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목요일

영화 제목을 캐릭터 이름으로 정하는 것 올바른 선택인가?


헐리우드 미남스타 톰 크루즈(Tom Cruise)가 주연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액션영화 '원샷(One Shot)'의 제목이 바뀌었다. '원샷'은 영국의 스릴러 소설가 리 차일드(Lee Child)의 동명 소설을 기초로 한 액션영화인데, 며칠 전 헐리우드 리포트 기사에 의하면 영화 배급사 파라마운트가 영화 제목을 '원샷'에서 '잭 리처(Jack Reacher)'로 바꿨다고 한다.

잭 리처는 '원샷'의 주인공 이름이다. 

제목 변경과 함께 파라마운트는 개봉 시기도 앞당겨 2013년 2월에서 2012년 12월21일로 변경했다. 2011년 7월에 '원샷' 프로젝트가 공식 확인되었으니 1년 반만에 영화가 개봉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 파라마운트가 영화 제목을 바꾼 이유다.

길게 생각할 것 없이 파라마운트가 '잭 리처'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프랜챠이스를 노리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코믹북 수퍼히어로를 제외하곤 쓸 만한 헐리우드 캐릭터가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캐릭터 이름을 제목에 사용하면서 캐릭터에 포인트를 주려 한 듯 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잭 리처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게 중요하다지만 아무리 봐도 '잭 리처'가 영화 제목으로 잘 어울리는지 의심스러운 것.

물론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람보(Rambo)', '록키(Rocky)' 등 주인공 이름을 제목에 사용해 영화 시리즈와 캐릭터 모두 유명해진 성공 사례도 있다.

그러나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금년 초 개봉했던 디즈니의 '존 카터(John Carter)'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디즈니는 미국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Edgar Rice Burroughs)의 '프린세스 오브 마스(Princess of Mars)'를 기초로 했으면서도 원제를 사용하지 않고 주인공의 이름 존 카터를 대신 사용했다.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디즈니도 존 카터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프랜챠이스를 기대하면서 제목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물론 영화 퀄리티가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던 것도 흥행실패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아야 겠지만, 지극히도 평범한 이름인 '존 카터'를 영화 제목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닌지 또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경우를 예로 소개하자면, '존 카터'라는 영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의 나의 첫 반응은 이랬다 - "Who the fuck is he??"

만약 디즈니가 '존 카터' 대신 원제 '프린세스 오브 마스'를 그대로 사용했더라면 오히려 반응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존 카터'는 디즈니의 바램과는 달리 영화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그럼 파라마운트의 '잭 리처'도 디즈니의 '존 카터'가 걸렸던 똑같은 함정에 빠지는 걸까?

파라마운트가 잭 리처 시리즈를 원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이름인 '잭 리처'로 영화 제목까지 바꿀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존 카터'의 경우 처럼 평범한 이름 때문에 관객들을 잃을 수도 있어 보여서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50년대 말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제작 준비가 한창이던 당시의 임시 제목이 '제임스 본드 오브 더 시크릿 서비스(James Bond of the Secret Service)'였다. 다행히도 이 제목은 실제로 사용되지 않았다. 만약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의 제목이 '제임스 본드 오브 더 시크릿 서비스'였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장수 시리즈가 될 수 있었을까?

캐릭터 중심의 프랜챠이스를 만들기 위해 메인 캐릭터를 띄우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굳이 제목에 캐릭터 이름을 넣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파라마운트의 이번 결정이 조금 걱정된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액션영화'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포텐셜이 있었는데 괜히 영화 제목을 수상한(?) 이름으로 바꾸면서 죽을 쑤기 딱 알맞아 보여서다. 내가 볼 땐 그냥 원제 그대로 '원샷'으로 가는 게 더 안전해 보인다.

아무튼 금년 말 개봉 예정의 '잭 리처'가 작년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처럼 흥행성공할 수 있을 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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