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탈리가 사망한 시 30년이 되는 2011년 11월 그녀의 죽음을 재수사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L.A 타임즈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셰리프가 30년 전에 발생했던 나탈리 우드 사망 사건을 재수사 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L.A 셰리프는 30년 전 나탈리 우드가 사고를 당했던 배의 선장 데니스 데이번(Dennis Davern)이 최근에 당시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증언을 했다는 제보를 받고 재수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나탈리 우드 사건 재수사는 작년에도 사고가 발생했던 문제의 요트 선장이 그의 회고록을 통해 나탈리 우드의 당시 남편이었던 영화배우 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가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재수사설이 불거진 바 있었다.
그렇다면 나탈리 우드는 어떻게 죽은 것일까?
그녀가 익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어쩌다가 물에 빠졌냐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단순 사고냐 아니면 고의적인 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책임이 있느냐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요트에서 실족해 익사한 것으로 돼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결론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사고가 났던 로버트 와그너 소유의 요트엔 누가 타고 있었을까?
사망한 나탈리 우드와 그녀의 남편 로버트 와그너, 그리고 역시 영화배우이자 친구인 크리스토퍼 워큰(Christopher Walken)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요트를 타고 카탈리아 해안가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와그너에 의하면, 그가 와인병을 깨뜨리며 워큰과 언쟁을 벌이는 동안 우드는 매스터 캐빈으로 내려갔으며, 험악한 언쟁을 벌이던 와그너와 워큰은 데크로 올라와 바닷 바람을 쐬면서 화를 풀었다고 한다. 흥분을 가라앉힌 워큰은 잠을 자러 방으로 갔고 와그너는 선장와 함께 갑판에 앉아있다가 매스터 캐빈으로 내려갔으나 그곳에 우드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와그너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요트의 구명정 하나가 사라졌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아무도 타지 않은 구명정을 발견했고, 그 날 아침 나탈리 우드의 익사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나탈리 우드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구명정에 오르려 했거나 느슨하게 풀린 구명정을 다시 붙들어 매려다 실족해 바다에 빠져 사망한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나탈리 우드는 수영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물에 빠진 뒤 구명정에 매달려 있다가 결국 익사한 것으로 결론났다.
그런데 문제는 와그너 요트의 선장이었던 데니스 데이번이 다른 주장을 한다는 점이다. 데이번에 의하면, 와그너와 워큰이 와인병을 깨뜨리며 격한 언쟁을 벌인 이후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으나 이번엔 와그너와 우드가 방에서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갑판으로 나와서 언쟁을 계속했고, 얼마 지나서 선장은 우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선장은 나탈리 우드가 물에 빠진 것이 와그너와의 언쟁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와그너가 그의 회고록에 쓴 사건 당시 상황과 선장이 쓴 회고록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자 2010년 초 나탈리 우드의 여동생 라나 우드(Lana Wood)가 L.A 셰리프에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했다.
결국 L.A 셰리프는 나탈리 우드가 사망한지 30년째가 되는 2011년 11월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로버트 와그너(왼쪾)와 나탈리 우드(오른쪽) |
와그너는 "머리를 식히고 매스터 캐빈으로 내려갔더니 우드가 없었다"면서 자신은 우드가 물에 빠진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만약 선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분한 동기가 있다. 바로 질투다. 나탈리 우드는 요트에 같이 타고 있었던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워큰과 영화를 함께 찍은 뒤 염문설에 휘말렸으며, 와그너가 이를 질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트에서 와그너와 워큰이 언쟁을 벌인 것도 워큰과 우드의 관계를 와그너가 질투한 것이 발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요트에서 잠을 자는 사이 워큰과 우드가 단 둘이서 섬의 식당으로 저녁 식사를 하러 간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와그너는 이들이 식사 중인 레스토랑에 합류해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고, 요트로 돌아와서도 계속 술을 마시다가 결국 언쟁을 벌인 것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밤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날 이들 세 명 모두 술을 제법 많이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나탈리 우드는 갑판에서 와그너와 언쟁을 벌이다가 물에 빠진 것일까?
와그너는 "아니다"고 하고 선장은 "그렇다"고 한다. 매스터 캐빈 안에서 싸우던 커플이 갑판으로 나와 계속 다투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는 게 선장의 주장이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소설이 하나 있다: 바로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숏스토리 '힐더브랜드 레어리티(The Hildebrand Rarity)'다.
'힐더브랜드 레어리티'는 미모의 젊은 아내를 채찍으로 때리는 버릇이 있는 미국인 백만장자 밀튼 크레스트와 함께 요트를 타고 희귀종이라는 물고기 '힐더브랜드 레어리티'를 잡으러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제임스 본드 숏스토리다. '힐더브랜드 레어리티'라는 제목의 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숏스토리에 등장한 캐릭터 밀튼 크레스트, 채찍으로 여성을 때리는 습관이 있는 캐릭터, 요트 등이 1989년 영화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에 등장한 바 있다.
그런데 나탈리 우드 사건 이야기를 보면서 왜 이 숏스토리가 떠올랐을까?
그 이유는 요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본드가 실족사로 은폐하는 부분이 나와서다. 본드는 그가 좋아하지 않던 요트의 주인 밀튼 크레스트가 '힐더브랜드 레어리티'라는 물고기를 입에 처박은 채 살해당한 모습을 보고 육지에 도착한 이후 사건이 복잡하게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해 크레스트의 시신을 바다에 버리고 그가 사고로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위장한다. 크레스트에게 채찍으로 맞던 그의 아내를 비롯해서 일행 중 하나가 분명 범인임에 틀림없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으며, 크레스트는 실수로 배에서 떨어져 고기밥이 된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나탈리 우드 사건도 이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제임스 본드 숏스토리와 같은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일까?
라나 우드가 언니 나탈리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를 풀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선장의 말만 무조건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와그너와 함께 있었던 크리스토퍼 워큰이 어떠한 증언을 하느냐가 중요할 듯 하지만 그 역시 이 사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재수사로 어떠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질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이 사건에 연루된 영화배우들과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의 인연이다. 어찌된 게 거의 모두가 007 시리즈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로버트 와그너는 007 제작진으로부터 제임스 본드 역을 제의받은 바 있었으며, 그의 아내 나탈리 우드의 여동생 라나 우드는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1971년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에 플렌티 오툴이라는 이름의 서포팅 본드걸로 출연한 바 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의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와 플렌티 오툴(라나 우드) |
이 영화가 개봉한지 10년 뒤인 1981년 라나의 언니인 나탈리 우드가 실제로 물에 빠져 사망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익사한 플렌티 오툴(라나 우드) |
나탈리 우드가 사망한 이후 로버트 와그너는 미국 여배우 질 세인트 존(Jill St. John)과 결혼했다.
▲질 세인트 존(왼쪽)과 로버트 와그너(오른쪽) |
더더욱 흥미로운 점은, 질 세인트 존이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 역시 라나 우드와 같은 숀 코네리 주연의 1971년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였다는 사실이다. 라나 우드가 서포팅 본드걸이었다면 질 세인트 존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리딩 본드걸 티파니 케이스 역을 맡았다.
그러므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 출연했던 두 명의 본드걸 모두 로버트 와그너의 '패밀리'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의 본드(숀 코네리)와 티파니 케이스(질 세인트 존) |
▲'뷰투어킬'에서의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와 맥스 조린(크리스토퍼 워큰 /오른쪽) |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사고가 나도 제임스 본드 소설과 같은 사고에 휘말리는 것일까?
우연의 일치치곤 좀 묘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흥미가 끌리는 김에 로버트 와그너와 데니스 데이번 선장의 회고록을 사서 읽어볼까? 와그너의 책은 2008년 아니면 2009년에 나왔고, 데이번 선장의 책은 2010년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둘 다 한 번 읽어볼까? 두 책을 읽어보면 좀 더 상세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러다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지금 읽어야 할 책도 밀려있는 판이므로 지금 당장 구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재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금 더 지켜보면서 계속 흥미진진하면 그 때 가서 구입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흥미진진하게 된 나탈리 우드 사망 미스테리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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