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2014년 NFL 시즌 8째 주 하이라이트는 "런던 스릴러"

미국 동부시간 오전 9시 30분, 미국 서부시간 오전 6시 30분, 미국 하와이 시간 오전 3시 30분...

지난 일요일 열린 2014년 시즌 8째 주 첫 경기가 시작한 시간이다.

일요일에 벌어지는 첫 경기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항상 오후 1시에 시작하는데 시즌 8째 주 첫 번째 일요일 경기가 동부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한 이유가 있다.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와 애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의 경기가 영국 런던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NFL 경기는 원래 'MY TOWN vs YOUR TOWN'이지만, 라이온스와 팰컨스는 양팀의 연고지와 무관한 중립 지역인 영국의 런던에서 경기를 가졌다.

최근 들어 미식축구를 국제화시키려는 NFL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국에서 NFL 정규시즌 경기가 매년마다 열리고 있다. 과거엔 프리시즌 경기를 영국, 일본, 멕시코 등 해외에서 갖기도 했으며, 유럽엔 '마이너 리그' 격이던 NFL 유럽 리그가 있었다. 그러나 NFL은 NFL 유럽 리그를 없애고 'NFL 인터내셔널 시리즈'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신설해 프리시즌 대신 정규시즌 경기를 영국 런던에서 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어도 NFL의 궁극적인 목표는 런던에 NFL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목표 하에 2014년 시즌엔 영국 런던에서 NFL 정규시즌 경기가 모두 세 차례 열린다. 시즌 8째 주 경기였던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와 애틀란타 팰컨스의 경기는 이번 시즌 들어 런던에서 벌어진 두 번째 정규시즌 경기였다.

NFL 정규시즌 3 경기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건 2014년 시즌이 처음이다. 2013년 시즌에 정규시즌 2 경기를 런던에서 열기 이전까지는 매년마다 한 경기를 런던에서 갖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NFL은 런던에서 열리는 경기 횟수를 갈수록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NFL 정규시즌 경기를 런던에서 갖는 바람에 홈팀의 경기를 홈구장에서 보지 못하는 미국의 NFL 홈팬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런던에서 열린 NFL 경기 입장표가 연달아 매진되는 등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NFL 정규시즌은 야구, 축구 등과 달리 한 시즌에 달랑 16개 경기를 갖는 것이 전부라서 런던 경기 때문에 홈경기 1개를 놓치는 것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런던에서 열리는 경기를 라이브로 보기 위해서는 미국 동부지역에 사는 풋볼팬들이 아침 9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불편도 있다. 미국 동부 시간대에 사는 풋볼팬들이 아침 9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나머지 시간대에 사는 풋볼팬들의 사정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와이 주민들은 NFL 경기를 보기 위해 매주 일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화되어있지만 오후 1시 경기에 익숙한 미국 동부 지역 풋볼팬들은 오전 9시 경기에 맞춰 일어나는 것이 절대로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 시작 전에 영국 소프라노 가수 로라 라이트(Laura Wright)가 영국 국가 'God Save the Queen'을 불렀다. 그러나 평소 일요일보다 일찍 일어나 중계방송을 본 미국 풋볼팬들에겐 'God Save the Football Fan'으로 들렸다.


(I liked the nipples though, btw...)

자, 그렇다면 경기는 어땠을까?

런던에서 열리는 경기는 정규시즌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프리시즌 경기처럼 느껴지면서 흥미가 끌리지 않곤 했다.

그러나 이번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와 애틀란타 팰컨스의 '런던' 경기는 시즌 8째 주 베스트 경기 중 하나로 꼽을 만했다.

하지만 전반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애틀란타 팰컨스의 일방적인 우세였기 때문이다. 전반 종료 시 스코어는 라이온스 0, 팰컨스 21.


팰컨스의 일방적인 승리가 점쳐지던 경기가 재밌어진 건 후반들어서부터다.

무기력하던 라이온스의 오펜스가 후반 들어 정신을 차린 듯 했다. 라이온스는 팰컨스를 21점에 묶어두고 13점을 내면서 추격에 나섰다. 문제는 8점이라는 점수 차와 남은 경기 시간이었다. 터치다운(6점)을 하고 2 포인트 컨버젼(2점)을 해야만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2 포인트 컨버젼으로 동점을 만들지 못한다면 남은 경기 시간 동안 역전할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 지 장담하기도 어려웠다.

쿼터백 매튜 스태포드(Matthew Stafford)가 이끄는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오펜스는 4쿼터 막바지에 터치다운을 하면서 19대21 2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2 포인트 컨버젼을 성공시켜 21대21 동점을 만드는 일.

그러나 라이온스는 2 포인트 컨버젼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19점에 만족해야 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4분여. 공격권을 넘겨받은 팰컨스가 차분히 공격을 진행시킨다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팰컨스 오펜스는 시간을 모두 소비시키지 못하고 공격권을 라이온스에 다시 넘겨줬다. 라이온스에게 역전할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경기 종료까지 1분 39초를 남겨놓고 다시 공격권을 넘겨받았다. 라이온스는 타임아웃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으나 1분 39초 이내에 필드골(3점)만 성공시켜도 승리할 수 있었으므로 막판 역전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온스가 역전에 성공하기만 했더라도 드라마틱한 역전승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이 경기는 평범한 역전 필드골로 끝나는 경기가 아니었다.

경기 시간 4초를 남겨두고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오펜스는 필드골 존까지 진격하는 데 성공했다. 43야드 필드골만 성공시키면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역전승이었다.

그.러.나...

라이온스 킥커는 43야드 필드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라이온스의 필드골 실패와 함께 경기가 종료된 것으로 보였으나 패널티 플래그가 필드에 떨어져있었다.

누가 무슨 파울을 범했나 했더니, 디트로이트 라이온스가 딜레이 오브 게임 파울을 범한 것이었다. 플레이 시계가 0초가 되기 전에 공격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라이온스 필드골 팀이 너무 시간을 끈 것이었다.


그런데 라이온스의 딜레이 오브 게임 파울은 오히려 라이온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딜레이 오브 게임 파울과 함께 필드골 실패도 무효화되면서 필드골을 한 번 더 시도할 기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파울 때문에 5야드 후진해서 필드골을 재시도해야 했지만 역전승에 도전할 기회를 한 번 더 갖게 되었다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필드골 실패로 경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필드골을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해서 라이온스는 얼떨결에 한 번 더 필드골을 찰 기회를 얻었다.

이번엔 48야드 필드골 시도. 남은 경기 시간은 다시 4초.


과연 이번엔 라이온스 킥커가 필드골을 성공시켰을까?

성공시켰다. 43야드 필드골을 실패했던 라이온스 킥커는 5야드 후진하면서 더 멀어진 48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라이온스 22, 팰컨스 21.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첫 번째 필드골을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울 덕분에 한 번 더 시도할 기회를 얻어 결국 역전에 성공하는 보기 드문 역전승을 런던 풋볼팬들 앞에서 만들어냈다.

한편, 애틀란타 팰컨스는 전반 21대0의 리드를 날리고 어처구니 없게 역전패를 당했다. 마지막에 라이온스가 필드골을 실패했을 때만 해도 "이겼구나!" 했다가 파울 덕분에 얻은 라이온스의 2차 필드골 시도가 성공하면서 어이없게 패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21점 리드를 날리고 역전패를 당한 건 애틀란타 팰컨스 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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