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4일 금요일

'Nim's Island' - NIM도 보고 낚시도 하고...

소설가 알렉산드리아 로버(조디 포스터)는 넓게 트인 곳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광장 공포증(Agoraphobia)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에 홀로 틀어박혀 생활한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상의 캐릭터 알렉스 로버(저라드 버틀러)와 함께 생활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있으며, 환각상태에서 알렉스 로버와 대화까지 하는 제정신이 아닌 양반이다.

알렉스 로버를 주인공으로 하는 어드벤쳐 소설 집필에 열심이던 알렉산드리아는 남태평양의 외딴 화산섬을 배경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섬에 대한 정보수집을 하다가 우연히 님(Nim)이라는 여자 아이(애비게일 브리슬린)가 과학자 아버지 잭 루소(저라드 버틀러)와 단 둘이 살고있는 섬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으로 이메일을 보낸 알렉산드리아는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잭 루소가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님 혼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걸 알게된다.

아파트 문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처지의 알렉산드리아가 님이 살고있는 섬까지 갈 수 있을까? 그녀가 만든 소설상의 액션 히어로처럼 님을 도와줄 수 있을까?

'Nim's Island'는 저라드 버틀러, 조디 포스터가 나오는 어린이용 어드벤쳐 코메디 영화다. 조디 포스터는 어린이용 어드벤쳐 소설 작가로 나오고 저라드 버틀러는 어드벤쳐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 로버와 과학자 잭 루소로 1인2역을 맡았다.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저라드 버틀러가 인디아나 존스의 사촌쯤 돼 보이는 알렉스 로버로 나오는 데다 조디 포스터까지 나온다니 꽤 섹시하게 들렸다.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까진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Nim's Island'는 100%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영화였다.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가 나온다길래 못해도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 시리즈 정도는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어린이 시간대에 방송하는 TV 프로그램 수준이더라.

그런데, 아이들도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영화가 상당히 아동틱 했지만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도 그저 스크린만 말똥말똥 응시할 뿐 유쾌한 표정이 아니었다. 배경 스토리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판타지도 어드벤쳐도 아닌 어정쩡한 패밀리 영화라는 걸 눈치챘는지 다들 시큰둥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한 미국인 아버지는 아이들보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는 '척' 하더라. 아이들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노려보기만 하자 '우와 저거 봐라', '멋지다 멋져!'를 연발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데 '아버지 노릇 하기도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밖엔...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의 연기도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유치원생용 영화를 만들기로 작심하고 나온 모양이더라. 유아용 TV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줄 착각하는 듯한 이들의 모습을 1시간반동안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이란...

버틀러는 둘 째 치더라도 조디 포스터가 망가지는 걸 보는 재미는 있다. 차갑고 지적인 조디 포스터가 자빠지고 부닺치고 야단 법석을 부리는 코메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볼만한 것은 못된다. '미스터 빈(Mr. Bean)'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전부기 때문이다. 아이들용 코메디 영화에 나와서 한번 망가져 보겠다는 것까진 좋았지만 '이건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 중에서 제일 나은 게 아역배우 애비게일 브리슬린(Abigail Breslin)이다.

애비게일 브리슬린이 누구냐고?

작년말 'An American Girl' 트레일러를 보면서 저 아역배우가 '골든 콤파스(The Golden Compass)'의 라이라역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바로 그 아역배우가 애비게일 브리슬린이었다. '골든 콤파스'가 영국소설이라서 미국인 아역배우는 곤란하지 않냐는 '국적문제'가 걸리지만 여러모로 라이라역에 참 잘 어울릴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Interview with the Vampire'에서의 어렸을 적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가 생각나기도 했다.

애비게일은 'Nim's Island'에도 잘 어울렸다. 저라드 버틀러, 조디 포스터 모두 영화내내 엉거주춤해 보였지만 애비게일만은 제 역할을 맡은 것처럼 보였다. 비록 여자판 타잔(타순이?) 시늉을 낸 게 전부였지만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의 꼬마 히로인역에 잘 어울려 보였다.



그러나, 아역배우 하나만으론 충분치 않은 영화다. 영화 자체가 워낙 부족한 게 많기 때문이다. 'Nim's Island'는 오락적인 면으로 보나 어린이용 영화로 보나 수준미달인 영화다. '골든 콤파스'의 화려한 특수효과도 없고 '워터 호스(Water Horse)'의 감동도 없다.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의 액션과 어드벤쳐도 없다.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다는게 전부일 뿐.

어떻게 보면 'Nim's Island'는 어린이보다 부모들을 낚기위해 만든 영화다. 영화 자체는 기저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아이들 영화지만 출연배우들은 부모들에게 친숙한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Nim's Island' 원작소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인기있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Nim's Island를 보러 가자'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 주목!

만약 부모들이 'Nim's Island 보러 가자'고 하면 '그렇게 지루한 영화를 왜 극장까지 가서 돈 주고 보려 하느냐'고 해라.

특히, U2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들은 부모들이 'Nim's Island 보러 가자'고 하면 '차라리 그냥 집에 있겠다'고 해라.

U2의 'Beautiful Day'를 엔딩 타이틀곡으로 사용했을 줄이야! U2가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그룹이었나?

아무튼, 말 나온 김에 뮤직비디오나 봅시다.

댓글 2개 :

  1. 조디포스터가 이런 영화에 출연하니 안어울려요.ㅋ
    그래도 조디포스터나오니까 함 봐줘야겠네요.ㅎㅎ

    답글삭제
  2. 'Teenager Movie'가 아니라 'Kindergarken Movie'라는 걸 잊지마시길...
    약간 심하거든요...ㅋ
    작년에 본 '언더독'에 견줄만한 아동영화였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