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5일 화요일

아이튠스에서 같은 노래를 비싸게 구입할 가치 있나

요즘 유행인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iPhone) 유저 중 상당수는 아이튠스 → 아이팟을 거쳐 온 사람들일 것이다. 처음엔 아이튠스(iTunes)로 디지털 뮤직을 구입하는 정도였다가 점차 아이팟(iPod),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아이튠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하드웨어를 구입하는 쪽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내가 요새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유도 근 10여년 간 이용해온 아이튠스 서비스가 친숙해서 일 뿐 애플이 좋아서, 아이폰의 성능이나 디자인이 좋아서, 아니면 유행을 따라가려고 등이 아니다. 만약 아이튠스가 없었더라면 아이폰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튠스 없이는 아이폰이 아예 나오지도 않았겠지만...

그래서 나는 아이폰/아이패드 인기의 심장은 아이튠스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이튠스에서 멀어지고 있다. 아이튠스가 미국의 대표적인 디지털 뮤직 스토어로 자리 잡으면서 아이튠스를 자주 이용해왔는데 요샌 아이튠스의 경쟁회사인 아마존(Amazon)을 즐겨 찾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이다.

아이튠스의 디지털 뮤직 가격이 곡 당 99센트에서 1달러 29센트로 오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가격을 올리는 듯 하더니 요샌 1달러 29센트에 판매되는 곡의 수가 부쩍 늘어났다. 몇 해 전부터 별로 관심 없는 것을 이유로 들며 가격을 올리며 장난을 치는 게 이상하다 싶더니 결국엔 곡 당 1달러 29센트로 굳히는 쪽으로 가는 듯 하다.

물론 현재 아이튠스에서 판매 중인 모든 곡들이 1달러 29센트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99센트에 판매되는 곡들도 많다. 하지만 아이튠스에서 1달러 29센트에 판매 중인 곡들 대부분을 아마존에서 99센트에 구입이 가능하다.

최근 개봉한 '트랜스포머 3(Transformers: Dark Side of the Moon)'의 사운드트랙의 경우, 아이튠스에선 앨범은 9달러 99센트, 싱글 트랙은 1달러 29센트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에선 같은 앨범을 7달러 99센트에 판매중이며, 싱글 트랙도 곡 당 99센트에 판매하고 있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MP3를 구입한다고 하면 일단 아이튠스부터 먼저 찾게되는 게 사실이므로, 아이튠스에서 판매하는 9달러 99센트 앨범을 별 생각없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습관' 때문에 똑같은 앨범을 아이튠스에서 2달러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이번엔 '트랜스포머 3' 사운드트랙을 아이튠스가 아닌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2달러 차이가 별 것 아닌 듯 싶지만, 9달러 99센트와 7달러 99센트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똑같은 노래의 가격이 1달러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래퍼 스눕 독(Snoop Dogg)과 프랑스 하우스 뮤지션 데이빗 게타(David Guetta)의 새 싱글 'Sweat'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존은 'Sweat (Dubstep Remix)'을 99센트에 판매중이다.



그러나 아이튠스에선 완전히 똑같은 노래를 '앨범 온리(Album Only)'라며 1달러 99센트에 판매중이다.

'앨범 온리'란 수록곡들을 낱개로 구입할 수 없고 앨범 전체로만 판매하는 앨범을 의미한다. 전체 에서 딱 한 곡을 제외하곤 들을 게 없는 앨범에서 소비자들이 그 유명한 노래 하나만 달랑 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수법이 '앨범 온리'다.

아이튠스를 둘러보면 '앨범 온리'를 악질적으로 이용한 사례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앨범 전체를 '앨범 온리'로 해놓은 건 약과다. 다른 수록곡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낱개로 판매하면서 가장 인기있는 곡 하나만을 '앨범 온리'로 해놓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쓸데 없는 곡들은 전부 낱개로 팔면서 제일 중요한 곡만 '앨범 온리'로 해놓은 바람에 그 곡을 구입하고 싶다면 하는 수 없이 앨범 전체를 구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요새는 인기있는 곡, 잘 팔리는 곡들은 1달러 29센트에 팔고 나머지는 99센트에 파는 치사한 수법도 쓴다. 소비자들이 앨범 전체를 구입하지 않고 인기있는 곡만 쏙쏙 빼가며 구입하는 걸 막을 수 없어 보이니까 이젠 인기곡들만 비싸게 받는 것이다. 이 바람에 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가격이 각기 다른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튠스가 나를 웃겼다. 싱글에 달랑 한 곡 수록됐는데 '앨범 온리'라면서 1달러 99센트를 내라니 말이다. 아마존에서 99센트에 판매중인 똑같은 노래를 아이튠스에선 '앨범 온리'라면서 싱글 앨범 가격을 받는 것이다.

1달러 29센트였다면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노래 한 곡에 1달러 99센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 그것도 아마존에선 99센트에 파는 곡을 말이다.



이건 거진 사기 수준이다.

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별 생각 안 하고 1달러 99센트를 내고 아이튠스에서 저 곡을 구입했을 것이다. 성가시게 여기저기 오락가락하면서 가격비교하기 귀찮으니까 '그저 다른 데서도 저렇게 받으려니' 하면서 별 생각 없이 구입했을 것이다.

애플도 이것을 노린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소비자들은 다들 머저리라서 바가지를 씌워도 마약중독자들처럼 아이튠스를 떠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미국의 최대 디지털 뮤직 스토어로 성장한 아이튠스가 거만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어 보인다.

이쯤 되니까 여태껏 무심결에 아이튠스를 이용하면서 쓸데없는 바가지를 써온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이튠스에서 같은 노래를 비싸게 구입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없다. 아이튠스의 커스토머 서비스가 대단히 친절한 것은 사실이며, 이는 다른 경쟁사들이 따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노래를 돈을 더 주고 아이튠스에서 굳이 구입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부터 아이튠스에서 1달러 29센트에 판매하는 곡들은 거의 사지 않는다. 까놓고 말해 30센트는 아무 것도 아닌 액수이지만,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똑같은 노래를 아이튠스에서 비싸게 구입할 생각이 없어서다. 덕분에 아이튠스에서 1달러 29센트에 판매하는 곡들은 아마존 등 다른 곳에서 구입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다. 어지간한 곡들은 아이튠스에서만 구입하던 나의 버릇을 고쳐주고 있는 게 바로 아이튠스다. 디지털 뮤직 구입을 아이튠스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역시 아이튠스다. 굳이 아이튠스에만 집착할 필요없이 다른 데로 눈길을 돌리라고 권유하는 것도 아이튠스다.

이와 함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아이'로 시작하는 애플의 하드웨어에 대한 흥미도 식고 있다. 아이튠스에 흥미를 잃으면 '아이' 시리즈에 대한 매력도 떨어지게 돼있으니 말이다. 아이튠스 사용에 익숙해 애플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것인데, 아이튠스에서 점차 멀어지면 애플 하드웨어를 굳이 구입해야 할 이유도 함께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 일부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곡 당 99센트는 거진 공짜에 가깝기 때문에 1달러 29센트로 올려야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어도 틀린 얘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만약 이렇게 되면 미국 전체 디지털 뮤직 스토어 노래 가격이 곡 당 1달러 29센트로 통일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미 아마존에도 곡 당 1달러 29센트에 판매 중인 곡들이 있다. 아이튠스에 비해 양이 적을 뿐이지 아마존에도 1달러 29센트 곡들이 있다.

만약 모든 디지털 뮤직 스토어들이 MP3 가격을 올려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또 다른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살짝 둘러보니까 MP3를 공짜로 다운받을 수 있는 데도 많더라고...ㅋ

댓글 4개 :

  1. 애플 하는 짓이 점점 밉상입니다.
    특히 한국은 어둠의 경로로 음원 구하기가 많이 쉽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아이폰 쓰면서 아이튠스 편해서 쓰긴 하는데, 봐서 다음에는 소니 에릭손으로 한번 건너가볼까 생각중이긴 한데, 애플 인터페이스가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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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아이튠스가 편하고 익숙해서 아이폰을 쓰고 있긴 한데요,
    저도 왠지 갈수록 정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커스토머 서비스 하나는 진짜 맘에 들긴 하지만...
    왠지 이젠 다른 데로 옮길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소니 에릭슨은...
    미스터 본드가 뭘 들고 나오나를 우선 먼저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소니 에릭슨 폰을 들고 나올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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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같은 곡을 더 비싸게 주고 살 필욘 절대 없죠. ㅋㅋ
    인터페이스가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말이에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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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원하는 곡만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아이튠스를 이용했는데,
    가격을 올리고, 앨범 온리 같은 치사한 조건을 달아서 원하는 곡을 쉽게 구입하기 힘드니 짜증이 납니다.
    이런 것이 소비자들을 '어둠의 경로'로 내모는 꼴이 되는데 말이죠.
    제가 원래 '어둠' 쪽엔 잘 안 가거든요,
    근데 요즘엔 열이 받아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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