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스페셜 (6) - Q

'본드23'는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를 연출한 마크 포스터 감독, 007 프로듀서들, 그리고 영화배우 다니엘 크레이그 모두 초보시절 제임스 본드 이야기가 이번 영화로 끝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마크 포스터 감독은 "007 제작진이 스토리를 계속 이어갈 수도 있고,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본드23'부턴 그 다음 레벨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던 초보시절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본드23'부턴 미션 위주의 본격적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이와 함께 Q와 미스 머니페니도 '본드23'로 컴백할 가능성이 커졌다. Q와 머니페니가 엄청나게 중요한 캐릭터인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 부스로이드(Boothroyd)와 Q 섹션, 그리고 미스 머니페니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도 나오는 만큼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온다 해서 큰일 날 일은 아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이미 여러 차례 Q와 머니페니의 리턴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크레이그는 11월13일 방송된 미국 ABC TV의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에서도 다음 번 제임스 본드 영화에 Q와 가젯이 나올 수 있다며 '가젯 007'에 긍정적이었다.

다만, 문제는 누가 Q를 연기할 것이냔 것이다.

007 시리즈 제 2탄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1963)'서부터 19탄 'The World is Not Enough/1999)'까지 Q로 출연했던 데스몬드 류웰린(Desmond Llewelyn)이 199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007 제작진은 Q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류웰린이 타계한 이후부터 그를 대신할 마땅한 배우를 찾지 못하고 있다. 'The World is Not Enough'에선 R,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2002)'에선 Q로 나왔던 영국 배우 존 클리즈(John Cleese)가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그가 007 시리즈로 복귀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매우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새로운 Q로 마땅할까?

▲미스터...본드??

로저 무어 아저씨는 제임스 본드였는데 어떻게 Q를 맡길 수 있냐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법은 그럼 있수??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에서 Q의 역할은 코믹 릴리프다. 딱딱한 M과 달리 Q는 제임스 본드를 다정하게(?) 대해주는 캐릭터다. 여기에 로저 무어처럼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였다는 것이 계속 걸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제임스 본드가 필드 에이전트에서 물러나 Q가 됐다는 것이냐'는 식으로 쓸데 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려는 사람들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007 시리즈는 TV 미니시리즈처럼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는다.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는 물론 예외지만 이전 007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가 다른 007 영화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나온 경우도 여러 번 있다. 따라서, 이전 007 시리즈에 제임스 본드로 출연했던 배우가 '본드23'에서 Q로 나온다고 해서 어딘가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몇년 전엔 숀 코네리가 007 시리즈에 악역으로 출연한다는 루머도 있었다.

그렇다면 로저 무어는 007 시리즈로 복귀할 생각이 있을까?

물론 있다. 로저 무어는 기회가 온다면 007 시리즈에 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므로, 마땅한 역할만 찾는다면 로저 무어를 캐스팅하는 데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바로 그 '마땅한 역할'로 Q가 최고가 아닐까? 악역 또는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게 전부인 의미없는 단역보다는 Q가 가장 적합하지 않겠냔 것이다.

M이 주디 덴치(Judy Dench)라는 것도 플러스다. 익살스러운 Q(로저 무어)와 M(주디 덴치)이 오피스에서 서로 옥신각신하는 씬이 나오면 꽤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BBC의 TV 시리즈 'As Time Goes By'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정도의 유머는 007 시리즈에서도 통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코메디언 흉내를 내면 곤란할지 몰라도 주변이 약간 느슨해지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로저 무어가 너무 고령이 아니냐고?

1927년생이니 고령인 것은 맞다. 하지만, 1999년 타계한 '오리지날 Q' 데스몬드 류웰린은 1914년생이다. 현재 M을 맡고있는 주디 덴치도 1934년생이다.

숀 코네리를 Q로 캐스팅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코네리는 영화계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그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이상 후보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자꾸 이전 제임스 본드 배우들을 Q 후보로 꼽냐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성격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Q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배우를 고르는 게 쉬워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무조건 나이가 많아도 곤란하고, 너무 젊어도 안되며, 코믹 릴리프 역할이라고 코메디언을 선택해도 곤란하다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생각해 보면 새로운 Q를 찾는 작업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찾는 것보다 더욱 까다로울 수도 있다.

때문에 전직 007들이 적임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들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오리지날 Q' 데스몬드 류웰린과 함께 했던 경험도 있다. 게다가, 이미 잘 알려진 배우들이기 때문에 본드팬을 포함한 영화관객들이 반가워할만 하고, '전직 007이 007 시리즈에 Q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기 때문에 억지로 코믹연기를 할 필요도 없어진다.

특히, 로저 무어의 경우엔 조크와 유머는 '오토매틱'이니 전혀 걱정할 게 없다.

로저 무어(Q)가 다니엘 크레이그(제임스 본드)에게 "Pay attention Double-O-Seven!"이라고 하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재미있지 않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