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2일 수요일

'익스펜더블 2', 컨셉은 여전히 맘에 들지만 영화는 전편만 못했다

2년 전 '익스펜더블(The Expendables)' 1탄이 개봉했을 때 이 영화에 대단한 기대를 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액션 스타들이 흘러간 스타일의 액션 영화를 만든다니 그다지 신선하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익스펜더블' 1탄은 기대 이상의 흥행성공을 거뒀다. 영화 또한 기대했던 것 보다는 볼 만했다. 처절할 정도로 유치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기대치는 바닥권이 아니라 지하권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기대했던 것 보다 볼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주 잘 된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못봐줄 정도 또한 아니었다. '이런 컨셉으로 이 정도 했다면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2년이 지나 예상대로 '익스펜더블 2'가 개봉했다. 과거의 액션 스타들이 또다시 한자리에 모여 흘러간 스타일의 '마구 쏴' 액션 영화를 또 만들었다.

메인 캐릭터는 1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미키 루크(Mickey Rourke)는 돌아오지 않았으나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 돌프 룬드그렌(Dolph Lundgren), 제이슨 스테이덤(Jason Statham), 이연걸, 테리 크루즈(Terry Crews), 랜디 커쳐(Randy Couture),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 아놀드 슈왈츠네거(Arnold Schwarzenegger) 등 나머지 출연진들은 모두 2탄으로 컴백했다.


아, 그리고 그 빌어먹을 베레모도 2탄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베레모는 왜 쓰는 건지 이해가 도무지 안 되지만, 1탄에 이어 2탄에도 베레모가 또 나온다.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이연걸의 비중이 작아진 대신 새로운 중국 여배우 유 난(余男)이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으며, 1탄에서 카메오 수준에 그쳤던 브루스 윌리스와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비중도 커졌다. 윌리스와 슈왈츠네거는 2탄에서도 메인 캐릭터 급은 아니었으나 모두 함께 총을 들고 갈기는 씬에 빠지지 않고 한다리 끼었다.

악역은 장 클로드 반 담(Jean-Cloude Van Damme)이 맡았으며, 중무장을 한 채 오랜만에 빅스크린으로 돌아온 척 노리스(Chuck Norris)도 눈에 띄었다.

일단 출연진만 보면 1탄보다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나빠지진 않았다.

그렇다면 영화도 1탄보다 나아졌을까?



출연진은 전편보다 나아졌는지 몰라도 영화는 전편만 못했다.

무작정 갈기고 보는 액션 씬은 물론 자주 나왔다. 얼핏 보기엔 폭력 수위가 높아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한쪽에선 무작정 총을 갈기고 다른 한쪽에선 피를 튀기며 나가 뻗는 게 전부였을 뿐 특별하게 폭력 수위가 높다는 생각이 영화 내내 들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R 레이팅을 받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R 레이팅을 받아낸 것처럼 보였다.

액션 씬이 미지근했던 이유는 아마도 '익스펜더블 2'가 PG-13을 노렸다가 뒤늦게 R 레이팅으로 바꿨기 때문인 듯 하다. '익스펜더블 2'가 패밀리-프렌들리 레이팅인 PG-13에 맞춰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들이 실망감을 드러내자 뒤늦게 R 레이팅으로 수정되었던 것.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사례를 보아왔듯이, 영화 레이팅을 놓고 오락가락하면 영화 역시 오락가락하게 나온다. PG-13으로 계획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PG-13으로 밀고 가고, R 레이팅으로 계획했으면 마지막까지 그쪽으로 가야지 영화 레이팅을 놓고 이랬다 저랬다 하면 영화도 그렇게 된다.

'익스펜더블 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익스펜더블 2'는 틴에이저들을 겨냥해 만든 영화였지 성인층을 겨냥한 화끈한 액션 영화가 아니었다. 무댓보로 총을 쏘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액션 씬이 자주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싱거웠던 점, 영화 내내 심한 욕설이 나온 적이 (거의) 없었던 점 등이 PG-13으로 계획했다가 나중에 마지 못해서 R 레이팅으로 바꾸면서 남은 흔적들이다.

'익스펜더블 2'는 마일드한 액션과 대사, 그리고 싱거운 농담과 유머로 꾸린 패밀리-프렌들리 액션 어드벤쳐 영화였다. 모조리 다 때려부수는 잔인하고 화끈한 액션이 볼거리인 영화가 아니라 왕년의 액션 스타들이 한데 모여서 '람보', '터미네이터', '다이 하드' 조크를 썰렁하게 늘어놓으면서 관객들을 웃기려 하는 영화였다. 헬렌 미렌(Helen Mirren)이 기관총을 쏘던 액션-코메디 '레드(Red)'와 비슷해 보일 정도로 폭력이 다운되고 유머가 업된 영화였다. 격렬한 80년대 스타일 마초-액션 영화가 아니라 마일드한 액션-코메디 영화 쪽에 더 가까운 영화였다는 것이다.

사실 '익스펜더블' 시리즈가 '레드' 시리즈와 비슷해지는 건 그리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다.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왈츠네거 등 액션 영화엔 살짝 무리인 듯 보이는 '아저씨'들이 기관총을 우당탕탕 갈기는 영화를 진지하게 만드는 것 보다 살짝 코믹하고 엉뚱하게 만드는 게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익스펜더블 2'에 유머를 부쩍 늘린 것은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익스펜더블 2'는 액션-코메디로 분류하기엔 부족한 영화였다. 유머를 나름 풍부하게 집어넣으면서 코믹하게 만들려 노력한 흔적은 보였으나 유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썰렁한 농담과 유치한 유머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의 유머를 넣느니 차라리 집어치우는 게 나았다. 왜냐, 영화 자체를 유치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유머는 아니 넣는 게 더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80년대 스타일의 마초-액션 영화를 틀로 삼은 데다 출연 배우들도 그 때 그 시절 배우들이 많은 만큼 어딘가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데가 있게 돼있었는데, 여기에 별로 웃기지도 않는 썰렁한 유머까지 보태지자 과거의 액션 스타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 보는 재미까지 반감됐다. 유머를 풍부하게 만들려 시도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유머의 수준이 꽝이다 보니 옛날 배우들도 별로 반갑지 않았다.

그래도 '과거의 액션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은다'는 컨셉은 여전히 맘에 든다. '익스펜더블' 시리즈와 같은 영화를 완성도까지 따져가면서 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므로 반가운 옛 얼굴들과 함께 적당한 선에서 즐길 수 있을 정도만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실제로, '익스펜더블' 시리즈는 영화의 재미보다 어떤 올드 스타가 출연하는지가 더 관심사다. 벌써부터 3탄에 출연할 올드 액션 스타들의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있으니까. '익스펜더블 2'를 보러 간 관객들도 영화를 보러 간 게 아니라 옛날 액션 영화 배우들을 보러 극장을 찾은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이번에 개봉한 2탄이 1탄에 비해 재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3탄이 기다려진다.   다음 번 영화에선 또 어떤 '아저씨'들이 기관총을 들고 돌아다닐지 궁금해서다.

그러나, (만약 나오게 된다면) 3탄은 이번 2탄보다 여러 모로 조금 더 나아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엄청난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탄 정도만 돼도 참고 견길 만했으니 그 정도만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스타일의 우당탕탕 액션 영화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일가견이 있는 만큼 그에게 연출까지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익스펜더블 2'의 연출은 사이먼 웨스트(Simon West)가 맡았는데, 이번 영화가 전편에 비해 화끈한 맛이 덜 난 이유가 그에게도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스탤론 아저씨에게 다 해 잡수라고 몽땅 맡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번엔 PG-13과 R 레이팅을 놓고 오락가락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한 번 삐끗했으니 다음 번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보겠다.

그런데 3탄 진짜 나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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