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일 금요일

'007 뷰투어킬' 주제곡과 "화이야~ 화이야~"

80년대 영화음악을 논하면서 인간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곡이 하나 있다. "BAM!" 하면서 시작해서 "Dance into the fire~! That fatal kiss is all we need~!!" 하던 영화 주제곡이다.

그렇다. 바로 듀란 듀란(Duran Duran)이 부른 1985년작 제임스 본드 영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의 주제곡이다.

아래 이미지는 서울극장에서 판매했던 '뷰투어킬' 프로그램(위)과 일본판 프로그램(아래). 한국판이 사이즈가 약간 작은 것을 제외하고 내용과 디자인은 거의 똑같다.

(그 때부터 제대로 보관할 줄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서울극장에서 산 한국판 프로그램은 지금 거진 걸레가 되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이 블로그의 이름 '吳공본드'의 '吳'는 제임스 본드가 핸드건을 들고 서있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다. 아래의 '뷰투어킬' 프로그램 이미지를 보면 이해가 될 듯.)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영화 '뷰투어킬'은 사실 볼 게 하나도 없는 영화다. 로저 무어(Roger Moore)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정도로 기억될 뿐 그 이외로 기억에 남을 만한 것들이 많지 않은 영화다.

그.러.나...

영화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주제곡이다. 듀란듀란이 부른 '뷰투어킬'은 미국 빌보드 챠트 1위에 오른 유일한 제임스 본드 주제곡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 중 세계적인 히트곡들이 여러 곡 있지만 미국 빌보드 챠트 1위에 오른 건 지금까지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이 유일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뷰투어킬'은 '가장 성공한 제임스 본드 주제곡' 또는 '최고의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불리고 있다.

아래 이미지는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 영국판 7인치 싱글 앞면(상), 뒷면(중), 그리고 디스크(하).





'뷰투어킬'이 개봉했을 때 사운드트랙 앨범을 카세트 테이프와 LP로 구입했었는데, 듀란 듀란이 부른 '뷰투어킬'을 처음 듣자 마자 바로 이 노래에 중독되었다. 계속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이 노래를 많이 들었는지 집에서 이런 해프닝도 있었다.

父: (내가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을 보며) 너 또 "화이야~" 하는 노래 틀려고 하지?
子: ????
父: 왜 그거 있잖아, "어쩌구 화이야~ 화이야~" 하는 거 말이야.
子: ?!?! 아니 그 노래를 어떻게 알...?
父: 네가 얼마나 많이 틀었으면 내가 다 "화이야~ 화이야~" 하는 걸 알겠냐? 너 또 그거 틀려고 하지?
子: ....
父: (체념한 듯 방으로 들어가며) 흐이그, "화이야~ 화이야아~!"

여기서 "화이야"는 '뷰투어킬'의 가사 'Dance into the Fire'에서 'FIRE'다. 'Dance into the Fire'가 후렴인데다 계속 반복되어 나오다 보니 우리 아버지도 그 부분을 외워서 "화이야, 화이야" 하셨던 것이다.

그 때 내가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을 하도 많이 틀었기 때문인지 우리 집 식구들은 "화이야 화이야" 하는 노래라고 하면 아직도 기억한다.

물론 요새는 그 때 만큼 그 노래를 자주 듣진 않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내가 가장 자주 듣는 007 시리즈 주제곡 중 하나다. 진짜로 좋은 노래, 또는 진짜로 좋아하는 노래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질리지 않는 모양이다. 영화 '뷰투어킬'이 1985년작이므로 주제곡도 그 때 나왔을 테니 이미 26년이 된 곡인데도, 지금 들어도 그 때 처음 들었던 그 느낌 그대로다.

그럼 마지막으로 듀란 듀란이 부른 '뷰투어킬'을 들어보기로 하자.



댓글 4개 :

  1. 저도 정말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화이야, 화이야... 재밌습니다.

    전 그때 어렸을적인데 85년에 사운드트랙 LP를 사러갔더니
    레코드 가게 아저씨가 듀란 듀란 좋아하면 그거 사지말고 이거 사봐 하면서 The Reflex가 있는 판을 권하더라고요.
    뿌리치고 뷰 투 어 킬을 샀더니 아저씨가 참 취향도 독특한 학생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전주도 박력있고 중간에 간주도 멋지고, 작게 들려오는 기타 프레이즈도 훌륭하고...
    보컬이 약간 코맹맹이 술취한 목소리긴 하지만 나름 매력이 있었고...

    땐스 인투 더 화이야~...^^
    아 그런데 이곡의 주선율은 존 베리가 작곡한 건 가요? 아니면 듀란듀란의 멤버들이 작곡한 건가요?
    크레딧에는 공동 작곡으로 되어있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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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듀란 듀란이 대부분 작곡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007 시리즈 작곡가가 노래를 다 만들고 보컬만 맡긴 경우도 있지만,
    몇몇 뮤지션들은 자신의 곡을 가지고 오기도 했거든요.
    뷰투어킬은 듀란듀란과 존 배리의 공동 작곡으로 되어있는데요,
    아마도 듀란듀란이 큰 틀을 만들고 존 배리가 이것 저것 보탠 게 아닐까 합니다.

    금년 초에 듀란듀란이 미국에서 공연을 가졌다는데요,
    뷰투어킬을 부르며 존 배리를 추모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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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시 80년대의 전형적인 장발 스타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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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래도 헤비메탈 하던 사람들에 비하면 저 정도는 양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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