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5일 목요일

제임스 본드 스페셜 (17) - 본드카

'본드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는 아마도 아스톤 마틴 DB5(Aston Martin DB5)일 것이다. 1964년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에 나왔던 'Ejector Seat'이 장치된 바로 '그' 자동차 말이다.


▲'골드핑거'의 아스톤 마틴 DB5

하지만,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에서는 벤틀리(Bentley)가 제임스 본드의 자동차다. 벤틀리는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 '카지노 로얄'에서 부터 여러 편의 제임스 본드 소설에 미스터 본드의 '자가용'으로 나온다.

그러나, 벤틀리는 007 영화에 딱 한번 나온다.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1963)'에서 본드가 애인, 실비아 트렌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본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 잠깐 나오는 게 전부다. 아쉽게도 본드가 벤틀리를 운전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본드의 '자가용'으로 벤틀리가 나온 것은 '위기일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1963)'의 벤틀리

벤틀리가 흐지부지 퇴장하자 '골드핑거'에 나왔던 아스톤 마틴 DB5가 제임스 본드의 '자가용'으로 둔갑했다. 원래는 자가용이 아니었는데 워낙 유명한 '본드카'가 되었다 보니 그렇게 된 듯 하다.


▲'썬더볼'의 아스톤 마틴 DB5(왼쪽)

1969년 영화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선 아스톤 마틴 DBS가 제임스 본드(죠지 레젠비)의 '자가용'으로 나온다.


▲'여왕폐하의 007'의 아스톤 마틴 DBS

한동안 007 시리즈에서 자취를 감췄던 아스톤 마틴 DB5는 1995년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로 컴백한다.

이번에도 아스톤 마틴 DB5는 제임스 본드의 '자가용'으로 나온다.


▲'골든아이'의 아스톤 마틴 DB5

아스톤 마틴 DB5는 1997년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에서도 본드의 '자가용'으로 등장한다.


▲'투모로 네버 다이스'의 아스톤 마틴 DB5

아스톤 마틴 DB5는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도 나온다. 이번엔 본드가 카지노에서 딴 것으로 나오는 만큼 이전과 약간 다르긴 하지만 본드의 '자가용'인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


▲'카지노 로얄'의 아스톤 마틴 DB5

영화에 등장한 제임스 본드의 '자가용'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나머지는 '미션용 본드카'다. Q가 미션용으로 준비한 '가젯 본드카', 또는 미스터 본드가 임무수행중 렌트카처럼 잠시 거쳐가는 자동차들이다.

'가젯 본드카'로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1977)'의 로터스 에스프리, '골든아이(GoldenEye/1995)'의 BMW Z3, '더 월드 이스 낫 이너프(The World Is Not Enough/1999)'의 BMW Z8 등이 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로터스 에스프리


▲'골든아이'의 BMW Z3


▲'더 월드 이스 낫 이너프'의 BMW Z8

아, '문레이커(Moonraker)'의 곤돌라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


▲길로 달리고 있으니 '본드카' 맞지?

스쳐지나가는 본드카로는 '닥터 노(Dr. No/1962)'의 선빔 알파인,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1963)'의 셰블레이 트럭, '두번 산다(You Only Live Twice/1967)'의 토요타 2000GT, '라이센스 투 킬(License To Kill/1989)'의 켄워스 탱커 등이 있다.


▲'닥터 노'의 선빔 알파인


▲'위기일발'의 셰블레이 트럭


▲'두번 산다'의 토요타 2000GT


▲'라이센스 투 킬'의 켄워스 탱커

'탱커' 뿐만 아니라 '탱크'도 있다.


▲'골든아이'의 탱크

그런데, '카지노 로얄'의 아스톤 마틴 DBS는 약간 애매하다. 영화 '카지노 로얄'에서도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처럼 미스터 본드의 자가용은 아스톤 마틴 DB5로 정해진 듯 했지만 뚜렷한 '미션용 본드카'가 없었다. 아스톤 마틴 DBS를 '미션용 본드카'로 볼 수 있지만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제임스 본드의 '넘버2 자가용'에 가깝다.


▲'카지노 로얄'의 아스톤 마틴 DBS

그렇다고 '가젯 본드카'가 그리웠다는 것은 아니다.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2002)'에 나온 투명 자동차를 보고 '이젠 이런 본드카는 그만 나올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따라서, 가젯이 없는 럭져리 스포츠카가 영화에 나왔다는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부는 '가젯도 없는 차', '겉만 뻔지르한 게 전부일 뿐 카 체이스 씬도 안 찍은 차'라고 하지만 '제임스 본드가 럭져리 스포츠카를 탄다'는 전통을 이은 것만으로 충분하고 남았다.

그런데,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부터 약간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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