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7일 금요일

로스트 시즌 5 vs 터미네이터

ABC의 TV 시리즈, '로스트(Lost)'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문제의 섬이 시간여행을 하다가 1977년에 멈췄다는 것을 알고있을 것이다. 그렇다. '로스트'가 갑자기 'That 70's Show'처럼 됐다.

그런데 ABC는 '7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TV 시리즈가 '로스트' 하나로 부족했던 모양이다. '로스트'에 바로 이어 방영되는 형사 드라마, 'Life on Mars'도 21세기에서 70년대로 시간여행을 한 형사의 이야기다. 덕분에 수요일 저녁 ABC TV 시리즈는 '로스트'부터 'Life on Mars'까지 논스톱 70년대 믹스다.

그래서 일까? ABC는 'Life on Mars'를 곧 종영시키고 새로운 형사 드라마로 대체한다.

그런데 시간여행을 하던 '로스트'의 섬이 왜 1977년에 멈췄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수?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분명하게 파악이 되지 않는다.

한가지 분명한 건, '로스트' 캐릭터들이 30년전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고, 이들에 의해 미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여행을 한 '로스트' 캐릭터들에 의해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영향을 받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얘기는 마이클 J. 폭스의 80년대 공상과학 영화,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에도 나오지 않냐고?

물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 투 더 퓨쳐' 말고 다른 80년대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아놀드 슈왈츠네거 주연의 공상과학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다. '터미네이터' 1탄의 줄거리는 인간의 리더가 되는 존 코너의 출생을 저지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싸이보그가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를 죽이려 한다는 내용이다. 90년대초에 개봉했던 2탄에선 사라와 존 코너 모자가 세트로 도망다닌다. 존 코너의 출생을 저지하는 데 실패한 기계 녀석들이 또다른 싸이보그를 보내 이들을 쫓아다니기 때문이다.

잠깐! 그런데 이게 '로스트'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미래에서 온 킬러가 미래에 리더가 될 소년을 총으로 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싸이보그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한 킬러가 미래에 리더가 될 소년을 총으로 쏜다는 설정이 '터미네이터'와 아주 흡사해 보였다.

그렇다면 '로스트'의 터미네이터는 누구냐고?

바로 이 친구다.



존 코너 역할은 이 친구가 했다.

그런데 이 꼬마가 뉘집 아들이냐고?

에이 다들 잘 알면서...



분위기를 보아하니 남은 에피소드들의 줄거리는 30년전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주인공들이 '멀쩡하던 섬이 왜 이상하게 되었나'를 비롯한 여러 가지 미스테리를 하나씩 밝혀나가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트' 줄거리에 시간여행이 끼어들 것으론 예상하지 못했지만 시리즈가 끝나가는 만큼 어떻게서든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한참 전에 마무리했어야 했던 걸 여지껏 끌었지만 계속 끌기에 힘이 부치는 듯.

그렇다고 줄거리를 시원스럽게 진행할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플래시백이 아니면 캐릭터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이쪽저쪽으로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을 끌어왔던 '로스트'가 이제와서 그 버릇을 버렸을 리 있겠수?

한동안 플래시백 없이 잘 나간다 싶었던 '로스트'가 또다시 이전 스타일로 돌아갔다. '로스트' 답지 않게 너무 급하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조만간 플래시백으로 가득한 에피소드가 나올 것 같다 싶었는데 지난 수요일 방영된 'He's Our You'가 바로 그런 에피소드 였다. 어쩐지 너무 시원스럽게 진도가 나간다 했더니 다시 '로스트 포뮬라'로 돌아가는 것일까?

캐릭터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는 버릇도 여전하다. 일부는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일부는 섬에 잔류시켰다가 다시 섬에 모이게 한 것도 그다지 맘에 드는 아이디어가 아닌데, 섬으로 되돌아온 캐릭터들을 또다시 2개 그룹으로 나눴다. 섬으로 돌아온 캐릭터들 중 일부는 70년대의 섬에 도착하고 나머지는 2007년의 섬에 도착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한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 시즌마다 악착같이 캐릭터들을 2개 그룹으로 나눌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TV 시리즈가 원래 이런 식으로 질질 끄는 것 전문 아니냐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플래시백, 플래시포워드, A그룹, B그룹을 오락가락하면서 시간끈 걸 뺀 핵심 줄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면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왜 보냐고?

스토리를 어떻게 마무리지을 지 최종결과가 궁금해서 보는 거라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면...

내가 바로 저 '섬' 출신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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