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6일 수요일

[NFL20:W1]준비 덜 된 달라스 카우보이스, 어수선한 시즌 스타트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지난 일요일 오후 L.A에서 벌어진 2020년 NFL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L.A 램스(Rams)에게 17:20으로 패했다.

카우보이스는 디펜스가 눈에 띄게 흔들리면서 경기 초반부터 램스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카우보이스가 14대13, 1점 차로 리드하면서 전반을 마치긴 했으나, 도대체 어떻게 그런 스코어가 나왔는지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우세한 경기를 펼친 램스가 큰 점수 차로 앞서 있어야 정상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재계약 협상 문제로 오프시즌 내내 시끄러웠던 달라스 카우보이스 쿼터백, 댁 프레스콧(Dak Prescott)은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2020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아마리 쿠퍼(Amari Cooper), 마이클 갤럽(Michael Gallup), 그리고 NFL 수퍼스타로 성장할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루키, 씨디 램(CeeDee Lamb) 등 NFL 최고 수준의 와이드리씨버들을 보유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시즌 오프너에서는 눈에 띌 만큼 향상된 패스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쿼터백, 댁 프레스콧은 램스 디펜스를 상대로 266야드를 던지고 30야드를 달렸다. 프레스콧은 카우보이스 넘버1 와이드리씨버, 아마리 쿠퍼에게 10개의 패스를 성공시키며 변함없는 케미스트리를 선보였으나, 그 이외로는 특별하게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다.

▲루키 와이드리씨버 씨디 램의 첫 번째 NFL 캐치

패스 공격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선수는 러닝백,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t)이었다.

엘리엇은 대학 시절부터 패스 캐칭 어빌리티가 뛰어난 러닝백으로 평가받았으나, 카우보이스에 와서는 리씨버로서의 위협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못했다. 매 시즌마다 러싱야드 챔피언에 도전하는 "러너(Runner)"로서의 모습만 보여줬을 뿐 "패스 캐처(Pass Catcher)"의 모습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엘리엇은 2020년 시즌 오프너에서 "러너" 뿐 아니라 "패스 캐처"로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리셉션 횟수는 많지 않았으나, 엘리엇은 리씨빙 터치다운을 포함해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 엘리엇은 램스 디펜스를 상대로 96 러싱 야드에 30 리씨빙 야드를 기록했으며, 터치다운도 2개를 기록했다. 카우보이스가 시즌 오프너에서 만든 2개의 터치다운 모두를 엘리엇이 만든 것이다.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그다지 시원스럽게 풀리지 않았던 덕분에 엘리엇의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한편,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경기 초반부터 램스 오펜스에 쉽게 뚫리면서 경기 주도권을 빼앗겼다. 전반에는 램스의 공격이 공을 가지고 있었던 시간(Time of Possession)이 카우보이스의 거의 2배 가까이 됐다.

가뜩이나 불안하게 출발한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첫 번째 쿼터에 주전 라인배커, 라이튼 밴더 애쉬(Leighton Vander Esch)가 콜라본(Collarbone) 골절상으로 빠지면서 더욱 불안해졌다. 콜라본 골절상을 당한 밴더 애쉬는 앞으로 6~8주간 아웃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온갖 사적인 문제로 여러 해 동안 NFL을 떠났다가 2020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입단한 라인배커, 얼든 스미스(Aldon Smith)는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스미스는 NFL 선수생활을 떠났던 공백기간이 매우 길었음에도 크게 녹슬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며, 그의 NFL 컴백 첫 경기에서 쌕(Sack)을 기록했다. 만약 스미스가 앞으로 이런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상당히 위협적인 패스러셔(Pass Rusher)로 카우보이스 디펜스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로 첫 경기를 치룬 마이크 매커시(Mike McCarthy)도 첫 경기부터 논란에 휘말렸다.

17대20, 3점 차로 뒤지던 4쿼터 초에 카우보이스는 동점 필드골을 찰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매커시는 동점 필드골을 시도하지 않고 퍼스트 다운을 하기 위해 밀어붙이는 갬블을 시도했다. 일반적으로 필드골을 시도하는 게 맞는 상황이었으나, 매커시는 4th & 3 상황에 밀어붙이는 도박을 시도한 것이다.

매번 안전한 루트만 선택하지 않고 때로는 리스크가 따르는 도박을 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터무니 없이 무모한 도박을 시도했더라도 만약 성공한다면 "아주 배짱있는 선택이었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거진 미친 짓에 가까운 도박이었더라도 결과가 "성공"으로 나오면 아무도 군소리 안 한다.

문제는, 만약 도박이 실패로 끝나면 "멍청한 짓을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충분히 해볼 만한 승산이 있는 도박이었더라도 결과가 "실패"로 나오면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혹평을 각오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매커시의 갬블은 "실패"였다. 매커시는 동점 필드골을 시도하지 않고 퍼스트 다운을 노리며 밀어붙였으나, 컨버젼에 실패하면서 득점 기회를 날렸다.

매커시는 필드골로 동점을 만드는 것 보다 역전 터치다운을 해서 4점 차로 앞서야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그의 판단이 맞았을 수도 있다. 특히 그 상황에서는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욕심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필드골이 정답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도, 매커시의 도박이 터무니 없이 무모한 짓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매커시의 도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것이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처럼 보이게 된 것은 사실이다. 20대20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날리면서 결국 17대20으로 패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커시가 연장전을 가기 싫어서 터치다운 욕심을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프리시즌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프리시즌은 정규시즌과 달리 경기 결과에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프리시즌 경기가 연장전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동점을 피하려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정규시즌이라면 필드골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이기려고 하지만, 프리시즌에서는 그렇게 승리에 욕심낼 이유가 전혀 없으므로 의미없는 경기를 연장전까지 가면서 길게 끌지 않고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 있었던 램스전은 프리시즌 경기가 아니라 정규시즌 첫 째 주 경기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인한 "무관중", "예년보다 낮은 열기" 덕에 프리시즌 경기처럼 맥이 빠져 보였지만, 그래도 엄연한 정규시즌 경기였다.

가뜩이나 프리시즌인지 정규시즌인지 헷갈리는 판에 매커시가 프리시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갬블"을 정규시즌 경기에서 하는 바람에 더욱 헷갈리게 됐다.

여러모로 준비가 아직 덜 된 것처럼 보였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2020년 시즌은 이렇게 시작했다.

조금 이상하게 스타트를 끊은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홈으로 돌아가 오는 일요일 애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와 경기를 갖는다. 

댓글 2개 :

  1. 시작했군요.
    무관중이라 썰렁해서그런지 영 맥빠진 경기처럼 보였네요.
    특히 디펜스는...
    이제 첫경기라 나아지겠지만 NFL 승리의 기본은 수비인지라 걱정됩니다.
    QB도 더 나아진거 같지 않던데 WR만 좋아서는 해결이 될런지, 다음경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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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청자도 작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NBC 썬데이나잇 풋볼이 16% 떨어졌더군요.
      카우보이스는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팀으로 불렸는데, 금년엔 아닌 모양입니다.
      ESPN 먼데이나잇 풋볼도 많이 떨어졌더군요. 두 경기가 있었는데 21%, 38% 떨어졌더군요.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라인배커 2명의 부상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션 리와 밴더 애쉬가 6주 이상 아웃이므로, 수비불안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오펜스는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만, 주전 타잇엔드 블레이크 자윈이 시즌아웃입니다.
      주전선수 3명이 시즌 첫 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했으니 좋은 스타트는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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