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4일 금요일

"라디오 방송국, 지금 나오는 'Can't Take My Eyes Off You' 누구 노래야?"

90년대 개봉한 영화 중에 멜 깁슨(Mel Gibson),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 주연의 스릴러 'Conspiracy Theory(1997)'가 있다. 이 영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제곡 만큼은 다들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미국의 R&B 가수 로린 힐(Lauryn Hill)이 부른 'Can't Take My Eyes Off You'다.

나도 영화보다 노래를 먼저 알았다. 나중에 'Conspiracy Theory' 영화를 보다가 "어? 이 노래가 여기에 나오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생각나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다.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바람에 점점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CD와 DVD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Conspiracy Theroy' DVD를 보고 옛 생각이 나서 옛날 얘기나 한 번 하련다.



에, 그러니까 옛날 옛적에...

요새는 술을 거의 전혀 입에 대지 않지만, 한 때 밤만 되면 술을 먹으러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하루는 술집에서 술을 꽤 마시고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고 집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술집 아줌마가 나와서 "야, 좀 쉬었다 가. 너 지금 운전 못하니까 차에서 좀 누워있다가 술 좀 깨면 가"라고 하시는 거였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더니 "야 이 자식야, 너 지금 가면 죽어!"라고 하시더라. 처음엔 '지금 집에 가려고 하면 혼내겠다'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라 술에 너무 취해서 운전하고 집에 가다가 사고나서 죽는다는 얘기였다.

많이 취하긴 한 것 같았다. 맥주, 양주 가리지 않고 마구 부어댔으니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음주운전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술에 취해서 운전하다 보면 두 줄이던 차선이 갑자기 세 줄, 네 줄, 다섯 줄로 계속 불어난다. 이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었는지, 그 날은 주인 아줌마의 말씀을 듣기로 했다. 그래서 차에 들어가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워 라디오를 틀었다. 정신이 들 때까지 눈을 좀 감고 있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귀가 번쩍 했다. 라디오에서 여자 가수가 부른 노래가 나오는데,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도 참 맘에 들었다. 그러나 누가 부른 곡인지 알 수 없었다. 노래 제목은 알겠는데 가수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라디오 스테이션에 전화를 걸었다. 라디오에서 워낙 자주 전화번호를 말해줬기 때문에 그 라디오 스테이션 전화번호를 아예 외우고 있었다. 지금도 외우고 있다. 296-9494.

그 때가 새벽 4시가 넘었을 때였는데 전화를 받더라. 그래서 물었다. 지금 나오는 노래가 누구 노래냐고.

그랬더니 로린 힐이라고 가르쳐 주더라.

아래 이미지는 그 때 차에서 사용했던 노키아(Nokia) 핸드폰. 케이스에 넣어 보관했더니 지금 사용중인 핸드폰보다 더 새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노래를 부른 가수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타워 레코드(Tower Records)를 아무리 찾아봐도 로린 힐이 부른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찾을 수 없었다.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 뿐만 아니라 싱글조차 발매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 기껏 라디오 스테이션에 전화를 걸어 누구의 노래인지 알아냈더니 CD를 구할 수 없었다.

로린 힐이 부른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한참이 지난 뒤에 발매된 그녀의 앨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1998)'에 수록되었다. 이 노래를 구하기까지 조금 애를 먹었고 시간도 제법 걸렸지만 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더라면 아예 구할 수 없을 뻔 했는 지도 모른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로린 힐이 부른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들어보자.



댓글 6개 :

  1. 우와 오랜만에 들으니 좋군요.
    로린 힐이 있던 푸지스의 노래도 참 좋아했었습니다.^^
    "Killing Me Softly..."

    한국에선 프랭키 발리의 오리지널보다 아-하의 모튼 해킷이 부른 버전이 대박 인기를 얻었었는데요.

    워낙 많은 가수가 부르기도 했지만 쉬나 이스턴의 노래도 있어서 그건 시디로 샀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노래 잘 듣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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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말씀 듣고 생각해 보니, 모텐 해킷이 부른 것도 영화 사운드트랙 수록곡이죠.
    댄 애크로이드 주연의 콘헤즈(Coneheads)...
    해킷 커버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저도 로린 힐 좋아했습니다.
    Fugees 시절의 'Killing Me Softly...'도 좋았고,
    밥 말리와 함께(?) 부른 'Turn Your Lights Down Low'도 좋아했습니다.
    푸지스, 로린 힐 CD는 실종인 듯 하지만,
    'Turn Your Lights...' 싱글은 얼마 전에 본 것 같습니다.

    아니 근데 이젠 이런 곡들도 옛날 노래...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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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컨스피러시 오랜만이네요.
    저 곡도 영화와 함께 많이 BGM으로 쓰이곤 했었죠..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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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90년대라고 하면 엊그제처럼 느껴지는데,
    가만히 계산해 보면 꽤 지난 얘기더라구요...^^
    90년대... 참 재미있었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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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영화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참 옛 생각이 나게 하네요!
    노래를 감상하려 했으나 해당 국가에서 차단했다고 하는군요...^^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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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에고, 노래가 안 나오나요?
    저도 가끔 해당 국가에선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90년대가 옛날이라고 생각하기 싫은데,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ㅡㅡ;
    껍데기는 모르겠어도 속은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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