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4일 월요일

엉뚱한 CD를 사게 만든 90년대 GAP TV 광고

나는 TV를 보면서 TV 광고를 관심있게 보는 편이 아니다. 광고가 나오는 동안엔 TV로부터 아예 등을 돌리고 딴짓을 할 때도 많다. 그런데 이런 나를 다시 TV 쪽으로 홱 돌려놓는 게 있다. 바로 광고 배경음악이다. 무슨 제품이든 상관없이 멋진 배경음악을 사용한 광고가 나오면 그 광고를 유심히 보게 된다.

TV 광고를 유심히 보면 배경음악 중에 아주 멋진 곡들이 제법 많다. 무심결에 넘어가서 그렇지, 배경음악에 귀를 기울이면 재미있는 곡들이 생각보다 많다.

때로는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이 수록된 앨범까지 찾아서 사게 만드는 TV 광고도 있었다.

그것도 엉뚱한 앨범을...ㅡㅡ;

엉뚱한 앨범을 사게 만든 주인공은 'Jump Jive An' Wail'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던 미국 의류회사 갭(GAP)의 지난 90년대말 TV 광고다.

일단 한 번 보자.


카키색 옷을 입은 모델들이 과거의 스윙 뮤직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광고였는데, 흥겹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참 맘에 들었다.

TV 광고와 함께 배경음악도 무척 맘에 들길래 광고에 누구의 노래가 사용되었는지 알아봤다. 구할 수 있으면 CD로 사고싶어서 였다. 그래서 살짝 정보수집에 나섰더니, Brian Setzer Orchestra가 부른 'Jump Jive An' Wail'이 갭의 광고에 사용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Brian Setzer Orchestra의 'The Dirty Boogie'라는 앨범이 최근에 발매되었는데, 그 앨범에 수록된 ',Jump Jive An' Wail'이 갭 광고에 사용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가서 사왔다.



CD 뒷면을 보니 갭 광고에 나왔던 그 노래,, 'Jump Jive An' Wai'이 수록돼있었는데, 직접 돌려 보니 그 노래가 맞았다.

자, 그럼 브라이언 셋저 오케스트라가 부른 'Jump Jive An' Wail'을 들어보자.


그런데 얼마 지나서 광고에 사용된 곡이 브라이언 셋저 오케스트라 커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봤더니, 광고에 사용된 버전은 루이스 프리마(Louis Prima)가 부른 오리지날 50년대 곡이었다.

자, 그럼 이번엔 루이스 프리마의 오리지날 버전을 들어보기로 하자.


이렇게 브라이언 셋저와 루이스 프리마 버전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이 바로 느껴지며, 갭 광고에 사용된 곡이 프리마 버전이라는 것도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때엔 두 개의 다른 버전을 번갈아 들으면서 비교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브라이언 셋저가 부른 게 맞는 것으로 한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나처럼 갭 광고에 사용된 노래가 브라이언 셋저의 것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더라. 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겠지만, 브라이언 셋저 앨범과 갭의 광고가 비슷한 시기에 나오면서 사람들을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어찌됐든 간에 브라이언 셋저는 갭 광고 덕분에 앨범 몇 장 더 팔았을 듯 싶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브라이언 셋저 앨범을 잘못 산 게 맞다. 갭 광고에 사용된 곡이 들어있는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알고봤더니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으므로 엉뚱한 앨범을 산 셈이다.

그러나 브라이언 셋저 오케스트라의 '더티 부기(The Dirty Boogie)' 앨범은 내가 좋아하는 CD 중 하나다. CD를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CD를 버렸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것만 봐도 내가 이 앨범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노래들이 많이 수록돼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Let's Live It Up'이다.


그 다음은 'Dirty Boogie'.


비록 잘못 산 앨범이라지만, 수록곡 중에 맘에 드는 곡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면 본전은 뽑은 듯.

안 듣는 CD들을 정리하다가 브라이언 셋저 앨범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이 CD는 계속 집에 남을 듯 하다.

댓글 4개 :

  1. 잘못 샀다지만, 오히려 소장가치가 더 늘었으니,
    좋은 해프닝이었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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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못 산 앨범이긴 한데,
    잘못 샀다고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
    어, 얼마나 잘못된 건지 모르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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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예전에 스트레이 캣츠 시절 포마드 잔뜩 바르고 나와서 노래 부르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저도 저 앨범 있는데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앨범의 "Mack the Knife"도 참 좋습니다.

    이 양반은 레트로 스타일의 음악을 해서 그런지 스윙감이 참 충만한것 같더라구요^^

    오랜만에 즐겁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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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irty Boogie 앨범 이후론 브라이언 셋저 노래는 크리스마스 노래밖에 못 들은 것 같습니다.
    Mack the Knife는 아직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찾아서 들어보겠습니다.

    이런 스윙 스타일 음악이 상당히 오래되긴 했지만,
    요새 들어도 정말 신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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