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6일 일요일

'행오버 3', 제목과 쟝르 모두 잘못됐다

세 명의 남자가 만취가 되어 필름이 끊어지면서 뒷수습하기 어려운 소동에 휘말리는 워너 브러더스의 코메디 영화 '행오버(Hangover)'가 개봉한 지 벌써 4년이나 지났다. 이들은 2011년 여름 속편으로 다시 돌아와 '행오버 2'를 가장 흥행에 성공한 R 레이팅 코메디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2013년 여름, 술만 마시면 아무도 못 말리는 필(브래들리 쿠퍼), 스투(에드 헴스), 앨런(잭 갤리피아나키스)가 또 돌아왔다.

'행오버' 시리즈의 완결편이라는 '행오버 3(Hangover Part III)'가 개봉했다.

3탄에선 어디에서 술 먹고 필름이 또 끊기냐고?

이번 영화에선 술 먹고 필름이 끊기지 않는다. 영화 제목은 여전히 '행오버'이지만, '행오버 3'의 줄거리는 '행오버'와 완전히 무관하다. '행오버'를 '숙취'가 아닌 약간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 여전히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 '행오버' 시리즈에 빠짐없이 나왔던 '술 먹고 필름이 끊겨 소동에 휘말린다'는 설정은 이번 '행오버 3'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행오버 3'에선 술이 아닌 다른 것에 의한 '행오버'에 시달린다는 얘기?

그렇다. 바로 아시안 갱스터 미스터 차우(켄 정)가 울프팩으로 불리는 필, 스투, 앨런에게 골칫거리를 선사한다.

갱스터 두목 마샬(존 굳맨)은 차우가 자신의 금을 훔쳐 달아났다면서, 울프팩이 차우와 금을 되찾아오지 않으면 인질로 잡은 덕(저스틴 바사)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이 바람에 울프팩은 인질로 잡힌 덕을 구출하기 위해 마샬이 시킨 대로 미스터 차우를 찾아나서게 된다...


'행오버' 시리즈의 완결편이라는 3탄에서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려 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오버' 시리즈에서 절대 빠져선 안 될 것 같았던 '술 먹고 필름이 끊기면서 대소동에 휘말린다'는 설정이 3탄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재미의 절반이 날아가버렸다. 성인 관객들이 '행오버' 시리즈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대부분 술에 취해 크고 작은 소동에 휘말린 적이 있기 때문인데, '행오버 3'에선 공감이 가는 '술로 인한 소동' 파트가 완전히 빠지고 갱스터들의 어설픈 범죄 이야기로 둔갑했다.

재미와 함께 웃음도 사라졌다. '행오버 3'는 분명히 코메디 영화인데, 어찌된 게 전혀 웃기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저걸 지금 웃기려고 집어넣은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알 수 없는 씬들만 눈에 띄었을 뿐 웃음이 솟구치도록 만들 만한 씬이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 싱겁고 허무하고 썰렁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해괴해 보이는 씬들이 오히려 더욱 눈에 자주 띄었다. 아주 터무니 없이 웃음이 헤픈 사람이라면 몰라도, '행오버 3'를 보는 내내 피식이나마 웃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쟝르는 분명히 코메디로 돼있지만 어찌된 게 처음부터 끝까지 코메디 영화다운 씬이 없었다. 제작진이 애초부터 '행오버 3'를 코메디 영화로 만들려 했는지, 관객들을 웃길 생각을 했으며 그러한 시도를 제대로 했는지 대단히 의심스러워 보였다. '행오버 3'는 코메디 영화로 보이지 않았다.

'행오버 3'는 영화 내내 웃기지 않다가 영화가 모두 끝나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도중에 잠깐 나온 씬이 가장 재미있었다. '행오버' 영화다운 코믹한 씬이 영화가 다 끝나서야 나온 것이다. 오죽했으면 영화관 청소를 위해 대기 중이던 극장 직원들이 일찍 자리를 뜨는 관객들을 말리며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씬이 곧 나오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 극장 직원 말대로, '행오버 3'의 하이라이트 씬은 영화가 다 끝나고 난 다음에 나왔다.

그렇다. '행오버 3'는 전편들과 달리 숙취에 시달리는 씬이 나오지 않는 제목만 '행오버'인 영화였으며, 영화 쟝르 역시 코메디가 아닌 무언가 다른 쟝르의 영화처럼 보였다. 코메디 영화라면 일단 유머 먼저, 다른 건 나중 순이어야 하는데 '행오버 3'는 순서가 뒤바뀐 것 같았다. 유머를 덤으로 끼운 영화처럼 보였지 웃음을 주는 데 가장 많이 공을 들인 코메디 영화처럼 보이지 않았다.

'행오버 3'는 '행오버'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았고, 코메디 영화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지난 2011년작 '행오버 2'까지는 그럭저럭 볼 만했는데, 시리즈 완결편이라는 3탄에선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취가 되어 소동에 휘말린다는 설정을 반복하면서 싫증나지 않게 매번 웃음을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3탄에서도 쓸데 없는 변화를 주지 말고 이전에 하던대로 같은 패턴을 반복했더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 같았다. 그렇게 했더라면 적어도 영화 제작진이 행오버에 시달리면서 대충 완성시킨 것처럼 보이는 영화가 나오진 않았을 지도...

댓글 2개 :

  1. 진짜 실망함 ㅠㅠㅠ저두 재밌겟지했는데 영 1 2보다 시원찮게 재미도없구...앨런 결혼골인만햇고 이제 4는 나올일없겟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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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많이 실망했습니다. 제 생각에도 4탄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또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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