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8일 월요일

Knight Rider, TV 시리즈로 이어질까?

말하는 자동차 '키트(KITT)'가 돌아왔다.

데이빗 핫셀호프가 검정색 폰티액 파이어버드(Pontiac Firebird)를 몰고 다니던 80년대 인기 시리즈가 돌아온 것.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90년대초 헐리우드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더니 '키트'가 전시돼 있었다. 물론, 검정색 폰티액 파이어버드다. 관람객들은 직접 자동차에 타고 키트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것 저것을 켜봐라, 움직여봐라 지시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동 한번 걸어보라고 했더니 그건 죽어도 못한다고 버텼지만...

'추억의 TV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Knight Rider(한국제목: 전격Z작전)'가 돌아오니 일단 반갑긴 했다.

그런데, 2008년판 'Knight Rider'는 TV 시리즈가 아니라 2시간짜리 TV영화였다.

TV영화?

말이 영화지 사실상 파일럿 에피소드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이걸 영화라고 심각하게 만들었다면 제작자들 전부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로써의 가치는 마이너스다. 80년대 시리즈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데이빗 핫셀호프)의 아들로 마이클 트레이서(저스틴 브루닝)가 나오고 키트도 파이어버드에서 포드 머스탱( Ford Mustang Shelby GT 500 KR)으로 바뀐 게 눈에 띄지만 'Flintstone' 수준의 유치한 스토리 덕분에 한숨만 나올 뿐 옛 추억에 빠질 틈을 주지 않는다. '말하는 자동차'가 나오는 터무니없는 공상과학 영화라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아동틱하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모를 일이다.

'Knight Rider' 영화는 '배트맨 비긴스(Batman Begins)'처럼 마이클 나이트의 아들인 마이클 트레이서가 대를 이어 키트를 운전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런데, 문제는 스토리가 무지하게 엉성하다는 것. TV영화에 블록버스터급 헐리우드 영화 수준을 기대한 건 물론 아니지만 이것보다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08년 버전 'Knight Rider' 영화는 발 킬머가 키트의 목소리 연기를 맡고 시드니 포이티어의 딸 시드니 타미아 포이티어(Sydney Tamiia Poitier)가 FBI 에이전트로 나온 것을 빼면 기억에 남을만한 게 없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디애나 루소(사라), 저스틴 브루닌(마이클), 브루스 데이비슨(찰스), 시드니 타미아 포이티어(캐리)]

겉으론 '영화'라지만 볼 게 워낙 없다보니 키트로 나온 포드 머스탱만 눈에 들어왔다. 제작팀의 의도도 이것이었는 듯 경쾌한 음악과 함께 포드 머스탱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TV 광고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씬을 상당히 많이 집어넣었다. 이렇다보니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 생각보다 2시간짜리 자동차 광고를 찍을 생각을 한 것처럼 보였다.

나중엔 키트가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변신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오더니 검정색 이외의 다른 색깔의 머스탱까지 나왔다. 자동차 TV 광고에서 자주 나오던 것처럼 키트의 페인트가 벗겨지는 듯 하더니 다른 색깔로 바뀌는데 '흐이그' 하는 생각밖에 안 나더라. 'Knight Rider'의 메인 캐릭터가 키트인만큼 자동차가 중요하단 것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머스탱 광고를 하는 티가 심하게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Knight Rider' 영화가 완전히 작전실패한 건 아니다.

2시간짜리 영화 자체는 시시껄렁했지만 '만약 이게 전부가 아니라면?'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니까.

NBC는 'Knight Rider' TV 시리즈를 발표하지 않은 채 2시간 분량의 '영화'를 방송한 게 전부다. 아직까진 TV 시리즈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도 없다. 하지만, 결국은 이것을 염두에 두고 낚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Knight Rider' 영화는 마이클 트레이서와 키트, 그리고 나머지 캐릭터들이 새로운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면서 끝난다. 이게 설마 또다른 2시간짜리 속편을 기대하라는 의미는 아니겠지?

영화가 끝나자 묘한 아쉬움이 생겼다. 영화 자체는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엔딩을 보면서 '이제야 제 위치로 돌아온 것 같은데 끝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낚인 것 같지 않수?

그렇다면, TV 시리즈로 성공할 수 있을까?

흘러간 인기 시리즈를 리바이벌하는 것까진 환영이지만 '바이오닉 우먼'처럼 반짝했다 인기가 금새 식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SF 시리즈는 청소년 취향을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실패하기 딱 알맞다. FOX TV의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Terminator: The Sarah Connor Chronicles)'의 운명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는 'So far so good'이라지만 언제 상황이 돌변할지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일단 TV 시리즈가 시작한다면 보게 될 것 같다. 옛 정(?)도 있고하니 외면이야 하겠수?

댓글 2개 :

  1. 헉 2시간짜리 영화였다니;
    저는 TV시리즈가 방송되는줄로 알았어요.ㅋ
    TV시리즈로 계속 만들어주었음하네요.
    이힝~ 저도 돌아온키트보고싶은데~ 어둠의 경로를 뒤져봐야겠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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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결국은 TV 시리즈로 이어가려고 폼잡은 영화로 보입니다.
    영화 꼬락서니가 2시간짜리 영화가 아니라 2시간짜리 에피소드로 보이거든요.
    영화 자체는 시시해도 그 다음이 기대되게 만들며 끝난 것도 그렇구요.
    제 생각엔 결국은 TV 시리즈가 나올 것 같은데 모르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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