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올 때마다 "이번엔 누가 주제곡을 부를까"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Dr. No)'를 제외한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에 주제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 중엔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곡들도 있으며, 아카데미 주제곡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곡들도 있다.
그렇다면 007 시리즈 최신작 '스카이폴(Skyfall)'의 주제곡은 어땠을까?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영국의 수퍼스타 여가수 아델(Adele)이 '스카이폴' 주제곡을 부르는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었다. 10월이 되어서야 아델이 '스카이폴' 주제곡을 불렀음이 확인되었지만, 공식 발표만 늦었을 뿐이지 이번엔 누가 주제곡을 불렀는지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여자 보컬 발라드 곡이 나올 차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델 만큼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가수도 없었으니까.
아델의 싱글 '스카이폴'은 지난 10월5일 아이튠스와 아마존닷컴 등을 통해 디지털 버전으로 판매 개시했으며, CD 싱글로도 출시되었다. 그러나 '스카이폴'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앨범엔 아델의 곡이 수록되지 않았으므로 아델의 싱글은 아이튠스에서 다운로드를 하든 싱글 CD를 구입하든 별도로 구입해야만 한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부터 007 시리즈에서 여유와 부드러움이 사라진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주제곡도 마찬가지로 거칠어졌다. '스카이폴' 이전까진 강렬한 락뮤직이 주제곡으로 연달아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이번엔 여자 가수에게 주제곡을 맡겨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른 소프트하고 로맨틱하고 감미로운 곡이 나올 차례였다.
아델은 이러한 스타일의 곡을 완벽하게 부를 수 있는 가수였다. 아델은 007 주제곡에 잘 어울릴 만한 가수로 오래 전부터 눈여겨봤던 가수다. 노래도 잘 부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가수인 만큼 여러 모로 완벽한 선택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항상 좋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007 시리즈 주제곡에 잘 어울릴 듯 한 가수가 아주 오랜만에 주제곡을 불렀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만큼 '환상적'이지 않았다. 아델이 부른 '스카이폴'은 지나치게 007 시리즈에 어울리도록 만든 티가 났으며, 도입부는 분위기가 괜찮았으나 후렴 부분이 너무 단조롭고 밋밋했다. 아델이 셜리 배시(Shirley Basey)의 1971년작 제임스 본드 영화 주제곡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를 모델로 삼았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문제는 '스카이폴'이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와는 달리 클라이맥스가 없는 단조로운 곡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도입부에선 신비로운 분위기로 나가다 "I dont' need love..."로 시작하는 후렴 파트에선 분위기가 바뀌며 파워풀해지는 반면 아델의 '스카이폴'은 시작은 괜찮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여기서 'WHAT IF' 놀이를 잠깐 해보자.
만약 아델이 아닌 뮤즈(Muse)가 '스카이폴' 주제곡을 불렀다면?
물론 007 제작진이 세 영화 내리 락 뮤지션에게 주제곡을 맡길 가능성이 낮았으므로 뮤즈에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뮤즈가 007 시리즈 주제곡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뮤즈는 그들의 신곡 'Supremacy'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 스타일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한 번 들어보자.
Not bad, eh?
하지만 'Supremacy'도 너무 헤비한 스타일의 전형적인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들린다. 곡의 분위기가 너무 장엄한 것도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썩 어울려 보이지 않아 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된 이후 영화의 톤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비장한 분위기가 도는 곡은 되레 유치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007 제작진이 뮤즈에게 '스카이폴' 주제곡을 맡겼더라도 이들 역시 아델과 마찬가지의 실수를 했을 듯 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뮤즈가 007 시리즈 주제곡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발라드와 락뮤직에서만 오락가락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약간 새로운 쟝르를 시도해볼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장 다음 번 영화의 주제곡을 이들이 부른다 해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다. 만약 뮤즈가 제대로 만든 곡을 부른다면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Live and Let Die', 듀란 듀란(Duran Duran)의 'A View to a Kill'에 버금가는 '물건'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007 시리즈에 어울리게 만든다면서 지나치게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로 가면서 화끈하게 말아먹을 가능성도 대단히 높아 보이면서도 제대로만 한다면 대단한 곡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밴드다.
만약 뮤즈가 007 주제곡을 부른다면 어떤 스타일로 가는 게 좋을까?
'Supremacy'보다 'Panic Station'을 탬플릿으로 삼는 게 좋을 듯 하다.
만약 뮤즈가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을 모델로 삼은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만들 생각이라면 'Panic Station'에서 시작하면 될 듯 하다. 디스코-NRG의 향기가 너무 강하게 나는 등 손질을 할 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Supremacy'의 너무 무겁고 비장한 스타일보다는 'Panic Station'의 밝고 경쾌한 쪽이 훌륭한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 지난 90년대부터 007 시리즈 주제곡들이 거의 모두 우중충한 분위기의 곡들이었기 때문에 또 비슷비슷한 쪽으로 시도하는 것보다 약간 흥겹고 재미있는 스타일로 살짝 바꿔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다.
007 주제곡은 누가 부르냐 보다 어떻게 만드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세계적인 가수이더라도 곡이 이상하면 별 소용 없다. 다음 번 '본드24'에선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 보겠다. 그러나 솔직히 크게 기대되진 않는다. 훌륭한 007 주제곡이 나오려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엔 여전히 변함 없다.
그렇다면 007 시리즈 최신작 '스카이폴(Skyfall)'의 주제곡은 어땠을까?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영국의 수퍼스타 여가수 아델(Adele)이 '스카이폴' 주제곡을 부르는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었다. 10월이 되어서야 아델이 '스카이폴' 주제곡을 불렀음이 확인되었지만, 공식 발표만 늦었을 뿐이지 이번엔 누가 주제곡을 불렀는지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여자 보컬 발라드 곡이 나올 차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델 만큼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가수도 없었으니까.
아델의 싱글 '스카이폴'은 지난 10월5일 아이튠스와 아마존닷컴 등을 통해 디지털 버전으로 판매 개시했으며, CD 싱글로도 출시되었다. 그러나 '스카이폴'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앨범엔 아델의 곡이 수록되지 않았으므로 아델의 싱글은 아이튠스에서 다운로드를 하든 싱글 CD를 구입하든 별도로 구입해야만 한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부터 007 시리즈에서 여유와 부드러움이 사라진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주제곡도 마찬가지로 거칠어졌다. '스카이폴' 이전까진 강렬한 락뮤직이 주제곡으로 연달아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이번엔 여자 가수에게 주제곡을 맡겨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른 소프트하고 로맨틱하고 감미로운 곡이 나올 차례였다.
아델은 이러한 스타일의 곡을 완벽하게 부를 수 있는 가수였다. 아델은 007 주제곡에 잘 어울릴 만한 가수로 오래 전부터 눈여겨봤던 가수다. 노래도 잘 부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가수인 만큼 여러 모로 완벽한 선택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항상 좋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007 시리즈 주제곡에 잘 어울릴 듯 한 가수가 아주 오랜만에 주제곡을 불렀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만큼 '환상적'이지 않았다. 아델이 부른 '스카이폴'은 지나치게 007 시리즈에 어울리도록 만든 티가 났으며, 도입부는 분위기가 괜찮았으나 후렴 부분이 너무 단조롭고 밋밋했다. 아델이 셜리 배시(Shirley Basey)의 1971년작 제임스 본드 영화 주제곡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를 모델로 삼았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문제는 '스카이폴'이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와는 달리 클라이맥스가 없는 단조로운 곡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도입부에선 신비로운 분위기로 나가다 "I dont' need love..."로 시작하는 후렴 파트에선 분위기가 바뀌며 파워풀해지는 반면 아델의 '스카이폴'은 시작은 괜찮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여기서 'WHAT IF' 놀이를 잠깐 해보자.
만약 아델이 아닌 뮤즈(Muse)가 '스카이폴' 주제곡을 불렀다면?
물론 007 제작진이 세 영화 내리 락 뮤지션에게 주제곡을 맡길 가능성이 낮았으므로 뮤즈에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뮤즈가 007 시리즈 주제곡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뮤즈는 그들의 신곡 'Supremacy'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 스타일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한 번 들어보자.
Not bad, eh?
하지만 'Supremacy'도 너무 헤비한 스타일의 전형적인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들린다. 곡의 분위기가 너무 장엄한 것도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썩 어울려 보이지 않아 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된 이후 영화의 톤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비장한 분위기가 도는 곡은 되레 유치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007 제작진이 뮤즈에게 '스카이폴' 주제곡을 맡겼더라도 이들 역시 아델과 마찬가지의 실수를 했을 듯 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뮤즈가 007 시리즈 주제곡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발라드와 락뮤직에서만 오락가락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약간 새로운 쟝르를 시도해볼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장 다음 번 영화의 주제곡을 이들이 부른다 해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다. 만약 뮤즈가 제대로 만든 곡을 부른다면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Live and Let Die', 듀란 듀란(Duran Duran)의 'A View to a Kill'에 버금가는 '물건'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007 시리즈에 어울리게 만든다면서 지나치게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로 가면서 화끈하게 말아먹을 가능성도 대단히 높아 보이면서도 제대로만 한다면 대단한 곡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밴드다.
만약 뮤즈가 007 주제곡을 부른다면 어떤 스타일로 가는 게 좋을까?
'Supremacy'보다 'Panic Station'을 탬플릿으로 삼는 게 좋을 듯 하다.
만약 뮤즈가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을 모델로 삼은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만들 생각이라면 'Panic Station'에서 시작하면 될 듯 하다. 디스코-NRG의 향기가 너무 강하게 나는 등 손질을 할 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Supremacy'의 너무 무겁고 비장한 스타일보다는 'Panic Station'의 밝고 경쾌한 쪽이 훌륭한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 지난 90년대부터 007 시리즈 주제곡들이 거의 모두 우중충한 분위기의 곡들이었기 때문에 또 비슷비슷한 쪽으로 시도하는 것보다 약간 흥겹고 재미있는 스타일로 살짝 바꿔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다.
007 주제곡은 누가 부르냐 보다 어떻게 만드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세계적인 가수이더라도 곡이 이상하면 별 소용 없다. 다음 번 '본드24'에선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 보겠다. 그러나 솔직히 크게 기대되진 않는다. 훌륭한 007 주제곡이 나오려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엔 여전히 변함 없다.
이번 스카이폴은 도입부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스카이폴이라는 가사가 나오기전까지. 딱 좋았죠.
답글삭제도입부의 피아노도 좋았고 아델이 딱 첫소절 들어가는 부분도 캬야~ 소리 나왔는데. 쩝
이번영화는 다 아쉽네요. 다 더 좋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아델이 아카데미 주제곡 부문 유력 수상후보죠.
답글삭제충분히 받을 만하고 받아야만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 피날레로 아카데미 주제곡상이라면 멋질 듯 합니다.
하지만 아델에 기대했던 멋진 007 주제곡치곤 실망스러웠단 생각엔 변함없습니다.
많이 약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드라마틱하고 파워풀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물론 프리타이틀 씬과 연결되는 분위기의 곡을 준비하려 했을 수도 있지만,
주제곡은 주제곡이지 배경음악이 아니므로 이것도 좀 이해하기 그렇구요.
암튼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주제곡에 대한 실망이 커서, 처음부터 김샌 느낌이 있었죠.
답글삭제본드 주제곡은 스타일을 모방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정말 느꼈습니다.
폴 매카트니, 듀란 듀란의 노래만 보더라도, 아티스트 각자의 색깔이 듬뿍 묻어나는 훌륭한 주제곡이었죠.^^
제 생각엔 억지로 그럴싸하게 들리는 007 주제곡을 만들려는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칼리 사이먼의 Nobody Does It Better, 쉬나 이스턴의 For Your Eyes Only 등등,
실제론 007 시리즈와 잘 어울리지 않는 곡인데도 성공적인 007 주제곡이 된 경우도 있죠.
그런데 요샌 '007 주제곡은 이래야 한다'는 어떤 정해진 틀에 무조건 맞추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주제곡을 부를 뮤지션들에게 작곡까지 맡기면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 같습니다.
80년대 초에 블론디도 그런 실수를 했었죠. 아델도 마찬가지 함정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뮤즈도 보아하니 같은 '007 트랩'에 걸리기 쉬워 보입니다.
그런데 주제곡 뿐만 아니라 스코어 쪽에서도 우왕좌왕하는 건 마찬가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