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8일 월요일

'노벨 썬'은 한심스러워

일라이 마이클슨(앨런 릭맨)은 미국인 화학 교수다. 겉으로 보기에 일라이는 법의학 정신과 의사인 아내 사라(매리 스틴버겐)와 대학 성적이 비리비리한 외아들 바클리(브라이언 그린버그)와 함께 생활하는 평범한 대학교수처럼 보이지만 한꺼풀만 벗기면 온갖 스캔들 투성이의 문제있는 인물이다. 아들 바클리와의 사이도 엉망이고, 오피스에서 여학생과 섹스를 할 뿐만 아니라 성격도 괴짜다.

그런데 그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문제있어 보이는 교수가 노벨상을 받게 된 것.

일라이는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아내, 아들과 함께 참석하기로 한다.


▲노벨상을 받는 일라이 마이클슨 교수

문제는 일라이의 외아들, 바클리가 씨티 홀(일라이자 드쉬크 - Eliza Dushku)이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미스테리한 여자를 만나면서 부터 시작한다.

씨티 홀? City Hall??

그렇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시청'이다.

바클리는 스톡홀름으로 떠나기 바로 전날밤을 씨티 홀과 함께 보내는 바람에 시간에 맞춰 귀가하지 못하고, 기다리다 못한 일라이 부부는 바클리를 남겨두고 먼저 스톡홀름으로 떠난다.


▲씨티 홀(일라이자 드쉬크)과 바클리(브라이언 그린버그)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것을 안 바클리는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다름아닌 납치범 태디어스(션 헤이토시).


▲납치범 태디어스

납치범이 노린 게 뭐냐고?

바로, 노벨상 상금 2백만불이다. 일라이 마이클슨 교수가 노벨상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있었던 것.

태디어스는 납치한 바클리를 이용해 일라이로부터 2백만불을 뜯어내려고 하는데...


▲태디어스가 마이클슨 교수에게 보낸 협박용 사진

제법 흥미진진해 보인다고?

적어도 여기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영화가 상당히 유치해지기 때문이다.


▲'노벨 썬(Nobel Son)'

스토리는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하긴 곤란할지 몰라도 처음엔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코메디 영화치고 유머가 너무 썰렁하고 유치했지만 여기까지도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태디어스가 바클리의 몸값을 받는 부분부터 본격적으로 수상해지기 시작한다.

트렁크에 2백만불이 든 자동차 미니(MINI)를 원격조종한다고?!

C'mon Man!

완전범죄도 좋다지만 무슨 '오션스 14'도 아니고...

에이, 설마 '투모로 네버 다........'???


▲플레이스테이션 콘트롤러로 자동차를 원격조종??

그렇다. '노벨 썬'은 진지하게 볼 수 있는 스릴러 영화가 절대 아니다. 폴 오큰폴드(Paul Oakenfold)의 클럽 스타일 사운드트랙에 패스트 모션, 슬로우 모션, 스플릿 스크린을 수시로 사용해 가며 나름 스타일리쉬하게 - 또는 TV광고처럼 - 보이도록 만든 아동틱한 코메디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얼핏 보기엔 중학생용 영화처럼 보이는데도 영화 레이팅은 R인 살짝 아리송한 영화라는 것도 빼놓으면 섭섭.



그런데 문제는, 갈수록 태산이라는 것이다. 문제있는 교수와 그의 콩가루 가족, 노벨상 수상, 보복성 납치사건, 그리고 몸값 빼돌리기로 영화가 끝나지 않고 어설픈 범죄-수사영화를 흉내내기 시작하는 것.

'노벨 썬'이 살인, 납치, 몸값요구 등 서스펜스 스릴러의 조건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지한 서스펜스 드라마가 아니라 '코메디 우선, 범죄는 나중'인 영화인 만큼 스토리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별 것 없는 빤히 내다보이는 싱겁고 엉성한 스토리를 이리 저리 꼬면서 복잡하게 만들려고 했다. 미스테리와 반전도 나오지만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쇼킹할 것도 없는 뻔한 스토리인데 무슨 효과가 있을까? 여기에 엉성한 연출까지 보태 보시라. 그저 빨리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건질 게 하나도 없었던 건 아니다.

바로 여주인공 씨티 홀로 나온 일라이자 드쉬크다.

처음 봤을 땐 얼마 전에 개봉한 '맥스 페인(Max Payne)'에 나온 밀라 쿠니스(Mila Kunis)와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드쉬크가 출연한 영화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런데 살짝 알아봤더니 드쉬크가 출연한 영화를 이전에 본 적이 있었다. 조금 오래됐다보니 알아보지 못한 듯.

그게 어떤 영화냐고?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제임스 본드를 흉내냈던 90년대 액션영화를 기억하슈??

바로 이 영화에서 거버네이터의 딸로 나왔던 게 바로 일라이자 드쉬크였다.


▲전투기에 착 붙어있는 어릴 적 일라이자


▲1994년(왼쪽), 2008년(오른쪽)

그 사이에 이렇게 맛깔스럽게 성장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오.

하지만, '노벨 썬'에서 기억에 남는 건 일라이자 드쉬크 하나가 전부다. '다이 하드(Die Hard)'의 테러리스트로 유명한 앨런 릭맨,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경력의 매리 스틴버겐, 데니 드비토, 테드 댄슨, '고스트 버스터즈(Ghost Busters)'의 어니 허드슨 등 낯익은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는 등 겉으로는 제법 그럴싸해 보였지만 한숨 나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코메디 영화일 뿐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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