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3승1패로 잘 나가던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가 2연패를 당하며 또 '데드스킨化' 되어 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0년대에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를 두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명장' 마이크 섀나핸(Mike Shanahan)이 레드스킨스 헤드코치를 맡은 지 2년 째가 되는 금년 시즌엔 무언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레드스킨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헤드코치 섀나핸이 이끄는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2011년 정규 시즌을 2연승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주전 쿼터백 포지션이 약간 불안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으나 쿼터백 렉스 그로스맨(Rex Grossman)은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시즌 첫 네 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로스맨은 지난 주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의 홈경기에서 무려 네 차례나 인터셉트를 당하며 벤치를 당하고 말았다. 그로스맨을 미덥지 않아 했던 레드스킨스 홈 팬들 앞에서 디비젼 라이벌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상대로 인터셉트를 네 차례나 당하자 팬들은 "그럼 그렇지" 하면서 그로스맨에게 야유를 퍼부었고, 결국 헤드코치 섀나핸은 경기 후반에 그로스맨을 벤치시키고 존 벡(John Beck)으로 쿼터백을 교체했다.
이 바람에 이번 주 캐롤라이나 팬터스(Carolina Panthers)와의 원정경기에선 그로스맨이 아닌 존 벡이 레드스킨스의 주전 쿼터백으로 나왔다. 워싱턴 레드스킨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정규시즌 경기에 주전 쿼터백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NFL 팬들의 관심은 레드스킨스의 새로운 쿼터백이 아니라 캐롤라이나 팬터스의 루키 쿼터백 캠 뉴튼(Cam Newton)에게로 쏠렸다. 뉴튼은 많은 NFL 팬들의 예상을 뒤엎고 시즌 오프너에서 무려 400야드가 넘는 패싱야드를 기록하며 NFL 데뷔를 화려하게 장식한 '물건'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로 적응은 무섭게 빨리 하는 듯 하지만 경기를 이기는 방법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다. 쉴새 없이 삽을 드는 루키 쿼터백들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였으나 팀 전적은 1승5패였다.
그렇다면 경기를 곧잘 풀어가면서도 이길 줄을 모르는 캠 뉴튼이 워싱턴 레드스킨에게도 무릎을 꿇었을까?
이번엔 아니었다. 루키 쿼터백 캠 뉴튼이 주전 쿼터백 문제로 어지러운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33대20으로 물리치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캠 뉴튼은 만만치 않은 워싱턴 레드스킨스 디펜스를 상대로 인터셉트를 단 한 차례도 당하지 않았으며, 패싱 터치다운과 러싱 터치다운을 각각 1개씩 성공시켰다. 뉴튼의 러싱 터치다운은 이번 시즌 들어 일곱 번째로, 루키 쿼터백 싱글 시즌 러싱 터치다운 타이 기록을 세웠다. 2011년 정규시즌이 아직 절반도 끊나지 않았으므로 머지 않아 뉴튼이 루키 쿼터백 싱글 시즌 러싱 터치다운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러싱 터치다운을 하는 캠 뉴튼 |
캠 뉴튼이 기념으로 들고 갔을까?
아니다. 뉴튼은 터치다운을 하자 마자 관중석으로 다가가 어린 소년에게 공을 건네줬다.
▲어린 소년에게 공을 건네주는 캠 뉴튼 |
레드스킨스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캐롤라이나 팬터스 경기 후반엔 주전 러닝백 팀 하이타워(Tim Hightower)가 무릎 부상으로 쓰러졌다. 금년 시즌 아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에서 레드스킨스로 팀을 옮긴 하이타워는 훌륭한 러닝백들을 여럿 배출해낸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과 함께 레드스킨스의 런 오펜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기대를 받았으나 팬터스와의 경기에서 시즌엔딩 무릎 부상을 입고 2011년 시즌을 일찍 접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다친 무릎을 쥐고 쓰러지는 팀 하이타워 |
가장 큰 문제는 주전 쿼터백 포지션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헤드코치 섀나핸이 오프시즌에 나름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주전 쿼터백을 준비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다. 섀나핸은 렉스 그로스맨과 존 벡이 주전 쿼터백 포지션을 놓고 경쟁을 벌이도록 했지만 둘 중에 누가 주전 쿼터백이 되든 상관 없이 쿼터백 포지션이 시즌내내 불안할 것 같았다.
섀나핸은 재능있는 여러 러닝백들이 쿼터백에 쏠리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쿼터백 포지션과 달리 러닝백은 팀 하이타워 뿐만 아니라 라이언 토레인(Ryan Torain), 로이 헬루(Roy Helu) 등 재능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하이타워가 시즌엔딩 부상을 당하면서 런 플레이로 쿼터백 부담을 덜어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이타워의 부상으로 런 오펜스의 도움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쿼터백이 던진 공을 받아줄 리씨버들까지 줄줄이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겹쳤다는 점도 레드스킨스의 시즌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가뜩이나 쿼터백 포지션이 불안한 마당에 솔리드한 타잇엔드인 크리스 쿨리와 레드스킨스의 플레이메이커 산타나 모스가 모두 손 골절상으로 사이드라인 신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펜스까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루키 쿼터백 캠 뉴튼에게 러싱 터치다운과 패싱 터치다운을 각각 1개씩 내줬을 뿐만 아니라 33점씩이나 허용했기 때문이다. 오펜스가 쿼터백 교체와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절룩거리면 디펜스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줘야 하는데, 레드스킨스 디펜스는 캐롤라이나 팬터스 경기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쯤되면 '데드스킨化' 조짐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레드스킨스를 기다리고 있는 팀들은 누구일까?
레드스킨스는 2011년 시즌 들어 갑자기 잘 나가는 팀들인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와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를 연달아 상대해야 한다. 두 경기 모두 레드스킨스에게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상대는 쿼터백 존 벡을 드래프트했던 마이애미 돌핀스(Miami Dolphins)다. 돌핀스 정도는 레드스킨스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마이애미로 돌아온 존 벡이 어떤 플레이를 보이느냐에 달린 듯 하다.
그 다음 상대는 디비젼 라이벌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워싱턴 D.C를 방문한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경기는 누가 이길 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레드스킨스의 크리스 쿨리가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의 부진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조롱한 것이 문제가 되는 바람에 카우보이스 선수들이 11월20일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아무래도 뼈가 시리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다.
현재 3승3패를 기록중인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앞으로 가질 네 경기에서 과연 몇 개나 이길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하자. 만약 레드스킨스가 이 고비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플레이오프 희망은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달라스를 응원하는 거 아니었나요?
답글삭제ㅎㅎㅎ
아니, 모든 풋볼경기를 다 섭렵하시는 군요?
ㅋㅋㅋ
저도 미국에서 살았다면 풋볼에 열광했을지도...
성인이 다 돼서 온 사람들보다 어렸을 때 온 사람들 중에 풋볼 팬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저는 후자라서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