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NFL20:W11]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반갑지만 반갑지 않은 승리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뜻밖의 승리를 거뒀다.

바이위크(Bye Week)에서 돌아온 카우보이스가 지난 일요일 오후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와의 원정경기에서 31대28로 승리했다. 7점 언더독(Underdog)이던 카우보이스가 3점차로 이긴 것이다. 

물론 승리는 좋은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거둔 승리라서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2020년 시즌을 포기하고 2021년 NFL 드래프트의 상위 지명순번 확보를 노리는 게 보다 현명한 선택이 된 카우보이스가 질 것으로 예상됐던 바이킹스전에서 승리한 건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카우보이스의 승리가 내년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 확보를 더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NFL 드래프트는 시즌 성적 역순으로 지명 순서가 정해진다. 따라서 금년 시즌을 포기하고 내년 드래프트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져야 하는 판이다. 그런데 카우보이스는 져야 할 경기를 이겨버렸으니 "이게 아닌데..." 하면서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듬해 드래프트의 첫 번째 오버올(Overall) 픽 획득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기회가 오면 미련없이 시즌을 포기하고 드래프트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카우보이스의 이번 승리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미지근한 결과에 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되살리기에는 너무 늦은 2020년 시즌에 의미없는 승리를 추가하면서 내년 드래프트 순번까지 뒤로 밀리는 "병살타"를 때린 기분이 든다. "2020년 시즌"과 "2021년 드래프트 탑 픽(Top Pick) 획득" 모두가 날아간 것처럼 느껴진다는 얘기다. 

카우보이스가 산적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는 있다. 헤드코치를 비롯한 주요 코치진이 교체된 데다 댁 프레스콧(Dak Prescott)을 비롯한 주요 선수들까지 부상당하면서 크고 작은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이러한 혼란이 2021년 시즌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전 쿼터백, 댁 프레스콧의 재계약 문제가 관심사 중 하나다. 금년 초까지만 해도 프레스콧의 재계약 문제가 어떻게든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보기가 어려워졌다. 프레스콧의 심각한 발목부상 뿐 아니라 낮아진 2021년 NFL 샐러리 캡 문제 등과 엉키면서 재계약 협상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프레스콧의 발목부상은 발목이 빠지고(Dislocation) 부러진 뼈가 피부를 뚫고 나왔을 정도로(Compound Fracture) 심각한 수준의 부상이었다. 따라서 프레스콧이 언제쯤 경기를 뛸 수 있는 레벨로 회복할지, 다시 경기로 돌아오더라도 부상 이전과 같은 레벨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등 여러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카우보이스는 프레스콧과 장기계약을 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프랜챠이스 태그를 사용해 1년 계약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둘 다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문제다. 프레스콧과 카우보이스의 장기계약 협상은 이미 한 차례 실패한 바 있어서 이번에도 순조롭게 타결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2021년 시즌 NFL 샐러리 캡이 2020년 시즌보다 낮아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만약 카우보이스가 프레스콧에게 프랜챠이스 태그를 또 사용하면 여러 골치아픈 샐러리 캡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21년 NFL 샐러리 캡은 2020년보다 2천만 달러 가량 낮아진 1억 7천 7백만 달러라는데, 카우보이스가 프레스콧과 3천 8백만 달러에 1년 계약을 하면 프레스콧 혼자서 카우보이스의 2021년 샐러리 캡의 21% 이상을 차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일부 NFL 애널리스트들은 카우보이스가 프레스콧에 또 프랜챠이스 태그를 사용하면 자칫 연쇄적인 샐러리 캡 문제로 번질 위험이 있으므로, 낮아진 2021년 샐러리 캡에 부담이 덜 가도록 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대의 쓸 만한 주전 쿼터백을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좋은 해결책 중 하나로 "드래프트"를 꼽고 있다. 1 라운드에 쓸 만한 쿼터백을 지명하면 프레스콧과 1년 계약할 돈으로 4년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레스콧이 절대 대체 불가능한 수퍼 엘리트 쿼터백이라면 또다른 얘기겠지만, 프레스콧이 그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카우보이스가 드래프트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면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쿼터백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저렴한 가격대에 주전을 맡길 만한 쿼터백을 카우보이스가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얘기가 약간 달라질 수 있다. 

앤디 달튼(Andy Dalton)?

만약 앤디 달튼이 남은 2020년 시즌동안 카우보이스 오펜스를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길 만큼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아주 나쁜 초이스가 아닐 수도 있다. 현재 달튼은 프레스콧의 부상으로 급하게 투입된 상황이라서 제 기량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달튼이 카우보이스 오펜스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발전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런 가능성을 지난 바이킹스전에서 살짝 보여줬다.

달튼이 바이킹스 디펜스를 상대로 화끈한 패싱어택을 선보인 것은 아니다. 패싱야드가 200야드를 살짝 넘기는 데 그쳤으므로 대단히 좋은 경기를 가졌다고 하긴 힘들다. 그러나 바이킹스전에서 주목할 점은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정체성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러닝백,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t)이 2020년 시즌 들어 처음으로 100야드 이상을 달렸고, 런공격이 순조롭게 풀리면서 바이킹스의 패스 디펜스가 느슨해지자 앤디 달튼이 그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만약 카우보이스가 오펜시브 라인을 업그레이드해서 런블락과 패스블락을 보강하면 앤디 달튼으로도 별 무리 없이 공격 진행이 가능해 보였다. 아직까지는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달튼이 카우보이스 오펜스에 완전히 익숙해지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꾸준히 보여준다면 이야기가 보다 흥미진진해질 수 있다고 본다. 

달라스 카우보이스 측은 "쿼터백은 댁 프레스콧"이라는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카우보이스 구단주, 제리 존스(Jerry Jones)는 카우보이스가 2021년 NFL 드래프트 1 라운드에 쿼터백을 지명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전 쿼터백에 변화가 없을 것이고, 프레스콧과의 재계약에만 관심있다는 게 팀의 공식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많은 NFL 애널리스트들은 카우보이스 측의 실제 속마음은 팀의 공식입장과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겉으로는 쿼터백 옵션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일 것이라고 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쿼터백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문제들이 걸려있기 때문에 2020년 시즌보다 2021년 드래프트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한편,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 하다.

시즌 내내 헤매던 디펜스가 최근 얼마 전부터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번 바이킹스전에서는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턴오버를 만들면서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쉽게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모처럼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디펜스 역할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되살아났다"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여전히 디펜스 이곳저곳에 크고작은 문제가 많이 보였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밀리며 무기력하게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경기 마지막까지 밀고 밀리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는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바이킹스전 최고 하이라이트의 주인공은 카우보이스 루키 와이드리씨버, 씨디 램(CeeDee Lamb)의 터치다운 캐치다. 

몇몇 NFL 애널리스트들은 램의 터치다운 캐치를 "올해 최고의 캐치"라고 극찬하고 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홈으로 이동해 오는 목요일 워싱턴 풋볼 팀과 추수감사절 경기를 갖는다. 

댓글 4개 :

  1. 이렇게 그저 그런팀이 되가는건가요..
    뭘 해야 팀재건에 도움이 된는지 모르는게 분명합니다.
    구단주가 치매에 걸린거 같아요. 똥고집만 늘어서 들을줄도 모르고...
    이제 달라스의 슈퍼볼은 과거에서만 찾아야 되는거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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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생각엔 제리 존스가 "풋볼맨"보다 "비즈니스맨" 쪽에 가깝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프레스콧을 카우보이스의 간판스타로 만들어 장사를 하고 있는데,
      만약 쿼터백이 교체될 경우 새로운 쿼터백이 프레스콧 만큼 값어치가 나갈까...
      뭐 이런 것에 관심이 더 많을 겁니다.
      프레스콧의 저지/유니폼 판매량이 NFL 탑 5 안에 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프레스콧이 반듯한 이미지와 탁월한 리더쉽을 갖춘 롤모델 수준의 선수로 불리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제리 존스는 프레스콧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해주길 바랄 수 있습니다.
      심하게 죽쑤지만 않고 꾸준히 인기와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걸 더 바랄 수 있다는거죠.
      나머지 풋볼 팀 문제는 세일즈의 황제인 제리 존스가 나서서 립서비스로 해결하면 되겠죠.
      이런 제리 존스의 "비즈니스맨" 스타일이 현재 쿼터백 이슈와도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존스는 퍼스트 오버올 픽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트레버 로렌스에는 분명 관심이 있을겁니다.
      로렌스가 훌륭한 쿼터백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스타성이 있다고 볼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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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달라스의 이 성적으로는 앞으로도 닥의 유니폼 판매량이 늘지 않을것 같네요.
    팀 성적이 좋아야 판매량도 늘어나는데 존스는 왜 이러는지...
    존스는 잘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시즌 완전히 버리고 새 QB로 시작해야 합니다.

    워싱턴경기를 보니(역시나 엉망에 소화도 못시키는 페이크작전까지 써 망신까지..)엘리엇도 경기서 힘을 못내고 있고, QB때문인지 HC때문인지 그냥 전 선수들이 혼이 빠진듯 멍청하게 경기를 하네요.
    세대 교체하기는 이른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만약 트레버 로렌스가 오면 잘 될까요?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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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약 트레버 로렌스가 2021년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퍼스트 오버올 픽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로렌스를 드래프트하려면 일단 퍼스트 오버올 픽을 확보해야만 가능성이 보일 듯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제츠(무승10패), 재과스(1승9패)에 퍼스트 픽이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카우보이스가 지명순서를 트레이드 업 해서 퍼스트 픽을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거꾸로 트레이드 다운해서 더 많은 선수들을 지명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카우보이스가 금년 시즌에 꼴등을 하지 않는 이상 로렌스 지명은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니면 로렌스가 드래프트에서 미끌어지면서 카우보이스 순서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뉴욕 제츠, 잭슨빌 재과스 등 쿼터백 지명을 노리는 팀들이 있어서 어려운 씨나리오 같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건, 만약 로렌스를 다른 팀에 빼앗겼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지금은 카우보이스가 쿼터백 지명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막상 로렌스를 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러나 로렌스를 빼앗긴 이후에도 카우보이스가 계속 쿼터백 포지션에 관심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세컨드 베스트, 서드 베스트 쿼터백으로 이동하면서도 1 라운드에 쿼터백을 지명할 것인지,
      아니면 쿼터백에 흥미를 잃고 다른 포지션 선수를 지명할 것인지...
      아마도 이건 프레스콧 재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풀리는가에 달리지 않았나 합니다.
      내년 샐러리캡이 줄지만 않는다면 프레스콧과 1년 계약 한 번 더 하는 게 가장 쉽겠지만,
      지금은 이것도 그리 간단한 해결책이 아닌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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