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극장시설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편이 아니다. 스크린 크기, 사운드, 좌석 같은 것을 따지지 않는다. 영화를 별 문제없이 볼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됐지 극장시설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꽤 많은 DVD를 갖고있지만 빅 스크린 TV나 홈 시어터 시스템(Home Theater System) 같은 건 없다.
그럼 어떻게 DVD를 보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13인치 노트북 컴퓨터를 배 위에 올려놓고 보곤 했다. 랩탑(Laptop)이 아니라 '배때기탑'으로 사용했던 것. 최근 들어선 17인치 노트북으로 바꾸면서 화면 크기가 약간 커졌지만 노트북 컴퓨터로 DVD영화를 보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참고: 17인치는 무거워서 배때기 위에 안 올림) 영화를 보기만 하면 되지 꼭 빅 스크린 TV와 홈 시어터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봐야 하는 건 아니잖수?
나는 항상 영화 보는 게 첫 째, 기분 내는 건 둘 째다.
그런데, 이게 서서히 바뀌고 있다.
아니다. 빅 스크린 TV와 홈 시어터 시스템을 사고싶어졌다는 게 아니다.
극장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크린이 크고 사운드가 빵빵한 극장이 좋다는 걸 이제 알았냐고?
아니다. 극장시설 타령은 아주 배부른 소리다. 아주 기초적인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극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애용하던 멀티플렉스였는데 이상하게도 극장이름이 자주 바뀌었다. 처음엔 SONY Theater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 이것저것으로 계속 바뀌더니 AMC를 거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 걸렸다. 주인도 계속 바뀐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랴. 극장 체인이 바뀌든, 이름이 바뀌든, 아니면 사장이 바뀌든 난 그저 영화만 보면 그만인데 말이다.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극장이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마크 월버그 주연의 'We Own the Night'을 보러 갔는데 영상만 나올 뿐 사운드가 안 나오는 것이다!
아직 영화가 시작한 게 아니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예고편이 시작할 때까지 사운드가 안 나오는 것이다!
이쯤 되자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계속 사운드가 안 나올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으니 어쩌랴!
밖으로 나가 매니져를 찾았다. 매니져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극장 매니져: 무슨 일?
나: ......
극장 매니져: 무슨 일?
나: 저기 말이지. 사운드가 안 나오는데 말이야...
극장 매니져: (무전기를 뽑아 들며) 오 그래? 몇 번 방이야?
나: (몇 번 방이냔 의미를 이해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림) 2번방...ㅡㅡ;
극장 매니져: 오케이. 금방 사운드 나올꺼야.
이쯤 되니까 내가 지금 극장에 온 건지 아니면 노래방에 온 건지 헷갈리더라.
아무튼, 곧바로 사운드가 나온 덕분에 영화를 보는 덴 별 지장이 없었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멀티플렉스다 보니 가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생기나보다 했다.
그러나,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①영사기가 스크린이 아닌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②포커스가 맞지 않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③와이드 스크린이 아닌 4:3으로 우그려뜨려서 틀어놓는다.
④예고편이 나오다 도중에 뚝 끊기고, 다시 나오다 또 끊기고...
⑤광고가 나오다가 화면이 정지하더니 30분이 넘도록 그 위치 그대로...
이밖에도 크고 작은 트러블이 더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불행중 다행으로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 모든 해프닝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던 것.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극장에 비교적 자주 오던 미국인 중년부부가 있었는데, 영화 'Rendition'의 처음 1시간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화면이 나왔다 안 나왔다를 반복하고 한동안 먹통이 되는 등 온갖 쇼를 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가만 보니까 영화의 처음 1시간 정도가 지나갔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제대로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건 아니니까 뭐...'라고 하자 '그건 그렇지...' 하면서 껄껄 웃더라.
그런데, 그 날도 어김없이 쇼를 했다. 광고와 예고편이 뚝 끊어지는 등 말이 아니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의 불평이 심했는지 그날은 극장 체인에서 사람을 보낸 것 같았지만 예고편이 나오다 뚝 끊어지고, 또 나오다 다시 끊어지기를 반복하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영화가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상이 없었지만 그 미국인 부부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여긴 다신 안 온다'며 떠났다.
나도 이런 환경에선 영화를 제대로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재미도 있었다. 극장에 앉자마자 '오늘은 무사히 볼 수 있을까' 조마조마해지는 게 은근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2007년 겨울부터 이전과 같은 황당한 에러는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 약간의 크고 작은 실수는 여전했지만 누군가 나가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금새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젠 좀 정신을 차렸나 싶었다.
그러더니 2008년 3월을 끝으로 폐쇄...ㅠㅠ
상영중인 영화 업데이트가 갑자기 중단되어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 했더니 전화도 다 끊어졌더라.
그냥 집어친 듯...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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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ㅋㅋ장사가 안됬나보네요. 극장이 문닫았으니 이제 영화보시려면 딴데 멀리 가셔야겠네요.ㅎㅎ
답글삭제멀어봤자 신호등 몇 개 차이라서 거리상의 불편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답글삭제동네에 극장 하난 무지하게 많다는...
근데 5분거리 차이나는 것도 귀찮답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