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둘러보니 미국서 79년만에 엽서가 배달됐다는 기사가 있었다. 1929년 옐로우스톤에서 보낸 엽서가 79년이 지나서야 보스턴에 배달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왠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6~7년전 나도 이와 비슷한 사건을 직접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79년씩이나 기다린 건 아니지만 못해도 79일은 기다렸던 것 같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상품이 동네 우체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우체부가 도착한 소포를 배달하려 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자 우체통에 쪽지를 남겨놓고 패키지를 다시 우체국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다음날 우체국으로 소포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우체국에 소포가 없다는 것이다. 패키지가 깜쪽같이 사라진 것.
상황은 갈수록 '멍멍이'같아졌다.
인터넷 쇼핑몰은 '우린 물건을 보냈으니 책임 없다'고 하고 우체국에선 사과는 했지만 결론은 '보험을 안 샀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아침마다 우체국으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내가 우체국에 들어서기만 하면 담당 매니져가 알아서 나왔지만 결론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배상은 못해주겠다'는 데서 변동이 없었다.
소포를 마지막으로 만졌던 우체부라도 질책하고 싶었지만 몇 년동안 친하게 지낸 흑인 아줌마라서 싫은 소리도 제대로 못하고 '나중에라도 찾으면 연락해 달라'고만 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몇 달이 흘렀다. 어지간하면 USPS로 소포를 주고받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몇 달이 지나자 잃어버린 소포도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갑자기 전화가 왔다. 누군가 하고 컬러ID를 확인했더니 바로 그 빌어먹을(?) 우체국이더라.
우체국에서 갑자기 왜 전화를?
전화를 받아보니 한동안 나와 씨름했던 우체국 매니져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소포 사건을 까맣게 잊고있던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소포를 찾았다'는 거다.
소포? 아! 몇 달 전에 없어졌던 그 소포? 그걸 이제서 찾았다고?
상당히 어이가 없었지만 전화로 길게 얘기할 게 없어보여 일단 알았다고 하고 소포를 찾으러 갔다.
우체국에 들어섰더니 나를 알아본 매니져가 그 빌어먹을 소포를 들고 나왔다.
소포를 넘겨받은 나는 이걸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찾았냐고 묻지않을 수 없었다.
그랬더니 문제의 소포가 우체국 금고 속에 들어가 있었단다. 그게 왜 금고 속에 들어갔는지, 누가 거기에 집어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금고를 정리하다 사라진 내 소포를 발견했다는 것.
'그럼 소포가 저 혼자 걸어서 들어갔다는 거냐'고 한마디 하려다 참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우체국에 소포를 찾으러 갈 때마다 스릴 만점이다. 찾으러 간 소포가 우체국에 없다고 할 때마다 아찔아찔하다. 대개의 경우 소포가 우체국에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 다행히 지난번과 같은 사건은 아직 재발하지 않았지만 USPS를 이용하게 될 때마다 소포를 추적할 수 있는 트래킹 넘버와 보험을 사는 버릇이 생겼다. 이동 중 사라지는 것 뿐만 아니라 동네 우체국 금고안으로 숨는 경우도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한만큼 소포는 되도록이면 UPS, FedEx를 이용하고, 하는 수 없이 USPS를 이용할 경우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를 한다.
여차하면 배달되는 데 79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더욱 조심해야겠지?
오홍... 외국에서는 소포를 주로 사용하니까 그런문제가 있군요.
답글삭제여기 한국에서는 요즘엔 소포를 거의안쓰고 택배를 써서 배송도 빠르고 분실될 위험은 적답니다~^^ㅋ
다만 택배아저씨들이 일빨리하려고 물건들을 휙휙 던지다보니 파손될 확률이 큰편..ㅎㅎ
미국서도 대개의 경우 택배(UPS, FedEx 등)를 쓰지만 가끔 예외가 있습니다.
답글삭제부피가 작은 패키지인 경우엔 일반 소포로 보내는 경우가 있거든요.
때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이베이/옥션에선 더욱 그렇죠.
UPS나 FedEx, DHL로 오면 일단 안심되는데 일반 우체국을 거치게 되면 몹시 후달린다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