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24일 목요일

007 시리즈는 리메이크 해야 한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이 거의 6억불을 벌어들이며 흥행성공한 데 이어 금년 11월엔 줄거리가 이어지는 속편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한다.

그렇다. 줄거리가 이어진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카지노 로얄'이 끝난 2분 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2년만에 나오지만 영화상에선 2분차밖에 나지 않는다.

'카지노 로얄'이 거의 6억불을 벌어들일 정도로 성공했으니 2분 뒤부터 줄거리를 이어받는 속편을 만들어 한번 더 울궈먹겠다는데 뭐라 할 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본드23'까지 '콴텀 오브 솔래스'의 3분 후부터 시작한다면 약간 곤란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은근 슬쩍 투명 자동차를 다시 불러들일 것인가?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버티고 있는데 레이저 나가는 시계, 갈고리가 발사되는 허리띠 같은 게 어울릴까?

007 시리즈가 계속되는 한 언젠가는 다시 그쪽으로 돌아갈 것은 분명하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런 007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기 때문이다. 007 제작팀은 '카지노 로얄 포뮬라'가 통하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쪽'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금년말 개봉하는 '콴텀 오브 솔래스'가 흥행실패하면 당장 '본드23'부터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분간은 '카지노 로얄 포뮬라'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가젯과 본드카는 당분간 잊고 '카지노 로얄', '콴텀 오브 솔래스' 스타일을 유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007 시리즈가 어느 쪽을 택하든 미덥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사실적이냐 판타지냐는 스타일 문제를 떠나 스크린라이터들이 만들어낸 스토리가 미덥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선 이언 플레밍 원작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스크린라이터들이 오리지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리고, 이것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언 플레밍의 원작이 바닥나고 007 시리즈 베테랑 스크린라이터 리처드 메이밤마저 세상을 떠난 뒤 007 시리즈가 어떻게 됐는지 돌아보게 된다. '투모로 네버 다이', 'The World is Not Enough', '다이 어나더 데이'가 좋은 예다.

처참한 스크립트로 망가졌던 007 시리즈를 되살려 놓은 건 '카지노 로얄'이다. 낼모레면 플레밍이 사망한지 50주년이지만 다 죽어가는 제임스 본드를 살리기 위해선 플레밍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내친 김에 플레밍의 원작소설로 다시 돌아가는 건 어떨까?

'콴텀 오브 솔래스'가 '카지노 로얄'의 2분 후부터 줄거리가 이어지므로 사실상 '카지노 로얄' 시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지노 로얄'을 1편이라고 한다면 '콴텀 오브 솔래스'는 1.5편격일 뿐 완전히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숏 스토리기 때문에 소설 시리즈 순서와도 별 상관 없다.

다음 번 007 영화(본드23) 제목을 'Live and Let Die'로 정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올 것 같으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생뚱맞은 제목, 발로 쓴 듯한 오리지날 스토리 걱정은 끝이다.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목과 줄거리를 모두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처럼 제목은 이언 플레밍의 숏 스토리에서 따오고 줄거리는 '카지노 로얄'과 연결시키는 등 플레밍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힘든 노력을 할 필요도 없어진다.

뿐만 아니라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를 멋지게 연기할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버티고 있다.

물론, '새롭지 않다'는 문제는 있다. '새로운 소잿감이 없으니까 옛 것으로 되돌아가는 거냐'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리지날 스토리를 매번 새로 만든다 해도 얼마나 새롭겠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새로 만들어 봤자 제임스 본드 스토리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그런데 굳이 새로 만든 스토리에만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자칫하다간 '투모로 네버 다이', '다이 어나더 데이' 시절로 되돌아가면서 흉하게 망가질 수도 있는데 이럴 바엔 '원작 재탕하기'라는 비난을 듣는 게 낫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짚어봐야 할 것 같다. 당장 '썬더볼 (Thunderball)'을 다시 영화화할 생각을 한다는 것 부터 상당히 스릴 넘치는 아이디어다. EON 프로덕션이 '썬더볼'을 리메이크 한다고 하면 2006년 세상을 떠난 케빈 맥클로리의 유령(SPECTRE)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 말이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다. 우리에겐 이들이 있으니까...

댓글 3개 :

  1. SPECTRE-Busters 아닐까요? ㅎㅎㅎ
    저는 리메이크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작에서 뒤틀린 플롯들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뒤틀린 플롯들을 무시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고요...

    죽은 부인의 복수, 필릭스 라이터의 다리 부상 등등등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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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007 영화 시리즈에서 빼먹거나 뒤죽박죽된 부분들 중에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것들이 많죠.

    근데, 리메이크를 하지 않는 이상 되살리기 힘들겠단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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