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4일 월요일

90년대 영화음악 하면 생각나는 노래들 II

90년대 영화음악이라고 하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주제곡 몇 개 빼곤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제곡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곡 부문을 항상 휩쓸었다 보니 90년대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영화음악이라고 하면 디즈니 만화 주제곡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90년대 아카데미 주제곡상은 만화영화를 위한 상이나 거진 다름 없었다.

그렇다고 90년대에 들어 영화음악의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90년대 영화음악도 많은 편이다. 줄어든 건 수가 아니라 퀄리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80년대 만큼 물건 급의 영화 주제곡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귀에 익은 90년대 영화음악들은 제법 많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팝음악으로 기억에 남은 곡 중에도 영화음악들이 여러 곡 된다. 이번엔 지난 번 글에서 모두 다루지 못했던 나머지 곡들을 모아봤다.

첫 번째 곡은 샤론 스톤(Sharon Stone) 주연의 에로틱 스릴러 '슬리버(Sliver)' 주제곡으로 하자.

'슬리버'의 주제곡은 UB40가 부른 'Can't Help Falling In Love'.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부른 유명한 곡을 영국 밴드 UB40가 레게풍으로 리메이크한 곡이다. 이 노래는 당시 라디오를 틀면 항상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99년 개봉한 하이스쿨 코메디 영화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주인공 짐(제이슨 빅스)이 집에서 애플 파이로 자위행위를 하는 씬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도 한 번 애플파이에 박아봐야 겠다' 했는데 어찌된 게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마트에서 파이를 볼 때마다 항상 그 생각을 하곤 하는데, 파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인지 아직 맛을 못 봤다. 파이에 맛 들일까봐 겁이 나서 무의식중에 피하게 되는 건가?

아무튼 그래도 언젠가는 한다.


그렇다고 '파이 박기 '하나를 빼곤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사운드트랙에도 아주 멋진 곡이 하나 있다. 바로 Bic Runga가 부른 'Sway'다.


90년대의 최고 미남배우가 누구냐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리오나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처음엔 이름을 보고 미국인이 아닌 줄 알았다.

디카프리오도 이젠 30대 중후반이지만 아직도 어린 아이가 30대 분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가 동안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1996년작 '로미오 앤 줄리엣(Romeo + Juliet)'에서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 앤 줄리엣'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노래도 있다. 바로 The Cardigans가 부른 'Lovefool'이다.


고층건물에 불이 나고,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고, 화산이 터지고, 허리케인에 날아가고, 쓰나미에 쓸려가고,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고, 이것으로 안 되겠으면 외계인이 쳐들어오고...

이런 재앙 영화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인간들이 남들 개고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제작자로 참여한 1996년 영화 '트위스터(Twister)'도 재앙 영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토네이도에 대한 영화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거대한 트럭이 나뒹굴고, 얼룩소가 하늘을 날던 씬이 기억난다.


그런데 영화보다 더욱 생생히 기억나느 게 있다. '트위스터' 사운드트랙 앨범에 수록된 Goo Goo Dolls가 부른 'Long Way Down'이다.


인기 여가수가 여주인공을 맡은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일단 들어볼 가치가 있다. 가수가 주인공이니 영화보다 사운드트랙에 더 공을 들였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 주연의 1993년 영화 '보디가드(The Bodyguard)'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영화다. 영화 줄거리는 터프가이 경호원이 유명 여가수를 보호한다는 한량없이 유치찬란한 내용이었지만, 사운드트랙 만큼은 들을 만 했다.

헐리우드 리포터에 의하면 이 영화가 리메이크된다는데, 참으로 기대되지 않는 리메이크작이 될 듯 하다. 왠지 리메이크 영화 뿐만 아니라 사운드트랙 앨범에도 기대가 안 간다.


휘트니 휴스턴 주연의 1993년 영화 '보디가드' 사운드트랙은 많은 히트곡이 수록된 명반 중 하나로 꼽힌다. 90년대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 중에선 보기 드문 물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2개의 곡이 아카데미 주제곡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보디 가드' 사운드트랙은 휘트니 휴스턴의 곡이 아닌 S.O.U.L.S.Y.S.T.E.M의 'It's Gonna Be a Lovely Day'.


80년대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악 쟝르가 '팝'이라면 90년대엔 '힙합/R&B'다. 90년대에 유행했던 곡들을 되돌아 봐도 힙합, R&B,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스타일이 많았던 것 같다.

데이먼 웨이연스(Damon Wayans) 주연의 1992년 영화 '모 머니(Mo' Money)' 사운드트랙도 온통 힙합, R&B, 뉴 잭 스윙 곡들이었다. 영화는 '극장에서 봤다'는 정도만 기억날 뿐이지만 사운드트랙 앨범은 제법 들을 만 했다.


이번에 소개할 '모 머니' 사운드트랙 수록곡은 Ralph Tresvant의 'Money Can't Buy You Love'.


영화보다 사운드트랙이 더 생생하게 기억나는 영화가 또 하나 있다. 키넌 웨이연스(Keenen Wayans) 주연의 'A Low Down Dirty Shame'이다.

키던 웨이연스는 데이먼 웨이연스의 형이다. 이렇게 해서 웨이연스 형제의 영화를 나란히 소개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 역시 '모 머니'와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봤다'는 것을 제외하곤 기억나는 게 거진 없다. 주인공이 무슨 탐정이었던 것 정도만 기억날 뿐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 영화를 안 봤거나 아예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Zhane가 부른 주제곡 'Shame'은 분명히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히트곡이었으니까.


Prêt-à-Porter?

패션 쪽이나 프랑스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게 무슨 소리인가 할 것이다. 마지막의 'Porter'를 보고 혹시 무슨 짐꾼에 대한 얘기인가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알고 봤더니 'Ready to Wear'라는 뜻이라더라. 'Prêt-à-Porter'는 1994년 코메디 영화 제목이다.


패션 업계에 관한 영화였는데,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모델들이 누드로 워킹하던 씬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만약 본 사람들이라면 다른 건 기억이 나지 않아도 이 씬만은 또렷하게 기억날 것이다.

적어도 난 그렇다. 지금도 이런 것만 보면 자꾸 모니터로 손이 가...


'Prêt-à-Porter' 사운드트랙에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히트곡이 하나 있다. Ini Kamoze가 부른 'Here Comes the Hotstepper'다. 영화는 못 들어봤어도 이 노래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당시에 라디오만 틀면 나왔던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하다.


90년대에 내가 본 영화에 자주 나왔던 여배우 중 하나가 안젤라 배셋(Angela Bassett)이다. 일부러 그녀의 영화를 찾아서 본 것은 아니지만, 하다보니 배셋이 출연한 영화를 꽤 여러 편 보게 됐다.

그 중 하나가 1998년작 'How Stella Got Her Groove Back'이다.


이 영화 사운드트랙에도 히트곡이 하나 있다. Shaggy와 Janet Jackson이 함께 부른 'Luv Me, Luv Me'다.

사운드트랙 앨범엔 자넷 잭슨이 보컬을 맡았으나 이후에 발매된 Shaggy의 앨범엔 다른 여가수와 함께 부른 곡이 수록되어 약간 헷갈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영화에 사용된 오리지날 버전은 Shaggy와 자넷 잭슨이 맞다.


자넷 잭슨 얘기가 나온 김에,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로 넘어가자. 자넷 잭슨와 래퍼 투팍 샤커(Tupac Shakur)가 출연했던 'Poetic Justice'라는 영화가 있었다.


'Poetic Justice' 하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자넷 잭슨이 부른 'Again'이 바로 그것이다. 이 노래도 당시에 무척 인기가 있었던 곡이다.


'베벌리 힐즈 캅(Beverly Hills Cop)' 시리즈 등으로 친숙한 얼굴 에디 머피(Eddie Murphy)와 미래의 본드걸 할리 베리(Halle Berry)가 함께 출연한 90년대 로맨틱 코메디 영화가 있다. 바로 '부머랭(Boomerang)'이다.


'부머랭' 사운드트랙에도 엄청난 히트곡이 있다. 90년대초에 인기가 대단했던 Boyz II Men이 부른 'End of the Road'다.


내가 즐겨 보지 않는 영화 쟝르 중 하나는 공포, 심령-스릴러다. 그런데도 내가 '스티그마타(Stigmata)'를 본 이유는... 제임스 본드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에 출연했던 조나단 프라이스(Jonathan Pryce)가 출연했기 때문이었다고 하고 넘어가자.



영화는 솔직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득이 있었다. 덕분에 Natalie Imbruglia가 부른 매력적인 주제곡 'Identify'를 알게됐기 때문이다.


"가장 로빈 후드 답지 않은 로빈 후드 영화가 무엇인가"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 후드(Robin Hood: Prince of Thieves)'라고 할 것이다. 케빈 코스트너를 비롯해 모갠 프리맨(Morgan Freeman), 크리스챤 슬레이터(Christian Slater) 등 유명한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 영화이긴 했지만, 정체가 불확실한 영화였다는 점만 기억날 뿐이다.


하지만 Bryan Adams가 부른 주제곡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는 당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무슨 영화를 보러 가는 지도 모르고 무작정 극장에 끌려간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얼떨결에 본 영화 가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게는 '크라잉 게임(The Crying Game)'이 그런 영화 중 하나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얼떨결에 본 영화였는데 생각밖으로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특히 여장 남자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던 씬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이 장면은 이후에 레슬리 닐슨(Leslie Nielsen)이 그의 영화에서 패로디를 한 적도 있다. 어느 영화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무래도 '네이키드 건(The Naked Gun)' 시리즈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Boy George가 부른 주제곡 'Crying Game'도 당시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마지막 곡은 마틴 로렌스(Martin Lawrence) 주연의 액션/코메디 '블루 스트릭(Blue Streak)' 사운드트랙에서 뽑았다.


Jay-Z가 부른 'Girl's Best Friend'를 마지막으로 들어 보자.



댓글 6개 :

  1. UB40 저 당시에 꽤 좋아했었죠...
    역시나 저때의 좋은 추억...
    Lovefool도 엄청 익숙한 곡 ㅎㅎ
    Long Way Down 기타 사운드가 죽이네요.

    답글삭제
  2. 90년대에만 해도 영화음악 중에 히트곡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들어도 익숙한 곡들이 많이 있죠.
    근데 요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답글삭제
  3. 90년대도 80년대 보다 못한감이 있지만 참 좋은 곡들이 많네요~^^
    특히 흑인 음악 쪽의 강세가 눈에 띄는 군요~
    잠시 추억에 빠지니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4. 제가 힙합 등 흑인음악을 잠시 들었던 때가 90년대였죠.
    근데 오래 안 가더라구요. 90년대초에 잠깐 듣고 졸업했죠.

    90년대 영화음악도 괜찮은 곡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크게 히트한 곡들도 많았구요.

    답글삭제
  5. 생각해 보니 90년대 영화음악에도 좋은 곡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좀 더 남아있거든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