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6일 일요일

5승10패로 떨어진 달라스 카우보이스 - 제리 존스의 선택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크리스마스 저녁 벌어진 아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와의 16째 주 정규시즌 경기에서 27대26으로 패했다.

NFL 네트웍이 중계방송한 크리스마스 스페셜 경기에서 패한 카우보이스는 이로써 시즌 10패째를 채웠다.

시작부터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카우보이스 쿼터백 존 킷나(Jon Kitna)는 경기가 시작하자 마자 2개의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을 내리 내주며 14대0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 종료를 앞두곤 킷나가 부상을 당해 후반부턴 3군 쿼터백 스티븐 맥기(Stephen McGee)가 투입되었다.

나오자 마자 오부지게 삽질을 할 것으로 보였던 맥기는 예상 외로 준비가 제법 돼 있었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인터셉션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잔 실수는 했어도 큰 실수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맥기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에 역전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W를 거머쥐진 못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킥커 데이빗 뷜러(David Buehler)가 엑스트라 포인트 킥을 실축한 뒤 카디날스에 필드골을 내주며 27대26, 1점차로 패했다. 뷜러의 엑스트라 포인트가 들어갔더라면 27대27 동점이 되었겠지만, 뷜러의 킥이 골 포스트 왼쪽으로 빗나가는 바람에 1점차로 패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 카우보이스엔 승보다 패가 더 유리하다. 시즌 전적이 안 좋은 팀 순으로 NFL 드래프트 순서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기왕 이렇게 시즌을 망쳤으면 의미없는 승리보다 NFL 드래프트 순위를 위해 패하는 게 오히려 낫다.

그렇다고 해서 카우보이스의 플레이에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는 것 까지는 좋아도 '어떻게 졌느냐'는 따져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카디날스전에서의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과거 웨이드 필립스(Wade Phillips)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어이없는 실수와 쓸 데 없는 파울 등으로 제 발등 찍기에 바빴던 시절로 돌아갔던 것이다.

러닝백 매리언 바버(Marion Barber)가 터치다운을 한 뒤 헬멧을 벗으며 환호하다 퍼스널 파울을 받자 경기 중계방송 팀은 "헤드코치가 바뀌었는 데도 지난 문제점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시즌 도중에 해고된 웨이드 필립스를 대신해 오펜시브 코디네이터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이 임시 헤드코치 직을 맡은 뒤 팀이 달라진 듯 했지만 선수들의 바보같은 행동이 또다시 재발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이슨 개렛이 헤드코치를 맡은 뒤 팀이 달라진 것만은 사실이며, 일부 팬들과 기자들은 "제이슨 개렛에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렇다면 카우보이스 오너 제리 존스(Jerry Jones)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NFL 네트웍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제리 존스를 방송 부스로 초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바로 이 때 존스가 재미있는 말을 했다. 카우보이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디연 샌더스(Deion Sanders)가 존 그루덴(Jon Gruden), 빌 카우어(Bill Cowher) 등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후보로 오르내리는 헤드코치 이름을 거론하며 약간의 힌트를 달라고 하자 존스는 "지금까지 2개의 다른 팀으로 수퍼보울 우승을 달성한 헤드코치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수퍼보울 우승 헤드코치들은 전부 한 팀으로만 우승에 성공했을 뿐 2개의 다른 팀으로 우승한 적은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제리 존스가 수퍼보울 우승 헤드코치를 데려와 카우보이스로 수퍼보울 우승에 도전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빈말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진심이었다면 제리 존스가 수퍼보울 우승 경력이 있는 인정받은 지도자를 새로운 헤드코치로 영입할 생각인 것으로 봐야 할 듯 하다.

존 그루덴과 빌 카우어 모두 수퍼보울 우승 경력이 있는 헤드코치들이며, 이들 모두 현재 코치직에서 물러나 방송을 하고 있으므로 둘 다 'AVAILABLE'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유명한 헤드코치들이 팀 운영의 모든 권한을 쥐고 흔드는 제리 존스와 함께 일하는 것을 원할 리 없다. 제리 존스가 오너 겸 GM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리 존스가 GM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제리 존스의 답변은 간단했다 - "I shop the groceries."

GM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NFL 네트웍 스포츠캐스터, 리치 아이센(Rich Eisen)이 지난 CBS의 '60분' 인터뷰에서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의 전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George Steinbrenner)의 GM이었다면 해고당했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었냐고 물었다. 실패한 GM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게 아니었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우리의 제리 존스는 이렇게 답했다 - "He never fired himself..."

NICE, JERRY!

그.러.나...

제리 존스는 빌 파셀스가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였을 당시엔 그와 함께 '쇼핑'을 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에도 지난 빌 파셀스에게 했던 것처럼 새로 온 헤드코치에 양보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얘기였다.

제리 존스와 NFL 네트웍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존스가 수퍼보울 우승 경력이 있는 인정받은 베테랑 헤드코치를 영입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듯 하다. 유명한 헤드코치를 데려와 그에게 상당한 권한을 내줄 준비까지 한 듯한 발언을 한 걸 보면 제이슨 개렛에게 맡기는 도박보다 안전한 쪽을 택하기로 한 듯 하다.

실제로, 제리 존스는 제이슨 개렛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으나 문제는 그가 헤드코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스는 현재 카우보이스에겐 실패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 카우보이스엔 바로 와서 팀을 추스려 챔피언쉽 팀으로 이끌 수 있는 노련한 헤드코치가 필요하지, 개렛이 카우보이스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끌 만한 NFL 헤드코치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곤란하다는 얘기였다. 카우보이스 팬들의 기대치는 수퍼보울 우승까지 올라가 있는 마당에 경험이 없는 헤드코치와 함께 팀을 만들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제리 존스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약간 뜻밖이긴 하다. 왜냐면, 존스는 2000년대 초 빌 파셀스를 데려오기 이전까지 NFL 헤드코치 경험이 전혀 없는 코치들만 골라서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를 맡겼기 때문이다. 존스의 제 1호 헤드코치였던 지미 존슨(Jimmy Johnson)은 칼리지 풋볼 헤드코치 경험은 있었지만 NFL 헤드코치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처음이었고, 그의 후임이었던 배리 스윗져(Barry Switzer)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윗져의 후임으로 왔던 챈 게일리(Chan Gailey. 현 버팔로 빌스 헤드코치)는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직을 맡기 이전까지 헤드코치 경험이 없었던 오펜시브 코디네이터 출신이었고, 그 뒤를 이은 데이브 캠포(Dave Campo. 현 달라스 카우보이스 디펜시브 백 코치) 역시 게일리와 마찬가지였다.

제리 존스가 '권력'을 일부 양보하면서도 베테랑 헤드코치를 영입하게 된 계기는 카우보이스가 3년 연속 5승11패를 기록한 것이었다. 제리 존스에 3개의 수퍼보울 트로피를 안겼던 90년대 카우보이스 선수들이 하나 둘 은퇴하면서 한심한 팀이 되어 가자 능력있는 헤드코치를 데려와 팀을 재건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당시 제리 존스는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를 세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명장, 조 깁스(Joe Gibbs)에게까지 접근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리 존스와 빌 파셀스의 '동거'는 오래 가지 못했다. 파셀스가 카우보이스를 어느 정도 재건한 듯 하자 존스와 파셀스의 사이가 삐걱이기 시작했고, 결국 파셀스가 물러나고 웨이드 필립스가 신임 헤드코치로 왔다. 필립스도 NFL 헤드코치 경험이 있는 코치였으므로 제리 존스가 과거로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하기 껄끄러운 파셀스를 내보내고 소프트한 필립스로 바꾼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랬더니 또 카우보이스가 5승10패 팀이 됐다. 다음 주 벌어지는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면 카우보이스는 2002년 시즌 이후 처음으로 5승11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제리 존스가 이 과정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 있을까?

현재의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꽤 괜찮은 팀인 데도 불구하고 제리 존스가 신임 헤드코치 후보로 수퍼보울 우승 경력이 있는 베테랑을 고려하고 있는 듯한 말을 한 것을 보면 약간 달라지긴 한 듯 하다. 물론 세일즈맨의 립서비스일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시즌 도중 헤드코치 해고를 단행한 점 등을 보면 미세하게나마 변화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과거 같았으면 "제이슨 개렛으로도 수퍼보울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개렛의 부족한 경력을 지적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존스가 얼마나 달라졌는 지는 헤드코치가 결정된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헤드코치를 영입하더라도 그와 얼마나 오랫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냐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나와 제리 존스의 생각이 일치하는 듯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되는 지 지켜보기로 합시다.

댓글 14개 :

  1. 이번에도 아깝게 1점차로 패했네요..
    달라스는 참 운이 없는 듯...

    답글삭제
  2. 그게 아마도 질 팔자의 팀이기 때문이 아닐가 합니다.
    이길 팔자의 팀은 희한할 정도로 이기는 방법을 찾지만,
    그렇지 않은 팀들은 그 반대죠...ㅋㅋ

    답글삭제
  3. 매번 느끼지만
    오공님의 해설이나 분석,전망을 보면
    예사~분이 아니신거 같읍니다 전문가???
    아뭍은 스포츠 잼병인 제가 읽어도 흥미진진하니~ ^^

    답글삭제
  4. 흥미있어요
    오공본드님 새해에도 화이팅하셔요

    답글삭제
  5. 얼른 달라스는 팀재건에 성공해서 멋지게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그렇다고 저희 누르고 막 그러시면 안되요. ㅠ
    다음 경기 봐주세요(?!)

    어차피 화요일경기서 바이킹스한테 발목잡히는 바람에
    부전승은 포기한 상태니까 맘 편하게 경기할 수 있겠지요.

    그나저나, 진짜진짜 질 줄은 몰랐네요.
    다들 제 컨디션이 아닌것같아 보이던....

    바이킹스의 신예 쿼터백 조 웹은
    잘만 키우면 뭔가 재미있게 클 가능성이 보이드라구요.

    답글삭제
  6.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멋진 보트 구경하러 자주 가겠습니다...^^

    답글삭제
  7. 사실 전 질 것 같았습니다.
    2경기 연속으로 극적인 승리를 했기 때문에 긴장이 풀릴 때가 된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눈 때문에 경기가 연기된 것도 그렇구요.

    근데 부전승이 항상 유리한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 경기감각을 잃지 않고 와일드카드 라운드부터 밟고 올라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마이클 빅이 달라스전에 뛸 것이냐는 건데요.
    제 생각엔 잔부상이 많은 듯 하니 빼는 게 좋을 듯 하지만서도,
    휴식이 약이 될 때도 있지만 선수에 따라서 독이 될 때도 있거든요.
    전 '플레이오프 준비를 위해 선수들을 쉬게 한다'에 늘 반대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바이킹스전 이후 며칠 쉬지도 못하고 카우보이스와 붙는다는 부담이...

    저도 조 웹이 생각보다 물건인 것 같았습니다.
    '톰 브래디와 같은 드래프트 픽'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ㅋㅋ
    그 순서엔 항상 쿼터백을 드래프트하는 전통이 생기지 않을까...ㅋㅋ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바이킹스 디펜스가 없었다면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답글삭제
  8. 맞습니다. 바이킹스 디펜스가 워낙 잘 해줘서 리시빙이 봉쇄되고, 블리츠도 팍팍 뛰어주드라구요.

    마이클 빅, 요새 견제 열심히 당하던데 저도 반반입니다.
    쉬게 해주고 싶기도 한데 그러다가 폼이 떨어질까 걱정이 드네요.

    여튼 몇일 못 쉬고 맞게 되는 카우보이전.
    두 팀 다 좋은 경기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하면서 좀 살살해주세요(?!) ㅋㅋ

    답글삭제
  9. 바이킹스 경기 끝나고 빅이 절룩거렸던 걸 보면 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지간 하면 프리시즌처럼 1, 2쿼터 정도 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경기를 뛰되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플레이를 하면 문제없을 지도...
    승패가 그리 중요치 않은 경기인 만큼 쓸데 없는 태클 안 당하도록 경기를 하면 문제없겠죠.
    빅이 자꾸 빅 태클을 부르는 플레이를 하지만 않는다면 뭐...
    욕심 부리지 말고 가볍게 공격을 풀어가다가 후반에 캅에 넘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카우보이스는 현재 분위기상 3군 쿼터백 맥기가 스타트할 것 같거든요.
    게다가 디비젼 라이벌이다, 잃을 게 없다면서 괜시리 사납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빅이 뛴다면 알아서 안전하게 플레이하는 게 상책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기감각을 잃지 않으려면 몇 대 맞는 것도 나쁘진 않을 지도...ㅋ
    쿼터백들이 하는 소리 들어보니, 일단 몇 번 뻗고 나야 정신이 든다던데요...ㅋㅋ
    전 한 번 뻗으면 못 일어날 듯...

    답글삭제
  10. 오공본드님~~이름도 재미나셔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늘 관심주심에 감사드리고요~~
    2011년 이제 몇시간 남지 않았네요...새해에도 건강지키시고 행복하세요~~~

    답글삭제
  11. 감사합니다!
    패션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그래도 예쁜 건 알아보거든요...ㅡㅡ;
    내년에도 변함없는 멋진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답글삭제
  12. 따로 글 남길 곳이 없어서..ㅎㅎ;
    늘 행복하시고 즐거움이 함께 하시길..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답글삭제
  13. 감사합니다!
    뻘쭘곰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