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1일 월요일

'Jennifer's Body', 괜찮을 수도 있었지만...

메갠 폭스(Megan Fox)가 악마로 변신하는 섹시 하이스쿨 소녀로 나온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했다.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시리즈로 유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에게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는데 악마로 변신하는 섹시 여고생 역이라니 딱이구나 싶었다.

게다가, 비록 루머이긴 했지만, 메갠 폭스가 본드걸 후보로 오르내리기도 했으니 악녀(?)로 변신한 그녀를 체크아웃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또, 디아블로 코디(Diablo Cody)가 스토리를 맡았다니 내용이 험악할 정도로 후질구레하진 않겠다 싶었다.

그래서 봤다. 제목은 'Jennifer's Body'.

그런데 약간 걱정이 앞섰다. 비록 R등급이긴 했지만 영화가 하이스쿨 지지배들 용이라서 혹시나 지지배들 틈에 끼어서 보게 되는 건 아닌가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극장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 3040대 남자들이었다. 커플도 드물었다. 관람객 거의 대부분이 혼자 온 남자들이었다.

하이스쿨 지지배들 용 영화에 웬 혼자 온 아저씨들이 그렇게 많았냐고?

에이, 다들 메갠 폭스 구경하러 온 것 아니겠수?



하지만 메갠 폭스가 영화의 전부일 수는 없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Jennyfer's Body'는 한마디로 메갠 폭스 빼면 볼 것 없는 영화다.

제목까지 에로영화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름값'은 하는 모양이라고?

안 한다.

'Jennifer's Body'는 노출씬이 많이 나오는 영화가 절대로 아니다. 섹시한 메갠 폭스에 초점을 맞춘 'Jennifer's Body' 트레일러(들)을 본 사람들은 실제론 별 볼 일 없으면서 남성관객들을 낚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Jennifer's Body' 영화 촬영현장 사진이라면서 인터넷에 나돌았던 메갠 폭스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패스티로 유두를 가렸으므로 상반신 누드라고 하긴 힘들지만, 이 영화를 (잘못)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 메갠 폭스가 맡은 섹시한 제니퍼라는 캐릭터도 남자들을 유혹한 뒤 악마로 둔갑해 살해하는 게 전부다. 메갠 폭스가 섹시한 척 하는 씬도 '트랜스포머스'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약간의 욕설과 그로테스크한 씬만 걷어내면 PG-13 등급을 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등급을 고집한 이유는 뻔하다. '혹시 메갠 폭스의 누드씬이 나오나' 기대하는 남성관객들을 낚기에는 PG-13보다 R등급이 알맞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떠한 영화를 기대하면 되냐고?

작년에 개봉한 '트와일라잇(Twilight)'에 약간의 유머를 가미한 하이스쿨 호러/코메디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딱 그 정도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썰렁한 스토리, 약간 부족한 듯한 완성도 등 여러모로 비슷한 데가 많다.

차이라면, 소녀팬들이 'Jennifer's Body'에 열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정도?

그렇다고 남성용 영화로 착각해선 안된다. 섹시스타, 메갠 폭스가 출연한다는 것 하나를 제외하고는 또하나의 'Chick Flick'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메인 캐릭터 뿐만 아니라 스크린라이터, 영화감독이 죄다 여성이었으니 'Chick Flick'이 된 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또, 성인관객들을 겨냥한 영화도 아니다. R레이팅을 받긴 했지만 영화 자체는 10대들을 겨냥한 틴에이져 영화다. 여고생들이 옥신각신하는 내용이니 미국판 '여고괴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던 바이므로 그다지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메갠 폭스였으니까.

'Jennifer's Body'에 흥미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메갠 폭스의 싸늘한 코믹연기를 보고싶어서 였다. '트랜스포머스'에서 보여준 섹시한 하이스쿨 키드 캐릭터와는 크게 다른 거칠면서도 유머감각이 풍부한 캐릭터를 메갠 폭스가 어떻게 연기하나 보고싶었다. '툼 레이더(Tomb Raider)' 시리즈의 라라 크로프트(Lara Croft), 007 시리즈의 본드걸 역을 맡을 수 있을 만큼 터프하고 카리스마틱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지 보고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메갠 폭스는 'Jennifer's Body'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한 성질 하는 터프한 모습을 살짝 보여주긴 했지만 '트랜스포머스'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이 섹시한 척 하는데 바빴다. 와일드하고 살짝 미친년(?) 끼를 보여주길 바랬는데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트랜스포머스'의 엉거주춤한 캐릭터보다는 메갠 폭스 자신과 제법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은 것만은 분명했지만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메갠 폭스가 섹시하다는 것은 모두 다 잘 알고있으니 이번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차례였으나 가슴만 꺼내놓으려 했을 뿐 새로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토크쇼에서는 활달하고 거침없는 시원시원한 성격을 잘 보여주더니 영화에서는 왜 저러는 것일까?

'섹시스타' 메갠 폭스로는 이미 성공했지만 '영화배우' 메갠 폭스로는 아직 갈 길이 먼 듯 하다.



물론 영화 자체가 약간 우스꽝스러웠다는 데도 책임이 있다. 절대로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없는 영화기 때문이다. 디아블로 코디 버전 '트와일라잇' 정도로 웃어넘길 준비를 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웃음이 안 나오더라.

'Jennifer's Body'에서 기대를 걸 수 있었던 건 메갠 폭스 하나밖에 없었던 만큼 그녀가 조금만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꽤 괜찮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스는 별 볼 일 없는 영화를 혼자서 끌고 갈 만한 배우가 아직 아니었다.

영화가 썰렁한데 메갠 폭스 혼자서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메갠 폭스를 원톱으로 하는 영화는 아무래도 아직은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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