션피겨 세트 등 여러 종의 관련상품들도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2008년 2월 19일 화요일

1000불짜리 제임스 본드 피겨린

6~7년전 높이 5cm 남짓 되는 제임스 본드 다이캐스트 피겨린 셋트를 구입한 적이 있다. 영국의 코기(Corgi)사가 만든 아이콘 피겨 세트였는데 대부분 개당 25불 정도 했다.

그런데, 이 중 한정판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흰색 턱시도를 입은 숀 코네리 피겨린이다. 일반 버전은 검은색 턱시도지만 한정판은 흰색인 게 차이점이었다. 물론, 가격도 일반 버전보다 비쌌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일반 버전보다 2배 이상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흰색 턱시도 숀 코네리 한정판 피겨린은 딱 1000개만 생산했다고 한다. 박스안에는 이를 증명하는 'Certificate'도 들어있다.



이때만 해도 그런가부다 했다. 순수한 팬보이적인 수집욕에 의해 구입한 게 전부였으므로 얼마나 희귀하냐, 값어치가 어떠냐는 것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그러다가 작년 이베이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그 흰색 턱시도 피겨린이 1000불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다!

커억!



손가락만한 쇠붙이가 1000불이 넘는다니!

물론, 전문 수집가들이 보기엔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가 허다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값어치 같은 것엔 관심을 두지않고 팬보이로써 순수히 수집을 해온 내게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레어 아이템'이란 것까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것에 1000불 이상을 쓰겠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 좀 더 세월이 흐른 뒤라면 또 모르지만 아직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저렇게 고가에 거래될 줄도 몰랐다.

그렇다면, 바로 이 피겨린이 내가 갖고있는 제임스 본드 콜렉티블 중에서 가장 값어치가 높은 게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에 '$'가 왔다갔다 했다. 아예 눈알을 파고 들더라.

이런 맛에 수집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역시 나는 이쪽은 아닌 것 같다. 취미라는 게 순수하게 즐겨야 제 맛이 나지 값어치 오르는 데 맛 들이면 좀 이상해질 것 같지 않수? 투기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이런 욕심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하면 이 또한 거짓말이겠지만 값어치가 오르면 처분할 생각으로 수집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2008년 2월 18일 월요일

Knight Rider, TV 시리즈로 이어질까?

말하는 자동차 '키트(KITT)'가 돌아왔다.

데이빗 핫셀호프가 검정색 폰티액 파이어버드(Pontiac Firebird)를 몰고 다니던 80년대 인기 시리즈가 돌아온 것.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90년대초 헐리우드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더니 '키트'가 전시돼 있었다. 물론, 검정색 폰티액 파이어버드다. 관람객들은 직접 자동차에 타고 키트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것 저것을 켜봐라, 움직여봐라 지시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동 한번 걸어보라고 했더니 그건 죽어도 못한다고 버텼지만...

'추억의 TV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Knight Rider(한국제목: 전격Z작전)'가 돌아오니 일단 반갑긴 했다.

그런데, 2008년판 'Knight Rider'는 TV 시리즈가 아니라 2시간짜리 TV영화였다.

TV영화?

말이 영화지 사실상 파일럿 에피소드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이걸 영화라고 심각하게 만들었다면 제작자들 전부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로써의 가치는 마이너스다. 80년대 시리즈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데이빗 핫셀호프)의 아들로 마이클 트레이서(저스틴 브루닝)가 나오고 키트도 파이어버드에서 포드 머스탱( Ford Mustang Shelby GT 500 KR)으로 바뀐 게 눈에 띄지만 'Flintstone' 수준의 유치한 스토리 덕분에 한숨만 나올 뿐 옛 추억에 빠질 틈을 주지 않는다. '말하는 자동차'가 나오는 터무니없는 공상과학 영화라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아동틱하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모를 일이다.

'Knight Rider' 영화는 '배트맨 비긴스(Batman Begins)'처럼 마이클 나이트의 아들인 마이클 트레이서가 대를 이어 키트를 운전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런데, 문제는 스토리가 무지하게 엉성하다는 것. TV영화에 블록버스터급 헐리우드 영화 수준을 기대한 건 물론 아니지만 이것보다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08년 버전 'Knight Rider' 영화는 발 킬머가 키트의 목소리 연기를 맡고 시드니 포이티어의 딸 시드니 타미아 포이티어(Sydney Tamiia Poitier)가 FBI 에이전트로 나온 것을 빼면 기억에 남을만한 게 없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디애나 루소(사라), 저스틴 브루닌(마이클), 브루스 데이비슨(찰스), 시드니 타미아 포이티어(캐리)]

겉으론 '영화'라지만 볼 게 워낙 없다보니 키트로 나온 포드 머스탱만 눈에 들어왔다. 제작팀의 의도도 이것이었는 듯 경쾌한 음악과 함께 포드 머스탱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TV 광고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씬을 상당히 많이 집어넣었다. 이렇다보니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 생각보다 2시간짜리 자동차 광고를 찍을 생각을 한 것처럼 보였다.

나중엔 키트가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변신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오더니 검정색 이외의 다른 색깔의 머스탱까지 나왔다. 자동차 TV 광고에서 자주 나오던 것처럼 키트의 페인트가 벗겨지는 듯 하더니 다른 색깔로 바뀌는데 '흐이그' 하는 생각밖에 안 나더라. 'Knight Rider'의 메인 캐릭터가 키트인만큼 자동차가 중요하단 것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머스탱 광고를 하는 티가 심하게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Knight Rider' 영화가 완전히 작전실패한 건 아니다.

2시간짜리 영화 자체는 시시껄렁했지만 '만약 이게 전부가 아니라면?'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니까.

NBC는 'Knight Rider' TV 시리즈를 발표하지 않은 채 2시간 분량의 '영화'를 방송한 게 전부다. 아직까진 TV 시리즈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도 없다. 하지만, 결국은 이것을 염두에 두고 낚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Knight Rider' 영화는 마이클 트레이서와 키트, 그리고 나머지 캐릭터들이 새로운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면서 끝난다. 이게 설마 또다른 2시간짜리 속편을 기대하라는 의미는 아니겠지?

영화가 끝나자 묘한 아쉬움이 생겼다. 영화 자체는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엔딩을 보면서 '이제야 제 위치로 돌아온 것 같은데 끝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낚인 것 같지 않수?

그렇다면, TV 시리즈로 성공할 수 있을까?

흘러간 인기 시리즈를 리바이벌하는 것까진 환영이지만 '바이오닉 우먼'처럼 반짝했다 인기가 금새 식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SF 시리즈는 청소년 취향을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실패하기 딱 알맞다. FOX TV의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의 운명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는 'So far so good'이라지만 언제 상황이 돌변할지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일단 TV 시리즈가 시작한다면 보게 될 것 같다. 옛 정(?)도 있고하니 외면이야 하겠수?

2008년 2월 17일 일요일

'바이오닉 우먼' 고장났다?

NBC의 TV 시리즈 '바이오닉 우먼(Bionic Woman)'은 어떻게 된 걸까?

작년 9월말부터 시작한 '바이오닉 우먼'은 WGA 파업과 함께 11월말 방영된 8번째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감감 무소식이다.

어디 고장이라도 난 건가?



NBC가 '바이오닉 우먼' 시리즈를 취소했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NBC는 'WGA 파업이 끝나고 정상화 되는대로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WGA 파업 정상화 이후 계속 이어질 드라마로 'Chuck', 'Heroes', 'Life'만 소개했을 뿐 '바이오닉 우먼'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미국언론들은 시리즈가 취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바이오닉 우먼'이 사실상 취소됐다고 전했고 보스턴 해럴드는 '바이오닉 우먼'을 'Probably canceled'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WGA 파업이 끝났는데도 '바이오닉 우먼'의 리턴이 불투명한 이유로 시리즈의 저조한 시청률도 꼽히고 있다. 처음에 반짝하고 말았기 때문에 시리즈를 이어나갈 의미가 더이상 없다는 것.

아직까지는 '바이오닉 우먼'의 운명을 속단하기 힘들지만 현재로썬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한 것 같다.

007 시리즈는 스파이 영화일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가 제임스 본드라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게 있다: 007 영화 시리즈는 아무리 봐도 스파이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가 제임스 본드인데 007 시리즈는 스파이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그렇다. 007 시리즈는 주인공만 스파이일 뿐 진정한 스파이 영화가 아니다. 현재까지 나온 21편의 007 영화 중에서 스파이 영화로 분류할 수 있을만한 영화를 꼽아보면 한 두개 될까말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숀 코네리의 1963년작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하나가 전부인 것 같지만 여기에 로저 무어의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를 억지로 밀어넣을 수 있을지도.

그렇다면 나머지 19편의 007 영화는 뭐냐고?

'캐릭터 중심의 액션 히어로 무비'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티모시 달튼과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는 이언 플레밍 원작을 비교적 잘 살렸다는데 이들도 스파이 영화에 포함되지 못하냐고?

물론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 2006)'도 스파이 영화가 아니다. 티모시 달튼의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 - 1987)'는 스토리만 따지면 스파이 영화 축에 끼워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사일 나가는 자동차가 나오므로 제외. 달튼의 '라이센스 투 킬(License To Kill)'도 마찬가지다. 본드의 사적인 복수극이 전부일 뿐 'Counter-Intelligence'와는 무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카지노 로얄'이나 '라이센스 투 킬', 조지 래젠비의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 1969)'은 '사실적'인 007 영화 아니냐고?

맞다. 사실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스파이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가젯을 사용하느냐', '액션씬과 스턴트가 얼마나 사실적이냐'가 아니다. 넓게 보면 첩보영화도 액션영화의 한 쟝르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첩보영화가 전부 액션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는 법도 없다.

그렇다면 뭐가 기준이냐고?

'실제 첩보세계와 얼마나 비슷해 보이냐'다.

007 시리즈엔 실제 첩보세계에 근접한 내용의 영화가 거의 없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부터 이쪽과 거리가 있다. 플레밍의 소설도 섹스와 폭력이 항상 따라다니는 젠틀맨 에이전트, 제임스 본드의 화려한 어드벤쳐가 전부일 뿐 실제 첩보작전을 연상시키는 '사실적'인 스파이 소설은 아니다. 바로 이 때문에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은 '어른들의 동화'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언 플레밍의 소설엔 미사일 나가는 자동차나 지구를 불태우는 인공위성 같은 건 없다.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이 '어른들의 동화'라고 불린다고 '반지의 제왕'이나 '수퍼맨', '배트맨'과 혼동해선 안된다. 실제 첩보세계와 거리가 있다는 의미에서 '판타지'라고 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6~70년대에 제작한 007 영화들을 보면 '다른 쪽'으로 생각하기에 딱 알맞다. 영화에서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직업만 스파이일 뿐 사실상 영국판 수퍼 액션 히어로가 됐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는 온갖 특수장치로 가득한 '본드카'와 수많은 가젯들을 사용하는 수퍼 액션 스파이 히어로가 됐고, 악당으론 '3차대전을 일으킨다', '뉴욕과 모스크바를 파괴한다', '전인류를 몰살시킨다'는 현실감 떨어지는 음모를 꾸미는 범죄조직들이 나왔다.

80년대 들어서는 지나치게 허구적인 것을 많이 줄여나갔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도로 70년대'가 됐다. 이렇다보니 사실적인 첩보세계는 고사하고 이언 플레밍의 원작을 제대로 살린 영화도 지금까지 나온 21편의 007 시리즈 중에서 몇 편 안될 정도다.

이런 영화 시리즈를 스파이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곤란하다. 007 시리즈는 절대로 스파이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제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가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다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플레밍의 원작과 분위기가 비슷해졌다는 의미지 실제 첩보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스파이 영화가 됐다는 건 아니다. 오는 11월 개봉할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도 마찬가지다.

결국, 007 시리즈는 진정한 스파이 영화 리스트에서 '아웃'이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가 '진정한 스파이 영화' 리스트에 속하냐고?

COMING SOON!

2008년 2월 16일 토요일

007 패러디 TV 광고들

TV를 보면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러디한 광고가 종종 눈에 띈다. 얼마 전엔 Hummer가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자동차가 잠수함으로 변신하던 것을 패러디한 H3 광고로 눈길을 끌더니 새로운 광고들이 추가로 눈에 띄었다.

첫 번째 광고는 캐피탈 원(Capital One)의 카드 광고.

얼핏 보면 '어스틴 파워' 시리즈에 가깝게 보인다. 하지만, '어스틴 파워'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러디한 것이다보니 크게 다를 게 없다.

이 광고는 1967년 영화 '두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에 나온 블로펠드와 그의 화산기지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광고는 Chevy Chase 크레딧 카드 광고다.

이 광고는 쟈니 리버스(Johnny Rivers)의 'Secret Agent Man' 배경음악과 함께 턱시도를 입은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나온다.

1964년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에서 본드가 잠수복 속에 턱시도를 입고 나온 적이 있다. 잠수복을 벗으니까 곧바로 턱시도로 갈아입은 것처럼 됐던 그 장면이다. 바로 이게 Chevy Chase 카드 광고에 나왔다.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트루 라이스', 니콜라스 케이지의 '내셔널 트레져 2' 등 영화에서도 패러디 되더니 이젠 크레딧 카드 광고에까지 등장한 것.



아래는 쟈니 리버스의 'Secret Agent Man' 뮤직 비디오(?).

남 얘기 같지않은 배달사고 이야기

인터넷을 둘러보니 미국서 79년만에 엽서가 배달됐다는 기사가 있었다. 1929년 옐로우스톤에서 보낸 엽서가 79년이 지나서야 보스턴에 배달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왠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6~7년전 나도 이와 비슷한 사건을 직접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79년씩이나 기다린 건 아니지만 못해도 79일은 기다렸던 것 같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상품이 동네 우체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우체부가 도착한 소포를 배달하려 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자 우체통에 쪽지를 남겨놓고 패키지를 다시 우체국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다음날 우체국으로 소포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우체국에 소포가 없다는 것이다. 패키지가 깜쪽같이 사라진 것.

상황은 갈수록 '멍멍이'같아졌다.

인터넷 쇼핑몰은 '우린 물건을 보냈으니 책임 없다'고 하고 우체국에선 사과는 했지만 결론은 '보험을 안 샀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아침마다 우체국으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내가 우체국에 들어서기만 하면 담당 매니져가 알아서 나왔지만 결론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배상은 못해주겠다'는 데서 변동이 없었다.

소포를 마지막으로 만졌던 우체부라도 질책하고 싶었지만 몇 년동안 친하게 지낸 흑인 아줌마라서 싫은 소리도 제대로 못하고 '나중에라도 찾으면 연락해 달라'고만 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몇 달이 흘렀다. 어지간하면 USPS로 소포를 주고받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몇 달이 지나자 잃어버린 소포도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갑자기 전화가 왔다. 누군가 하고 컬러ID를 확인했더니 바로 그 빌어먹을(?) 우체국이더라.

우체국에서 갑자기 왜 전화를?

전화를 받아보니 한동안 나와 씨름했던 우체국 매니져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소포 사건을 까맣게 잊고있던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소포를 찾았다'는 거다.

소포? 아! 몇 달 전에 없어졌던 그 소포? 그걸 이제서 찾았다고?

상당히 어이가 없었지만 전화로 길게 얘기할 게 없어보여 일단 알았다고 하고 소포를 찾으러 갔다.

우체국에 들어섰더니 나를 알아본 매니져가 그 빌어먹을 소포를 들고 나왔다.

소포를 넘겨받은 나는 이걸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찾았냐고 묻지않을 수 없었다.

그랬더니 문제의 소포가 우체국 금고 속에 들어가 있었단다. 그게 왜 금고 속에 들어갔는지, 누가 거기에 집어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금고를 정리하다 사라진 내 소포를 발견했다는 것.

'그럼 소포가 저 혼자 걸어서 들어갔다는 거냐'고 한마디 하려다 참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우체국에 소포를 찾으러 갈 때마다 스릴 만점이다. 찾으러 간 소포가 우체국에 없다고 할 때마다 아찔아찔하다. 대개의 경우 소포가 우체국에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 다행히 지난번과 같은 사건은 아직 재발하지 않았지만 USPS를 이용하게 될 때마다 소포를 추적할 수 있는 트래킹 넘버와 보험을 사는 버릇이 생겼다. 이동 중 사라지는 것 뿐만 아니라 동네 우체국 금고안으로 숨는 경우도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한만큼 소포는 되도록이면 UPS, FedEx를 이용하고, 하는 수 없이 USPS를 이용할 경우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를 한다.

여차하면 배달되는 데 79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더욱 조심해야겠지?

2008년 2월 14일 목요일

'점퍼' - 쓰레기통으로 텔레포트!

마음속으로 원하는 곳으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면?

가고싶은 곳으로 문자 그대로 '뿅!' 하고 갈 수 있다면?

비자, 여권, 세관, 입국수속같은 걸 걱정할 필요 없다. 자동차나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걸을 필요조차 없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마음 속으로 정한 다음 그 곳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니까.

이러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점퍼(Jumper)'라고 불리는 친구들이다.

영화 '점퍼'는 '텔레포트 능력'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데이빗(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이야기다.



타고나야 한다면 할 수 없지만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 능력'을 배울 수 있다면 어떻게서든 배우고 싶다. 비행시간보다 공항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최근의 여행환경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점퍼'들을 추적하는 조직이 있는 것.

'팔라딘(Paladin)'이라 불리는 이 조직은 텔레포트 능력을 가진 '점퍼'들과 수백년동안 사투를 벌여온 원수지간. 이들의 리더, 롤랜드(사무엘 L. 잭슨)는 '점퍼'들이 신만 가져야 할 능력을 가졌다면서 이들을 발견하는대로 모두 죽이려 한다.

데이빗은 '점퍼'와 '팔라딘'의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이미 롤랜드의 표적이 된 상태.



하지만, '점퍼'와 '팔라딘'의 사이를 잘 알고있는 친구가 있다.

그의 이름은 그리핀(제이미 벨).

그리핀도 데이빗처럼 텔레포트 능력을 갖고있는 '점퍼' 중 하나다.

그리핀은 '팔라딘'이란 조직과 롤랜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데이빗에게 '팔라딘'과 '점퍼'가 중세부터 앙숙이었다고 설명해준다. 초능력을 가진 '점퍼'와 이들을 위험하게 여기는 일종의 광신집단인 '팔라딘'의 사투는 중세때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점퍼'의 줄거리는 사실상 여기까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데이빗-그리핀과 롤랜드-팔라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전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롤랜드와 팔라딘이란 조직이 '점퍼'를 싫어하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롤랜드와 팔라딘이란 조직이 종교색을 띈 것까진 알겠는데 이것만으론 부족해 보이는 것. '점퍼'도 원작소설이 있는만큼 책엔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선 제대로 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간다고 하자. 이런 쟝르의 영화는 스토리가 부실하더라도 다른 볼거리가 풍부하면 용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볼거리가 없다는 것.

'점퍼'는 완전한 SF-판타지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실적인 액션/어드벤쳐 영화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배트맨', '스파이더맨'처럼 캐릭터 위주의 수퍼 히어로 영화도 아니다. 스토리라도 흥미진진하면 또다른 문제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액션도 볼 게 없고 스릴, 서스펜스, 유머도 없다. 뭔가 화려하고 쿨하고 화끈한 맛이 있다면 모르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밋밋할 뿐이다. 비디오게임을 그대로 베낀 것처럼 보이는 그렇고 그런 수준의 흔해빠진 배틀씬이 전부일 뿐 새롭거나 특별하다고 할만한 게 없다.

결국, 남는 건 '텔레포트' 하나 뿐이다. 밤낮 텔레포트만 하는 게 전부인 것. 냉장고에 갈 때도 텔레포트, 싸울 때도 텔레포트를 한다. 텔레포트를 할 줄 아는 '점퍼'가 주인공이니 텔레포트를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건 이해할 수 있다고 하자. 하지만, 이것만으론 볼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계속 텔레포트 하며 싸우는 씬도 있지만 그저 멍하니 지켜보게만 될 뿐 스타일리쉬하게 보이지도 않고 스릴도 느껴지지 않았다.

잠깐...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헤이든 크리스텐슨, 'The O.C' 시리즈의 레이첼 빌슨 등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두 남녀배우가 나오는 데 그 이외의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있냐고?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에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함께 출연했던 사무엘 L. 잭슨까지 나오니 이 정도면 SF팬들을 낚을 미끼로는 충분하지 않냐고?

게다가, '점퍼'는 그럴싸한 씬이 나오면 'Cool!', 'Awesome!'을 연발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니까 그 수준에 맞춰 그럴싸하게 포장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엉거주춤한 수퍼 히어로에 멋진 자동차와 여자, 비디오게임, 그리고 음악 등으로 분위기만 그럴싸하게 띄워주면 되는 영화 아니냐고?

스핑크스 머리 위에서 '쿨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돈과 여자 걱정없이 생활하면서 멋진 자동차를 몰고 록음악에 맞춰 밤거리를 질주하는 전형적인 '하이틴 무비' 분위기를 내기만 하면 넘어가는 친구들이 있지 않냐고?



아무래도 타겟 연령층이 청소년인 영화인만큼 이런 걸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완전한 어린이용 영화보다 어중간한 청소년 영화가 더욱 유치하다는 것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액션과 스릴이 부족한 맹탕 SF영화인줄 몰랐다.

그렇다고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헤이든 크리스텐슨은 어둡고 차가우면서도 말쑥한 캐릭터, 데이빗에 잘 어울렸다. 아직까진 '스타워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 이미지를 지울만큼 배우로써 성숙하지 못한 것 같지만 이런 분위기의 영화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연기는 아직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스타일은 있어 보인다.

사무엘 L. 잭슨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줄거리부터 시작해서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영화인데도 사무엘 L. 잭슨이 나오면 전부 말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사무엘 L. 잭슨 앞에선 '넌센스'란 단어가 맥을 못추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극장을 나서면서 문을 열지않고 그대로 돌진해 봤다.

유리문 물어줄 뻔 했수다.

역시 텔레포트는 '넌센스'였다. 문에 부딪치기 전에 밖으로 '텔레포트'를 했어야 하는데 맘처럼 안되더라.

이런 짓 할 나이 지나지 않았냐고?

이렇게라도 해야 '점퍼'를 본 보람이 있을 것 같았다우. 폭탄주밖에 만들 줄 모르는 사이비 바텐더가 '청소년 영화'와 '수퍼 히어로 판타지 액션영화'를 제멋대로 섞어놓은 맛없는 칵테일을 마신 기분이 드는 영화였으니까.

원하는 곳 어디든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텔레포트 아이디어'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그럴싸한 게 전부였다. 이 아이디어로 영화를 제대로 만들었다면 꽤 익사이팅한 액션/SF영화가 됐겠지만 '점퍼'는 아주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쳤다. 수퍼파워를 지닌 캐릭터가 나오는 액션/SF영화를 제대로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억지로 흉내낸 것처럼 보일 뿐이다.

SF영화와 수퍼파워를 지닌 히어로가 나오는 코믹북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점퍼'에 많은 기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곧바로 스레기통으로 텔레포트해야 마땅한 영화다. SF영화팬들도 '점퍼'는 건너뛰고 다음 영화로 텔레포트 하는 게 좋을 걸?

하지만, 영화 삽입곡 중 하나인 'Tic Tic Boom'은 맘에 든다. The Hives가 부른 이 노래는 FOX의 TV 시리즈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 광고에서도 배경음악으로 나왔던 곡이다.

말 나온 김에 뮤직 비디오나 보자.



아래는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 TV광고다. 위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광고는 맨 마지막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