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30일 수요일

'Angels & Demons' 영화로도 성공할까?

댄 브라운의 소설 중에 'Angels & Demons'라는 게 있다길래 처음엔 '다빈치 코드(Da Vinci Code)' 속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봤더니 '다빈치 코드'보다 먼저 나온 작품이더라.

댄 브라운(Dan Brown)이란 작가를 '다빈치 코드'로 알게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나온 소설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던 덕분이다.

이건 단지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다빈치 코드'를 통해 댄 브라운을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댄 브라운의 'Angels & Demons'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제목부터 섹시하다 - 'Angels & Demons'.

그래도 '다빈치 코드'를 먼저 읽었기 때문인지 'Angels & Demons'라는 제목이 전혀 촌쓰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빈치 코드'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댄 브라운이라는 작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제목의 소설을 서점에서 발견했다면 피식 웃고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Angels & Demons'가 '다빈치 코드' 성공 이후 뒤늦게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줄거리를 훑어보면 '다빈치 코드'와 거의 같은 패턴으로 전개된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노인 과학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랭든이 이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되면서 사망한 과학자의 딸과 함께 미스테리를 풀어간다는 설정이 '다빈치 코드'와 같기 때문이다.

캐릭터들도 여러 명 겹친다.

살해당하는 과학자 레오나도 베트라는 '다빈치 코드'의 자크 소니에르, 베트라의 딸 비토리아는 자크 소니에르의 손녀 소피 느뵈, CERN의 Director General 맥시밀리언 코흘러는 레이 티빙, 암살자 The Hassasin은 사일라스 등 이름과 역할만 살짝 바꿔친 게 전부인 듯한 캐릭터들이 여럿 눈에 띈다.

한가지 잊어선 안되는 건 'Angels & Demons(2000년작)'가 '다빈치 코드(2003년작)'보다 앞서 나온 책이란 것이다. '다빈치 코드'를 먼저 읽은 사람들에겐 'Angels & Demons'가 '다빈치 코드' 패턴을 그대로 따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다빈치 코드'가 'Angels & Demons'를 따라했다고 해야 옳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요란한 소재와 전문적인 지식과 용어들이 뒤섞여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스펜스 영화의 스크립트처럼 스피디한 전개의 오락용 어드벤쳐 소설인 게 전부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작품성, 완성도 보다는 오락성 높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 같다. 때문에, 줄거리 흐름을 파악하고 넘겨짚는 게 그리 힘들지 않다.

'Angels & Demons' 스토리도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준이다. 약간의 미스테리가 섞인 것은 사실이지만 B급 미스테리/호러영화에서 '누가 살인자일까' 추리 같지도 않은 추리를 해보는 식으로 조금만 넘겨짚어보면 작가가 스토리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빤히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댄 브라운이 흥행할만한 섹시한 소잿감을 찾는 재주를 갖고있다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를 보자.

작가 댄 브라운은 초창기 기독교 역사와 기호학 등에 대한 백과사전 수준의 지식을 살인사건 스릴러에 접목시켰다. 소설의 메인플롯인 살인사건의 동기로 사용하기에 아주 섹시한 소잿감을 찾아낸 결과 '다빈치 코드'는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다. 섹시한 소재가 소설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커버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살인사건 미스테리와 로버드 랭든의 어드벤쳐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데도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든 건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섹시한 소재 덕분이었으니까.

'Angels & Demons'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안티-캐톨릭 집단 ILLUMINATI를 등장시켜 바티칸과 로마 곳곳에 숨겨진 ILLUMINATI의 비밀 기호들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취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ILLUMINATI가 바티칸을 폭파시키려 한다는 테러계획에 대한 부분은 관심 밖이다. 'Angels & Demons'도 '다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메인플롯인 '사건'과 '어드벤쳐'보다는 '소재'가 전부다시피 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 '다빈치 코드'에 비해 소재가 덜 섹시하다는 것.

'Angels & Demons'에서도 캐톨릭이 어쩌구, 바티칸이 저쩌구 하지만 '다빈치 코드'의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 스토리 만큼 섹시하지 않다. 교황이 죽고, 추기경들이 납치되고, 바티칸을 폭파하겠다는 안티-크리스챤 조직이 나올 뿐만 아니라 종교와 과학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주제도 건드렸지만 '예수의 아내와 자녀'에 대한 이야기 만큼 흥미진진하지 않았다.

로마 곳곳에 있는 Bernini의 조각상들을 조사하면서 ILLUMINATI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까지는 흥미진진하지만 재미는 여기까지가 전부일 뿐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 주연의 어드벤쳐 영화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 수준이었다. 바티칸을 겨냥한 테러라는 소재도 알카에다 등 중동 테러리스트들의 테러공격을 소재로 한 스릴러에서 종종 눈에 띄기 때문에 그다지 신선해 보이지 않았다.

'Angels & Demons'도 지루한 줄 모르고 읽을 정도는 됐지만 '다빈치 코드'보다 섹시한 내용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영화 '내셔널 트레져'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수준이었다. '다빈치 코드'보다 먼저 나온 소설인 만큼 '다빈치 코드보다 못해졌다'고 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다빈치 코드'보다 나은 부분을 한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곧 영화로 나온다.

WGA 파업이 없었다면 2008년말 개봉 예정이었으나 2009년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IMDB에 의하면 주인공 로버트 랭든역으론 변함없이 톰 행크스(Tom Hanks), 여주인공 비토리아역으론 '뮌헨(Munich)',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로 친숙한 이스라엘 여배우 Ayelet Zurer, Camerlengo Carlo Ventresca로는 '스타워즈(Star Wars)'의 이완 맥그레거(Ewan McGregor)가 캐스팅 됐다.

비토리아역에 Ayelet Zurer?

소설에선 비토리아가 어떻게 묘사돼 있는지 한번 보자:

Lithe and graceful, she was tall with chestnut skin and long black hair that swirled in the backwind of the rotors. Her face was unmistakably Italian-not overly beautiful , but possessing full, earthly features that even at the air currents buffeted her body, her clothes clung, accentuating her slender torso and breasts.

이탈리안과 유대인이 종종 헷갈리는 게 사실인 만큼 이스라엘 여배우가 이탈리안 캐릭터로 캐스팅 된 데 대해 뭐라 할 순 없을 것 같다. 나이가 책에서보다 10년 정도 많아 보인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비토리아가 이탈리아 여자인데 라틴계 여배우 중에서 뽑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라틴계 여배우들이 죄다 캐톨릭이라서 '댄 브라운 영화'라니까 기겁을 하고 도망가기라도 한 걸까?


▲Ayelet Zurer

이완 맥그레거가 Camerlengo로 캐스팅 된 것 역시 약간 의외다.

책에선 Camerlengo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He wore no rosary beads or pendants. No heavy robes. He was dressed in a simple black cassock that seemed to amplify the solidity of his substantial frame. He looked to be in his late thirties, indeed a child by Vatican standards. He had a surprisingly handsome face, a swirl of coarse brown hair, and almost radiant green eyes that shone as if they were somehow fueled by the mysteries of the universe.

이완 맥그레거가 어딘가 미스테리한 데가 있는 젊은 신부역에 제대로 어울릴지 모르겠다. 가장 최근에 본 맥그레거 영화가 'Deception'이라서 그런지 맥그레거보다는 휴 잭맨이 Camerlengo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완 맥그레거

톰 행크스는 로버트 랭든역에 그런대로 어울리는 것 같다. '다빈치 코드'에서도 랭든역을 연기했으니 행크스를 로버트 랭든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로버트 랭든과 비토리아 베트라 콤비로 이들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X-Files

톰 행크스 이외로 론 하워드(감독), Akiva Goldsman(스크린라이터) 등 '다빈치 코드 베테랑'들도 돌아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영화 정보는 여기까지가 전부인 것 같다.

자, 그렇다면 'Angels & Demons'는 어떤 영화가 될까?

'다빈치 코드'만큼 소재도 섹시하지 않고 '내셔널 트레져'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무언가 색다른 스릴러 영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셔널 트레져'보다 약간 진지한 게 전부인 데 그치고 말까?

IMDB에 의하면 영화 'Angels & Demons'는 2009년 5월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1년 남았다.

2008년 4월 28일 월요일

'Deception' - 배우들이 아깝다 아까워!

'엑스맨'의 울버린과 '스타워즈'의 오비완이 맞짱 뜬다면 누가 이길까?

갑자기 왜 초등학생 같은 소리를 하냐고?

이런 소리 나오기 딱 알맞은 영화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Deception'이 판타지 액션영화라는 건 아니다. 울버린과 오비완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성인용 스릴러에 속한다. 제목부터가 'Deception', 즉 '사기'인 만큼 무엇에 대한 스릴러 영화인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울버린, 오비완 타령을 하는 이유가 있다 - 휴 잭맨과 이완 맥그레거가 함께 출연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영국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릴러 영화 포뮬라를 그대로 따라한 게 전부인 건질 게 하나도 없는 영화기 때문이다.

잠깐! 왜 Ewan McGregor의 이름을 '유인'이 아닌 '이완'으로 쓰냐고?

미국의 영화 프로듀서 하나가 '이완'이라고 부르던 게 머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맥그레거가 '이름 똑바로 표기하라'고 직접 찾아온다든지 하는 특별한 상황이 오지 않는한 나는 계속 '이완'이라고 쓸 참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넘어가서...

영국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스릴러 영화의 포뮬라가 뭐냐고?

①배경은 미국의 대도시 중 하나고, ②주연배우는 영국인이지만 영화에선 미국인으로 나오며(액센트도 미국식), ③주인공이 사기와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는 줄거리에 ④사기극의 중심에 여자 캐릭터가 꼭 하나 끼어있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클라이브 오웬의 'Derailed', 저라드 버틀러의 'Shattered'를 생각하면 된다.

'Deception'은 특히 'Derailed'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조나단(이완 맥그레거)이 이름 모르는 여자(미셸 윌리암스)를 지하철에서 만나게 되는 것부터 'Derailed'와 겹친다. 와이어트(휴 잭맨)가 조나단을 깜쪽같이 속이는 것도 'Derailed'에서 제니퍼 애니스턴이 클라이브 오웬에게 사기쳤던 것과 거의 똑같다. 여자를 미끼로 사기극을 꾸미는 것도 똑같고 호텔에서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도 'Derailed'와 겹친다. 물론, 거액을 빼돌리려 한다는 것도 다를 게 없다.

차이라면 클라이브 오웬 대신 이완 맥그레거, 제니퍼 애니스턴 대신 미셸 윌리암스, 빈센트 카셀 대신 휴 잭맨이 나온다는 정도.

그렇다. 'Deception'은 참신함과는 무관한 영화다.

다 긋고 나면 결국 남는 건 휴 잭맨과 이완 맥그레거밖에 없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두 배우가 나란히 나온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보라는 영화인 것이다.


▲맥그레거 vs 잭맨

그래도 명색이 성인용 스릴러 영화인데 이것만으로 되겠냐고?

스토리도 별 볼일 없다. 어디서 여러 차례 본 듯한 스토리에 결과가 빤히 들여다 보이는 미스테리와 반전을 대충 비벼놓은 게 전부기 때문이다.

서로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Are you free tonight?'이라는 메세지를 주고받은 뒤 '묻지마 섹스'를 즐기는 비밀 섹스 클럽이 나오긴 한다.

울랄라~! 비밀 섹스 클럽이라고?

그렇다면 다른 건 볼 게 없어도 베드씬 하나는 볼만할까?

그렇지도 않다. 섹스 클럽이 영화에 나오긴 하지만 베드씬이 '화끈한' 것은 아니다. 어두침침한 방에서 여배우 가슴이 몇 차례 휘리릭 지나가는 게 전부다. 줄거리에 섹스 클럽을 포함시킨 진정한 의도는 영화관객들이 'Deception'을 농도 짙은 베드씬이 가득한 꽤 에로틱한 스릴러 영화로 오해하도록 만들려던 것으로 봐야 옳을 것 같다.


▲맥그레거 vs 헨스트리지

역시 볼거리는 출연배우들의 SF 판타지 영화 커넥션밖에 없었다.

휴 잭맨은 'X-Men' 시리즈의 울버린, 이완 맥그레거는 '스타워즈(Star Wars)' 시리즈의 오비완 케노비,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로 잠깐 출연한 여배우 나타샤 헨스트리지(Natasha Henstridge)는 SF영화 '스피시스(Species)' 시리즈로 유명하다. 'Deception'의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미셸 윌리암스(Michelle Williams)'도 '스피시스' 1편에 출연했으며, 곧 개봉할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에 조커로 나온 히스 레저(Heath Ledger)의 옛 연인이기도 하다.

007 커넥션도 눈길을 끈다. 휴 잭맨과 이완 맥그레거 모두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됐던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잠깐! 007 커넥션?

'Derailed'의 클라이브 오웬(Clive Owen)도 유력한 제임스 본드 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배우다.

'Shattered'의 저라드 버틀러(Gerard Butler) 또한 마찬가지다. 'Shattered'엔 4편의 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였던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까지 나왔다.

이상하게도 제임스 본드 후보로 오르내렸던 배우들이 '영국 남자배우가 나오는 미국 대도시 배경의 사기영화'에 돌아가면서 출연한 셈이다.


▲미스터 본드에 잘 어울려 보이는 맥그레거

하지만, 문제는 '영국 남자배우가 나오는 미국 대도시 배경의 사기영화'에 이젠 물렸다는 것이다. 영국배우가 미국인 캐릭터로 나와 사기당하고, 속고, 협박당한다는 '영국배우 스릴러 포뮬라'에 식상했기 때문이다.

영국배우가 나오는 미국배경의 스릴러 영화는 무조건 사기에 대한 영화이어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런 까닭에 이번엔 아예 제목까지 'Deception'으로 정한 것일까?

'Deception'도 사기치고 속고 협박하는 그렇고 그런 스토리의 스릴러 영화라는 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영국배우(맥그레거)와 사기극이 또 만났다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포뮬라에 맞춘 또 하나의 영화일 줄은 몰랐다. 같은 사기극이더라도 이번엔 색다른 소재와 내용을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쪽이었다.

영국배우들이 오부지게 사기당하는 스토리의 스릴러 영화와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언제부터 일까?

하지만, 이젠 알고싶지도 않다. 'Derailed', 'Shattered', 그리고 'Deception'만으로 충분하니까.

이제 이런 스토리는 그만 합시다. 배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이런 영화는 이제 그만!

2008년 4월 25일 금요일

떠오르는 카스피안 왕자 - 벤 반스

영국배우 벤 반스(Ben Barnes)를 처음 보게 된 건 작년 여름 개봉한 판타지 영화 '스타더스트(Stardust)'에서 였다.

벤 반스는 '스타더스트'에서 주인공 트리스탄의 아버지, 던스탄이 젊었을 때 돌벽을 넘어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씬에서 젊었을 적 던스탄으로 출연했던 배우다.

그러나, 그의 출연시간은 길지 않았다.


▲영화 '스타더스트'에서의 벤 반스

하지만, 개봉을 앞둔 또다른 판타지 영화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 프린스 카스피안(The Chronicles of Narnia: Prince Caspian)'에선 사정이 달라 보인다.

벤 반스가 카스피안 왕자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 프린스 카스피안'


▲가운데가 벤 반스

인터테인멘트 위클리는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 프린스 카스피안'을 '인디아나 존스 4' 다음으로 흥행성공할 영화로 전망하면서 그 이유로 벤 반스가 출연한다는 것을 꼽았다.

"The first movie made $292 million, and that was without a hottie prince in the lead role." - EW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 프린스 카스피안' 프리뷰에서도 영화 얘기는 없고 벤 반스에 대한 얘기가 전부였다.


▲EW의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 프린스 카스피안' 프리뷰 페이지

남성 매거진 GQ 5월호에서도 벤 반스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GQ에 실린 벤 반스 사진은 사실 옷 선전이 전부다.

하지만, 벤 반스가 무명에서 주목받는 신인배우 중 하나로 변신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GQ 5월호 1


▲GQ 5월호 2


▲GQ 5월호 3

연예, 남성 매거진 뿐만 아니라 어린이용 매거진에서도 닉 반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Nickelodeon에서 발행하는 Nick Mag 5월호 표지 주인공 역시 '카스피안 왕자' 였다.


▲Nick Mag 5월호

벤 반스는 1981년 영국태생에 키는 6피트란다.

10년 뒤엔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될만한 물건으로 성장해 있을까?

너무 'Pretty Boy' 스타일이란 점과 목소리가 살짝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눈여겨 볼만할 것 같다.



어지간하면 이번 포스팅에선 007 얘기 안 하려고 노력했는데 막판에 와서 무너지는구만...ㅠㅠ

까놓고 말해서 내가 이것 아니면 남자배우에 관심 가질 일이 있겠수?

사고난 두 번째 본드카는 알파 로메오

아스톤 마틴 DBS에 이어 알파 로메오까지!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촬영현장에서 또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북부 가르다 호수(Lake Garda)에서 아스톤 마틴 DBS가 호수로 뛰어드는 사고가 난지 닷새 만에 이번엔 스턴트맨이 몰던 알파 로메오159가 촬영중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파 로메오 159

가르다 호수로 뛰어든 아스톤 마틴 DBS 사고는 아스톤 마틴 엔지니어가 프레스 이벤트에 가던 길에 과속운전으로 생긴 사고로 영화촬영과는 무관했다.

하지만, 알파 로메오 사고는 사정이 다르다. 스턴트맨이 자동차 추격씬 촬영중에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부상 정도도 아스톤 마틴 사고보다 심각하다. AP에 의하면 스턴트맨 Aris Comninos는 머리를 크게 다쳐 사고현장에서 헬리콥터편으로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Aris Comninos가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전했다.


▲알파 로메오 사고현장

007 시리즈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 촬영에 참여했던 베테랑 스턴트맨 Aris Comninos는 알파 로메오를 몰고 제임스 본드의 아스톤 마틴 DBS를 추격하는 악당역으로 자동차 추격씬을 촬영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ON 프로덕션은 Aris Comninos의 알파 로메오 충돌사고 이후 가르다 호수에서의 촬영을 중단했다.

2008년 4월 24일 목요일

본드카 또 사고∙∙∙스턴트맨 중상

007 제작팀이 잇다른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가르다 호수 주변에서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의 자동차 액션씬을 촬영중이던 자동차가 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 그리스인 스턴트맨이 중환자실로 실려갔다고 AFP가 전했다.

EW가 예상한 금년 여름 흥행 1위 영화는?

미국 연예 주간지 인터테인메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의 'Summer Movie Preview' 이슈 커버에 인디아나 존스가 나타났다(왼쪽 사진).

인디아나 존스가 인터테인멘트 위클리 커버보이가 된 건 금년들어 두 번째다.

이번 이슈 제목이 괜시리 'Summer Movie Preview'인 건 아니다. 개봉을 앞둔 100편의 2008년 여름시즌 개봉영화 프리뷰가 실렸으니까.

아, 물론 커버에 인디아나 존스가 실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인터테인멘트 위클리도 '인디아나 존스 4(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가 2008년 여름시즌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니까.

그렇다. 인터테인멘트 위클리도 '인디아나 존스 4'를 금년 여름 최고 흥행작이 될 것으로 내다 봤다.

인터테인멘트 위클리는 금년 여름 흥행성공이 예상되는 10편의 영화를 골랐는데, 이 중에서 '인디아나 존스 4'를 1위로 선택하고 3억5590만불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인디아나 존스 4'가 흥행성공할 이유도 걸작이다.

"After all these years, will audiences be interested in some old guy in a fedora? Uh, yeah."

캬아 캬캬캬캬~


▲인터테인멘트 위클리의 BOX OFFICE PREDICTIONS

'인디아나 존스 4' 개봉을 앞두고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인기가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것이다. 순수 오리지날 영화 캐릭터 중에서 인디아나 존스 만큼 폭넓은 인기를 끌고있는 캐릭터도 드문 것 같다.

미국에선 너도 나도 '인디아나 존스 4'를 금년 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꼽고 있으니 인터테인멘트 위클리의 선택이 놀라울 것도 없다.

2위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 프린스 카스피안(Chronicles of Narnia: Prince Caspian)'도 그다지 놀랍지 않은 선택이다. 판타지 영화는 여름보단 겨울철에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인터테인멘트 위클리는 1편이 매력적인 왕자 없이도 2억9천2백만불을 벌어들였다면서 이번엔 3억불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3위로는 소니 픽쳐스의 윌 스미스 주연 수퍼히어로 영화 '핸콕(Hancock)'을 꼽았다. 작년말 개봉한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의 씁쓸함을 날려버릴 영화로 기대하고 있는 영화다. '핸콕' 또한 놀랍지 않은 선택이다. 인터테인멘트 위클리는 'Will Smith. Superhero. July 4 weekend. 'Nuff said.'라고 했다.

4위는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WALL-E', 5위는 파라마운트의 수퍼히어로 영화 '아이언맨(Ironman)', 6위는 워너 브러더스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7위는 파라마운트의 3D 애니메이션 '쿵푸 판다(Kung Fu Panda)', 8위는 유니버설의 액션/어드벤쳐 영화 'The Mummy: Tomb of the Dragon Emperor', 9위는 유니버설의 수퍼히어로 영화 '인크레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마지막으로 10위는 드림웍스 픽쳐스의 벤 스틸러스 주연 코메디 영화 '트로픽 썬더(Tropic Thunder)'가 인터테인멘트 위클리 탑10에 올랐다.

007 시리즈는 리메이크 해야 한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이 거의 6억불을 벌어들이며 흥행성공한 데 이어 금년 11월엔 줄거리가 이어지는 속편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한다.

그렇다. 줄거리가 이어진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카지노 로얄'이 끝난 2분 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2년만에 나오지만 영화상에선 2분차밖에 나지 않는다.

'카지노 로얄'이 거의 6억불을 벌어들일 정도로 성공했으니 2분 뒤부터 줄거리를 이어받는 속편을 만들어 한번 더 울궈먹겠다는데 뭐라 할 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본드23'까지 '콴텀 오브 솔래스'의 3분 후부터 시작한다면 약간 곤란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은근 슬쩍 투명 자동차를 다시 불러들일 것인가?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버티고 있는데 레이저 나가는 시계, 갈고리가 발사되는 허리띠 같은 게 어울릴까?

007 시리즈가 계속되는 한 언젠가는 다시 그쪽으로 돌아갈 것은 분명하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런 007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기 때문이다. 007 제작팀은 '카지노 로얄 포뮬라'가 통하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쪽'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금년말 개봉하는 '콴텀 오브 솔래스'가 흥행실패하면 당장 '본드23'부터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분간은 '카지노 로얄 포뮬라'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가젯과 본드카는 당분간 잊고 '카지노 로얄', '콴텀 오브 솔래스' 스타일을 유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007 시리즈가 어느 쪽을 택하든 미덥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사실적이냐 판타지냐는 스타일 문제를 떠나 스크린라이터들이 만들어낸 스토리가 미덥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선 이언 플레밍 원작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스크린라이터들이 오리지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리고, 이것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언 플레밍의 원작이 바닥나고 007 시리즈 베테랑 스크린라이터 리처드 메이밤마저 세상을 떠난 뒤 007 시리즈가 어떻게 됐는지 돌아보게 된다. '투모로 네버 다이', 'The World is Not Enough', '다이 어나더 데이'가 좋은 예다.

처참한 스크립트로 망가졌던 007 시리즈를 되살려 놓은 건 '카지노 로얄'이다. 낼모레면 플레밍이 사망한지 50주년이지만 다 죽어가는 제임스 본드를 살리기 위해선 플레밍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내친 김에 플레밍의 원작소설로 다시 돌아가는 건 어떨까?

'콴텀 오브 솔래스'가 '카지노 로얄'의 2분 후부터 줄거리가 이어지므로 사실상 '카지노 로얄' 시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지노 로얄'을 1편이라고 한다면 '콴텀 오브 솔래스'는 1.5편격일 뿐 완전히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숏 스토리기 때문에 소설 시리즈 순서와도 별 상관 없다.

다음 번 007 영화(본드23) 제목을 'Live and Let Die'로 정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올 것 같으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생뚱맞은 제목, 발로 쓴 듯한 오리지날 스토리 걱정은 끝이다.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목과 줄거리를 모두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처럼 제목은 이언 플레밍의 숏 스토리에서 따오고 줄거리는 '카지노 로얄'과 연결시키는 등 플레밍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힘든 노력을 할 필요도 없어진다.

뿐만 아니라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를 멋지게 연기할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버티고 있다.

물론, '새롭지 않다'는 문제는 있다. '새로운 소잿감이 없으니까 옛 것으로 되돌아가는 거냐'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리지날 스토리를 매번 새로 만든다 해도 얼마나 새롭겠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새로 만들어 봤자 제임스 본드 스토리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그런데 굳이 새로 만든 스토리에만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자칫하다간 '투모로 네버 다이', '다이 어나더 데이' 시절로 되돌아가면서 흉하게 망가질 수도 있는데 이럴 바엔 '원작 재탕하기'라는 비난을 듣는 게 낫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짚어봐야 할 것 같다. 당장 '썬더볼 (Thunderball)'을 다시 영화화할 생각을 한다는 것 부터 상당히 스릴 넘치는 아이디어다. EON 프로덕션이 '썬더볼'을 리메이크 한다고 하면 2006년 세상을 떠난 케빈 맥클로리의 유령(SPECTRE)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 말이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다. 우리에겐 이들이 있으니까...

2008년 4월 23일 수요일

알 파치노에 빼앗긴 '88 Minutes'

잭 그램(알 파치노)는 법정신의학 전문 대학교수다. 그는 시리얼 킬러 존 포스터(닐 맥더너프)가 사형선고를 받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잭 그램에게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온다 - 그가 88분내에 죽는다는 것이다.

그리곤 카운트다운을 한다.

도대체 누가 잭에게 이런 전화를 왜 거는 것일까?



정답: 전혀 관심 없다.

처음 몇 분 지나자마자 곧바로 김이 다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시리얼 킬러 존 포스터가 수감돼 있는데도 그가 이전에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반복 발생하면서 포스터의 사형선고를 유도한 잭 그램을 압박하고, 잭에게 '88분내에 죽는다'는 알 수 없는 협박전화가 걸려온다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주인공, 잭 그램이 처한 상황 설정까지는 그럴싸 하지만 잭이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 즉 스토리가 어이없을 정도로 산만하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88분 안에 죽는다'는 전화가 걸려오면서 스토리가 시작하는 만큼 시간에 쫓기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 느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스릴, 서스펜스와는 88만광년쯤 떨어진 영화였다.

참신한 소재와 줄거리 같은 건 기대하지도 않았다. '시리얼 킬러', '협박전화', '시간에 쫓긴다' 모두 흔해빠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대로 다듬기만 했다면 그런대로 볼만한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88 Minutes'는 짜임새 없는 스토리를 절룩거리며 이어가다가 마지막에 가서 반전 같지도 않은 반전으로 뒷통수 치는 시늉하며 마무리 짓는 전형적인 3류 미스테리 스릴러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전부였다.

스토리 뿐만 아니라 캐릭터도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다.

알 파치노는 형사가 분명히 아닌데 영화에선 노련한 형사처럼 나온다. 경찰도 아니고 형사도 아닌 '훈련받지 않은 자'가 위험에 처한다는 설정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잭 그램은 위기에 처한 대학교수가 아니라 전문 해결사에 가깝게 보였다. 권총은 물론이고 소포에 폭발물이 들어있는지 스캔하는 장비까지 갖고있더라.



더욱 우스꽝스러운 건 이런 영화에 알 파치노가 나왔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영화가 싸구려틱 하게 보이길래 '아차!' 싶었지만 차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88 Minutes'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에서 와이드 개봉한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알 파치노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한 것일까? 그가 출연한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힐만한 영화를 왜 찍은 것일까?

영화야 어떻든 유명한 배우를 캐스팅하고 볼 일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 였을까?

아니면, '알 파치노'라는 이름만 보고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영화관객들로부터 88분을 빼앗기 위해서 였을까?

88분이 전부였으면 '땡큐'겠지만 이것도 아니다. 영화 제목은 '88 Minutes'인데 상영시간은 더 길더라. 완전 사기다!!

'88 Minutes'는 더이상 길게 얘기할만한 가치가 없는 영화다. 알 파치노가 나오는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라길래 아무리 못해도 중간은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영 아니올시다 였다.

제한된 시간에 쫓기는 스릴 넘치는 액션영화는 역시 포르노밖에 없나보다.

2008년 4월 22일 화요일

피어스 브로스난 007 영화의 문제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이는 제임스 본드도 꼼짝 못하는 상대가 있다.

바로, 스크린라이터다.

영화 스크립트를 쓰는 스크린라이터들이 수상한 스토리를 만들어 놓으면 제임스 본드도 별 수 없이 같이 망가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어스 브로스난이 가장 좋은 예다. 발로 써 놓은 듯한 형편없는 스크립트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게 바로 브로스난이다.

'투모로 네버 다이', 'The World is Not Enough', '다이 어나더 데이'는 007 시리즈 최악의 스크립트 탑10에 들만한 영화들이다. 피어스 브로스난이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형편없는 스크립트가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망쳐놨다는 데 대부분 동의할 정도다.

피어스 브로스난이 형편없는 스크립트의 영화에 당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이언 플레밍 원작이 바닥난 이후에 제임스 본드가 됐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 1탄 '닥터노(1962)'부터 15탄 '리빙 데이라이트(1987)'까지는 플레밍의 원작에서 제목을 따왔다. 그러나, 16탄 '라이센스 투 킬(1989)'부터 플레밍 원작과 무관한 영화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인공만 제임스 본드'인 시리즈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부분적으로 플레밍의 흔적이 남아있긴 했지만 제목부터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에서 벗어나면서 여러모로 낯설게 보였다.

플레밍이 이미 오래 전에 사망했으니 그의 소설이 무한정으로 널려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007 영화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싫든 좋든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는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누가 만드냐'다.

'라이센스 투 킬'을 만들 때만 해도 007 시리즈 베테랑 스크린라이터 리처드 메이밤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그마저 1991년 세상을 떠났다. 1989년작 '라이센스 투 킬'이 메이밤의 마지막 007 영화가 됐다.

플레밍의 원작도 동났는데 베테랑 스크린라이터까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런 시기에 피어스 브로스난이 살인면허를 발부받았다. 그의 007 영화들이 처참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브로스난은 말로만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007'일 뿐 실제론 플레밍과 거의 상관없는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게 됐고, 007 제작팀은 제목이나 줄거리에서 이언 플레밍의 흔적이 사라진 것을 본드걸, 본드카, 가젯 등 '007 영화다운 것들'로 덮으려 했다. 브로스난 시절 본드걸로 출연했던 여배우들 중에 유명한 배우들이 많았다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브로스난의 첫 번째 영화 '골든아이'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태산이다. '투모로 네버 다이'는 어설픈 중국 무술영화 흉내내기에 그쳤고 'The World is Not Enough'는 당시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여배우 드니스 리차드(Denise Richards)를 캐스팅해 미국 청소년층을 공략하려던 게 전부였다. '다이 어나더 데이'는 4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와 최초로 흑인 여배우가 리딩(Leading) 본드걸로 출연한다는 것을 이용해 흑인층을 노린 게 전부였다.

플레밍의 원작은 다 떨어졌고 영화 프로듀서는 가젯, 본드걸, 본드카와 같은 뻔한 볼거리로 울궈먹는 쪽을 택한 데다 스크린라이터들까지 한심한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최근들어 볼거리 위주의 속 빈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 덕분일까?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

아무래도 '제임스 본드 캐릭터 파워 아니겠느냐'고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미래가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제임스 본드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인 만큼 한순간에 사라지거나 잊혀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발로 쓴 듯한 스크립트와 뻔할 뻔자 수준의 본드카, 본드걸, 가젯 레파토리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007 시리즈가 플레밍의 원작소설 '카지노 로얄'로 되돌아갔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007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이 뚜렷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2008)' 이후엔 또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리빙 데이라이트' 본드카의 정체

얼마 전에 본드카를 정리하다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1987년 영화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에 나온 본드카를 아스톤 마틴 볼란테(Aston Martin Volante)로 알고 있었는데 이 이름으로 검색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컨버티블만 뜨는 것이었다.

2008년 4월 20일 일요일

본드카의 수난은 어디까지?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촬영을 위해 공수한 아스톤 마틴 DBS가 호수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AP가 보도했다.

007 제작팀은 이탈리아의 가르다 호수(Lake Garda) 주변에서 아스톤 마틴 DBS와 알파 로메오(Alfa Romeo)의 자동차 추격씬을 촬영중이며, 이를 위해 여러 대의 아스톤 마틴 DBS와 알파 로메오 159 TI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4월 19일 토요일

'정사탈출'의 추억

나는 어렸을 적부터 제임스 본드 영화를 좋아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냐곤 묻지 마라. 나도 잘 모르니까.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영화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쓴 소설이 있으며, 영화가 소설을 기초로 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 소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 손에 들어 온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은 '닥터노(Dr. No)'였다.

그런데, 평범한 소설책이 아니었다. 그림까지 곁들여진 어린이용 책이었다! 일부러 어린이용 책을 찾은 게 아닌데 이상하게도 처음 걸린 제임스 본드 책은 어린이용이었다.

그 당시엔 나도 어렸으니 제임스 본드 소설이 어린이용으로도 모두 나온 줄 알았다.

그러나, 어린이용 제임스 본드 소설은 '닥터노'까지가 전부였다. 그 이후에 구한 제임스 본드 소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문레이커(Moonraker)'는 누렇게 색이 바랜 헌 책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진 양호한 편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 번 책이다.

교X문고에서 추리소설 섹션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언 플레밍의 책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제목이 영 낯설었다.

'정사탈출'?

그렇다. 우리 모두 다 좋아하는 바로 그 '정사(事)'가 제목에 들어가 있었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 제목 중에 '정사'가 들어가는 게 있었는지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가 아무래도 '정사'와 거리가 가장 가까워 보였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처음엔 제임스 본드 소설이 아닌 줄 알았다. 이언 플레밍이 썼다고 죄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훑어보니 '제임스 본드'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임스 본드 소설이 맞는데...?

곧 낯익은 이름이 하나 더 눈에 띄었다: 타티아나.

타티아나라는 이름의 본드걸이 나오는 007 영화를 본 기억이 났다.

그런데, 제목이 뭐였더라...?


▲'정사탈출(?)' 영화 포스터

그렇다.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이었다.

'위기일발' 소설판을 찾은 것이다!

아니 그런데 왜 제목이 '정사탈출'?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지만 계산대를 통과해야 하는 서점에서 쬐그만 넘이 '정사탈출'이란 책을 들고 돌진해야만 하는 난감한 시츄에이션에 봉착!

기왕이면 점원이 '형님'이었으면 했는데 죄다 '누님'들이더라.

그렇다고 들고 튈 수도 없고...ㅠㅠ

성인인 지금도 서점에서 성인잡지 들고 계산대 앞에 서면 자꾸 머리가 근지러워지는 데 저 당시엔 미성년이었으니 오죽했겠수?

하지만, 용기를 냈다. 계산대만 통과하면 그만이다. '저기 정사탈출 녀석 지나간다'는 소리를 매일같이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계산만 하고 나면 점원들을 또 만날 일도 없으니 한번 팔리고 마는 거다.

시치미 뻑 따고 계산대에 '정사탈출'을 떡하니 올려놨다.

"어머머머머머~"

일이 안 풀리려니 점원 누님까지 협조를 안 하시더라.

"쬐그만 게 '정사탈출'이 뭐니? 너 '정사'가 뭔지나 알아?"

'왜, 한번 하실라우?' 라는 소리가 요오오오오오기까지 올라온 걸 삼키고 그저 씨익~


▲'정사탈출(?)' 영문 소설 커버

꽤 오래 전에 산 책이라서 지금은 문제의 '정사탈출'을 갖고있지 않다. 하지만, 어찌 내가 그 책을 잊을 수 있으리오~!

제임스 본드 소설에 요상한 제목을 달았던 출판사가 어디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빌어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반성하십쇼!"

인디아나 존스 "커버보이라 불러다오!"

인디아나 존스가 매거진 커버보이 노릇을 하느라 정신 없다.

'인디아나 존스 4(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Crystal Skull)'가 Vanity Fair 2월호 표지를 장식하더니 미국의 연예 주간지 인터테인멘트 위클리 3월14일 이슈 커버도 인디아나 존스였다.


▲Vanity Fair(왼쪽), 인터테인멘트 위클리(오른쪽)

서점에 갔더니 인디아나 존스 커버의 매거진들이 몇 권 더 눈에 띄었다.

액션피겨 콜렉터를 위한 Toyfare 매거진 6월호 커버에도 인디아나 존스가 버티고 있었고 공상과학 영화 매거진 Scifi 6월호 커버도 역시 인디아나 존스였다.


▲Toyfare(왼쪽), Scifi(오른쪽)

미국 신문 USA Today가 2008년 여름시즌 개봉작 중 흥행성공이 가장 확실시 되는 영화로 '인디아나 존스 4(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Crystal Skull)'를 꼽았고 미국 연예 주간지 인터테인멘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가 선정한 최고의 팬사이트로 '인디아나 존스' 팬사이트가 뽑히기도 했다.

영화개봉에 맞춰 쏟아져나올 액션피겨, 완구, 비디오게임, 기타 등등은 거론할 필요도 없으리라.

미국인들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좋아하긴 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2008년 5월22일이다.

2008년 4월 18일 금요일

만약 채드 존슨이 달라스로 온다면?

씬시내티 뱅갈스(Cincinnati Bengals) 와이드 리씨버(WR) 채드 존슨(Chad Johnson)이 새로운 팀을 찾고있는 것 같다. 채드 존슨은 팀 훈련에 일체 참가하지 않겠다면서 다른 팀으로 이적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채드 존슨이 염두에 두고 있는 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가 소속된 캐롤라이나 팬터스(Carolina Panthers)가 그 중 하나일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채드 존슨과 스티브 스미스는 캘리포니아주 L.A 근교에 위치한 산타 모니카 칼리지(SMC) 풋볼팀 팀메이트였다. SMC는 L.A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유명한(?) 학교다.

그런데, 채드 존슨에 눈독을 들인 팀이 또 하나 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4월26일 열리는 NFL 드래프트에서 와이드 리씨버를 지명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와이드 리씨버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30대를 넘긴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터렐 오웬스(Terrell Owens)를 제외하곤 평균 이상 수준의 선수들이 전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는 와이드 리씨버를 드래프트 한다는 아이디어에 회의적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필요한 건 지금 당장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지 갓 드래프트한 신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달라스 모닝 뉴스는 루키 와이드 리씨버 중에서 첫 해 부터 팀 전력에 보탬이 된 선수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프로리그에 완전히 적응하면서 팀 전력에 보탬이 될 때가 되면 터렐 오웬스(1973년 12월생)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은 이미 은퇴한 뒤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우보이스에 속한 엘리트 선수들과 당장 함께 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지 미래설계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루키를 드래프트 하는 것 보다 현재 NFL에서 뛰고있는 베테랑 선수 중 하나를 데려오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채드 존슨이 속한다.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의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 애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의 엔콴 볼딘(Anquan Boldin), 래리 피츠제랄드(Larry Fitzgerald) 등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이 중 하나가 달라스 카우보이스로 팀을 옮겨 와 터렐 오웬스의 반대편에 라인업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가정이라지만 채드 존슨과 터렐 오웬스가 나란히 라인업 한다는 걸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채드 존슨(왼쪽), 터렐 오웬스(오른쪽)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채드 존슨과 터렐 오웬스(T.O) 모두 '화려한' 선수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채드 존슨은 감정이 실리지 않은 개그 수준이지만 터렐 오웬스는 - 비록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입단한 뒤 많이 달라졌지만 - 다른 선수들과의 불화 등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달라스 모닝 뉴스가 주장한 건 터렐 오웬스와 함께 뛸 재능있는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란스러운 채드 존슨과 터렐 오웬스가 과연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까?

실력있는 선수라고 아무나 영입해도 되는 건 아니다. 터렐 오웬스와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도 조건 중 하나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간 팀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만큼 터렐 오웬스와 사이 좋게 지낼만한 선수인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T.O가 새로 영입한 베테랑 와이드 리씨버와 자꾸 충돌한다면 문자 그대로 난리나기 때문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채드 존슨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건 다 제쳐놓더라도 'T.O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가'를 우선 먼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채드 존슨과 터렐 오웬스가 함께 라인업 하는 걸 상상해 보면 아주 익사이팅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익사이팅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8년 4월 17일 목요일

스티브 맥네어도 은퇴하다니...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 쿼터백(QB), 스티브 맥네어(Steve McNair)가 은퇴를 발표했다.

1995년 휴스턴 오일러스(Houston Oilers)로 NFL 선수생활을 시작한 맥네어는 휴스턴이 테네시로 옮겨가면서 테네시 타이탄스(Tennessee Titans) 소속으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했으며, 타이탄스가 텍사스 대학 출신 쿼터백, 빈스 영(Vince Young)을 드래프트 하자 발티모어 레이븐스로 팀을 옮겼다.

수비는 NFL 톱 클래스지만 공격, 특히 쿼터백의 부재로 전전긍긍하던 발티모어 레이븐스에 스티브 맥네어가 'PERFECT FIT'인 듯 했다. 발티모어 레이븐스를 다시 한번 챔피언쉽 칼리버 팀으로 이끌 베테랑 리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스티브 맥네어는 2006년 시즌 발티모어 레이븐스를 13승3패로 이끌며 기대에 부응했다. 2005년 시즌 6승10패에 그쳤던 팀을 13승을 달성한 플레이오프 팀으로 바꿔놓았던 것.

하지만, 2007년 시즌이 마지막이었다.

맥네어는 부상으로 16 정규시즌 경기 중 겨우 6경기에만 출전했고, 레이븐스는 5승11패로 시즌을 마쳤다. 13승3패 플레이오프 팀에서 5승11패 삽질팀으로 단번에 추락한 것.


▲발티모어 레이븐스 시절 스티브 맥네어

1973년 2월생인 만큼 나이만 보면 은퇴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크고 작은 부상전력.

스티브 맥네어는 부상에 자주 시달려 왔으며, 꽤 심각한 부상임에도 고통을 참고 경기를 뛴 것으로도 유명하다. TV에서 스티브 맥네어 부상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소개하면서 배경음악으로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 주제곡을 사용한 데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스티브 '터미네이터' 맥네어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겠던 모양이다. 13년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으니까...

"My mind was there. Mentally, I could go out and play. But physically, I couldn't do it anymore. Not to the capacity that I need to help my teammates win a football game." - NFL.COM

얼마 전 은퇴한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도 터프가이 중 하나다. 파브도 맥네어와 마찬가지로 미시시피가 고향이다. 남부 출신 '컨트리 보이'들이 터프하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브렛 파브는 수퍼보울 우승반지가 있다. 나이도 맥네어보다 많다.

파브의 은퇴도 아쉽긴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오늘 내일 ' 하던 얘기였기 때문에 결국 올 것이 온 것 같았다.

그러나, 맥네어는 나이도 젊고 수퍼보울 우승반지도 없다.

흑인 쿼터백에 대한 백인들의 조롱과 멸시, 협박을 견디고 NFL 스타 플레이어가 된 맥네어가 수퍼보울 우승반지를 기념품으로 챙길 수 있길 바랬다.

하지만, 13년 선수생활이 전부였나 보다.

2008년 4월 16일 수요일

1.5세라는 게 실감날 때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친구녀석에게 영어 단어를 하나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녀석왈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 때만 해도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뜻을 모르면 모르는 거지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후 몇 년이 흘렀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생각할 때도 영어로 하고, 꿈에서도 영어 더빙(?)이고, 한국인 친구와 대화를 할 때도 영어 반 한국어 반으로 섞어서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띵한 순간을 맞았다. 영어로는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이걸 한국어로 옮기려니 가장 적합한 단어가 무엇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말이다! 머릿속에서 여러 단어들이 뱅뱅 도는데 그냥 쭉 돌기만 하는 거다.

돌아버리겠더라...OTL

이 때 '아, 이게 그 때 그 녀석이 느꼈던 기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한국어를 자주 쓰는데도 알게 모르게 까먹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기본적인 읽고 쓰고 말하기에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한글 단어들을 까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적합한 한글 단어를 고르는 데서 문제가 생기다 보니 그 의미를 길게 풀어 쓰는 버릇이 생겼다. 한 단어로 요약하는 게 잘 안 되니 별 수 없더라. 그래서 사전을 뒤진다. 영어 단어의 의미를 몰라서가 아니라 한국어로 뭐라고 되어있나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국을 다녀오면 많은 게 달라진다.

당장 대화 할 때 선택하는 단어부터 달라진다. 이전엔 사용하지 않던 단어와 표현들까지 써가며 주접을 떤다. 이러니까 '한국 갔다 오더니 입만 살아서 왔다'는 소리를 듣는 거다.

하지만, 얼마 지나면 약발 떨어진다. 오래 못 간다. 다시 영어의 세계로 컴백!

그러나, 미국인들 앞에선 또 다른 얘기다.

이름은 외국이름인데 주소는 미국이다보니 외국인(International)인지 내국인(Domestic)인지 헷갈려 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수고를 한 적도 있다.

한번은 아무개 이벤트에 가서 이러저러한 얘기를 했더니 International인지 Domestic인지를 물었다. Domestic이라고 답했더니 한쪽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시키는대로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그쪽 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내 이름을 슬쩍 보더니 '인터내셔널은 저쪽'이라는 거다. 이때만 해도 그런가부다 하고 순순히 인터내셔널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터내셔널 데스크에 도착하자 명함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명함을 줬더니 '주소가 미국이네' 하는 거다. 설마 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메스틱은 저쪽으로 가라'는 거다!

이런 비슷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당하다 보니 새로운 단어를 하나 만들게 됐다: INTERMESTIC. International과 Domestic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씨댕들, 다 덤벼!

직원: Domestic or International?
나: Intermestic.
직원: What?
나: I said Intermestic.
직원: Wha...?
나: F-you then.

2008년 4월 14일 월요일

'스트릿 킹' = '트레이닝 데이' 리믹스

데이빗 에이어(David Ayer)가 손을 댔다 하면 LAPD(Los Angeles Police Department)가 나온다. 댄젤 워싱턴에게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안긴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도 LAPD 이야기였다.

데이빗 에이어 영화엔 특징이 한가지 더 있다: 비리 경찰이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댄젤 워싱턴에게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안긴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도 비리 경찰 이야기였다.

그의 2008년 신작 '스트릿 킹(Street King)' 역시 부패한 L.A 경찰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 '스트릿 킹'도 흔해 빠진 'Good Cop-Bad Cop' 영화다.



LAPD와의 인연은 데이빗 에이어가 전부가 아니다. L.A 형사로 나온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도 90년대 액션영화 '스피드(Speed)'로 LAPD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스피드'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리브스가 연기한 톰 러들로우 형사는 아내와 사별한 뒤 술로 달래는 멜 깁슨틱한 캐릭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뒤 분간 안 하고 밀어부치는 나름 터프한 형사다. 갱스터들을 일방적으로 사살한 뒤 총격전이 벌어져 불가피하게 사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현장을 꾸밀 줄도 안다.

'스트릿 킹'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키아누 리브스가 거친 L.A 형사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키아누 리브스(1964년생)도 이젠 'Pretty Boy' 소리를 들을 나이가 아니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터프가이가 되는 건 아니다. 리브스보다 훨씬 어린 크리스 에반스(1981년생)를 동료 형사 '디스코'로 캐스팅해 리브스가 에반스를 'Princess'라고 부르는 씬까지 넣어가며 '터프가이 만들기'를 한 것 같지만 키아누 리브스를 브루스 윌리스처럼 보이도록 하는 착시효과는 '글쎄올시다' 수준이다.


▲왼쪽부터: 크리스 에반스, The Game, 키아누 리브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톰 러들러우는 멜 깁슨의 마틴 릭스, 브루스 윌리스의 존 맥클레인만 흉내내는 게 아니다. '트레이닝 데이'에서 이튼 호크(Ethan Hawke)가 연기했던 캐릭터, 제이크도 흉내낸다.

'트레이닝 데이'의 제이크를 흉내내려면 알론조(댄젤 워싱턴)가 필요하지 않냐고?

그래서 포레스트 위태커가 LAPD 캡틴으로 나온 것 아니겠수?

댄젤 워싱턴이 '트레이닝 데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 이번엔 'The Last King of Scotland'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위태커로 대신한 것처럼 보였다.

키아누 리브스는 포레스트 위태커 앞에선 제프(이튼 헌트)처럼 보이지만 크리스 에반스 앞에선 알론조(댄젤 워싱턴) 시늉을 한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톰 러들로우 형사는 '트레이닝 데이'의 알론조(댄젤 워싱턴)와 제프(이튼 헌트) 중간 정도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지만, 포레스트 위태커와 키아누 리브스는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지 않냐고?

맞다. 포레스트 위태커는 1961년생이고 키아누 리브스는 1964년생이다.

'트레이닝 데이'의 댄젤 워싱턴(1954년생)과 이튼 헌트(1970년생)의 나이차 정도는 돼야 선후배 사이처럼 보이겠지만 '스트릿 킹'에선 키아누 리브스의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얼굴을 이용해 두리뭉실 넘어간 듯.


▲키아누 리브스(왼쪽), 포레스트 위태커(오른쪽)

등장 캐릭터 부터 '트레이닝 데이'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니까 이쯤 됐으면 '스트릿 킹'이 '트레이닝 데이'와 얼마나 흡사한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그렇다면 줄거리를 한번 훑어보자.

톰 러들러우(키아누 리브스)는 문제가 있는 형사다. 톰이 형사 노릇을 계속 할 수 있는 건 그의 보스인 잭(포레스트 위태커)이 형사들의 실수를 덮어주고 조작하는 데 챔피언인 덕분이 크다. 그런데, 톰의 옛 동료였던 테렌스 워싱턴(테리 크루스)이 동료 형사들의 비리를 고발하려고 하고 있으며, 그가 톰의 뒤를 캐고있다는 이야기를 동료 형사들로부터 전해 듣는다. 이에 분노한 톰은 '테렌스의 턱을 날려버리겠다'며 테렌스를 쫓아 마켓에 들어가지만 갑자기 나타난 괴한 2명의 공격을 받고 테렌스가 총에 맞아 죽는다. 테렌스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격한 톰은 테렌스 사건 수사를 담당한 '디스코'(크리스 에반스)와 함께 테렌스를 공격한 괴한 추적에 나선다.

얼핏보면 줄거리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ORIGINALITY'다.

'트레이닝 데이'가 개봉한지 세월이 꽤 지났으니 슬쩍 재탕해도 될 때가 왔다고 생각한 걸까?

경찰 내부 비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부터 '트레이닝 데이'를 연상시킨다. 다른 지역 경찰도 아니고 이번에도 변함없이 LAPD 이야기다. 데이빗 에이어는 '비리 경찰' 하면 'LAPD'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스토리 역시 볼 것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레이닝 데이'의 스토리를 분해했다 순서를 바꿔 재조립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새로울 게 없다.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빤히 보이기 때문에 반전같은 것도 없다. 가장 쇼킹했던 장면을 꼽으라면 코메디언 Cedric the Entertainer가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라고 해야할 듯.

'스트릿 킹'을 그나마 볼만한 영화로 만든 것은 조연들 덕이 크다.

키아누 리스브가 아니라 조연들의 덕이 큰 이유는 간단하다: '스트릿 킹'은 키아누 리브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스트릿 킹'은 제이슨 스테이텀이나 마크 월버그와 같은 배우에게 어울리는 영화지 키아누 리스브와는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포레스트 위태커는 아니다. 만약 '스트릿 킹'에 포레스트 위태커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가 섬짓할 정도다. 주연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보다 포레스트 위태커가 더욱 인상적이었으니까.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에서 캠코더를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었는데 '스트릿 킹'에선 '아카데미가 남우주연상을 거져 주지 않는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포레스트 위태커 팀의 비리를 캐는 LAPD 캡틴 제임스 빅스로 나온 영국배우 휴 라우리(Hugh Laurie)도 눈길을 끈다. 휴 라우리는 FOX의 TV 시리즈 '하우스(HOUSE)'에서 주인공 그레고리 하우스 의사로 출연중인 배우.

또다른 FOX TV 시리즈 'Prison Break'에 Fernando로 출연중인 Amaury Nolasco도 포레스트 위태커의 팀에 소속된 형사로 나온다. 아무래도 '스트릿 킹'이 FOX 영화다보니 FOX TV 시리즈의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등장한 듯.


▲휴 라우리(왼쪽), 포레스트 위태커(오른쪽)

조연 다음으로 빛나는 건 유머다.

'스트릿 킹'은 겉으로 풍기는 진지하고 딱딱한 분위기와는 달리 의외로 유머가 풍부했다. 여기서도 역시 포레스트 위태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부패한 '사기꾼 경찰'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위태커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즐거웠으니까.

하지만, 볼거리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L.A 갱에 대한 영화, 형사영화를 꽤 본 사람들에겐 특별할 게 없는 영화다.

특히, '트레이닝 데이'를 본 사람들에겐 더더욱 특별할 게 없는 영화다. '트레이닝 데이 리믹스' 수준이니까.

'트레이닝 데이'를 아직 안 봤다고? 그럼 보면 된다. '스트릿 킹' 말고 '트레이닝 데이'를...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측 가능할 정도로 내부비리 형사영화 포뮬라에 맞춘 영화는 이젠 '노땡큐'다. 데이빗 에이어가 L.A 범죄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고자 한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할 것이다.

2008년 4월 11일 금요일

인디아나 존스, 켈러그 박스에 뜨다!

마켓에서 씨리얼 섹션 앞을 지나가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양반의 사진이 나온 켈러그(Kellogg) 씨리얼 박스가 눈에 띄었다.

'뉘신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 봤더니...

존스, 인디아나 존스였다.

곧 개봉하는 '인디아나 존스 4(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홍보를 위해 인디아나 존스가 씨리얼 박스에 납신 모양이다.

순간 솟구치는 수집욕!

씨리얼은 먹지 않지만 박스를 먹기(?) 위해 사고야 말았다.


▲켈러그 씨리얼 박스 앞면

그런데, DVD를 공짜로 준단다.

무슨 DVD를 준다는 건지 읽어봤더니 '인디아나 존스' 1탄 DVD를 준다고 한다.

그런데...

'토큰'을 12개 모아서 보내야만 한단다. 박스 하나당 토큰이 1개니까 12박스를 까먹어야 한다.

씨리얼 자주 먹는 사람들이야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식으로 씨리얼도 먹고 토큰 12개 모아 DVD도 공짜로 받을 수 있을테니까.


▲켈러그 씨리얼 박스 뒷면(동그란 게 토큰)

반드시 토큰을 12개 모아야 하는 건 아니다.

토큰이 1개밖에 없는 경우엔 12불(정확하겐 $11.99)을 함께 보내면 된다고. 토큰을 할인쿠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인디아나 존스' DVD 세트를 34불에 구입할 수 있다. 3편의 영화와 보너스 DVD가 포함된 풀세트를 34불에 구입할 수 있는데 토큰 모으고 앉아있을 필요성이...


▲'인디아나 존스' DVD 세트

아무튼, 2008년 5월22일이다!

2008년 4월 9일 수요일

'The Ruins' - 스티븐 킹에 낚이다!

'The Ruins' 소설을 읽고 영화까지 보게 된 건 이것 때문이었다:

"Best horror novel of the new century."
- Stephen King


▲스캇 스미스의 소설 'The Ruins'

스티븐 킹이 저렇게 극찬할 정도라면 소설이 재미있었겠다고?

스티븐 킹한테 영수증을 보내려다 말았수다.

뭐가 어떻길래 그러냐고?

우선 스토리부터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The Ruins'는 멕시코 휴양지에서 노닥거리던 미국인 남녀 대학생 제프, 에이미, 에릭, 스테이시와 독일인 마티아스, 그리스인 파블로 6명이 마야 유적지를 향해 출발하면서 시작한다. 마티아스의 남동생이 고고학자들과 함께 마야 유적지로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자 직접 찾아나서기로 한 것.

일행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지만 마티아스 동생과 고고학자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순간, 정글에 사는 마야 원주민들이 총과 활로 무장한 채 나타나 일행을 포위하더니 산을 내려가지 못하게 한다. 가까이 접근하기만 해도 죽이겠다는 태세다.

영문도 모른 채 정글속에 고립된 6명은 하는 수 없이 구조될 때까지 정글서 버틸 수밖에 없게 된다. 제한된 식량과 물로 버틸 수 있는 데 까지 버텨야 하는 것.

설상가상으로 이들이 캠핑중인 곳엔 덩굴로 사람을 덮쳐 살을 뜯어먹는 괴상한 식물까지 서식하고 있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고립됐다는 것을 눈치챈 6명은 문제의 식물이 유적 이외의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걸 막으려는 원주민들과 사람을 뜯어먹는 괴상한 식물 사이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식물에게 죽느냐, 원주민에게 죽느냐, 자살하느냐,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느냐가 달렸다.



스토리는 그런대로 그럴싸해 보인다고?

그럴지도...

처음엔 그런대로 흥미진진한 편이다. 하지만, 내용이 '공포'보다는 '서바이벌'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갈수록 TV 시리즈 '서바이버(Survivor)'처럼 변해 간다. 마야 유적이나 살을 뜯어먹는 괴상한 식물이 아니라 정글에 고립된 6명의 '서바이벌 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글에 고립된 6명의 옥신각신하는 이야기가 전부가 돼버렸다. 사람을 뜯어먹는 괴상한 식물은 6명이 산속에 고립된 원인을 제공한 게 전부일 뿐 직접적인 공포의 대상도 아니며, 마야 유적의 미스테리는 뒤로 밀어놓고 서바이벌 스토리만 늘어놓다가 막바지에 가서 얼렁뚱땅 마무리 지어버리고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물론, 공포보다는 '조난자들의 심리'를 그리는 게 목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바이벌 이야기로 질질 끌다가 마지막에 가서 반짝하면서 허무하게 마무리 짓는 걸 보다보니 재미보다는 결과가 궁금해 매주마다 시청하게 되는 TV 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Best horror novel of the new century'라고?

동의할 수 없다. 스티븐 킹에게 제대로 낚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책의 겉표지에 써있는 스티븐 킹의 한줄짜리 리뷰를 보지 않았더라면 책을 읽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새삼스럽게 한줄짜리 광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더라.

여기까진 소설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영화버전은 어떨까?



캐릭터 역할이 뒤죽박죽 되고 엔딩이 다르다는 것을 제외하면 스토리 자체는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용이 소설보다 더 빈약해졌다. 소설엔 고립된 6명의 서바이벌 스토리라도 있지만 영화엔 이마저도 흐지부지 넘어간다. 빈약하고 짜임새 없는 스토리는 소설과 다를 게 없는데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서바이벌 스토리까지 건성으로 넘어가 버린 것. 이렇다보니 남은 것이라곤 6명의 아이들이 부상자 치료 목적으로 칼로 베고 자르고 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전부다.

소설을 쓴 스캇 스미스가 스크린플레이까지 맡았으니 스토리를 어정쩡하게 압축한 것도 스미스다. 서바이벌 스토리를 거의 모두 걷어내고, 캐릭터들의 역할을 바꿔치기 하고, 소설과 완전히 다른 엔딩을 만들어낸 것 역시 스캇 스미스의 작품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러닝타임 1시간반의 영화로 압축하기 위해 크고 작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썰렁한 대사도 영화를 망치는 데 한몫 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원작소설을 쓴 장본인이 직접 각색한 영화 치고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미(맨 왼쪽)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정글이나 무인도에 고립되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한다는 내용의 소설과 영화는 한 둘이 아니다. 사람을 뜯어먹고 몸 속으로 침투하는 '무언가'가 나오는 공포영화도 쌔고 쌨다. 참신함이 떨어지더라도 스토리 짜임새와 완성도가 높다면 또다른 문제다. 하지만, 'The Ruins'는 이것도 아니다. 무엇으로 보나 평균미만이다. 소설의 줄거리가 서바이벌에서 미스테리로 옮겨갔더라면 영화 줄거리도 보다 흥미진진해질 수 있었겠지만 소설은 '서바이벌', 영화는 '칼부림'밖에 남는 게 없어 보인다.

마야 유적의 '비밀'과 '미스테리'를 기대한 사람들은 'The Ruins'를 비켜가는 게 좋을 것이다. 얼핏보면 그쪽으로 보이지만 '비밀'과 '미스테리'와는 무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스토리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는 사람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The Ruins'보다 훨씬 나은 영화들이 많으니까.

굳이 영화와 소설 중 나은 것 하나를 꼽으라면 소설이라고 해야겠지만 어지간하면 둘 다 건너뛰시구랴.

2008년 4월 5일 토요일

세상에 이런 극장도 있다!

난 극장시설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편이 아니다. 스크린 크기, 사운드, 좌석 같은 것을 따지지 않는다. 영화를 별 문제없이 볼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됐지 극장시설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꽤 많은 DVD를 갖고있지만 빅 스크린 TV나 홈 시어터 시스템(Home Theater System) 같은 건 없다.

그럼 어떻게 DVD를 보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13인치 노트북 컴퓨터를 배 위에 올려놓고 보곤 했다. 랩탑(Laptop)이 아니라 '배때기탑'으로 사용했던 것. 최근 들어선 17인치 노트북으로 바꾸면서 화면 크기가 약간 커졌지만 노트북 컴퓨터로 DVD영화를 보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참고: 17인치는 무거워서 배때기 위에 안 올림) 영화를 보기만 하면 되지 꼭 빅 스크린 TV와 홈 시어터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봐야 하는 건 아니잖수?

나는 항상 영화 보는 게 첫 째, 기분 내는 건 둘 째다.

그런데, 이게 서서히 바뀌고 있다.

아니다. 빅 스크린 TV와 홈 시어터 시스템을 사고싶어졌다는 게 아니다.

극장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크린이 크고 사운드가 빵빵한 극장이 좋다는 걸 이제 알았냐고?

아니다. 극장시설 타령은 아주 배부른 소리다. 아주 기초적인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극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애용하던 멀티플렉스였는데 이상하게도 극장이름이 자주 바뀌었다. 처음엔 SONY Theater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 이것저것으로 계속 바뀌더니 AMC를 거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 걸렸다. 주인도 계속 바뀐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랴. 극장 체인이 바뀌든, 이름이 바뀌든, 아니면 사장이 바뀌든 난 그저 영화만 보면 그만인데 말이다.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극장이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마크 월버그 주연의 'We Own the Night'을 보러 갔는데 영상만 나올 뿐 사운드가 안 나오는 것이다!

아직 영화가 시작한 게 아니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예고편이 시작할 때까지 사운드가 안 나오는 것이다!

이쯤 되자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계속 사운드가 안 나올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으니 어쩌랴!

밖으로 나가 매니져를 찾았다. 매니져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극장 매니져: 무슨 일?
나: ......
극장 매니져: 무슨 일?
나: 저기 말이지. 사운드가 안 나오는데 말이야...
극장 매니져: (무전기를 뽑아 들며) 오 그래? 몇 번 방이야?
나: (몇 번 방이냔 의미를 이해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림) 2번방...ㅡㅡ;
극장 매니져: 오케이. 금방 사운드 나올꺼야.

이쯤 되니까 내가 지금 극장에 온 건지 아니면 노래방에 온 건지 헷갈리더라.

아무튼, 곧바로 사운드가 나온 덕분에 영화를 보는 덴 별 지장이 없었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멀티플렉스다 보니 가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생기나보다 했다.

그러나,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①영사기가 스크린이 아닌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②포커스가 맞지 않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③와이드 스크린이 아닌 4:3으로 우그려뜨려서 틀어놓는다.
④예고편이 나오다 도중에 뚝 끊기고, 다시 나오다 또 끊기고...
⑤광고가 나오다가 화면이 정지하더니 30분이 넘도록 그 위치 그대로...

이밖에도 크고 작은 트러블이 더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불행중 다행으로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 모든 해프닝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던 것.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극장에 비교적 자주 오던 미국인 중년부부가 있었는데, 영화 'Rendition'의 처음 1시간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화면이 나왔다 안 나왔다를 반복하고 한동안 먹통이 되는 등 온갖 쇼를 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가만 보니까 영화의 처음 1시간 정도가 지나갔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제대로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건 아니니까 뭐...'라고 하자 '그건 그렇지...' 하면서 껄껄 웃더라.

그런데, 그 날도 어김없이 쇼를 했다. 광고와 예고편이 뚝 끊어지는 등 말이 아니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의 불평이 심했는지 그날은 극장 체인에서 사람을 보낸 것 같았지만 예고편이 나오다 뚝 끊어지고, 또 나오다 다시 끊어지기를 반복하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영화가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상이 없었지만 그 미국인 부부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여긴 다신 안 온다'며 떠났다.

나도 이런 환경에선 영화를 제대로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재미도 있었다. 극장에 앉자마자 '오늘은 무사히 볼 수 있을까' 조마조마해지는 게 은근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2007년 겨울부터 이전과 같은 황당한 에러는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 약간의 크고 작은 실수는 여전했지만 누군가 나가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금새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젠 좀 정신을 차렸나 싶었다.

그러더니 2008년 3월을 끝으로 폐쇄...ㅠㅠ

상영중인 영화 업데이트가 갑자기 중단되어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 했더니 전화도 다 끊어졌더라.

그냥 집어친 듯...ㅡㅡ;

2008년 4월 4일 금요일

'Nim's Island' - NIM도 보고 낚시도 하고...

소설가 알렉산드리아 로버(조디 포스터)는 넓게 트인 곳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광장 공포증(Agoraphobia)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에 홀로 틀어박혀 생활한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상의 캐릭터 알렉스 로버(저라드 버틀러)와 함께 생활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있으며, 환각상태에서 알렉스 로버와 대화까지 하는 제정신이 아닌 양반이다.

알렉스 로버를 주인공으로 하는 어드벤쳐 소설 집필에 열심이던 알렉산드리아는 남태평양의 외딴 화산섬을 배경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섬에 대한 정보수집을 하다가 우연히 님(Nim)이라는 여자 아이(애비게일 브리슬린)가 과학자 아버지 잭 루소(저라드 버틀러)와 단 둘이 살고있는 섬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으로 이메일을 보낸 알렉산드리아는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잭 루소가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님 혼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걸 알게된다.

아파트 문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처지의 알렉산드리아가 님이 살고있는 섬까지 갈 수 있을까? 그녀가 만든 소설상의 액션 히어로처럼 님을 도와줄 수 있을까?

'Nim's Island'는 저라드 버틀러, 조디 포스터가 나오는 어린이용 어드벤쳐 코메디 영화다. 조디 포스터는 어린이용 어드벤쳐 소설 작가로 나오고 저라드 버틀러는 어드벤쳐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 로버와 과학자 잭 루소로 1인2역을 맡았다.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저라드 버틀러가 인디아나 존스의 사촌쯤 돼 보이는 알렉스 로버로 나오는 데다 조디 포스터까지 나온다니 꽤 섹시하게 들렸다.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까진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Nim's Island'는 100%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영화였다.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가 나온다길래 못해도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 시리즈 정도는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어린이 시간대에 방송하는 TV 프로그램 수준이더라.

그런데, 아이들도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영화가 상당히 아동틱 했지만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도 그저 스크린만 말똥말똥 응시할 뿐 유쾌한 표정이 아니었다. 배경 스토리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판타지도 어드벤쳐도 아닌 어정쩡한 패밀리 영화라는 걸 눈치챘는지 다들 시큰둥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한 미국인 아버지는 아이들보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는 '척' 하더라. 아이들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노려보기만 하자 '우와 저거 봐라', '멋지다 멋져!'를 연발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데 '아버지 노릇 하기도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밖엔...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의 연기도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유치원생용 영화를 만들기로 작심하고 나온 모양이더라. 유아용 TV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줄 착각하는 듯한 이들의 모습을 1시간반동안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이란...

버틀러는 둘 째 치더라도 조디 포스터가 망가지는 걸 보는 재미는 있다. 차갑고 지적인 조디 포스터가 자빠지고 부닺치고 야단 법석을 부리는 코메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볼만한 것은 못된다. '미스터 빈(Mr. Bean)'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전부기 때문이다. 아이들용 코메디 영화에 나와서 한번 망가져 보겠다는 것까진 좋았지만 '이건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 중에서 제일 나은 게 아역배우 애비게일 브리슬린(Abigail Breslin)이다.

애비게일 브리슬린이 누구냐고?

작년말 'An American Girl' 트레일러를 보면서 저 아역배우가 '골든 콤파스(The Golden Compass)'의 라이라역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바로 그 아역배우가 애비게일 브리슬린이었다. '골든 콤파스'가 영국소설이라서 미국인 아역배우는 곤란하지 않냐는 '국적문제'가 걸리지만 여러모로 라이라역에 참 잘 어울릴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Interview with the Vampire'에서의 어렸을 적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가 생각나기도 했다.

애비게일은 'Nim's Island'에도 잘 어울렸다. 저라드 버틀러, 조디 포스터 모두 영화내내 엉거주춤해 보였지만 애비게일만은 제 역할을 맡은 것처럼 보였다. 비록 여자판 타잔(타순이?) 시늉을 낸 게 전부였지만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의 꼬마 히로인역에 잘 어울려 보였다.



그러나, 아역배우 하나만으론 충분치 않은 영화다. 영화 자체가 워낙 부족한 게 많기 때문이다. 'Nim's Island'는 오락적인 면으로 보나 어린이용 영화로 보나 수준미달인 영화다. '골든 콤파스'의 화려한 특수효과도 없고 '워터 호스(Water Horse)'의 감동도 없다.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의 액션과 어드벤쳐도 없다.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다는게 전부일 뿐.

어떻게 보면 'Nim's Island'는 어린이보다 부모들을 낚기위해 만든 영화다. 영화 자체는 기저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아이들 영화지만 출연배우들은 부모들에게 친숙한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Nim's Island' 원작소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인기있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Nim's Island를 보러 가자'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 주목!

만약 부모들이 'Nim's Island 보러 가자'고 하면 '그렇게 지루한 영화를 왜 극장까지 가서 돈 주고 보려 하느냐'고 해라.

특히, U2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들은 부모들이 'Nim's Island 보러 가자'고 하면 '차라리 그냥 집에 있겠다'고 해라.

U2의 'Beautiful Day'를 엔딩 타이틀곡으로 사용했을 줄이야! U2가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그룹이었나?

아무튼, 말 나온 김에 뮤직비디오나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