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에이어 영화엔 특징이 한가지 더 있다: 비리 경찰이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댄젤 워싱턴에게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안긴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도 비리 경찰 이야기였다.
그의 2008년 신작 '스트릿 킹(Street King)' 역시 부패한 L.A 경찰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 '스트릿 킹'도 흔해 빠진 'Good Cop-Bad Cop' 영화다.
LAPD와의 인연은 데이빗 에이어가 전부가 아니다. L.A 형사로 나온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도 90년대 액션영화 '스피드(Speed)'로 LAPD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스피드'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리브스가 연기한 톰 러들로우 형사는 아내와 사별한 뒤 술로 달래는 멜 깁슨틱한 캐릭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뒤 분간 안 하고 밀어부치는 나름 터프한 형사다. 갱스터들을 일방적으로 사살한 뒤 총격전이 벌어져 불가피하게 사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현장을 꾸밀 줄도 안다.
'스트릿 킹'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키아누 리브스가 거친 L.A 형사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키아누 리브스(1964년생)도 이젠 'Pretty Boy' 소리를 들을 나이가 아니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터프가이가 되는 건 아니다. 리브스보다 훨씬 어린 크리스 에반스(1981년생)를 동료 형사 '디스코'로 캐스팅해 리브스가 에반스를 'Princess'라고 부르는 씬까지 넣어가며 '터프가이 만들기'를 한 것 같지만 키아누 리브스를 브루스 윌리스처럼 보이도록 하는 착시효과는 '글쎄올시다' 수준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톰 러들러우는 멜 깁슨의 마틴 릭스, 브루스 윌리스의 존 맥클레인만 흉내내는 게 아니다. '트레이닝 데이'에서 이튼 호크(Ethan Hawke)가 연기했던 캐릭터, 제이크도 흉내낸다.
'트레이닝 데이'의 제이크를 흉내내려면 알론조(댄젤 워싱턴)가 필요하지 않냐고?
그래서 포레스트 위태커가 LAPD 캡틴으로 나온 것 아니겠수?
댄젤 워싱턴이 '트레이닝 데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 이번엔 'The Last King of Scotland'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위태커로 대신한 것처럼 보였다.
키아누 리브스는 포레스트 위태커 앞에선 제프(이튼 헌트)처럼 보이지만 크리스 에반스 앞에선 알론조(댄젤 워싱턴) 시늉을 한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톰 러들로우 형사는 '트레이닝 데이'의 알론조(댄젤 워싱턴)와 제프(이튼 헌트) 중간 정도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지만, 포레스트 위태커와 키아누 리브스는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지 않냐고?
맞다. 포레스트 위태커는 1961년생이고 키아누 리브스는 1964년생이다.
'트레이닝 데이'의 댄젤 워싱턴(1954년생)과 이튼 헌트(1970년생)의 나이차 정도는 돼야 선후배 사이처럼 보이겠지만 '스트릿 킹'에선 키아누 리브스의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얼굴을 이용해 두리뭉실 넘어간 듯.
등장 캐릭터 부터 '트레이닝 데이'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니까 이쯤 됐으면 '스트릿 킹'이 '트레이닝 데이'와 얼마나 흡사한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그렇다면 줄거리를 한번 훑어보자.
톰 러들러우(키아누 리브스)는 문제가 있는 형사다. 톰이 형사 노릇을 계속 할 수 있는 건 그의 보스인 잭(포레스트 위태커)이 형사들의 실수를 덮어주고 조작하는 데 챔피언인 덕분이 크다. 그런데, 톰의 옛 동료였던 테렌스 워싱턴(테리 크루스)이 동료 형사들의 비리를 고발하려고 하고 있으며, 그가 톰의 뒤를 캐고있다는 이야기를 동료 형사들로부터 전해 듣는다. 이에 분노한 톰은 '테렌스의 턱을 날려버리겠다'며 테렌스를 쫓아 마켓에 들어가지만 갑자기 나타난 괴한 2명의 공격을 받고 테렌스가 총에 맞아 죽는다. 테렌스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격한 톰은 테렌스 사건 수사를 담당한 '디스코'(크리스 에반스)와 함께 테렌스를 공격한 괴한 추적에 나선다.
얼핏보면 줄거리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ORIGINALITY'다.
'트레이닝 데이'가 개봉한지 세월이 꽤 지났으니 슬쩍 재탕해도 될 때가 왔다고 생각한 걸까?
경찰 내부 비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부터 '트레이닝 데이'를 연상시킨다. 다른 지역 경찰도 아니고 이번에도 변함없이 LAPD 이야기다. 데이빗 에이어는 '비리 경찰' 하면 'LAPD'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스토리 역시 볼 것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레이닝 데이'의 스토리를 분해했다 순서를 바꿔 재조립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새로울 게 없다.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빤히 보이기 때문에 반전같은 것도 없다. 가장 쇼킹했던 장면을 꼽으라면 코메디언 Cedric the Entertainer가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라고 해야할 듯.
'스트릿 킹'을 그나마 볼만한 영화로 만든 것은 조연들 덕이 크다.
키아누 리스브가 아니라 조연들의 덕이 큰 이유는 간단하다: '스트릿 킹'은 키아누 리브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스트릿 킹'은 제이슨 스테이텀이나 마크 월버그와 같은 배우에게 어울리는 영화지 키아누 리스브와는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포레스트 위태커는 아니다. 만약 '스트릿 킹'에 포레스트 위태커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가 섬짓할 정도다. 주연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보다 포레스트 위태커가 더욱 인상적이었으니까.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에서 캠코더를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었는데 '스트릿 킹'에선 '아카데미가 남우주연상을 거져 주지 않는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포레스트 위태커 팀의 비리를 캐는 LAPD 캡틴 제임스 빅스로 나온 영국배우 휴 라우리(Hugh Laurie)도 눈길을 끈다. 휴 라우리는 FOX의 TV 시리즈 '하우스(HOUSE)'에서 주인공 그레고리 하우스 의사로 출연중인 배우.
또다른 FOX TV 시리즈 'Prison Break'에 Fernando로 출연중인 Amaury Nolasco도 포레스트 위태커의 팀에 소속된 형사로 나온다. 아무래도 '스트릿 킹'이 FOX 영화다보니 FOX TV 시리즈의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등장한 듯.
조연 다음으로 빛나는 건 유머다.
'스트릿 킹'은 겉으로 풍기는 진지하고 딱딱한 분위기와는 달리 의외로 유머가 풍부했다. 여기서도 역시 포레스트 위태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부패한 '사기꾼 경찰'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위태커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즐거웠으니까.
하지만, 볼거리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L.A 갱에 대한 영화, 형사영화를 꽤 본 사람들에겐 특별할 게 없는 영화다.
특히, '트레이닝 데이'를 본 사람들에겐 더더욱 특별할 게 없는 영화다. '트레이닝 데이 리믹스' 수준이니까.
'트레이닝 데이'를 아직 안 봤다고? 그럼 보면 된다. '스트릿 킹' 말고 '트레이닝 데이'를...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측 가능할 정도로 내부비리 형사영화 포뮬라에 맞춘 영화는 이젠 '노땡큐'다. 데이빗 에이어가 L.A 범죄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고자 한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할 것이다.
吳공본드님 덕에 안 볼 영화만 늘어난다능~
답글삭제포레스트 휘태커 아찌의 아카데미 시상식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흑인인 나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스티븐 신발 아찌가 있어 뒤에 가리기는 했지만, 키아누의 무표정 연기도 막장 수준이죠. ㅋㅋㅋ
저도 스트릿킹 별로 끌리지 않는 영화였는데 역시나 별로인것같네요.ㅋㅋ 개인적으로 키아누리브스는 매트릭스나 콘스탄틴 이미지가 강해서...ㅋㅋ
답글삭제키아누 리브스는 너무 곱상하게 생겨서 터프가이 시늉하면 좀 웃긴다는...ㅡㅡ;
답글삭제무표정 연기도... 귀엽죠...ㅡㅡ;
'매트릭스' 시리즈는 별로 안 좋아해서 모르겠구요.
아무래도 제가 SF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