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0일 목요일

다니엘 크레이그 AS 제임스 본드

액션, 서스펜스, 기타 등등...

제임스 본드 시리즈 하면 떠오르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가 성적(性的) 매력이다.

우선 본드걸이 먼저 떠오른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본드걸이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 제 1탄 '닥터노(Dr. No)'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인이 바다에서 걸어나오는 장면은 명장면 중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닥터노'의 우슐라 안드레스보다 뛰어난 미모와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가 본드걸로 출연한 적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슐라 안드레스를 능가한다'고 하지 않는다. 어지간한 미모와 몸매를 자랑하는 여배우, 모델출신 본드걸들도 우슐라 안드레스 앞에선 몸을 낮춘다. '내가 안드레스보다 더 낫다'고 괜히 떠벌렸다간 '싸가지 없다'는 소리만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안드레스의 '닥터노 비키니 워크'는 전설적인(?) 씬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본드걸만 물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2006년작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서 제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바다에서 걸어나오는 장면도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제임스 본드 팬 중 절대다수가 남성인만큼 이게 어떻게 명장면이 될 수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비키니(?) 씬은 우슐라 안드레스의 '닥터노 비키니 워크'에 비견하는 씬으로 꼽힌다.



그렇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가장 섹시한 제임스 본드'로 불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깔끔한 꽃미남형이 아니다. 키도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들 중에서 가장 작다. 하지만, 블론드에 파란 눈을 가진 다니엘 크레이그만큼 섹시한 제임스 본드는 없었다는 것.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을 본 사람들은 영화에서 크레이그가 자주 벗고 나온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크레이그가 영화촬영을 위해 근육을 키웠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수많은 여성팬을 보유한 다니엘 크레이그의 매력을 십분 활용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다니엘 크레이그는 여성팬들과 여기자들로부터 '다음 번 영화에서도 자주 벗느냐', '수영복 씬이 또 나오냐'는 질문에 시달리고 있다. 크레이그는 '다시는 수영복 씬을 찍지 않을 것'이라면서 섹스어필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관심이 쏠리는 걸 원치않는 눈치다. 일차원적인 배우로 낙인되는 것을 경계하는 듯.



다니엘 크레이그는 여성 뿐만 아니라 게이들에게도 인기 높은 배우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특히 게이에게도 섹스어필하는 배우가 제임스 본드가 된 것.

요즘엔 게이들도 남자 연예인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덕분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확정되자 게이들이 가장 열광했다'는 약간 삐딱해 보이는 글들도 눈에 띄지만 크레이그가 게이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그렇다고 크레이그가 게이라는 건 아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혼한 전부인과의 사이에 딸이 하나 있으며, 여배우 시에나 밀러와 사귀면서 영국영화 '레이어 케이크(Layer Cake)'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최근엔 영화 프로듀서 Satsuki Mitchell과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영국영화 'Enduring Love'의 한장면

하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에로영화가 아니다. 섹스어필이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섹스어필 이외의 것들을 알아보기로 하자.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의 가장 큰 특징은 '제임스 본드가 젊어졌다'는 것이다.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익숙한 영화팬 중엔 '제임스 본드엔 나이 든 배우가 어울린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로저 무어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1985)' 촬영 당시 나이가 57세였기 때문에 40대초에 제임스 본드로 발탁된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이 젊어보였던 것이지 '40대 제임스 본드'도 플레밍의 원작에 의하면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플레밍은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의 나이/생년월일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1955년 발표한 세 번째 소설 '문레이커(Moonraker)'에서 '8년 뒤 제임스 본드가 45세가 되면 00 에이전트에서 물러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소설 '문레이커'에서의 제임스 본드의 나이는 45세에서 8년을 뺀 37세였다는 게 된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카지노 로얄'을 촬영할 당시 37세였다.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기에 가장 적당한 나이였던 것. 일부는 제임스 본드의 나이가 30대로 낮춰진 이유가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소설에서의 제임스 본드가 30대였고 45세가 되면 아예 00 라이센스를 반납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렇다. 제임스 본드는 원래 30대의 '젊은 에이전트'였다. 영화버전 제임스 본드는 한동안 '중후한 중년 스파이'로 잘못 알려졌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등장으로 제 나이를 찾게 됐다.

플레밍 소설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주먹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무술실력도 만만치 않지만 적들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 '카지노 로얄'은 '제임스 본드도 피를 흘린다'는 것을 아주 오랜만에 보여줬다. 약간 오버한 감이 있는 바람에 살짝 코믹해 보이기도 했지만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젊다고 전부가 아니다. 젊은 남자 주인공이 치고 박고 쏘는 액션영화는 흔해 빠졌다. 이런 것만으론 주인공 이름만 제임스 본드일 뿐 새로울 게 없는 액션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다운 클래식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이것을 다니엘 크레이그가 해결해 준다.

크레이그는 싸구려틱한 컬러사진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흑백사진에 잘 어울릴 것 같은 클래식한 이미지의 배우다. 티셔츠보다 정장이 잘 어울려 보이는 배우다. 젊고 혈기왕성한 근육질의 거친 사나이처럼 보이지만 흔해빠진 터프가이 중 하나로 보이지 않는다. 차갑고 진지해 보일 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데가 있어 보이는 덕분이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는 장면이 어색해 보일 정도로 현대적인 것과는 살짝 거리가 있어보이는 배우다. 터무니없는 가젯들이 쏟아져 나오는 제임스 본드 영화에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에 비교적 충실한 편이고 터무니 없는 가젯들이 나오지 않았던 영화 '카지노 로얄'이라면 모르겠지만.



유머가 약간 부족하지 않냐고?

'One-Liner'라 불리는 한줄짜리 농담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로저 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과 비교하면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는 유머감각이 전혀 없는 사나이처럼 보인다.

플레밍 원작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영화에서처럼 능글맞은 플레이보이가 아니기 때문에 책을 읽은 사람들은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가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제임스 본드에 익숙한 사람들은 'One-Liner 조크'를 하지 않는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가 너무 딱딱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유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이전 영화들과는 스타일이 약간 다르다는 게 전부일 뿐...





좋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최고의 제임스 본드일까?

그건 아니다. 적어도 아직은 아니다. 이제야 딱 한 편 찍은 게 전부기 때문이다.

일단, 다니엘 크레이그는 '카지노 로얄'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니라 제작팀이다. 과연 이들이 '진지한 제임스 본드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21편의 007 시리즈 중에서 가젯이 난무하는 판타지 액션영화가 4라면 '카지노 로얄' 풍의 영화는 1밖에 안된다. 007 제작팀은 '카지노 로얄' 스타일보다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스타일에 더 익숙한 셈이다. 007 시리즈는 원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는만큼 007 제작팀 입장에선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스타일의 영화가 더 편할지도 모른다.

'카지노 로얄'의 줄거리와 스타일 모두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 기대보다 불안이 앞서는 이유다.

댓글 4개 :

  1. 정말 오공뽄드님은 글 진짜 잘쓰시네요.ㅋ감탄중..
    (근데 게이사진은 좀 충격ㅋㅋ)
    이 글 보고나니까 다니엘크레이그가 달라보이네요.
    콴텀오브솔래스 너무 기대가 되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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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에이, 왜 자꾸 그러십네까...ㅋ

    사실 저 영화에선 게이로 나오지 않습니다.
    게이 스토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저렇게 된 거라는...

    저도 'QoS' 기다려집니다. 기대 반 불안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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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o I look like I give a damm...

    영어가 짧아서 그런데... 저 대사는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까요?

    '내가 그딴거 챙기게 생겼수?' 라고 이해를 해야 하나요?...^^;;

    그리고 역시 영어가 짧아선지...기차에서 본드와 베스퍼가 나누는 대화도 다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요. 영어 자막 올려놓고 봐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몇군데 튀어나온다능...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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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내가 그딴 거 따질 것처럼 보여?"가 될 것 같은데요.

    바텐더가 'shaken or stirred?'라고 물어보니까 잔소리 말고 아무렇게나 달라는...ㅋㅋ

    기차에서의 대화...는 본드와 베스퍼가 시니컬한 분위기의 대화를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롤렉스? 오메가'밖에 기억이 안납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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