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5일 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랜 만에 깔끔하게 이겼다

이번 일요일은 텍사스 북부 스포츠 팬들에겐 바쁜 날이었다. 오후엔 NFL 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세인트 루이스 램스(St. Louis Rams)와 홈에서 경기를 갖고, 저녁엔 MLB 팀 텍사스 레인저스(Texas Rangers)가 카우보이스 스테디움 바로 옆에 있는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세인트 루이스 카디날스(St. Louis Cardinals)와 월드 시리즈 4차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미저리 주 세인트 루이스의 풋볼 팀과 야구 팀이 같은 날 텍사스 북부의 알링턴을 찾았다.

그런데 세인트 루이스 카디날스가 야구 팀이었나..?

NFL 팬 중 일부는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도 풋볼 팀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을 지 모른다.

실제로 세인트 루이스 카디날스는 옛 풋볼 팀 이름이 맞다. 지금의 아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의 옛 연고지가 세인트 루이스였고, 그 때 팀 이름이 세인트 루이스 카디날스였다. 희한하게도 세인트 루이스의 프로야구 팀과 미식축구 팀 이름이 모두 같은 '카디날스'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세인트 루이스 카디날스가 풋볼 팀인지 야구 팀인지 헷갈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가 80년대 말 세인트 루이스 '풋볼' 카디날스가 아리조나 주로 옮기면서 피닉스 카디날스(Phoenix Cardinals)로 팀명이 바뀌었고, 얼마 뒤 지금의 아리조나 카디날스로 다시 한 번 개명을 했다.

풋볼 팀이 아리조나로 이사간 이후부터 세인트 루이스엔 야구 팀 카디날스 하나만 남게 됐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L.A에 연고를 뒀던 NFL 팀 L.A 램스(Rams)가 세인트 루이스로 이사하면서 지금의 세인트 루이스 램스가 탄생했다.

이번 일요일 사이 좋게 텍사스 주 알링턴을 방문한 팀들은 풋볼 팀 세인트 루이스 램스와 야구 팀 세인트 루이스 카디날스다.

그렇다면 텍사스를 방문한 두 세인트 루이스 팀들 중 누가 승리를 챙겼을까?

둘 다 졌다. 풋볼 팀 세인트 루이스 램스는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34대7로 패했고, 바로 이어서 열린 야구 경기에선야구 팀 세인트 루이스 카디날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에 4대0으로 졌다.

자 그럼 이제 야구 얘기는 접어 두고 풋볼에만 집중하기로 하자.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34대7로 이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2011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지금까지 어떠한 경기를 펼쳐왔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믿기지 않을 것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큰 점수 차로 리드하며 다 이겼던 경기에서 막판 멜트다운으로 어이없게 역전패를 당하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까지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쳤던 '드라마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인트 루이스 램스와의 경기에선 드라마는 없었다.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터져나온 카우보이스 루키 러닝백 디마코 머레이(Demarco Murray)의 91야드 러싱 터치다운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카우보이스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91야드 러싱 터치다운?

지금까지 런 오펜스가 지지부진했던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91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했다는 점도 믿기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주전 러닝백 필릭스 존스(Felix Jones)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그러한 플레이가 나왔다는 게 더더욱 의아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카우보이스의 루키 러닝백 디마코 머레이는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1쿼터에 91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더니 세인트 루이스 램스 디펜스를 상대로 무려 253야드나 뛰었다.


▲터치다운을 하는 디마코 머레이
▲터치다운 질주를 하는 디마코 머레이(#29) 뒤에 데즈 브라이언트(#88)가 따라 오고 있다
여기서 잠깐 기록을 점검하고 넘어가자.

91야드 러싱 터치다운은 달라스 카우보이스 팀 역대 두 번째로 긴 러싱 터치다운이었으며, 253 러싱야드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루키 러닝백 싱글 게임 러싱 야드 신기록이다.


카우보이스 팀 역사상 가장 긴 러싱 터치다운으로 기록된 것은 1983년 시즌 카우보이스 러닝백 토니 도셋(Tony Dorsett)이 세운 99야드 러싱 터치다운이다. 도셋이 세운 99야드 러싱 터치다운은 카우보이스 팀 기록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NFL 기록이기도 하다. 91야드 러싱 터치다운을 기록한 디마코 머레이는 토니 도셋의 99야드엔 못 미쳤지만 카우보이스 역대 두 번째로 긴 러싱 터치다운으로 기록되었다.

그 대신 머레이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루키 러닝백 싱글 게임 러싱 야드 신기록을 세웠다. 머레이가 카우보이스 루키 러닝백 싱글 게임 러싱야드 기록을 갈아치우기 전까진 에밋 스미스(Emmitt Smith)의 237야드가 팀 최고 기록이었고, 206야드를 기록한 토니 도셋이 2위였다. 그러나 이젠 세인트 루이스 램스 전에서 253야드를 달린 디마코 머레이가 카우보이스 루키 러닝백 러싱 야드 기록 보유자다.

그런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맹활약을 펼친 달라스 카우보이스 러닝백이 디마코 머레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 또다른 루키 러닝백 필립 태너(Phillip Tanner)도 눈에 띌 정도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고, 그의 첫 번째 NFL 러싱 터치다운까지 기록했다.


▲러싱 터치다운을 하는 필립 태너
시즌 내내 지지부진하던 런 오펜스가 갑자기 펄펄 날자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로모는 세인트 루이스 램스 수비를 상대로 166야드를 던지는 데 그쳤으나 2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고, 인터셉션은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 주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 전에서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이 토니 로모가 또 실수할 것을 우려해 결정적인 순간 패스를 지시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쿼터백 로모는 지난 주와 달리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가 램스 코너백과 1대1 상황이 되었을 때 그에게 패스를 시도했다. 지난 주엔 데즈 브라이언트가 코너백과 1대1 상황이었을 때에도 점프볼을 던지지 않았지만 세인트 루이스 램스 전에선 기회가 올 때마다 브라이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 결실은 마지막 네 번째 쿼터에서 터치다운으로 맺어졌다. 토니 로모의 패스가 데즈 브라이언트와 연결된 것이다. 로모가 브라이언트와 램스 코너백의 1대1 챈스를 놓치지 않았고, 결과는 터치다운이었다. 토니 로모가 지난 주에 놓쳤던 챈스를 이번 주엔 놓치지 않고 터치다운으로 연결시켰을 뿐만 아니라 후반만 되면 활약이 뚝 떨어지던 데즈 브라이언트의 문제까지 해소시켜주는 터치다운이었다.

▲터치다운을 하는 데즈 브라이언트
▲팀메이트 제이슨 위튼(#82)과 함께 터치다운을 축하하는 데즈 브라이언트
4쿼터에 로모가 데즈 브라이언트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고 사이드라인으로 돌아가자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이 로모의 등을 두드려주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 주 패배 이후 둘의 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흘러나왔으나 전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한 제스쳐로 보였다.

▲제이슨 개렛 "토니 로모와 나는 서로 애무하는 사이라고..."
카우보이스 오펜스 뿐만 아니라 디펜스도 세인트 루이스 램스 오펜스에 단 7점만 허용했으며, 인터셉션을 비롯한 턴오버도 여러 차례 만들어내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플레이를 보였다.

이미 승패가 정해진 이후였으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세인트 루이스 램스 오펜스가 골라인 코앞까지 밀고 들어왔을 때에도 마지막까지 터치다운을 내주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대개의 경우 승패가 이미 결정난 경기 후반의 남은 시간엔 수비를 소프트하게 하면서 터치다운을 쉽게 내주곤 하는데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마지막까지 인정사정 없이 틀어막았다. 한편으로는 램스에게 마지막 터치다운을 내줬어도 역전패 당할 걱정이 전혀 없었는데 그냥 하나 주지 그랬느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후반 멜트다운 역전패 전문'이라는 명찰을 달고 다니는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독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램스 QB, A.J. 필리를 쌕하는 카우보이스 라인배커 디마커스 웨어(#94)
세인트 루이스 램스 전 승리로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이번 시즌 전적 3승3패를 기록하면서 NFL 동부 2위로 뛰어올랐다.

과연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슬럼프에서 벗어난 것일까?

이번 승리가 오랜 만에 맛본 깔끔한 승리였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속단하기 힘들다. 2011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워낙 롤러코스터 팀이라서 다음 주엔 어떠한 모습을 보일 지 예측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금년 시즌 들어 아직 1승도 달성하지 못한 데다 주전 쿼터백까지 부상으로 빠진 약체 세인트 루이스 램스를 상대로 34대7 대승을 거둔 것을 가지고 "카우보이스가 되살아났다"고 떠들기도 뭐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왕 슬럼프를 한 번 겪을 바엔 시즌 초에 일찌감치 치루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초반에 잘 하다가 막판에 슬럼프에 빠져 플레이오프에서 죽을 쑤는 것 보다 시즌 초반에 죽을 쑤다가 차차 나아지면서 플레이오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토니 로모가 달라스 카우보이스 주전 쿼터백이 된 이래 지금까지 카우보이스는 시즌 후반에 접어들면 맥을 못추는 팀으로 불렸다.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정규시즌 마지막 달인 12월에 맥을 못추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오죽했으면 "토니 로모는 다른 선수보다 한 달 먼저 시즌을 그만둔다"는 우스겟 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남들은 4개월간 시즌을 치루는데 토니 로모는 3개월까지만 하고 집에 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1년 시즌엔 달랐다. 이번엔 한 달 먼저가 아니라 한 쿼터 먼저 경기를 그만두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2011년 시즌 토니 로모는 경기를 마지막까지 끝내지 못하고 마지막 4쿼터에 무너지곤 했다. 남들은 4쿼터까지 경기를 하는데 토니 로모는 3쿼터까지만 하고 집에 가곤 했던 것이다.

그렇다. 토니 로모는 마지막 달, 마지막 쿼터 등 '마지막'과 악연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2011년 시즌엔 시즌 말이 아닌 초에 슬럼프에 빠졌다는 게 어찌 보면 불행 중 다행이며, 좋은 징조일 수도 있다. 토니 로모는 시즌이든 경기이든 간에 전체의 1/4은 죽을 쒀야 직성이 풀리는 듯 한데, 금년엔 시즌 초반에 이미 1/4어치 죽을 실컷 쒔으므로 앞으로 차차 나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토니 로모와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세인트 루이스 램스 전 승리를 발판 삼아 슬럼프에서 벗어난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낼 것인지는 당장 다음 주 경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듯 하다. 카우보이스는 다음 주 디비젼 라이벌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의 원정경기를 갖는다. 시즌 전적으로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앞서지만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절대로 우습게 볼 팀이 아닐 뿐만 아니라 디비젼 라이벌 간 매치는 승패를 예측하기 힘들다.

다음 주 경기는 양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승4패로 1승이 다급한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시즌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이며, 3승3패의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는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이글스와 크게 입장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카우보이스가 다음 주 경기에서 승리하면 4승3패가 되면서 앞날이 약간 밝아지지만, 만약 패하면 3승4패로 떨어지면서 또다시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만약 이글스가 다음 주 경기에서 승리하면 3승4패가 되면서 카우보이스를 제치고 NFC 동부 꼴찌 탈출을 하게 되지만, 만약 패하면 2승5패로 추락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이 매우 희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와 같이 다음 주 경기는 양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다.

과연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슬럼프에서 벗어났는지, 아니면 '올라갔으면 내려가야 한다'는 롤러코스터의 법칙을 또 따를 것인지 두고 보기로 하자.


댓글 2개 :

  1. 제가 응원하는 카우보이스가 이겼습니다.
    ㅋㅋㅋ
    스틸 샷이 아주 죽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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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간만에 깔끔하게 이기긴 했는데요,
    최약체 중 하나를 상대로 화풀이한 것 정도가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풋볼팀도 사기를 먹고 사는 애들이므로 적게나마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카우보이스가 워낙 들쑥날쑥한 시즌을 보내고 있어서 별로 기대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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