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7일 제임스 본드가 돌아온다.
22번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제목은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콴텀 오브 솔래스' 프로듀서와 감독, 출연배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마치 가족사진처럼 보인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마이클 G. 윌슨(프로듀서), 젬마 아터튼(본드걸2 - 에이전트 필즈), 매튜 아말릭(악역 - 도니믹 그린), 올가 쿠리렌코 (본드걸1 - 카밀), 다니엘 크레이그(미스터 본드!), 주디 덴치(M), 마크 포스터(감독), 바바라 브로콜리(프로듀서))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 주디 덴치가 계속 M으로 출연한다는 것.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시대가 끝나면서 M이 다시 남자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했는데 '카지노 로얄'에서도 주디 덴치가 변함없이 M으로 출연하는 걸 알았을 때 적지않은 실망을 했다.
그렇다고 주디 덴치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주디 덴치가 연기한 '여성 M'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007 시리즈가 '카지노 로얄(2006)'에서 이언 플레밍의 원작으로 돌아가면서 '옛날 M'이 생각났다.
플레밍 소설에서의 M은 물론 남자다. 007 영화 시리즈 1탄부터 16탄까지도 남자배우가 M으로 출연했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1995)'가 나왔을 때 새로운 007 시리즈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여성 M'이었다. 원래 M은 제임스 본드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는데 갑자기 여자로 바뀌자 당황스러웠던 것.
'여성 M'이 007 시리즈에 출연한지 10년이 지났다보니 이젠 별다른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M이 남자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접은 건 아니다. M이 원래 남자 캐릭터니까 남자배우로 다시 돌려놓는 게 정상이므로 쉽게 잊혀질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M에 어울리는 것 같냐고?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는 어떤가?
제임스 본드 팬들은 007 시리즈 초대 M, 버나드 리(Bernard Lee)가 최고였다는 데 이의 없을 것이다. 버나드 리는 1탄 '닥터노(Dr. No - 1962)'부터 11탄 '문레이커(Moonraker - 1079)'까지 M으로 출연했던 영국배우다.
앤서니 홉킨스도 영국배우이며, 나이는 현재 M을 연기하고 있는 주디 덴치(34년생)보다 3년 아래다.
앤서니 홉킨스가 M으로 캐스팅된다면 버나드 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주 멋진 M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2008년 1월 29일 화요일
2008년 1월 28일 월요일
007도 코믹북 있다!
제임스 본드라고 하면 007 영화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이언 플레밍의 소설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다냐?
아니다.
만화도 있단 말이다!
사실, 제임스 본드 코믹북은 꽤 많은 편이다. 007 영화 시리즈가 나오기 전부터 영국 신문에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옮긴 만화가 연재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런 스타일의 만화만 있는 건 아니다.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가 1981년 제임스 본드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를 풀컬러 만화로 옮긴 적이 있다.
표지 왼쪽 하단에 'The Official Marvel Comics Adaptation of the Spectacular Motion Picture!'라고 써있다.
마블 코믹스의 '유어 아이스 온리' 코믹북은 소설이 아닌 영화를 만화로 옮긴만큼 영화와 동일한 줄거리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제임스 본드도 '유어 아이스 온리'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로저 무어를 모델로 했다.
마블 코믹스가 '제임스 본드 주니어(James Bond Jr.) 시리즈'와 함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화로 옮긴 풀컬러 코믹북을 몇 권 더 선보였던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지금 내 수중에 있는 건 '유어 아이스 온리' 하나가 전부.
그 다음으로 이언 플레밍의 소설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다냐?
아니다.
만화도 있단 말이다!
사실, 제임스 본드 코믹북은 꽤 많은 편이다. 007 영화 시리즈가 나오기 전부터 영국 신문에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옮긴 만화가 연재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런 스타일의 만화만 있는 건 아니다.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가 1981년 제임스 본드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를 풀컬러 만화로 옮긴 적이 있다.
표지 왼쪽 하단에 'The Official Marvel Comics Adaptation of the Spectacular Motion Picture!'라고 써있다.
마블 코믹스의 '유어 아이스 온리' 코믹북은 소설이 아닌 영화를 만화로 옮긴만큼 영화와 동일한 줄거리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제임스 본드도 '유어 아이스 온리'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로저 무어를 모델로 했다.
마블 코믹스가 '제임스 본드 주니어(James Bond Jr.) 시리즈'와 함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화로 옮긴 풀컬러 코믹북을 몇 권 더 선보였던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지금 내 수중에 있는 건 '유어 아이스 온리' 하나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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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 007
2008년 1월 27일 일요일
다니엘 실바 소설, 영화로도 성공할까
미국의 스파이 소설 작가, 다니엘 실바(Daniel Silva)의 소설이 곧 영화화 될 전망이다.
미국 버라이어티(Variety)의 작년 8월 보도에 의하면 유니버설 픽쳐스가 다니엘 실바의 7개 첩보소설에 대한 영화제작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유니버설이 노리는 건 실바의 소설 중에서 게이브리엘 앨런(Gabriel Allon)이라는 이스라엘 모사드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다.
버라이어티에 의하면 첫 번째 영화는 'The Messenger'가 될 것이며, 프로듀서는 마크 고든(Mark Gordon)과 조시 맥러린(Josh McLaughlin), 감독은 피에르 모렐(Pierre Morel)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한다.
유니버설은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으로 막을 내린 로버트 러들럼 원작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이을 새로운 스파이 프랜챠이스를 찾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의 기사가 '본 얼티메이텀'의 미국 개봉일(07년 8월3일) 직전인 8월1일에 올라온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만약, 모든 게 유니버설 픽쳐스의 계획대로 된다면 이들은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 첩보영화 7편을 확보한 게 된다.
하지만, 다니엘 실바의 소설이 영화로 성공할만 하냐는 걸 먼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캐릭터 게이브리얼 앨런부터 살펴보자.
게이브리얼 앨런은 그림을 복원하는 기술자다. 하지만, 1972년 뮌헨 인질사건 주모자를 없애라는 임무를 수행했던 베테랑 모사드 에이전트이며, 폭탄테러로 가족을 잃기도 했다.
70년대초부터 모사드 요원으로 활동했고, 그 때 당시에 20대 초반이었다니까 지금 나이는 적어도 50대 중반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무기사용에 능한 베테랑인 건 맞지만 젊은 에이전트는 아니다.
그렇다면, '메신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바티칸에 폭탄테러를 해 700여명을 사망케 한다. 이스라엘 모사드 에이전트, 게이브리엘 앨런은 테러 주모자와 그에게 금전지원을 하는 사우디 억만장자를 추적한다.
문제의 사우디 억만장자가 엄청난 그림 수집가란 사실을 알고있는 게이브리엘은 그에게 접근할 미끼로 사용할 그림을 찾기 시작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호의 그림을 찾는 데 성공한다.
그 다음엔, 그림과 함께 사우디 억만장자의 '아트 어드바이저'가 되어 그들의 조직에 침투할 미국인 여자 에이전트를 찾는다. 물론, 게이브리엘은 9-11 테러로 남자친구를 잃고 CIA에 들어가려 했던 경력을 가진 사라(Sarah)라는 미국여자를 발견한다.
여기까지가 책의 절반이다. 사우디 억만장자 조직 내부에 숨어있는 거물급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기 위해 그의 조직에 여자 에이전트를 심는다는 얘기인데 이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이후부터는 - 당연하겠지만 - '아트 어드바이저'로 위장해 테러조직에 침투한 사라와 그녀를 주변에서 계속 모니터링하는 모사드 요원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썩 맘에 들지 않는다.
다니엘 실바를 존 르 카레(John Le Carre), 그레이햄 그린(Graham Greene)과 비교하길래 기대가 컸다. '중동판 존 르 카레'라고도 하길래 다니엘 실바의 소설이 영화 '시리아나(Syriana)'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메신저'를 읽고나니 왠지 속은 기분이 들었다. '메신저'는 진지한 에스피오나지 소설도 아니고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의 어드벤쳐 소설도 아니었다. 다니엘 실바는 전통적인 스파이 픽션 스타일의 에스피오나지와 테러리스트 소탕을 한데 섞어보고자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선에 머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궁금한 건 영화관객들이 중동판 스파이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냐는 것이다.
스파이 픽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첩보조직 vs 첩보조직', '이중 스파이' 같은 주제가 떠오르지만 무대가 중동으로 넘어가면 '자폭테러', '지하드' 같은 Low-Tech 테러리즘으로 바뀐다. 시대가 바뀐만큼 다른 분위기의 스파이 픽션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폭하기 좋아하는 테러범이나 쫓아다니는 스토리로 스파이 픽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티 사우디, 안티 아랍, 안티 이슬람 정서로 가득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작년 가을 유니버설 픽쳐스가 선보였던 '킹덤(The Kingdom)'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도 참고대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니엘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가 유니버설 픽쳐스의 성공적인 스파이 액션영화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다니엘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를 지금까지 딱 한권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하기 곤란하지만 현재로써는 '글쎄올시다'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한가지 분명한 건 실바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 실바의 최신작 'Secret Servant'가 책꽂이에서 대기중인만큼 조만간 두 번째 게이브리얼 앨런 소설을 읽게 되겠지만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물론, 영화는 소설과 완전 딴판일 수 있다. 원작에서 몇 가지만 빼오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킹덤'에 약간의 에스피오나지를 곁들인 액션영화 정도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볼만한 액션 스릴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약간 불안하다. 제이슨 본 시리즈로 스파이 액션영화에 맛을 들인 유니버설 픽쳐스가 새로운 스파이 프랜챠이스를 찾는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는 약간 의심스럽다.
IMDB에 의하면 '메신저' 영화가 2010년 개봉예정이라니 그 때가 되면 좀 더 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미국 버라이어티(Variety)의 작년 8월 보도에 의하면 유니버설 픽쳐스가 다니엘 실바의 7개 첩보소설에 대한 영화제작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유니버설이 노리는 건 실바의 소설 중에서 게이브리엘 앨런(Gabriel Allon)이라는 이스라엘 모사드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다.
버라이어티에 의하면 첫 번째 영화는 'The Messenger'가 될 것이며, 프로듀서는 마크 고든(Mark Gordon)과 조시 맥러린(Josh McLaughlin), 감독은 피에르 모렐(Pierre Morel)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한다.
유니버설은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으로 막을 내린 로버트 러들럼 원작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이을 새로운 스파이 프랜챠이스를 찾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의 기사가 '본 얼티메이텀'의 미국 개봉일(07년 8월3일) 직전인 8월1일에 올라온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만약, 모든 게 유니버설 픽쳐스의 계획대로 된다면 이들은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 첩보영화 7편을 확보한 게 된다.
하지만, 다니엘 실바의 소설이 영화로 성공할만 하냐는 걸 먼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캐릭터 게이브리얼 앨런부터 살펴보자.
게이브리얼 앨런은 그림을 복원하는 기술자다. 하지만, 1972년 뮌헨 인질사건 주모자를 없애라는 임무를 수행했던 베테랑 모사드 에이전트이며, 폭탄테러로 가족을 잃기도 했다.
70년대초부터 모사드 요원으로 활동했고, 그 때 당시에 20대 초반이었다니까 지금 나이는 적어도 50대 중반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무기사용에 능한 베테랑인 건 맞지만 젊은 에이전트는 아니다.
그렇다면, '메신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바티칸에 폭탄테러를 해 700여명을 사망케 한다. 이스라엘 모사드 에이전트, 게이브리엘 앨런은 테러 주모자와 그에게 금전지원을 하는 사우디 억만장자를 추적한다.
문제의 사우디 억만장자가 엄청난 그림 수집가란 사실을 알고있는 게이브리엘은 그에게 접근할 미끼로 사용할 그림을 찾기 시작하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고호의 그림을 찾는 데 성공한다.
그 다음엔, 그림과 함께 사우디 억만장자의 '아트 어드바이저'가 되어 그들의 조직에 침투할 미국인 여자 에이전트를 찾는다. 물론, 게이브리엘은 9-11 테러로 남자친구를 잃고 CIA에 들어가려 했던 경력을 가진 사라(Sarah)라는 미국여자를 발견한다.
여기까지가 책의 절반이다. 사우디 억만장자 조직 내부에 숨어있는 거물급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기 위해 그의 조직에 여자 에이전트를 심는다는 얘기인데 이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이후부터는 - 당연하겠지만 - '아트 어드바이저'로 위장해 테러조직에 침투한 사라와 그녀를 주변에서 계속 모니터링하는 모사드 요원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썩 맘에 들지 않는다.
다니엘 실바를 존 르 카레(John Le Carre), 그레이햄 그린(Graham Greene)과 비교하길래 기대가 컸다. '중동판 존 르 카레'라고도 하길래 다니엘 실바의 소설이 영화 '시리아나(Syriana)'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메신저'를 읽고나니 왠지 속은 기분이 들었다. '메신저'는 진지한 에스피오나지 소설도 아니고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스피디한 전개의 어드벤쳐 소설도 아니었다. 다니엘 실바는 전통적인 스파이 픽션 스타일의 에스피오나지와 테러리스트 소탕을 한데 섞어보고자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선에 머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궁금한 건 영화관객들이 중동판 스파이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하냐는 것이다.
스파이 픽션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첩보조직 vs 첩보조직', '이중 스파이' 같은 주제가 떠오르지만 무대가 중동으로 넘어가면 '자폭테러', '지하드' 같은 Low-Tech 테러리즘으로 바뀐다. 시대가 바뀐만큼 다른 분위기의 스파이 픽션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폭하기 좋아하는 테러범이나 쫓아다니는 스토리로 스파이 픽션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티 사우디, 안티 아랍, 안티 이슬람 정서로 가득한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작년 가을 유니버설 픽쳐스가 선보였던 '킹덤(The Kingdom)'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도 참고대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니엘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가 유니버설 픽쳐스의 성공적인 스파이 액션영화 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다니엘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를 지금까지 딱 한권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하기 곤란하지만 현재로써는 '글쎄올시다'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한가지 분명한 건 실바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 실바의 최신작 'Secret Servant'가 책꽂이에서 대기중인만큼 조만간 두 번째 게이브리얼 앨런 소설을 읽게 되겠지만 크게 기대되지 않는다.
물론, 영화는 소설과 완전 딴판일 수 있다. 원작에서 몇 가지만 빼오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킹덤'에 약간의 에스피오나지를 곁들인 액션영화 정도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볼만한 액션 스릴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약간 불안하다. 제이슨 본 시리즈로 스파이 액션영화에 맛을 들인 유니버설 픽쳐스가 새로운 스파이 프랜챠이스를 찾는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는 약간 의심스럽다.
IMDB에 의하면 '메신저' 영화가 2010년 개봉예정이라니 그 때가 되면 좀 더 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2008년 1월 25일 금요일
역시 '람보'는 액션밖에 몰라!
실베스터 스탤론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기관총을 갈기던 람보로 돌아왔다.
람보가 도대체 언제적 얘기냐고?
마지막 람보 시리즈인 '람보3'가 개봉한 게 1988년이니 20년만에 네 번째 람보 영화가 나온 셈이다.
다 좋다고 하자. 그런데, 60이 넘은 스탤론이 람보로 돌아왔다고?
2006년엔 록키로 돌아오더니 이번엔 람보의 차례였다. 아무래도 스탤론이 '지나간 캐릭터'에 상당한 미련을 갖고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스탤론의 '지나간 캐릭터 무비' 1탄격인 '록키 발보아'는 보고싶은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아 건너뛰었다. 록키 시리즈가 제아무리 유명하다지만 이제와서 그 나이에 또다시 록키로 돌아왔다는 게 매우 수상히 보였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복서는 너무한 것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보면 괴로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람보'는?
'록키 발보아'처럼 좋은 기억속에 남아있던 영화 시리즈를 수상하게 바꿔놓으려고 나온 영화일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스탤론이 람보를 연기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스탤론의 나이가 눈에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글에서 기관총을 갈기는 '액션 히어로'를 연기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많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록키 발보아'가 나왔을 때처럼 '스탤론의 욕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이번엔 들지 않았다. '60대의 권투선수'는 받아들이기 곤란해도 '60대의 액션 히어로'는 문제 없어 보였다. '나이들어 보인다'는 것까지는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탤론이 예전 영화에서처럼 웃통을 벗어던지지 않는 게 눈에 띄긴 한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만큼 노출수위(?)를 많이 낮춘 것 같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60대의 람보가 '숲속에서 만난 영감님' 정도로 만만하게 보였다는 건 절대 아니다.
개기면 다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다른 건 몰라도 액션 하나만큼은 화끈하다고 해야겠다.
쏘고, 터지고, 날아가고, 잘리고 하는 박력 만점의 액션씬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람보 영화에서 이런 것 빼면 볼 게 뭐가 있냐'는 생각도 들지만 최근에 나오는 R등급 액션영화에서 자주 보기 힘든 폭력수위 높은 무식한(?)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을 하나 꼽으라면 아무래도 람보가 활로 적들을 쓰러뜨리는 부분이 될 것 같다.
람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무댓보로 기관총 갈기는 것과 활 쏘는 것 아닌가.
2008년 '람보'에서도 변함없이 '활'이 나온다. 처음엔 활로 물고기(메기?)를 잡길래 몹시 실망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사람(!!)을 향해 쏘기 시작하더라. 그러더니 머리, 얼굴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화살이 꽂힌다.
폭력수위만 놓고 따지면 상당히 무식하다고 해야겠지만 극장안에선 낄낄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바로 이런 게 '람보식 유머' 아니겠수?
하지만, '람보'는 액션 빼면 볼 게 없는 영화다.
그걸 이제 알았냐고?
아니 뭐,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줄거리가 너무 간지럽다는 게 영화내내 신경쓰였다.
그렇다면, 말 나온 김에 줄거리를 살짝 둘러보기로 하자.
영화는 미국 콜로라도 교회에서 온 크리스챤 봉사단이 내전으로 어지러운 버마에 들어가기위해 람보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그들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달라고 람보를 찾아온 것.
영화에 나오는 크리스챤 봉사단은 어려움에 처한 현지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누구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다. 람보가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우리는 살인을 막으러 왔는데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하냐'고 되레 람보에게 역증 낼 정도다. 입바른 소리 하는 것만 좋아하는 앞뒤 꽉막힌 일부 크리스챤들의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챤 봉사단은 위험하다는데도 불구하고 버마에 기어코 들어가고야 만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들은 현지주민들을 치료해주고, 성경공부를 하고, 또 이것을 캠코더로 촬영하면서 매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SURPRISE~!!!"
버마군인들이 마을을 습격하면서 주민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하고 크리스챤 봉사단을 인질로 잡는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데도 말을 듣지않고 버마에 갔다가 인질이 된 것.
왠지 모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처럼 들리지만...
아무튼, 어쩌랴! 가지 말라는 데 가서 사고를 쳤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목사까지 람보를 찾아온다. 인질로 잡힌 크리스챤들을 구출하기 위해 용병대까지 이끌고 왔다.
인질로 잡힌 크리스챤 봉사단 중 하나는 람보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살상을 한 것에도 분노했는데 같은 교회 목사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무장한 용병대를 고용했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는 람보가 은퇴 후 태국에서 조용한 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무시무시한 '액션맨'으로 보이지 않는다. '액션맨'은 고사하고 거진 히피(Hippie)에 가깝게 보인다.
그 덕분인지, 아무도 람보에게 구출을 부탁하지 않는다. 그저 배로 목적지까지 태워달라는 게 전부일 뿐. 용병들도 람보를 그저 '뱃사공' 정도로 생각한다.
미국 TV광고에 자주 출연해 낯익은 얼굴 Tim Kang도 용병대원 중 하나다.
그런데, 람보가 용병대의 도움이 필요한 캐릭터였던가?
람보는 전통적으로 혼자서 다 해치워왔는데 이번엔 용병대와 함께 구출작전을 벌인다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Tim Kang: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모자 쓴 친구)
하지만,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건 인질들의 생사여부다.
미국인들을 납치한 버마군인들은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죽이는 상당히 거친 녀석들이던데 과연 인질들은 생존해 있는 걸까?
영화에서도 '개까지 죽이는 녀석들인데 인질이 아직까지 살아있겠냐'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버마군인들은 미국인 인질들을 해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인질을 다 죽여버리면 영화가 싱겁게 끝나니까?
'인질구출 전문'인 람보에게 구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람보'와 같은 영화는 액션이 첫 째, 줄거리는 둘 째라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뻔한 '람보의 또다른 인질구출 스토리'는 약간 심했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액션이 전부인 영화라지만 억지로 짜맞춘 인질구출 스토리로 보일만큼 허술하게 만들어도 괜찮은 건 아니다. 주요 볼거리가 스토리 전개가 아닌 액션이란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용은 볼 게 없더라도 억지로 짜맞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어설프게 보이면 곤란하다. 심오한 내용은 필요없더라도 평균은 해야 하는 것.
이 부분만 조금 세련됐더라면 생각보다 볼만한 액션영화가 될 뻔 했다. 하지만, '람보'는 '액션만 있고 내용은 없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만 있고 나머지는 유치하고 허술한 영화' 수준에 그쳤다.
지나치게 액션 한쪽에만 매달리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요즘엔 직접 때려부수고 쏴야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뭔가를 직접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든 말든 하지 극장에 쭈그리고 앉아서 스크린만 멀뚱멀뚱 보는 것만으론 스트레스 해소가 안된다. 아무리 액션이 뛰어나고 스릴이 넘친다더라도 'PLAY' 없이 'WATCH'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내가 영화보다 비디오게임을 훨씬 더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람보'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왔다인 영화일 것이다.
어렸을 적 '액션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그 때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고도 남는다는 사람들은 절대 후회할 일 없겠지?
그러나, 액션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지 않은 그런대로 밸런스 잡힌 'Well-made 액션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유치해 보일 것이다. 액션 볼거리만 빼고 나면 잘 만든 영화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에서까지 치사하게 줄거리 타령하면 곤란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때려부숴!' 스타일의 화끈한 액션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도 딱 이런 분위기다.
Drowning Pool의 노래는 이런 스타일의 액션영화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엔 마블 코믹스의 그래픽 소설을 영화로 옮긴 '퍼니셔(The Punisher - 2004)'의 주제곡으로 'Step Up'이 사용되기도.
'퍼니셔'에 이어 이번엔 '람보'다.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Drowning Pool의 'Bodies'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LET THE BODIES HIT THE FLOOR!"란다...
람보가 도대체 언제적 얘기냐고?
마지막 람보 시리즈인 '람보3'가 개봉한 게 1988년이니 20년만에 네 번째 람보 영화가 나온 셈이다.
다 좋다고 하자. 그런데, 60이 넘은 스탤론이 람보로 돌아왔다고?
2006년엔 록키로 돌아오더니 이번엔 람보의 차례였다. 아무래도 스탤론이 '지나간 캐릭터'에 상당한 미련을 갖고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스탤론의 '지나간 캐릭터 무비' 1탄격인 '록키 발보아'는 보고싶은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아 건너뛰었다. 록키 시리즈가 제아무리 유명하다지만 이제와서 그 나이에 또다시 록키로 돌아왔다는 게 매우 수상히 보였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복서는 너무한 것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보면 괴로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람보'는?
'록키 발보아'처럼 좋은 기억속에 남아있던 영화 시리즈를 수상하게 바꿔놓으려고 나온 영화일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스탤론이 람보를 연기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스탤론의 나이가 눈에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글에서 기관총을 갈기는 '액션 히어로'를 연기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많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록키 발보아'가 나왔을 때처럼 '스탤론의 욕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이번엔 들지 않았다. '60대의 권투선수'는 받아들이기 곤란해도 '60대의 액션 히어로'는 문제 없어 보였다. '나이들어 보인다'는 것까지는 인정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탤론이 예전 영화에서처럼 웃통을 벗어던지지 않는 게 눈에 띄긴 한다.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만큼 노출수위(?)를 많이 낮춘 것 같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60대의 람보가 '숲속에서 만난 영감님' 정도로 만만하게 보였다는 건 절대 아니다.
개기면 다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다른 건 몰라도 액션 하나만큼은 화끈하다고 해야겠다.
쏘고, 터지고, 날아가고, 잘리고 하는 박력 만점의 액션씬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람보 영화에서 이런 것 빼면 볼 게 뭐가 있냐'는 생각도 들지만 최근에 나오는 R등급 액션영화에서 자주 보기 힘든 폭력수위 높은 무식한(?)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을 하나 꼽으라면 아무래도 람보가 활로 적들을 쓰러뜨리는 부분이 될 것 같다.
람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무댓보로 기관총 갈기는 것과 활 쏘는 것 아닌가.
2008년 '람보'에서도 변함없이 '활'이 나온다. 처음엔 활로 물고기(메기?)를 잡길래 몹시 실망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사람(!!)을 향해 쏘기 시작하더라. 그러더니 머리, 얼굴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화살이 꽂힌다.
폭력수위만 놓고 따지면 상당히 무식하다고 해야겠지만 극장안에선 낄낄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바로 이런 게 '람보식 유머' 아니겠수?
하지만, '람보'는 액션 빼면 볼 게 없는 영화다.
그걸 이제 알았냐고?
아니 뭐,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줄거리가 너무 간지럽다는 게 영화내내 신경쓰였다.
그렇다면, 말 나온 김에 줄거리를 살짝 둘러보기로 하자.
영화는 미국 콜로라도 교회에서 온 크리스챤 봉사단이 내전으로 어지러운 버마에 들어가기위해 람보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그들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달라고 람보를 찾아온 것.
영화에 나오는 크리스챤 봉사단은 어려움에 처한 현지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누구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다. 람보가 목숨을 구해줬는데도 '우리는 살인을 막으러 왔는데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하냐'고 되레 람보에게 역증 낼 정도다. 입바른 소리 하는 것만 좋아하는 앞뒤 꽉막힌 일부 크리스챤들의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챤 봉사단은 위험하다는데도 불구하고 버마에 기어코 들어가고야 만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들은 현지주민들을 치료해주고, 성경공부를 하고, 또 이것을 캠코더로 촬영하면서 매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SURPRISE~!!!"
버마군인들이 마을을 습격하면서 주민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하고 크리스챤 봉사단을 인질로 잡는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데도 말을 듣지않고 버마에 갔다가 인질이 된 것.
왠지 모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처럼 들리지만...
아무튼, 어쩌랴! 가지 말라는 데 가서 사고를 쳤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목사까지 람보를 찾아온다. 인질로 잡힌 크리스챤들을 구출하기 위해 용병대까지 이끌고 왔다.
인질로 잡힌 크리스챤 봉사단 중 하나는 람보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살상을 한 것에도 분노했는데 같은 교회 목사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무장한 용병대를 고용했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는 람보가 은퇴 후 태국에서 조용한 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무시무시한 '액션맨'으로 보이지 않는다. '액션맨'은 고사하고 거진 히피(Hippie)에 가깝게 보인다.
그 덕분인지, 아무도 람보에게 구출을 부탁하지 않는다. 그저 배로 목적지까지 태워달라는 게 전부일 뿐. 용병들도 람보를 그저 '뱃사공' 정도로 생각한다.
미국 TV광고에 자주 출연해 낯익은 얼굴 Tim Kang도 용병대원 중 하나다.
그런데, 람보가 용병대의 도움이 필요한 캐릭터였던가?
람보는 전통적으로 혼자서 다 해치워왔는데 이번엔 용병대와 함께 구출작전을 벌인다는 게 낯설게 느껴진다.
(Tim Kang: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모자 쓴 친구)
하지만,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건 인질들의 생사여부다.
미국인들을 납치한 버마군인들은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죽이는 상당히 거친 녀석들이던데 과연 인질들은 생존해 있는 걸까?
영화에서도 '개까지 죽이는 녀석들인데 인질이 아직까지 살아있겠냐'는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버마군인들은 미국인 인질들을 해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인질을 다 죽여버리면 영화가 싱겁게 끝나니까?
'인질구출 전문'인 람보에게 구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람보'와 같은 영화는 액션이 첫 째, 줄거리는 둘 째라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뻔한 '람보의 또다른 인질구출 스토리'는 약간 심했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액션이 전부인 영화라지만 억지로 짜맞춘 인질구출 스토리로 보일만큼 허술하게 만들어도 괜찮은 건 아니다. 주요 볼거리가 스토리 전개가 아닌 액션이란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용은 볼 게 없더라도 억지로 짜맞춘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어설프게 보이면 곤란하다. 심오한 내용은 필요없더라도 평균은 해야 하는 것.
이 부분만 조금 세련됐더라면 생각보다 볼만한 액션영화가 될 뻔 했다. 하지만, '람보'는 '액션만 있고 내용은 없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만 있고 나머지는 유치하고 허술한 영화' 수준에 그쳤다.
지나치게 액션 한쪽에만 매달리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요즘엔 직접 때려부수고 쏴야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뭔가를 직접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든 말든 하지 극장에 쭈그리고 앉아서 스크린만 멀뚱멀뚱 보는 것만으론 스트레스 해소가 안된다. 아무리 액션이 뛰어나고 스릴이 넘친다더라도 'PLAY' 없이 'WATCH'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내가 영화보다 비디오게임을 훨씬 더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람보'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왔다인 영화일 것이다.
어렸을 적 '액션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그 때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고도 남는다는 사람들은 절대 후회할 일 없겠지?
그러나, 액션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지 않은 그런대로 밸런스 잡힌 'Well-made 액션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유치해 보일 것이다. 액션 볼거리만 빼고 나면 잘 만든 영화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에서까지 치사하게 줄거리 타령하면 곤란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때려부숴!' 스타일의 화끈한 액션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도 딱 이런 분위기다.
'F__k'em All' 스타일의 액션영화에 잘 어울리는 Drowning Pool의 곡을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Drowning Pool의 노래는 이런 스타일의 액션영화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엔 마블 코믹스의 그래픽 소설을 영화로 옮긴 '퍼니셔(The Punisher - 2004)'의 주제곡으로 'Step Up'이 사용되기도.
'퍼니셔'에 이어 이번엔 '람보'다.
'람보' 트레일러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Drowning Pool의 'Bodies'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LET THE BODIES HIT THE FLOOR!"란다...
2008년 1월 24일 목요일
'본드22' 제목은 'Quantum of Solace'
'본드22'의 공식제목이 드디어 밝혀졌다.
007 시리즈 프로듀서 마이클 G. 윌슨과 바바라 브로콜리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의 제목이라고 발표했다.
'콴텀 오브 솔래스'?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한번에 알아봤을 것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코스모폴리탄'에 실렸던 이언 플레밍의 숏 스토리로, 단편모음집 'For Your Eyes Only'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
예상했던대로 '본드22' 제목도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빌려왔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실린 단편모음집 'For Your Eyes Only'엔 'From A View to A Kill', 'For Your Eyes Only', 'Risico', 'The Hildebrand Rarity' 등의 숏 스토리가 포함돼 있다.
숏 스토리 'From A View to A Kill'은 로저 무어의 마지막 007 영화 'A View to A Kill(1985)'의 제목으로 사용됐다. 내용은 서로 상관없지만 영화와 숏 스토리 둘 다 프랑스를 무대로 한다는 것 정도가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For Your Eyes Only'와 'Risico'는 1981년 로저 무어 주연의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 사용됐다.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의 줄거리에서 '부모의 복수를 하려는 여자' 캐릭터는 숏 스토리 'For Your Eyes Only'에서, 이중 스파이 크리스타토스와 본드를 돕는 콜롬보라는 캐릭터는 'Risico'에서 빌려왔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리시코(Risico)'가 '본드22'의 공식제목이라는 루머도 있었다.
'From A View to A Kill', 'For Your Eyes Only', 'Risico'를 긋고 나면 '본드22' 제목으로 결정된 '콴텀 오브 솔래스'와 'Hildebrand Rarity'가 남는다. '코스모폴리탄'과 '플레이보이' 매거진에 각각 실렸던 숏 스토리들이다.
공통점은 둘 다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007 시리즈 프로듀서 마이클 G. 윌슨과 바바라 브로콜리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의 제목이라고 발표했다.
'콴텀 오브 솔래스'?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한번에 알아봤을 것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코스모폴리탄'에 실렸던 이언 플레밍의 숏 스토리로, 단편모음집 'For Your Eyes Only'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
예상했던대로 '본드22' 제목도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빌려왔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실린 단편모음집 'For Your Eyes Only'엔 'From A View to A Kill', 'For Your Eyes Only', 'Risico', 'The Hildebrand Rarity' 등의 숏 스토리가 포함돼 있다.
숏 스토리 'From A View to A Kill'은 로저 무어의 마지막 007 영화 'A View to A Kill(1985)'의 제목으로 사용됐다. 내용은 서로 상관없지만 영화와 숏 스토리 둘 다 프랑스를 무대로 한다는 것 정도가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For Your Eyes Only'와 'Risico'는 1981년 로저 무어 주연의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 사용됐다.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의 줄거리에서 '부모의 복수를 하려는 여자' 캐릭터는 숏 스토리 'For Your Eyes Only'에서, 이중 스파이 크리스타토스와 본드를 돕는 콜롬보라는 캐릭터는 'Risico'에서 빌려왔다.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리시코(Risico)'가 '본드22'의 공식제목이라는 루머도 있었다.
'From A View to A Kill', 'For Your Eyes Only', 'Risico'를 긋고 나면 '본드22' 제목으로 결정된 '콴텀 오브 솔래스'와 'Hildebrand Rarity'가 남는다. '코스모폴리탄'과 '플레이보이' 매거진에 각각 실렸던 숏 스토리들이다.
공통점은 둘 다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하지만, 'Hildebrand Rarity'의 일부분은 007 영화 시리즈에 사용됐다. 소설에 나왔던 밀턴 크레스트(Milton Krest)라는 캐릭터가 티모시 달튼의 1989년 영화 '라이센스 투 킬(1989)'에서 악당으로 나왔던 것. 소설에서 요트를 소유한 미국인 부자로 나왔던 밀턴 크레스트가 영화에서도 배와 밀접한 관련있는 캐릭터로 나왔다는 것 정도를 공통점이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콴텀 오브 솔래스'는?
본드가 바하마 총독으로부터 필립 매스터스라는 사나이의 망가진 결혼생활 이야기를 듣는 게 전부다. 미모의 부인이 외도중이란 사실을 알아차린 필립 매스터스가 자신이 겪었던 것처럼 배신감과 절망감을 부인에게 되돌려 주기위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숏 스토리의 내용이 영화에 그대로 등장할 가능성은 아무래도 희박하지만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의 테마도 '복수'인 것으로 보인다.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는 미국과 영국에서 11월7일 개봉한다.
2008년 1월 18일 금요일
'클로버필드' - 미국 최악의 홈 비디오
맨하탄, 뉴욕.
평범한 하루가 저물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 롭(마이클 스탈-데이빗)의 성대한 송별파티가 한창이고, 롭의 친구 허드(T.J. 밀러)는 캠코더로 열심히 비디오 촬영 중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괴물'이 나타난 것!
느닷없이 출몰한 괴물은 닥치는대로 뉴욕시를 때려부수고 다닌다.
자유의 여신상도 목이 뎅그렁...
모두들 예상치 못한 괴물의 공격에 놀라 맨하탄에서 빠져나가느라 정신없다.
그러나, 롭의 여자친구 베스(Odette Yustman)가 부상당한 채 고립됐다는 걸 알게 된 4명의 일행은 베스를 구출하기 위해 맨하탄으로 되돌아 들어간다.
송별파티에서부터 캠코더를 들고다니던 허드는 괴물의 공격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디오 촬영을 한다.
저런 상황에서 계속 비디오 촬영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 같다고?
상식적으로 따지면 말이 안되는 게 맞다. 비디오 촬영을 할 생각을 한다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몬스터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촬영한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프로페셔널 비디오 저널리스트들도 허드처럼 못할 것이다.
하지만, '클로버필드'의 맨하탄은 일반 상식이 통하는 우리가 알고있는 맨하탄이 아니다. '몬스터 어택'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에서 계속 비디오 촬영을 하더라도 '그런가부다' 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자세가 돼있어야 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물론, 허드도 촬영을 집어치우고 도망다니는 데 몰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인데 빌어먹을 캠코더로 촬영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이냐!
하지만, 불쌍한 허드는 촬영을 그만두고 싶어도 못한다.
왜? Why?
허드가 촬영을 중단하면 영화도 거기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캠코더는 꼭 들고 다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끝나...ㅠㅠ
이게 무슨 소리냐고?
허드가 캠코더로 촬영한 아마츄어 홈 비디오가 바로 영화 '클로버필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클로버필드'는 아마츄어 홈 비디오처럼 촬영한 영화다.
덕분에 '클로버필드'는 흔들리는 카메라를 빼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카메라를 일부러 심하게 흔들고 이쪽 저쪽 마구 돌리면서 아마츄어 홈 비디오처럼 보이도록 촬영했기 때문에 정신없을 뿐만 아니라 나중엔 짜증까지 난다.
왜 이렇게 촬영했냐고?
'Blair Witch Project'처럼 흔들리는 아마츄어 홈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패닉상태의 현장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캐릭터들이 촬영한 홈 비디오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만든 것까진 알겠는데, 구태여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내 생각은 'NO'다.
흔해빠진 몬스터 영화를 다른 시점에서 볼 수 있으니 참신한 아이디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흔해빠진 몬스터 영화라는 걸 감추기 위해 사용한 얇팍한 수법으로 보인다.
사실, 아마츄어 비디오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 프로페셔널 카메라맨이 촬영했든 우연히 지나가던 시민이 촬영했든 가장 중요한 건 '긴박했던 순간을 담은 비디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비디오가 요샌 넘쳐난다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아수라장으로 변한 맨하탄의 실제상황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지난 동남아시아 쓰나미 사태 당시엔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촬영한 아마츄어 비디오들이 끊임없이 방송을 탔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일 땐 임베디드 리포터들이 전투상황을 생중계(?)했다. 작년 버지니아 테크에서 발생한 총기사건 역시 건물 주위를 지나던 학생이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이 CNN 등을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이런 마당에 아마츄어 홈 비디오 스타일 하나만으로 패닉상태의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겠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도 줄거리도 없다시피한 단순무식 스타일의 몬스터 영화로 말이다.
줄거리가 없다시피 하다고?
'거대한 몬스터가 느닷없이 나타나 뉴욕시를 때려부순다, 군대가 동원돼 몬스터와 전투를 벌인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고립됐다, 그래서 그녀를 구출하러 간다'
진짜로 여기까지가 전부다. 더이상 거론할 게 없다. 몬스터가 어디서 어떻게 왜 왔는지,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 왜 파괴를 하는지에 대해선 일절 언급없이 '몬스터의 공격을 받고있는 맨하탄 한복판에서 캠코더로 상황을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끝난다. 몬스터 영화에서 심오한 줄거리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편으론, 다른 판타지 SF 몬스터 영화와는 달리 '몬스터 침공'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할 수 있다. 몬스터의 공격이라는 것만 빼면 재앙에 처한 맨하탄을 비교적 그럴 듯하게 그렸다.
게다가, 느닷없이 몬스터가 들이닥쳤으니 몬스터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예고없이 들이닥친 몬스터의 공격으로 패닉상태에 빠진 맨하탄을 그린 것이니 몬스터의 정체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은 게 정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줄거리를 건성으로 넘어간 데 대한 변명으로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몬스터에 대한 배경설명은 건너 뛰고 몬스터의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맨하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미는 홈 비디오 스타일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허무한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아마츄어가 촬영한 홈 비디오를 통해 전해오는 리얼한 서스펜스와 스릴로 덮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Blair Witch Project'는 성공하지 않았냐고?
물론이다.
하지만, 'Blair With Project'는 10여년전에 나온 영화다. 그때만 해도 UCC 같은 것이 지금처럼 흔치 않았다.
쟝르도 다르다. 'Blair Witch Project'가 호려영화인 덕분에 '흔들리는 아마츄어 비디오 화면에서 전해지는 색다른 공포'라는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지나쳐선 안된다.
그러나, '클로버필드'는 홈 비디오 아이디어만 빌려와 몬스터 영화에 억지로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는 게 전부다. 제작비용 등 규모면에선 월등히 앞서겠지만 '홈 비디오 효과'는 'Blair Witch Project'에 견줄만한 수준이 못된다.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긴박했던 순간을 직접 촬영한 아마츄어 비디오를 통해 실감나는 서스펜스와 스릴을 전달하겠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몬스터 영화에 어울리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
거대한 몬스터가 나타나 맨하탄을 때려부순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도 허구적인데 '홈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지켜본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만약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상상해보면 상당히 리얼하게 느껴지지 않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클로버필드'에서 기억나는 것은 9-11 테러 당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면서 밀려오던 먼지의 파도, 그리고 이라크전이 한창일 당시 TV뉴스에서 매일마다 방송했던 치열한 전투장면을 엉성하게 재탕한 것으로밖에 보일 뿐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TV 시리즈 '로스트(Lost)', '에일리어스(Alias)'로 유명한 프로듀서, J.J. 에이브람스(Abrams)가 빅스크린용으로 선보인 최신작이라고 해서 '클로버필드(Cloverfield)'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하지만, '클로버필드'는 아주 실망스러웠다. 나름대로 스타일리쉬한 몬스터 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 같지만 흔틀리는 카메라 빼곤 아무 것도 없는 무지하게 허무한 영화일 뿐이다. 차라리 전쟁, 테러나 재앙의 현장을 배경으로 했다면 몬스터 공격보다는 사실적인만큼 현장감 넘치는 영화가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몬스터 영화와 홈 비디오의 결합은 '아니올시다'였다.
'클로버필드'는 영화속 상황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이 아닌 이상 재미있게 즐기기 힘든 영화다. 홈 비디오 스타일에서 전해지는 긴박감을 제대로 느껴야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들리는 카메라로 이런 맛을 내려고 한 게 아니냐'는 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게 문제다. 이것을 못보고 지나치면 '무서우리만치 리얼한 몬스터 영화'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지간히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못보고 지나치기 힘들 것이다.
'클로버필드'는 이런 사람들에게 권한다:
1.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만 정신없이 흔들리다가 끝나는 허무한 몬스터 영화를 보고싶은 사람.
2. 홈 비디오 스타일로 촬영한 것만 보면 왠지 모르게 찔끔 쌀 정도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
3. 극장에 갈 때마다 한쪽 뇌를 빼놓기 때문에 줄거리가 있어도 모르고 없어도 모른다는 사람.
4. 쿨하게 보이도록 사탕발림 해놓은 영화에 잘 낚이는 사람.
5. '미국 최악의 홈 비디오'를 보고싶은 사람.
불행히도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은 '클로버필드'를 건너뛰시구랴.
평범한 하루가 저물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 롭(마이클 스탈-데이빗)의 성대한 송별파티가 한창이고, 롭의 친구 허드(T.J. 밀러)는 캠코더로 열심히 비디오 촬영 중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괴물'이 나타난 것!
느닷없이 출몰한 괴물은 닥치는대로 뉴욕시를 때려부수고 다닌다.
자유의 여신상도 목이 뎅그렁...
모두들 예상치 못한 괴물의 공격에 놀라 맨하탄에서 빠져나가느라 정신없다.
그러나, 롭의 여자친구 베스(Odette Yustman)가 부상당한 채 고립됐다는 걸 알게 된 4명의 일행은 베스를 구출하기 위해 맨하탄으로 되돌아 들어간다.
송별파티에서부터 캠코더를 들고다니던 허드는 괴물의 공격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디오 촬영을 한다.
저런 상황에서 계속 비디오 촬영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 같다고?
상식적으로 따지면 말이 안되는 게 맞다. 비디오 촬영을 할 생각을 한다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몬스터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촬영한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프로페셔널 비디오 저널리스트들도 허드처럼 못할 것이다.
하지만, '클로버필드'의 맨하탄은 일반 상식이 통하는 우리가 알고있는 맨하탄이 아니다. '몬스터 어택'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에서 계속 비디오 촬영을 하더라도 '그런가부다' 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자세가 돼있어야 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물론, 허드도 촬영을 집어치우고 도망다니는 데 몰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상황인데 빌어먹을 캠코더로 촬영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이냐!
하지만, 불쌍한 허드는 촬영을 그만두고 싶어도 못한다.
왜? Why?
허드가 촬영을 중단하면 영화도 거기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캠코더는 꼭 들고 다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끝나...ㅠㅠ
이게 무슨 소리냐고?
허드가 캠코더로 촬영한 아마츄어 홈 비디오가 바로 영화 '클로버필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클로버필드'는 아마츄어 홈 비디오처럼 촬영한 영화다.
덕분에 '클로버필드'는 흔들리는 카메라를 빼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카메라를 일부러 심하게 흔들고 이쪽 저쪽 마구 돌리면서 아마츄어 홈 비디오처럼 보이도록 촬영했기 때문에 정신없을 뿐만 아니라 나중엔 짜증까지 난다.
왜 이렇게 촬영했냐고?
'Blair Witch Project'처럼 흔들리는 아마츄어 홈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패닉상태의 현장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캐릭터들이 촬영한 홈 비디오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만든 것까진 알겠는데, 구태여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내 생각은 'NO'다.
흔해빠진 몬스터 영화를 다른 시점에서 볼 수 있으니 참신한 아이디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흔해빠진 몬스터 영화라는 걸 감추기 위해 사용한 얇팍한 수법으로 보인다.
사실, 아마츄어 비디오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 프로페셔널 카메라맨이 촬영했든 우연히 지나가던 시민이 촬영했든 가장 중요한 건 '긴박했던 순간을 담은 비디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비디오가 요샌 넘쳐난다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아수라장으로 변한 맨하탄의 실제상황 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지난 동남아시아 쓰나미 사태 당시엔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촬영한 아마츄어 비디오들이 끊임없이 방송을 탔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일 땐 임베디드 리포터들이 전투상황을 생중계(?)했다. 작년 버지니아 테크에서 발생한 총기사건 역시 건물 주위를 지나던 학생이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이 CNN 등을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이런 마당에 아마츄어 홈 비디오 스타일 하나만으로 패닉상태의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겠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도 줄거리도 없다시피한 단순무식 스타일의 몬스터 영화로 말이다.
줄거리가 없다시피 하다고?
'거대한 몬스터가 느닷없이 나타나 뉴욕시를 때려부순다, 군대가 동원돼 몬스터와 전투를 벌인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고립됐다, 그래서 그녀를 구출하러 간다'
진짜로 여기까지가 전부다. 더이상 거론할 게 없다. 몬스터가 어디서 어떻게 왜 왔는지,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 왜 파괴를 하는지에 대해선 일절 언급없이 '몬스터의 공격을 받고있는 맨하탄 한복판에서 캠코더로 상황을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끝난다. 몬스터 영화에서 심오한 줄거리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편으론, 다른 판타지 SF 몬스터 영화와는 달리 '몬스터 침공'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할 수 있다. 몬스터의 공격이라는 것만 빼면 재앙에 처한 맨하탄을 비교적 그럴 듯하게 그렸다.
게다가, 느닷없이 몬스터가 들이닥쳤으니 몬스터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예고없이 들이닥친 몬스터의 공격으로 패닉상태에 빠진 맨하탄을 그린 것이니 몬스터의 정체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은 게 정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줄거리를 건성으로 넘어간 데 대한 변명으로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몬스터에 대한 배경설명은 건너 뛰고 몬스터의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맨하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미는 홈 비디오 스타일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허무한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아마츄어가 촬영한 홈 비디오를 통해 전해오는 리얼한 서스펜스와 스릴로 덮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Blair Witch Project'는 성공하지 않았냐고?
물론이다.
하지만, 'Blair With Project'는 10여년전에 나온 영화다. 그때만 해도 UCC 같은 것이 지금처럼 흔치 않았다.
쟝르도 다르다. 'Blair Witch Project'가 호려영화인 덕분에 '흔들리는 아마츄어 비디오 화면에서 전해지는 색다른 공포'라는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지나쳐선 안된다.
그러나, '클로버필드'는 홈 비디오 아이디어만 빌려와 몬스터 영화에 억지로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는 게 전부다. 제작비용 등 규모면에선 월등히 앞서겠지만 '홈 비디오 효과'는 'Blair Witch Project'에 견줄만한 수준이 못된다.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긴박했던 순간을 직접 촬영한 아마츄어 비디오를 통해 실감나는 서스펜스와 스릴을 전달하겠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몬스터 영화에 어울리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
거대한 몬스터가 나타나 맨하탄을 때려부순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도 허구적인데 '홈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지켜본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만약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상상해보면 상당히 리얼하게 느껴지지 않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클로버필드'에서 기억나는 것은 9-11 테러 당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면서 밀려오던 먼지의 파도, 그리고 이라크전이 한창일 당시 TV뉴스에서 매일마다 방송했던 치열한 전투장면을 엉성하게 재탕한 것으로밖에 보일 뿐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TV 시리즈 '로스트(Lost)', '에일리어스(Alias)'로 유명한 프로듀서, J.J. 에이브람스(Abrams)가 빅스크린용으로 선보인 최신작이라고 해서 '클로버필드(Cloverfield)'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하지만, '클로버필드'는 아주 실망스러웠다. 나름대로 스타일리쉬한 몬스터 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 같지만 흔틀리는 카메라 빼곤 아무 것도 없는 무지하게 허무한 영화일 뿐이다. 차라리 전쟁, 테러나 재앙의 현장을 배경으로 했다면 몬스터 공격보다는 사실적인만큼 현장감 넘치는 영화가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몬스터 영화와 홈 비디오의 결합은 '아니올시다'였다.
'클로버필드'는 영화속 상황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이 아닌 이상 재미있게 즐기기 힘든 영화다. 홈 비디오 스타일에서 전해지는 긴박감을 제대로 느껴야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들리는 카메라로 이런 맛을 내려고 한 게 아니냐'는 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게 문제다. 이것을 못보고 지나치면 '무서우리만치 리얼한 몬스터 영화'였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지간히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못보고 지나치기 힘들 것이다.
'클로버필드'는 이런 사람들에게 권한다:
1.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만 정신없이 흔들리다가 끝나는 허무한 몬스터 영화를 보고싶은 사람.
2. 홈 비디오 스타일로 촬영한 것만 보면 왠지 모르게 찔끔 쌀 정도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
3. 극장에 갈 때마다 한쪽 뇌를 빼놓기 때문에 줄거리가 있어도 모르고 없어도 모른다는 사람.
4. 쿨하게 보이도록 사탕발림 해놓은 영화에 잘 낚이는 사람.
5. '미국 최악의 홈 비디오'를 보고싶은 사람.
불행히도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은 '클로버필드'를 건너뛰시구랴.
2008년 1월 13일 일요일
터미네이터가 TV 시리즈로?
FOX TV의 새로운 TV 시리즈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Terminator - Sarah Connor Chronicles)'가 시작했다.
터미네이터?
사람의 탈(?)을 쓴 싸이보그가 나오던 그 '터미네이터'?
그렇다. 미국 최초의 싸이보그 주지사를 탄생시킨 바로 그 '터미네이터'다.
그 '터미네이터'가 FOX TV의 새로운 TV 시리즈로 돌아왔다.
그런데, TV 시리즈의 주인공은 터미네이터가 아니다. 싸이보그의 공격으로부터 아들, 존 코너를 보호해야 하는 '터프 마미' 사라 코너가 주인공이다.
사라 코너를 맡은 배우는 누구냐고?
영화 '300'에 나왔던 리나 히디(Lena Headey)다.
'300'에서 한가닥 할 것처럼 보이더니 사라 코너역을 맡았다.
리나 히디는 여전사에 가까운 사라 코너역에 제격인 듯 하다. '300'에서 보여줬던 '열받으면 다 죽어!' 식의 터프함이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존 코너와 함께 있으면 모자지간이 아니라 남매처럼 보이는 것!
리나 히디가 1973년생이고 존 코너역의 토마스 데커(Thomas Dekker)가 1987년생이라 15년차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 보이지 않는다.
리나 히디를 나이들어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일까?
앳된 얼굴의 서머 글라우(Summer Glau)가 여자 싸이보그, 카메론(Cameron)으로 나온다.
이렇게 리나 히디, 토마스 데커, 서머 글라우 3명이 FOX의 TV 시리즈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의 메인 캐릭터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의 스토리는 '터미네이터 2'에서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여전사로 변신한 사라 코너와 고등학생으로 자란 존 코너,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고 미래에서 온 싸이보그 카메론(제임스 카메론 아님!) 등 3명의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터미네이터 2'와 유사하다.
그럼, 터미네이터는 어디 갔냐고?
인류가 싸이보그의 통치를 받고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캘리포니아 주민들도 자신들이 싸이보그의 통치하에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더라.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무대였던 L.A 시민들도 이미 포기했는지 싸이보그 주지사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터미네이터가 L.A를 그렇게 때려부쉈는데도 말이다. 최근엔 한국산 용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고 갔으니 폭력에 무뎌졌는지도...
하지만, 잊어선 안되는 게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실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저 '캘리포니아 발음 제대로 못하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정도만 알고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때문에 사라 코너와 존 코너가 컴백한 것이리라!
터미네이터로부터 인류를 구해야 해!ㅠㅠ
그런데 문제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가능할까?
'터미네이터=캘리포니아 주지사'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인간들을 통치하는데 바빠 나오지 못한다더라도 그를 대신할 리딩(Leading) 터미네이터 없이 갈 수 있을까? TV 시리즈의 주인공이 사라 코너라지만 생뚱맞은 여자 싸이보그, 카메룬만으로 충분하겠냐는 것이다.
내 생각은 'YES'다.
터미네이터 없이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약간 이상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터미네이터' 세계의 스토리에 꼭 '미스터 터미네이터'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임무를 띄고 파견된 싸이보그 중 하나일 뿐이므로 그가 없으면 이야기를 풀어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나는 '터미네이터 2'에서 터미네이터가 사라 코너를 뒤쫓지 않고 되레 보호하러 온 것을 보고 몹시 실망했다. 미스터 터미네이터의 최대 매력은 총에 맞아도 끄떡없고 차에 치어도 벌떡 일어나 무표정한 얼굴로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것인데 '터미네이터 2'에선 적이 아닌 동지가 되면서 김이 다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 2' 막판에 미스터 터미네이터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때 스크린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차가운 살인마, 미스터 터미네이터를 아이들용 캐릭터로 바꿔놓았다는 데서 치밀어 오른 분노였다.
'터미네이터는 1편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나는 '터미네이터 3'도 안봤다. 이젠 정 안되겠으니까 여자 싸이보그까지 모셔왔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이 먹는 싸이보그를 구경하러 갈까 생각했지만 터미네이터가 지팡이를 짚고 나와도 이런 식 영화는 더이상 안본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봤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꽤 섹시하게 들렸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다른 싸이보그가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게 전부인 시시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터미네이터 1'에서처럼 인간 대 싸이보그의 대결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가 안되는 불공평한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 맛'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던 것.
그러나...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아직까지 그런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일요일과 월요일밤 이틀간 연달아 2편의 에피소드를 방송했는데 1회만 봤을 땐 실망감이 컸다. 2회를 보고나니 새로운 '터미네이터' 세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지만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NBC의 '바이오닉 우먼'을 봐서 그런지 '코너 패밀리'를 돕는 싸이보그, 카메론과 제이미 소머즈가 서로 비슷해 보였다. '터미네이터'와 '바이오닉 우먼' 시리즈를 비교한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기계의 힘을 사용하는 여자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코너 패밀리쪽엔 카메론이 있고 저쪽엔 여러 얼굴의 싸이보그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도 결국엔 '싸이보그 vs 싸이보그'식이 될 수 있는 것. 싸이보그들끼리 서로 치고박는 것만으론 시청자들을 오랫동안 묶어놓기 힘들 것이 뻔하니 스토리가 탄탄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터미네이터 2'에서 이어지는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냐에 성패가 달린 것.
카메론이란 여자 싸이보그 없이 사라 코너와 존 코너만의 어드벤쳐였다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카메론이 나오더라도 몇 에피소드 지난 이후에 나왔으면 더 나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스토리에 한번 기대 걸어본다. 여전사 사라 코너와 스카이넷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매주 월요일밤 9시(동부시간) 방송된다.
터미네이터?
사람의 탈(?)을 쓴 싸이보그가 나오던 그 '터미네이터'?
그렇다. 미국 최초의 싸이보그 주지사를 탄생시킨 바로 그 '터미네이터'다.
그 '터미네이터'가 FOX TV의 새로운 TV 시리즈로 돌아왔다.
그런데, TV 시리즈의 주인공은 터미네이터가 아니다. 싸이보그의 공격으로부터 아들, 존 코너를 보호해야 하는 '터프 마미' 사라 코너가 주인공이다.
사라 코너를 맡은 배우는 누구냐고?
영화 '300'에 나왔던 리나 히디(Lena Headey)다.
'300'에서 한가닥 할 것처럼 보이더니 사라 코너역을 맡았다.
리나 히디는 여전사에 가까운 사라 코너역에 제격인 듯 하다. '300'에서 보여줬던 '열받으면 다 죽어!' 식의 터프함이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존 코너와 함께 있으면 모자지간이 아니라 남매처럼 보이는 것!
리나 히디가 1973년생이고 존 코너역의 토마스 데커(Thomas Dekker)가 1987년생이라 15년차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 보이지 않는다.
리나 히디를 나이들어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일까?
앳된 얼굴의 서머 글라우(Summer Glau)가 여자 싸이보그, 카메론(Cameron)으로 나온다.
이렇게 리나 히디, 토마스 데커, 서머 글라우 3명이 FOX의 TV 시리즈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의 메인 캐릭터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의 스토리는 '터미네이터 2'에서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여전사로 변신한 사라 코너와 고등학생으로 자란 존 코너,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고 미래에서 온 싸이보그 카메론(제임스 카메론 아님!) 등 3명의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터미네이터 2'와 유사하다.
그럼, 터미네이터는 어디 갔냐고?
인류가 싸이보그의 통치를 받고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캘리포니아 주민들도 자신들이 싸이보그의 통치하에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더라.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무대였던 L.A 시민들도 이미 포기했는지 싸이보그 주지사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터미네이터가 L.A를 그렇게 때려부쉈는데도 말이다. 최근엔 한국산 용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고 갔으니 폭력에 무뎌졌는지도...
하지만, 잊어선 안되는 게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실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저 '캘리포니아 발음 제대로 못하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정도만 알고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이 때문에 사라 코너와 존 코너가 컴백한 것이리라!
터미네이터로부터 인류를 구해야 해!ㅠㅠ
그런데 문제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없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가능할까?
'터미네이터=캘리포니아 주지사'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인간들을 통치하는데 바빠 나오지 못한다더라도 그를 대신할 리딩(Leading) 터미네이터 없이 갈 수 있을까? TV 시리즈의 주인공이 사라 코너라지만 생뚱맞은 여자 싸이보그, 카메룬만으로 충분하겠냐는 것이다.
내 생각은 'YES'다.
터미네이터 없이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약간 이상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터미네이터' 세계의 스토리에 꼭 '미스터 터미네이터'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임무를 띄고 파견된 싸이보그 중 하나일 뿐이므로 그가 없으면 이야기를 풀어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사실, 나는 '터미네이터 2'에서 터미네이터가 사라 코너를 뒤쫓지 않고 되레 보호하러 온 것을 보고 몹시 실망했다. 미스터 터미네이터의 최대 매력은 총에 맞아도 끄떡없고 차에 치어도 벌떡 일어나 무표정한 얼굴로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것인데 '터미네이터 2'에선 적이 아닌 동지가 되면서 김이 다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 2' 막판에 미스터 터미네이터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때 스크린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차가운 살인마, 미스터 터미네이터를 아이들용 캐릭터로 바꿔놓았다는 데서 치밀어 오른 분노였다.
'터미네이터는 1편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나는 '터미네이터 3'도 안봤다. 이젠 정 안되겠으니까 여자 싸이보그까지 모셔왔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이 먹는 싸이보그를 구경하러 갈까 생각했지만 터미네이터가 지팡이를 짚고 나와도 이런 식 영화는 더이상 안본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봤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꽤 섹시하게 들렸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다른 싸이보그가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게 전부인 시시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터미네이터 1'에서처럼 인간 대 싸이보그의 대결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가 안되는 불공평한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 맛'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던 것.
그러나...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아직까지 그런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일요일과 월요일밤 이틀간 연달아 2편의 에피소드를 방송했는데 1회만 봤을 땐 실망감이 컸다. 2회를 보고나니 새로운 '터미네이터' 세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지만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NBC의 '바이오닉 우먼'을 봐서 그런지 '코너 패밀리'를 돕는 싸이보그, 카메론과 제이미 소머즈가 서로 비슷해 보였다. '터미네이터'와 '바이오닉 우먼' 시리즈를 비교한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기계의 힘을 사용하는 여자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코너 패밀리쪽엔 카메론이 있고 저쪽엔 여러 얼굴의 싸이보그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도 결국엔 '싸이보그 vs 싸이보그'식이 될 수 있는 것. 싸이보그들끼리 서로 치고박는 것만으론 시청자들을 오랫동안 묶어놓기 힘들 것이 뻔하니 스토리가 탄탄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터미네이터 2'에서 이어지는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냐에 성패가 달린 것.
카메론이란 여자 싸이보그 없이 사라 코너와 존 코너만의 어드벤쳐였다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카메론이 나오더라도 몇 에피소드 지난 이후에 나왔으면 더 나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스토리에 한번 기대 걸어본다. 여전사 사라 코너와 스카이넷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 크로니클'은 매주 월요일밤 9시(동부시간) 방송된다.
인디아나 존스와 007이 만났을 때
인디아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가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만났던 건 '인디아나 존스 3'와 '라이센스 투 킬'이 여름 시즌에 나란히 개봉했던 1989년이다.
그렇다면 흥행성적은?
'인디아나 존스 3'는 5월, '라이센스 투 킬'은 7월에 각각 미국서 개봉해 '인디아나 존스 3'의 싱거운 KO승으로 끝났다. '라이센스 투 킬'이 흥행실패한 덕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1989년 이야기를 꺼내냐고?
2008년 인디아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가 다시 한번 만나기 때문이다.
' 인디아나 존스 4'가 금년 5월에 개봉하고 '본드22(제목미정)'가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하나는 여름철에, 다른 하나는 겨울철에 개봉하는만큼 정면대결보다는 같은 해에 인디아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가 극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할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도 1989년과 2008년 상황에 비슷한 구석이 있다.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두 번째 007 영화
'인디아나 존스 3'와 같은 해 개봉했던 '라이센스 투 킬'은 당시 제임스 본드였던 티모시 달튼의 두 번째 007 영화였다. '인디아나 존스 4'와 같은 해에 개봉하는 '본드22'도 다니엘 크레이그의 두 번째 영화다.
이언 플레밍 원작
티모시 달튼의 첫 번째 007 영화인 '리빙 데이라이트(1987)'는 플레밍의 동명소설의 제목과 내용을 영화에 사용했지만 '라이센스 투 킬'은 제목과 줄거리 모두 영화 제작팀이 새로 만들었다. '본드2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카지노 로얄'은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을 기초로 했지만 '본드22'는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게 전부일 뿐 줄거리 자체는 새로 만든 것이다.
본드걸, 로케이션, 그리고 악당
' 라이센스 투 킬'의 메인 로이케이션은 중남미 지역이었고 캐리 로웰(Carey Lowell)과 탈리사 소토(Talisa Soto) 2명의 본드걸이 출연했으며, 본드의 적으론 로버트 다비(Robert Davi)가 사실적인 캐릭터 산체스로 나왔다. '본드22'도 중남미가 로케이션 중 한곳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드걸은 올가 쿠리렌코(Olga Kurylenko)와 젬마 아터튼(Jemma Arterton) 2명이며, 본드의 적으론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Mathieu Amalric)이 범죄조직 리더 도미닉 그린으로 나온다. '카지노 로얄'에서 소개된 범죄조직의 리더이므로 도미닉 그린 역시 사실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WGA 파업
스 크린라이터, 리처드 메이밤(Richard Maibaum)이 '라이센스 투 킬' 작업 도중 WGA(Writers Guild of America) 파업으로 펜 대신 피켓을 들었다. 이 덕분에 당시 공동 프로듀서였던 마이클 G 윌슨(Michael G. Wilson)이 나머지를 완성시켜야 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2008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재발했다. 헐리우드 소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2007년말 WGA가 파업한 것을 알고있을 것이다. WGA가 파업하자 '본드22' 작업을 하던 폴 해기스(Paul Haggis)도 '좀 더 다듬는 작업이 필요한 상태'에서 펜을 내려놓고 피켓을 들었다.
자, 그렇다면 인디아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의 '2008년 만남'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1989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까? 아니면 반대가 될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캐릭터가 2008년 극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흥행성적은?
'인디아나 존스 3'는 5월, '라이센스 투 킬'은 7월에 각각 미국서 개봉해 '인디아나 존스 3'의 싱거운 KO승으로 끝났다. '라이센스 투 킬'이 흥행실패한 덕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1989년 이야기를 꺼내냐고?
2008년 인디아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가 다시 한번 만나기 때문이다.
' 인디아나 존스 4'가 금년 5월에 개봉하고 '본드22(제목미정)'가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하나는 여름철에, 다른 하나는 겨울철에 개봉하는만큼 정면대결보다는 같은 해에 인디아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가 극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할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도 1989년과 2008년 상황에 비슷한 구석이 있다.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두 번째 007 영화
'인디아나 존스 3'와 같은 해 개봉했던 '라이센스 투 킬'은 당시 제임스 본드였던 티모시 달튼의 두 번째 007 영화였다. '인디아나 존스 4'와 같은 해에 개봉하는 '본드22'도 다니엘 크레이그의 두 번째 영화다.
이언 플레밍 원작
티모시 달튼의 첫 번째 007 영화인 '리빙 데이라이트(1987)'는 플레밍의 동명소설의 제목과 내용을 영화에 사용했지만 '라이센스 투 킬'은 제목과 줄거리 모두 영화 제작팀이 새로 만들었다. '본드2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카지노 로얄'은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을 기초로 했지만 '본드22'는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게 전부일 뿐 줄거리 자체는 새로 만든 것이다.
본드걸, 로케이션, 그리고 악당
' 라이센스 투 킬'의 메인 로이케이션은 중남미 지역이었고 캐리 로웰(Carey Lowell)과 탈리사 소토(Talisa Soto) 2명의 본드걸이 출연했으며, 본드의 적으론 로버트 다비(Robert Davi)가 사실적인 캐릭터 산체스로 나왔다. '본드22'도 중남미가 로케이션 중 한곳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드걸은 올가 쿠리렌코(Olga Kurylenko)와 젬마 아터튼(Jemma Arterton) 2명이며, 본드의 적으론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Mathieu Amalric)이 범죄조직 리더 도미닉 그린으로 나온다. '카지노 로얄'에서 소개된 범죄조직의 리더이므로 도미닉 그린 역시 사실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WGA 파업
스 크린라이터, 리처드 메이밤(Richard Maibaum)이 '라이센스 투 킬' 작업 도중 WGA(Writers Guild of America) 파업으로 펜 대신 피켓을 들었다. 이 덕분에 당시 공동 프로듀서였던 마이클 G 윌슨(Michael G. Wilson)이 나머지를 완성시켜야 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2008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재발했다. 헐리우드 소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2007년말 WGA가 파업한 것을 알고있을 것이다. WGA가 파업하자 '본드22' 작업을 하던 폴 해기스(Paul Haggis)도 '좀 더 다듬는 작업이 필요한 상태'에서 펜을 내려놓고 피켓을 들었다.
자, 그렇다면 인디아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의 '2008년 만남'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1989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까? 아니면 반대가 될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캐릭터가 2008년 극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아닐까.
2008년 1월 12일 토요일
'어톤먼트' 또다른 진부한 러브스토리
2차대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1935년 영국.
두 자매가 있다.
언니 쎄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성인이고 동생 브라이오니는 13세 소녀다.
그런데, 두 자매가 한 남자를 좋아한다. 가정부의 아들 로비(제임스 매커보이)다.
하지만, 로비는 서로 나이가 맞는 쎄실리아와 어울릴 뿐이다.
당연히 브라이오니는 열받을 수밖에!
쎄실리아와 로비의 사이에 질투를 느낀 철없는 13세 소녀 브라이오니는 엄청난 거짓말로 로비를 궁지에 빠뜨린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평생 후회하며 살게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3~40년대 배경의 '어톤먼트(Atonement)'는 13세 소녀의 철없는 거짓말로 풍비박산이 난 로비와 쎄실리아의 러브스토리에 대한 영화다.
러브스토리? 참 좋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내용이 전혀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 소녀가 성인 남자와 짝사랑에 푹 빠진 나머지 어처구니 없는 짓도 불사한다는 내용은 드라마/스릴러 쟝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90년대초에 나온 알리시아 실버스톤 주연의 'The Crush'도 그중 하나다.
물론, '어톤먼트'는 'The Crush'처럼 질투심에 불타는 어린 소녀의 복수극에 촛점을 맞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이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만은 사실이다. 로비와 쎄실리아의 이뤄질 수 없는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지만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비극으로 몰고간 건 질투심 어린 어린아이의 철없는 거짓말이다. '속죄'라는 의미의 'Atonement'가 제목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비극적인 러브스토리?
유쾌한 러브스토리는 물론 아니다. 누가 뭐래도 슬프고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맞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애절함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
쎄실리아는 런던에서 간호사가 됐고 로비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때 군에 입대해 프랑스에 배치됐다.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로비를 전쟁터로 보낸 장본인은 브라이오니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13세때 한 거짓말 덕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전쟁'과 '이별'이 나온다는 것.
그렇다. 철없는 어린아이의 '크러쉬(Crush)'사건에서 은근 슬쩍 '전쟁'과 '이별' 이야기로 이동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이별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는 내용은 이런 류의 멜로 러브스토리 영화에서 무지하게 자주 보던 것이다. 여기에 '이게 다 13세 소녀의 철없는 짓 때문'이라는 것을 보태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크러쉬(Crush)'와 '전쟁과 이별'이란 흔해빠진 테마를 한데 묶어놓은 게 전부인 것으로 보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어톤먼트'엔 거진 교과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이별장면'까지 나온다.
쎄실리아는 버스를 타고 떠나고...
로비는 쎄실리아가 탄 버스를 뒤쫓고...
왜?
기네스 맥주 생각이 나서...?
C'mon man, this is TWENTY FIRST CENTURY!
저런 장면 보면서 훌쩍이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냐!
좋게 표현하면 '클래식 영화의 한장면처럼 연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40년대라고 40년대에 만든 영화처럼 보이도록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옛날 영화의 향수에 젖어 다른 것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였다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해야할지도...
또 한가지 신경쓰이는 것은 아무리봐도 어설픈 성인영화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언 매키완((Ian McEwan)의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덕분에 원작이 얼마나 성인용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줄거리만 보면 R(17세 이상)등급에 어울릴만한 성인영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로비가 쎄실리아에게 쓴 선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비롯해 성인테마 분위기가 나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손에 꼽히는 몇가지만 빼면 패밀리 영화 수준의 러브스토리에 더욱 가까워 보인다. 편지에 씌인 단어 한 두개를 바꾸고, 섹스씬 수위를 약간 낮추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부상 병사들의 상처부위 노출을 줄인다면 PG-13, 심지어 PG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누드씬과 섹스씬이 자주 나오는 영화라면 또다른 얘기겠지만 '어톤먼트'는 이쪽과도 거리가 상당히 멀다. '에로티시즘'이란 단어와는 무관한 영화다. 반드시 섹스씬이 나와야 성인영화인 건 물론 아니지만 '어톤먼트'는 조금만 수정하면 PG, PG-13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패밀리 러브스토리'지 다른 성인 러브스토리처럼 '끈끈한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패밀리 영화처럼 보이는 것을 어떻게서든 막고 억지로라도 R등급을 받고자 한 게 아니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왜 그랬을까?
이 모두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세팅인 것일까?
'어톤먼트'에서 보여준 나이틀리의 연기는 큰 문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이틀리가 사극 멜로영화 여주인공에 어울리는지는 생각해보게 된다.
어찌보면 '캐리비언의 해적들' 시리즈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캐리비언의 해적들'에서의 엘리자베스 캐릭터를 지우더라도 나이틀리가 시대극에 어울리는 배우로 보이지 않는다. 나이틀리는 '어톤먼트', '실크' 등에서 '지난시대의 여인'으로 자주 나왔지만 아무리 봐도 그쪽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멜로영화와 나이틀리를 결합시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나이틀리와 같은 'Happy Face'가 멜로영화 여주인공에 어울리는지 헷갈린다. 이 또한 '캐리비언의 해적들'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캐리비언의 해적들' 탓만 할 순 없겠지?
나이틀리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중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고자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영화들을 통해 성인 연기자가 되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Closer'에서 스트립 댄서역으로 성인 연기를 시도했다가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으로 아이들 품으로 직행한 나탈리 포트맨처럼 될 수 있다. 성인 연기에 도전하더라도 잘 어울리는 영화와 역할을 잘 골라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지 무조건 성인 연기에만 집착하면 죽쑬 수도 있는 것.
반면, 로비역의 제임스 매커보이는 잘 어울렸다. 요란스러운 액션영화보단 '어톤먼트'처럼 차분하고 잔잔한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도 코메디, 드라마 쟝르다.
그렇다고 매커보이가 액션영화를 안찍는 건 절대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 모건 프리맨과 함께 출연한 액션영화 '원티드(Wanted)'가 올여름 개봉예정이다. 이 영화에서도 매커보이는 삘리리한 청년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프로페셔널 킬러로 성장한다니 '어톤먼트'에서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듯.
하지만,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브라이오니를 연기한 3명의 여배우들이다.
철없는 거짓말로 사고를 쳤던 13세 소녀, 잘못을 깨달은 18세 소녀, 그리고 노인의 모습까지 시대순으로 '3명의 브라이오니'가 영화에 나온다.
그렇다. 할머니까지 나온다. 덕분에 영화 '타이타닉' 냄새도 난다. 할머니가 된 브라이오니가 마지막으로 쓴 쎄실리아와 로비에 대한 논픽션 소설의 내용이 영화에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처럼 인터뷰식 회상은 아니고, 할머니의 회상으로 영화가 시작하는 것도 아니지만 결국은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이들이 직접 자기소개를 하지 않더라도 브라이오니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3명 모두 오른쪽 눈 밑의 점을 갖고있는 덕분이다.
이중에서 베스트를 꼽는다면?
길게 생각할 것 없다.
13세의 브라이오니를 연기한 Saoirse Ronan이다.
13세 브라이오니가 '다다다다' 뛰어다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토록 천진난만해 보이던 여자아이가 성인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끼어들어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는다.
Saoirse Ronan은 '어톤먼트'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에도 노미네이트 됐다.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된 7개부문 중에서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드는 게 바로 Ronan의 여우조연상이다.
7개부문이라고?
'어톤먼트'는 심하게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골든글로브 7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의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대로 매력이 있는 영화라는 것까지는 인정할 수 있어도 상복 터질 정도로 잘만든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노스탈직 멜로 러브스토리에 빠져버리면 줄거리고 뭐고 따질 것 없이 무조건 멋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톤먼트'는 또하나의 진부한 러브스토리 이상이 아니다.
아무래도 '어톤먼트'를 딱 2개의 단어로 표현하라면 '지루'와 '허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사건에 휘말리면서 줄거리와 등장 캐릭터 모두가 요동치기 전까지는 스토리 진행 스피드가 더디고 지루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메인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면 금새 잊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도 다른 영화에서 재탕, 삼탕한 내용이다보니 최루성 성인 멜로영화처럼 그럴싸하게 폼잡아 놓은 게 전부처럼 보였다. 처음엔 거창하게 보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결국 이런 얘기였냐'는 생각만 들 뿐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는 같은 장면을 2개의 다른 시점에서 보여주고 플래시백씬도 나오는 등 꽤 아기자기한 편이다. 철없던 13세 소녀에서 18세가 되어 잘못을 깨닫고, 노인이 되어 마지막 '참회의 소설'을 발표하기까지의 악녀(?) 브라이오니의 이야기도 그런대로 흥미롭다. 하지만, '결국은 흔해빠진 얘기였다'는 결론을 바꿀 정도는 못된다.
두 자매가 있다.
언니 쎄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성인이고 동생 브라이오니는 13세 소녀다.
그런데, 두 자매가 한 남자를 좋아한다. 가정부의 아들 로비(제임스 매커보이)다.
하지만, 로비는 서로 나이가 맞는 쎄실리아와 어울릴 뿐이다.
당연히 브라이오니는 열받을 수밖에!
쎄실리아와 로비의 사이에 질투를 느낀 철없는 13세 소녀 브라이오니는 엄청난 거짓말로 로비를 궁지에 빠뜨린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평생 후회하며 살게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3~40년대 배경의 '어톤먼트(Atonement)'는 13세 소녀의 철없는 거짓말로 풍비박산이 난 로비와 쎄실리아의 러브스토리에 대한 영화다.
러브스토리? 참 좋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내용이 전혀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린 소녀가 성인 남자와 짝사랑에 푹 빠진 나머지 어처구니 없는 짓도 불사한다는 내용은 드라마/스릴러 쟝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90년대초에 나온 알리시아 실버스톤 주연의 'The Crush'도 그중 하나다.
물론, '어톤먼트'는 'The Crush'처럼 질투심에 불타는 어린 소녀의 복수극에 촛점을 맞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이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만은 사실이다. 로비와 쎄실리아의 이뤄질 수 없는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지만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비극으로 몰고간 건 질투심 어린 어린아이의 철없는 거짓말이다. '속죄'라는 의미의 'Atonement'가 제목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비극적인 러브스토리?
유쾌한 러브스토리는 물론 아니다. 누가 뭐래도 슬프고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맞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애절함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
쎄실리아는 런던에서 간호사가 됐고 로비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때 군에 입대해 프랑스에 배치됐다.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로비를 전쟁터로 보낸 장본인은 브라이오니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13세때 한 거짓말 덕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전쟁'과 '이별'이 나온다는 것.
그렇다. 철없는 어린아이의 '크러쉬(Crush)'사건에서 은근 슬쩍 '전쟁'과 '이별' 이야기로 이동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이별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한다'는 내용은 이런 류의 멜로 러브스토리 영화에서 무지하게 자주 보던 것이다. 여기에 '이게 다 13세 소녀의 철없는 짓 때문'이라는 것을 보태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크러쉬(Crush)'와 '전쟁과 이별'이란 흔해빠진 테마를 한데 묶어놓은 게 전부인 것으로 보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어톤먼트'엔 거진 교과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이별장면'까지 나온다.
쎄실리아는 버스를 타고 떠나고...
로비는 쎄실리아가 탄 버스를 뒤쫓고...
왜?
기네스 맥주 생각이 나서...?
C'mon man, this is TWENTY FIRST CENTURY!
저런 장면 보면서 훌쩍이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냐!
좋게 표현하면 '클래식 영화의 한장면처럼 연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40년대라고 40년대에 만든 영화처럼 보이도록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옛날 영화의 향수에 젖어 다른 것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였다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해야할지도...
또 한가지 신경쓰이는 것은 아무리봐도 어설픈 성인영화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언 매키완((Ian McEwan)의 원작소설을 읽지 않은 덕분에 원작이 얼마나 성인용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줄거리만 보면 R(17세 이상)등급에 어울릴만한 성인영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로비가 쎄실리아에게 쓴 선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비롯해 성인테마 분위기가 나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손에 꼽히는 몇가지만 빼면 패밀리 영화 수준의 러브스토리에 더욱 가까워 보인다. 편지에 씌인 단어 한 두개를 바꾸고, 섹스씬 수위를 약간 낮추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부상 병사들의 상처부위 노출을 줄인다면 PG-13, 심지어 PG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누드씬과 섹스씬이 자주 나오는 영화라면 또다른 얘기겠지만 '어톤먼트'는 이쪽과도 거리가 상당히 멀다. '에로티시즘'이란 단어와는 무관한 영화다. 반드시 섹스씬이 나와야 성인영화인 건 물론 아니지만 '어톤먼트'는 조금만 수정하면 PG, PG-13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패밀리 러브스토리'지 다른 성인 러브스토리처럼 '끈끈한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패밀리 영화처럼 보이는 것을 어떻게서든 막고 억지로라도 R등급을 받고자 한 게 아니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왜 그랬을까?
이 모두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세팅인 것일까?
'어톤먼트'에서 보여준 나이틀리의 연기는 큰 문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이틀리가 사극 멜로영화 여주인공에 어울리는지는 생각해보게 된다.
어찌보면 '캐리비언의 해적들' 시리즈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캐리비언의 해적들'에서의 엘리자베스 캐릭터를 지우더라도 나이틀리가 시대극에 어울리는 배우로 보이지 않는다. 나이틀리는 '어톤먼트', '실크' 등에서 '지난시대의 여인'으로 자주 나왔지만 아무리 봐도 그쪽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멜로영화와 나이틀리를 결합시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나이틀리와 같은 'Happy Face'가 멜로영화 여주인공에 어울리는지 헷갈린다. 이 또한 '캐리비언의 해적들'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캐리비언의 해적들' 탓만 할 순 없겠지?
나이틀리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중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고자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영화들을 통해 성인 연기자가 되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Closer'에서 스트립 댄서역으로 성인 연기를 시도했다가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으로 아이들 품으로 직행한 나탈리 포트맨처럼 될 수 있다. 성인 연기에 도전하더라도 잘 어울리는 영화와 역할을 잘 골라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지 무조건 성인 연기에만 집착하면 죽쑬 수도 있는 것.
반면, 로비역의 제임스 매커보이는 잘 어울렸다. 요란스러운 액션영화보단 '어톤먼트'처럼 차분하고 잔잔한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그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도 코메디, 드라마 쟝르다.
그렇다고 매커보이가 액션영화를 안찍는 건 절대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 모건 프리맨과 함께 출연한 액션영화 '원티드(Wanted)'가 올여름 개봉예정이다. 이 영화에서도 매커보이는 삘리리한 청년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프로페셔널 킬러로 성장한다니 '어톤먼트'에서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듯.
하지만,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브라이오니를 연기한 3명의 여배우들이다.
철없는 거짓말로 사고를 쳤던 13세 소녀, 잘못을 깨달은 18세 소녀, 그리고 노인의 모습까지 시대순으로 '3명의 브라이오니'가 영화에 나온다.
그렇다. 할머니까지 나온다. 덕분에 영화 '타이타닉' 냄새도 난다. 할머니가 된 브라이오니가 마지막으로 쓴 쎄실리아와 로비에 대한 논픽션 소설의 내용이 영화에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타이타닉'처럼 인터뷰식 회상은 아니고, 할머니의 회상으로 영화가 시작하는 것도 아니지만 결국은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이들이 직접 자기소개를 하지 않더라도 브라이오니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3명 모두 오른쪽 눈 밑의 점을 갖고있는 덕분이다.
이중에서 베스트를 꼽는다면?
길게 생각할 것 없다.
13세의 브라이오니를 연기한 Saoirse Ronan이다.
13세 브라이오니가 '다다다다' 뛰어다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토록 천진난만해 보이던 여자아이가 성인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끼어들어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는다.
Saoirse Ronan은 '어톤먼트'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에도 노미네이트 됐다.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된 7개부문 중에서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드는 게 바로 Ronan의 여우조연상이다.
7개부문이라고?
'어톤먼트'는 심하게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골든글로브 7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의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대로 매력이 있는 영화라는 것까지는 인정할 수 있어도 상복 터질 정도로 잘만든 영화로는 보이지 않는다. 노스탈직 멜로 러브스토리에 빠져버리면 줄거리고 뭐고 따질 것 없이 무조건 멋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톤먼트'는 또하나의 진부한 러브스토리 이상이 아니다.
아무래도 '어톤먼트'를 딱 2개의 단어로 표현하라면 '지루'와 '허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사건에 휘말리면서 줄거리와 등장 캐릭터 모두가 요동치기 전까지는 스토리 진행 스피드가 더디고 지루하다. 하지만, 이런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메인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면 금새 잊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도 다른 영화에서 재탕, 삼탕한 내용이다보니 최루성 성인 멜로영화처럼 그럴싸하게 폼잡아 놓은 게 전부처럼 보였다. 처음엔 거창하게 보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니 '결국 이런 얘기였냐'는 생각만 들 뿐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는 같은 장면을 2개의 다른 시점에서 보여주고 플래시백씬도 나오는 등 꽤 아기자기한 편이다. 철없던 13세 소녀에서 18세가 되어 잘못을 깨닫고, 노인이 되어 마지막 '참회의 소설'을 발표하기까지의 악녀(?) 브라이오니의 이야기도 그런대로 흥미롭다. 하지만, '결국은 흔해빠진 얘기였다'는 결론을 바꿀 정도는 못된다.
2008년 1월 9일 수요일
'본드22' 어느 방향으로 갈까
다니엘 크레이그의 두 번째 007 영화 '본드22(제목미정)'의 주요 캐스팅 정보가 공개됐다.
제임스 본드는 물론 다니엘 크레이그, 본드걸엔 우크라이나 출신 여배우 올가 쿠리렌코와 영국 신예 젬마 아터튼, 악역은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에게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더욱 흥미로운 건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같은 액션영화를 감독해본 적이 없는 마크 포스터가 감독을 맡았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댄 브래들리가 액션/스턴트를 담당할 2nd 유닛 감독을 맡았다는 것.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것만으로 '본드22'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한번 짚어봤다.
일단, 본드걸 캐스팅으로 돌아가보자.
'카지노 로얄'의 에바 그린에 이어 이번에도 본드걸은 Gothic 분위기가 날 것처럼 보인다. 스타일로 따지면 우아한 드레스가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닌 'Street Style'에 가까워질 것처럼 보인다. 리딩 본드걸이 비디오게임을 영화로 옮긴 청소년층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영화 '힛맨'(The Hitman)'의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배우라는 점도 흥미롭다. 젊은층을 의식한 티가 나는 것.
또다른 본드걸, 젬마 아터튼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나온 영화를 아직 한편도 보지못한 상태라 뭐라 할 단계는 아니지만 젬마 아터튼도 '현대적인 외모'라는 평을 듣는 신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의도적으로 본드걸을 '영계(?) 스타일'로 정한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다.
일단 줄거리가 이어지는만큼 '본드22'도 '카지노 로얄'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본드22'도 쿨한 가젯이 많이 나오는 판타지 스타일이 아니라 이언 플레밍 원작쪽에 가까운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지구를 지키는 007'이 아닌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듯한 내용과 분위기의 영화일 것으로 기대된다.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도 '60년대 숀 코네리 시절을 되살리고 싶다', '60년대 마이클 케인 주연의 스파이 영화들을 좋아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스크린라이터 폴 해기스는 '이언 플레밍과 존 르 카레의 첩보소설을 섞는다'고도 했다. 5~60년대 첩보소설 냄새가 짙게 풍기는 클래식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걸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악역을 보자.
악역 도미닉 그린역으로 캐스팅된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은 아무래도 '신세대 스타일'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뮌헨(Munich)'에서 연기했던 루이스와 비슷한 색깔을 유지한다면 그가 연기할 도미닉 그린은 클래식한 캐릭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말릭과 같은 분위기의 배우는 세계정복이라는 야무진 꿈을 꾸는 엉뚱한 악당역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본드22'의 도미닉 그린은 '위기일발'의 레드 그랜트, '유어 아이스 온리'의 크리스타토스, '라이센스 투 킬'의 산체스, '카지노 로얄'의 르쉬프처럼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의 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튜 아말릭은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악역으로 왔다인 배우다. 아말릭도 크레이그와 마찬가지로 'Modern Looking'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만큼 클래식 스파이 영화 분위기를 내는데 적합한 배우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캐스팅은 둘 째 치더라도 악역만큼은 제대로 선택한 것 같다.
여기에 마크 포스터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마크 포스터 감독은 여지껏 007 시리즈와 같은 액션영화를 감독한 적이 없다. 덕분에 마크 포스터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레이커', '다이 어나더 데이'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만은 확실하다. 따라서, 마크 포스터 감독의 '본드22'는 밝고 가벼운 판타지 액션영화가 아닌 어둡고 무거운 '줄거리 진행형'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액션영화인 것엔 변함없을 것이다. 007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액션영화인만큼 '본드22'도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스파이더맨' 시리즈,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턴트 코디네이터, 댄 브래들리가 '사실적인 액션씬'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자동차 스턴트를 뺄 수 없었던 것처럼 '본드22'에서도 자동차 스턴트는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본드22'에서도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하고 도로에서 튕겨나가는 스턴트를 보게 될 듯.
'본드22'가 클래식 스타일과 신세대 스타일을 'Shaken, not stirred'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만큼 주제곡은 누가 어떤 풍의 곡을 부를지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제목은?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의미는 이언 플레밍 원작의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사실보다 '카지노 로얄'로 돌아온 이언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계속 살리겠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게 옳다. 따라서, '본드22' 제목을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에서 따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플레밍이 쓴 제임스 본드 소설 대부분이 영화제목으로 사용됐지만 아직 사용되지 않은 게 몇 개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Risico', 'The Property of a Lady'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 하나가 될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제목이 될까?
생각하면 할수록 기대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본드22'의 미래가 전부 'Positive'한 건 아니다.
'카지노 로얄'은 누가 뭐래도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이 있었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 007 제작팀이 구태여 새로운 걸 만들어낼 필요없이 플레밍의 원작소설에 의존할 수 있었던 것.
007 영화 제작팀이 플레밍의 원작을 영화에 사용했던 건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가 마지막이다. 그 이후에 나온 영화들은 모두 이언 플레밍의 소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여기저기서 플레밍 소설의 흔적을 찾아볼 순 있지만 플레밍이 쓴 소설 중에 '라이센스 투 킬', '골든아이' 등은 없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내용까지 거의 전부를 007 영화 제작팀들이 만들어야 했던 것.
007 제작팀은 '리빙 데이라이트' 이후 거의 20여년만에 플레밍의 원작에 다시 한번 기댈 수 있었다. 이것이 '카지노 로얄'이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거의 6억불을 벌어들이며 흥행성공했다. 아주 오랜만에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007(Ian Fleming's James Bond 007)이라고 할 자격이 있는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오자 바로 이런 007 영화를 기다렸던 전세계 영화팬들이 열광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본드22'다. '본드21'은 성공했다지만 '본드22'는 어찌될지 불투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엔 기댈 원작이 없다는 것.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지도록 한 이유는 이언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고자 한 것인데 '본드22'의 줄거리는 플레밍의 소설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플레밍의 원작과 무관하면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본드22'의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까지 이어붙이면서 '카지노 로얄'을 '본드22'까지 억지로 끌고가며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패를 면키 어렵다. 맨손격투나 사실적인 스턴트가 전부가 아니라 '얼마나 이언 플레밍다운 스토리가 준비됐느냐'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클래식 스파이 영화를 어설프게 흉내낸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로썬 분위기만 진지하고 심각해진다고 플레밍 스타일을 살린 게 아니라는 걸 제작팀이 잘 알고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카지노 로얄'이 흥행성공한 이유도 영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전부인 것이 아니라 친근한 이언 플레밍의 원작 내용이 영화에 나왔다는 덕이 컸다는 것도 알고있으리라.
제임스 본드는 물론 다니엘 크레이그, 본드걸엔 우크라이나 출신 여배우 올가 쿠리렌코와 영국 신예 젬마 아터튼, 악역은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에게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더욱 흥미로운 건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같은 액션영화를 감독해본 적이 없는 마크 포스터가 감독을 맡았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댄 브래들리가 액션/스턴트를 담당할 2nd 유닛 감독을 맡았다는 것.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것만으로 '본드22'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한번 짚어봤다.
일단, 본드걸 캐스팅으로 돌아가보자.
'카지노 로얄'의 에바 그린에 이어 이번에도 본드걸은 Gothic 분위기가 날 것처럼 보인다. 스타일로 따지면 우아한 드레스가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닌 'Street Style'에 가까워질 것처럼 보인다. 리딩 본드걸이 비디오게임을 영화로 옮긴 청소년층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영화 '힛맨'(The Hitman)'의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배우라는 점도 흥미롭다. 젊은층을 의식한 티가 나는 것.
또다른 본드걸, 젬마 아터튼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나온 영화를 아직 한편도 보지못한 상태라 뭐라 할 단계는 아니지만 젬마 아터튼도 '현대적인 외모'라는 평을 듣는 신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의도적으로 본드걸을 '영계(?) 스타일'로 정한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다.
일단 줄거리가 이어지는만큼 '본드22'도 '카지노 로얄'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본드22'도 쿨한 가젯이 많이 나오는 판타지 스타일이 아니라 이언 플레밍 원작쪽에 가까운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지구를 지키는 007'이 아닌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듯한 내용과 분위기의 영화일 것으로 기대된다.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도 '60년대 숀 코네리 시절을 되살리고 싶다', '60년대 마이클 케인 주연의 스파이 영화들을 좋아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스크린라이터 폴 해기스는 '이언 플레밍과 존 르 카레의 첩보소설을 섞는다'고도 했다. 5~60년대 첩보소설 냄새가 짙게 풍기는 클래식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걸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악역을 보자.
악역 도미닉 그린역으로 캐스팅된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은 아무래도 '신세대 스타일'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뮌헨(Munich)'에서 연기했던 루이스와 비슷한 색깔을 유지한다면 그가 연기할 도미닉 그린은 클래식한 캐릭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말릭과 같은 분위기의 배우는 세계정복이라는 야무진 꿈을 꾸는 엉뚱한 악당역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본드22'의 도미닉 그린은 '위기일발'의 레드 그랜트, '유어 아이스 온리'의 크리스타토스, '라이센스 투 킬'의 산체스, '카지노 로얄'의 르쉬프처럼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의 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튜 아말릭은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악역으로 왔다인 배우다. 아말릭도 크레이그와 마찬가지로 'Modern Looking'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만큼 클래식 스파이 영화 분위기를 내는데 적합한 배우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캐스팅은 둘 째 치더라도 악역만큼은 제대로 선택한 것 같다.
여기에 마크 포스터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마크 포스터 감독은 여지껏 007 시리즈와 같은 액션영화를 감독한 적이 없다. 덕분에 마크 포스터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레이커', '다이 어나더 데이'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만은 확실하다. 따라서, 마크 포스터 감독의 '본드22'는 밝고 가벼운 판타지 액션영화가 아닌 어둡고 무거운 '줄거리 진행형'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액션영화인 것엔 변함없을 것이다. 007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액션영화인만큼 '본드22'도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스파이더맨' 시리즈,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턴트 코디네이터, 댄 브래들리가 '사실적인 액션씬'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자동차 스턴트를 뺄 수 없었던 것처럼 '본드22'에서도 자동차 스턴트는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본드22'에서도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하고 도로에서 튕겨나가는 스턴트를 보게 될 듯.
'본드22'가 클래식 스타일과 신세대 스타일을 'Shaken, not stirred'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만큼 주제곡은 누가 어떤 풍의 곡을 부를지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제목은?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의미는 이언 플레밍 원작의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사실보다 '카지노 로얄'로 돌아온 이언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계속 살리겠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게 옳다. 따라서, '본드22' 제목을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에서 따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플레밍이 쓴 제임스 본드 소설 대부분이 영화제목으로 사용됐지만 아직 사용되지 않은 게 몇 개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Risico', 'The Property of a Lady'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 하나가 될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제목이 될까?
생각하면 할수록 기대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본드22'의 미래가 전부 'Positive'한 건 아니다.
'카지노 로얄'은 누가 뭐래도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이 있었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 007 제작팀이 구태여 새로운 걸 만들어낼 필요없이 플레밍의 원작소설에 의존할 수 있었던 것.
007 영화 제작팀이 플레밍의 원작을 영화에 사용했던 건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가 마지막이다. 그 이후에 나온 영화들은 모두 이언 플레밍의 소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여기저기서 플레밍 소설의 흔적을 찾아볼 순 있지만 플레밍이 쓴 소설 중에 '라이센스 투 킬', '골든아이' 등은 없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내용까지 거의 전부를 007 영화 제작팀들이 만들어야 했던 것.
007 제작팀은 '리빙 데이라이트' 이후 거의 20여년만에 플레밍의 원작에 다시 한번 기댈 수 있었다. 이것이 '카지노 로얄'이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거의 6억불을 벌어들이며 흥행성공했다. 아주 오랜만에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007(Ian Fleming's James Bond 007)이라고 할 자격이 있는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오자 바로 이런 007 영화를 기다렸던 전세계 영화팬들이 열광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본드22'다. '본드21'은 성공했다지만 '본드22'는 어찌될지 불투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엔 기댈 원작이 없다는 것.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지도록 한 이유는 이언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고자 한 것인데 '본드22'의 줄거리는 플레밍의 소설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플레밍의 원작과 무관하면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본드22'의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까지 이어붙이면서 '카지노 로얄'을 '본드22'까지 억지로 끌고가며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패를 면키 어렵다. 맨손격투나 사실적인 스턴트가 전부가 아니라 '얼마나 이언 플레밍다운 스토리가 준비됐느냐'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클래식 스파이 영화를 어설프게 흉내낸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로썬 분위기만 진지하고 심각해진다고 플레밍 스타일을 살린 게 아니라는 걸 제작팀이 잘 알고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카지노 로얄'이 흥행성공한 이유도 영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전부인 것이 아니라 친근한 이언 플레밍의 원작 내용이 영화에 나왔다는 덕이 컸다는 것도 알고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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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 007
2008년 1월 8일 화요일
'섀터드' - 브로스난과 버틀러의 인연
피어스 브로스난, 저라드 버틀러, 마리아 벨로 주연의 영화라면 어느 정도 시선을 끌 것이다.
미국에선 제목도 '버터플라이 온 어 휠(Butterfly on a Wheel)'에서 '섀터드(Shattered)'로 간단하게 바꿨다.
그러나,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곧바로 DVD로 나왔다.
덕분에 12월말 미국서 DVD로 출시되기까지 볼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영화를 보고나니 대충 감이 잡힌다: 이런 식의 얇팍한 스릴러로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었을테니까.
'섀터드'는 톰 라이언(피어스 브로스난)이 닐(저라드 버틀러)의 딸을 납치한 뒤 돈을 요구하는 단순한 범죄영화처럼 시작한다.
잠깐! 그렇다면 피어스 브로스난이 악역으로 나오는 거냐고?
'나이든 매튜 매커너히'에 가깝게 보이는 피어스 브로스난이 악역에 도전했다는 게 어찌보면 재미있지만 요샌 이런 식의 이미지 변신이 유행이다보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의 문제는 피어스 브로스난이 악역으로 나온 게 아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게 문제다.
'영국배우'가 미국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에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클라이브 오웬과 제니퍼 애니스턴이 시카고를 배경으로 찍은 스릴러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브 오웬의 '시카고 스릴러 영화'도 그리 잘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은 '섀터드'를 보면서 그 영화가 자연스럽게 생각날 것이다. 왠지 모르게 셋업이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섀터드'와 같은 스릴러 영화에선 넘겨짚기가 쉬우면 곤란하다.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을만큼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쇼킹한 반전으로 뒷통수를 치는 맛이 제대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섀터드'는 이런 게 부족하다. '섀터드'도 스릴러 영화의 조건을 충족시킬만한 모든 것을 그런대로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지만 금새 상황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수준에 그쳤다. 이 덕분에 영화에선 무언가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처럼 다들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그다지 놀라울 게 없어 보인다. 넘겨짚었던대로 대체로 모두 맞아떨어지는데 놀랄 게 있겠수?
그렇다고 지루한 영화는 아니다. 톰(피어스 브로스난)이 닐(저라드 버틀러)을 괴롭히는 부분은 그런대로 볼만하다. 돌아가는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바람에 김빠진 스릴러가 됐지만 그렇다고 못봐줄 정도로 심각한 영화는 아니다.
결국 이 영화는 내용과 줄거리를 즐기라고 만든 게 아니다. 내용과 줄거리는 사실 볼 게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건질 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피어스 브로스난과 저라드 버틀러가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피어스 브로스난은 제임스 본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멋지게 연기했다. 브로스난에게 악역이 어울린다는 건 아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보다 '섀터드'와 같은 드라마가 그에게 더욱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일부는 브로스난을 '액션배우'로 생각하지만 그는 많은 여성팬들을 몰고다니는 'Pretty Boy'에 가깝다. 미남인데다 액션영화에 아주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브로스난에겐 부드러움만 있을 뿐 남자다운 강렬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어정쩡해 보였다. 외모만 따지면 제임스 본드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해야겠지만 '배우 브로스난'은 잘 어울리지 않았던 것.
하지만, '섀터드'와 같은 드라마,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엔 아주 잘 어울려 보인다. 분노보다 슬픔을 연기하는 게 더 편해 보이는 브로스난에겐 이런 쟝르가 딱인 것처럼 보인다. '섀터드'에서의 브로스난은 억지로 히어로 캐릭터를 연기하던 007 시리즈에서와 달리 훨씬 편안해 보인다.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저라드 버틀러도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됐던 배우다. 브로스난이 떠난 제임스 본드 자리가 공석이었을 당시엔 3~40대 영국 남자배우 거의 모두가 후보다시피 했고, 버틀러도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버틀러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이미 출연한 경력이 있다.
물론,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건 아니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2번째 007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Tomorrow Never Dies - 1997)'에서 침몰하는 영국군함 승무원으로 잠깐 나온 것.
한줄이나마 대사도 있었다.
이 때문일까?
피어스 브로스난과 저라드 버틀러가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웃음이 나왔다. 1997년작 '투모로 네버 다이'에선 브로스난과 함께 출연할 기회조차 없었던 버틀러가 10년 사이에 주연급 배우로 성장해 2007년작 '섀터드'에서 브로스난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게 재미있었다.
뿐만 아니라, 브로스난의 007 영화에 대사 한줄짜리 단역으로 출연했던 경력을 가진 버틀러가 브로스난을 이을 제임스 본드 후보중 하나로 거론됐다는 것도 재미있는데 '섀터드'에선 브로스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캐릭터로 나오다니! 마치 브로스난이 버틀러에게 '내 것을 넘보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처럼 보이더라.
그렇다. 내가 '섀터드'를 보게 된 이유는 피어스 브로스난과 저라드 버틀러의 '제임스 본드 인연(?)' 덕분이었다.
그리고, 기대했던대로 '섀터드'는 이것 하나 빼곤 기억할 게 없는 영화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 만점의 영화를 원한다면 '섀터드'는 피하는 게 좋다. 아주 형편없을 정도의 영화는 아니지만 새로울 게 없는, 뻔히 들여다보이는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에 궁금한 미스테리도 없고 쇼킹한 반전도 없다.
뻔한 이야기인줄 알면서도 그저 시간 죽이기용으로 보는 TV 드라마처럼 취급한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피어스 브로스난, 저라드 버틀러 등 빅네임 배우들이 나온다고 큰 걸 기대하면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선 제목도 '버터플라이 온 어 휠(Butterfly on a Wheel)'에서 '섀터드(Shattered)'로 간단하게 바꿨다.
그러나,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곧바로 DVD로 나왔다.
덕분에 12월말 미국서 DVD로 출시되기까지 볼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영화를 보고나니 대충 감이 잡힌다: 이런 식의 얇팍한 스릴러로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었을테니까.
'섀터드'는 톰 라이언(피어스 브로스난)이 닐(저라드 버틀러)의 딸을 납치한 뒤 돈을 요구하는 단순한 범죄영화처럼 시작한다.
잠깐! 그렇다면 피어스 브로스난이 악역으로 나오는 거냐고?
'나이든 매튜 매커너히'에 가깝게 보이는 피어스 브로스난이 악역에 도전했다는 게 어찌보면 재미있지만 요샌 이런 식의 이미지 변신이 유행이다보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의 문제는 피어스 브로스난이 악역으로 나온 게 아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게 문제다.
'영국배우'가 미국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에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클라이브 오웬과 제니퍼 애니스턴이 시카고를 배경으로 찍은 스릴러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브 오웬의 '시카고 스릴러 영화'도 그리 잘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은 '섀터드'를 보면서 그 영화가 자연스럽게 생각날 것이다. 왠지 모르게 셋업이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섀터드'와 같은 스릴러 영화에선 넘겨짚기가 쉬우면 곤란하다.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을만큼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쇼킹한 반전으로 뒷통수를 치는 맛이 제대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섀터드'는 이런 게 부족하다. '섀터드'도 스릴러 영화의 조건을 충족시킬만한 모든 것을 그런대로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지만 금새 상황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수준에 그쳤다. 이 덕분에 영화에선 무언가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처럼 다들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그다지 놀라울 게 없어 보인다. 넘겨짚었던대로 대체로 모두 맞아떨어지는데 놀랄 게 있겠수?
그렇다고 지루한 영화는 아니다. 톰(피어스 브로스난)이 닐(저라드 버틀러)을 괴롭히는 부분은 그런대로 볼만하다. 돌아가는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바람에 김빠진 스릴러가 됐지만 그렇다고 못봐줄 정도로 심각한 영화는 아니다.
결국 이 영화는 내용과 줄거리를 즐기라고 만든 게 아니다. 내용과 줄거리는 사실 볼 게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건질 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피어스 브로스난과 저라드 버틀러가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피어스 브로스난은 제임스 본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멋지게 연기했다. 브로스난에게 악역이 어울린다는 건 아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보다 '섀터드'와 같은 드라마가 그에게 더욱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일부는 브로스난을 '액션배우'로 생각하지만 그는 많은 여성팬들을 몰고다니는 'Pretty Boy'에 가깝다. 미남인데다 액션영화에 아주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브로스난에겐 부드러움만 있을 뿐 남자다운 강렬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어정쩡해 보였다. 외모만 따지면 제임스 본드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해야겠지만 '배우 브로스난'은 잘 어울리지 않았던 것.
하지만, '섀터드'와 같은 드라마,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엔 아주 잘 어울려 보인다. 분노보다 슬픔을 연기하는 게 더 편해 보이는 브로스난에겐 이런 쟝르가 딱인 것처럼 보인다. '섀터드'에서의 브로스난은 억지로 히어로 캐릭터를 연기하던 007 시리즈에서와 달리 훨씬 편안해 보인다.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저라드 버틀러도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됐던 배우다. 브로스난이 떠난 제임스 본드 자리가 공석이었을 당시엔 3~40대 영국 남자배우 거의 모두가 후보다시피 했고, 버틀러도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버틀러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이미 출연한 경력이 있다.
물론,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건 아니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2번째 007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Tomorrow Never Dies - 1997)'에서 침몰하는 영국군함 승무원으로 잠깐 나온 것.
한줄이나마 대사도 있었다.
이 때문일까?
피어스 브로스난과 저라드 버틀러가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웃음이 나왔다. 1997년작 '투모로 네버 다이'에선 브로스난과 함께 출연할 기회조차 없었던 버틀러가 10년 사이에 주연급 배우로 성장해 2007년작 '섀터드'에서 브로스난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게 재미있었다.
뿐만 아니라, 브로스난의 007 영화에 대사 한줄짜리 단역으로 출연했던 경력을 가진 버틀러가 브로스난을 이을 제임스 본드 후보중 하나로 거론됐다는 것도 재미있는데 '섀터드'에선 브로스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캐릭터로 나오다니! 마치 브로스난이 버틀러에게 '내 것을 넘보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처럼 보이더라.
그렇다. 내가 '섀터드'를 보게 된 이유는 피어스 브로스난과 저라드 버틀러의 '제임스 본드 인연(?)' 덕분이었다.
그리고, 기대했던대로 '섀터드'는 이것 하나 빼곤 기억할 게 없는 영화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 만점의 영화를 원한다면 '섀터드'는 피하는 게 좋다. 아주 형편없을 정도의 영화는 아니지만 새로울 게 없는, 뻔히 들여다보이는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에 궁금한 미스테리도 없고 쇼킹한 반전도 없다.
뻔한 이야기인줄 알면서도 그저 시간 죽이기용으로 보는 TV 드라마처럼 취급한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피어스 브로스난, 저라드 버틀러 등 빅네임 배우들이 나온다고 큰 걸 기대하면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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