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9일 일요일

'몬스터 vs 에일리언', 속편이 기다려 진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쳐들어왔다. 오징어 다리에 눈알이 네 개씩이나 되는 녀석들이 지구를 침공한 것!

자, 그렇다면 쳐들어온 외계인 녀석들을 격퇴시켜야겠지?

그러나, 지구인의 무기로는 외계인들에게 스크래치 하나 내지 못한다.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눈알 네 개짜리와 두 개짜리가 붙었는데 게임이 되겠수? 눈알 뿐만 아니라 다리 숫자에서도 지구인들이 밀린다. 남자들 다리를 3개로 카운트해도 게임이 안 된다.

그렇다면 누가 좋을까?

오호라! 몬스터가 있었어?

그렇다. 외계인의 침공에 맞설 지구의 비밀병기는 바로 '몬스터' 였다. 이렇게 해서 몬스터와 에일리언의 역사적인 대결이 벌어지게 됐다. 이름하여 '몬스터 vs 에일리언'!


▲Magnificent Five!

그런데 갑자기 웬 몬스터냐고?

말도 마라. 각 몬스터마다 사연이 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수잔(리스 위더스푼)을 예로 들어보자. 수잔은 결혼식날 운석에 맞고 거인이 되었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도중 몸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하더니 지붕을 뚫고...ㅡㅡ;

그런데, 묘하게도 수잔이 입고있던 옷은 찢어지지 않는다. 지붕을 뚫고나올 정도로 몸이 커졌는데 수잔의 드레스는 끄떡하지 않는 것. 하지만 옷이 다 찢어졌다면 패밀리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헨타이가 되었을 테니 수잔이 신축성이 열나게(?) 좋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고 이해하고 넘어갑시다.

아무튼 이리하여 수잔은 이름마저 자이노미카(Ginomica)로 바뀐 몬스터가 되었다오.


▲지붕뚫고 나온 신부!

그런데 '거인여자' 아이디어를 어디서 빌려온 것 아니냐고?

맞다. '거인여자' 아이디어는 50년대 클래식 SF영화에서 빌려온 게 분명하다. 외계인 침공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50년대 SF영화에서 빌려온 것이므로 놀라울 것도 없다.

빌려온 아이디어는 '거인여자' 하나가 전부가 아니다. 물고기 인간 Missing Link는 '고질라(Gozilla)'를 연상시키며 , 바퀴벌레로 변해버린 과학자 Dr. Cockroach의 사연은 제프 골드블럼 주연의 SF영화, 'The Fly'와 비슷하다. 핵실험에 의해 거대해진 애벌레, Insectosaurus의 사연도 '고질라'와 비슷하며, 파란색 젤리처럼 생긴 B.O.B은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에 나왔던 슬라이머(Slimer)를 연상시킨다.

한국에선 슬라이머가 '먹깨비' 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밥(왼쪽), 슬라이머(오른쪽)

하지만, 파란색과 초록색은 분명히 다르지 않냐고?

걱정마슈. 초록색도 나온다오.


▲밥과 초록색 Jell-O

뿐만 아니라,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E.T', '스타워즈(Star Wars)' 등 유명한 SF영화 패로디들도 눈에 띈다. '몬스터 vs 에일리언'이 코메디/애니메이션이라서 인지 패로디는 풍부한 편이더라.

여기서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건, '댄스 댄스 레볼루션(Dance Dance Revolution: 이하 DDR)' 패로디다.

Dr. Cockroach가 댄스패드 같은 것에 올라서니까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가 흘러나오더라.


▲댄스패드 위에 올라선 Dr. Cockroach

무슨 노래가 나왔냐고?

유러피언 댄스-팝 밴드, Aqua의 90년대 히트곡, 'Roses Are Red'였다.


'Roses Are Red'가 'DDR'에 나온 적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수많은 곡들이 게임에 사용되었으니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제작진이 진짜로 원했던 노래는 이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영어더빙 애니메이션 중에는 영어권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 실력이 시원찮아 죽쑤는 경우가 잦지 않냐고?

맞다. 영어로 더빙된 애니메, 비디오게임을 즐겨 온 사람들은 영어권 성우들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미국의 한 게임 미디어 기자가 일본의 비디오게임 회사 대표 앞에서 '왜 북미버전을 영어로 더빙하느냐. 그냥 일어에 자막으로 하면 안되느냐'고 묻는 황당한 광경을 직접 본 적도 있다. 일본 게임회사들은 영어권 소비자들을 위해 일부러 영어로 더빙을 할 뿐만 아니라 입 움직임까지 영어대화에 맞춰 다시 만드는 정성을 기울이는데 '왜 일어에 영어자막으로 하지 않느냐'고 되레 따진 것이다. 그만큼 영어더빙에 불만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헐리우드 스타들이 성우로 참여하는 빅스크린판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어린이들을 위한 패밀리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연기 하나는 톱스타들이 달라붙어서 인지 그런대로 잘 하는 편이다. 리스 위더스푼, 키퍼 서덜랜드, 휴 라우리 등 내놓라 하는 헐리우드 스타들이 성우로 참여한 패밀리 애니메이션, '몬스터 vs 에일리언'도 예외가 아니다.

FOX의 TV 시리즈 '하우스(HOUSE)로 유명한 영국배우, 휴 라우리(Hugh Laurie)의 '괴팍스러운 과학자' 웃음소리를 한번 들어보시구랴.


'몬스터 vs 에일리언'의 최고 성우는 뭐니뭐니해도 B.O.B을 맡은 세스 로갠(Seth Rogen)이다.

서로 무지하게 많이 닮은 것 같지 않수?

아니, 그렇다고 해서 세스 로갠이 눈이 하나뿐이고, 뇌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몬스터 vs 에일리언'을 재미있게 본 것 같다고?

사실 나는 '몬스터 vs 에일리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작년말 개봉한 '마다가스카 2(Madagascar 2)'가 기대했던 만큼 재미있지 않았기 때문에 '몬스터 vs 에일리언'은 DVD로 나올 때까지 기다릴까 했다. 극장에 도착할 때까지 '볼까 말까, 볼까 말까' 망설였다. 동네 꼬마녀석들이 총출동한 듯한 극장에 들어서자 그냥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더라. 하지만 극장까지 왔다가 그냥 되돌아서기 뭐해서 그냥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게 봤다. 지지리도 아동틱하고 유치한 애니메이션이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볼만 했다. 패밀리용 애니메이션이 다 거기서 거기일 테니 크게 특별하다고 할 건 없겠지만 성인들이 보기에 심하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개인적으로 이런 환경을 아주 싫어한다) 가끔 정신이 없었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성인들도 충분히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메디/애니메이션이었다.

분위기를 보니 '몬스터 vs 에일리언'도 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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