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007 제작진과 소니 픽쳐스의 파트너쉽이 '007 스펙터'를 마지막으로 끝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1년 007 제작진, MGM과 소니 픽쳐스는 '본드23'와 본드24'의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본드23'는 '스카이폴(Skyfall)'이고 '본드24'는 '스펙터'다. 따라서 007 제작진과 소니 픽쳐스의 파트너쉽이 '007 스펙터'까지인 것은 현재로썬 사실이다. 이는 작년에 발생한 소니 픽쳐스 해킹 사건으로 유출된 소니 픽쳐스 경영진과 007 시리즈 프로듀서가 주고 받은 이메일에서도 재확인되었다. 2014년 10월 당시 소니 픽쳐스 체어맨이던 에이미 패스칼(Amy Pascal)은 "I was thinking this doesn't really have to be our last Bond movie"라는 이메일을 007 시리즈 프로듀서 바바라 브로콜리(Barbara Broccoli)에게 보냈고, 브로콜리는 에이미 패스칼에게 "I can't bear the idea of this being our last Bond together"라고 답장을 보냈다.
물론 MGM과 소니 픽쳐스가 다시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재계약을 하는 게 올바른 건지 생각해 보게 된다. 파이낸셜 파트는 모르겠어도 007 시리즈의 미래만을 놓고 생각해 보면 소니 픽쳐스와 계속 함께 하는 게 현명한지 궁금해진다.
만약 007 제작진과 MGM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다면 이번엔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가 있는 영화사로 정해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자면, DC 코믹스를 소유한 워너 브러더스나 마블 코믹스를 소유한 월트 디즈니와 파트너쉽을 맺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워너 브러더스와 월트 디즈니는 이미 유명한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또다른 '수퍼히어로 워너비' 프랜챠이스를 만드는 데 흥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워너 브러더스나 월트 디즈니가 007 시리즈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다면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와 차별화되는 시리즈로 만들려 하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더욱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에 가깝게 만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미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를 여러 개 보유한 만큼 007 시리즈까지 수퍼히어로물과 비슷한 영화로 만드는 걸 원치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만약 워너 브러더스나 월트 디즈니가 007 시리즈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다면 007 시리즈를 또 하나의 수퍼히어로 영화로 만드는 게 아니라 수퍼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007 시리즈만의 뚜렷한 개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반면, 유명한 수퍼히어로 블록버스터 프랜챠이스가 없는 영화사들은 007 시리즈를 수퍼히어로 스타일 블록버스터로 이용할 생각을 한다. 007 시리즈를 그들의 수퍼히어로 영화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007 시리즈의 파트너인 소니 픽쳐스가 좋은 예다.
007 제작진과 소니 픽쳐스가 함께 제작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공통점은 다른 영화사들의 인기 영화를 많이 모방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유니버설의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와 워너 브러더스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트릴로지를 꼽을 수 있다. 제임스 본드는 소니 픽쳐스의 제이슨 본, 브루스 웨인 역할을 맡았다. 특히 2012년 영화 '스카이폴(Skyfall)'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흉내냈다. 이런 식으로 007 시리즈가 수퍼히어로-워너비 영화가 되는 바람에 007 시리즈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됐다. 주인공 이름만 제임스 본드일 뿐 영화 자체는 더이상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 영화 시리즈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007 제작진과 소니 픽쳐스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돈이 벌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이낸셜 파트는 제작진과 영화사의 관심사이지 본드팬들이 크게 걱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본드팬들에겐 제임스 본드 영화다운 영화가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며, 흥행수익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흥행수익은 폭싹 망할 정도만 아니면 된다. 많이 벌어서 나쁠 건 없지만 제작진과 영화사가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들여도 본드팬들의 주머니엔 단 1센트도 들어오지 않으므로 영화 시리즈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로 흥행참패만 하지 않으면 될 뿐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대한 본드팬들의 불만은 007 제작진과 소니 픽쳐스가 돈 때문에 007 시리즈를 훼손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제작진과 영화사의 입장에선 돈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본드팬들의 입장에선 돈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다운 영화가 더 중요하다 보니 요새 유행하는 흥행공식에 맞춰 007 시리즈를 뜯어고치는 데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물론 굳이 영화사 파트너를 바꾸지 않더라도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떠나고 새로운 영화배우로 교체된다면 영화의 스타일이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 007 제작진은 주연배우가 교체될 때마다 항상 크고 작은 변화를 줘왔으므로 다니엘 크레이그가 떠나고 새로운 영화배우로 교체된다면 그와 동시에 007 시리즈의 스타일도 또다시 변할 가능성이 크다. 그 변화가 얼마나 어떻게 어느 쪽으로 이뤄질 것인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주연배우가 교체되면 어떻게든 변화가 분명히 올 것이다. 지금 현재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절과 상반되는 스타일인 것처럼, 다음 번 제임스 본드는 다니엘 크레이그 시절과 상반되는 스타일로 다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007 시리즈가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가 없는 영화사와 또다시 함께 공동 제작을 한다면 수퍼히어로-워너비 시리즈에서 제자리 걸음을 할 가능성이 있다.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가 없는 영화사들은 007 시리즈가 그들의 수퍼히어로 영화 노릇을 해주길 기대할 테니 말이다. 이렇게 된다면 007 시리즈의 새로운 파트너가 누가 되든 소니 픽쳐스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007 시리즈가 수퍼히어로 영화 역할을 대신 해주길 바라는 영화사와 파트너쉽을 맺지 말고 이미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를 갖고 있는 영화사와 공동 제작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가 없는 영화사는 제임스 본드를 그들의 수퍼히어로 캐릭터로 내세우려 노력할 것이 분명하지만 워너 브러더스나 월트 디즈니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므로, 후자 쪽이 제임스 본드다운 제임스 본드 영화를 내놓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몇 해 전에는 만약 워너 브러더스나 월트 디즈니가 007 시리즈의 파트너가 되면 007 시리즈를 코믹북 수퍼히어로처럼 바꿔놓을 것으로 우려했었다. 코믹북 영화 전문가들한테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맡기면 결과가 뻔하지 않겠나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007 시리즈의 제작 방향을 다시 정상궤도로 돌려놓기 위해선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를 이미 갖고 있는 영화사와 함께 제작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소니 픽쳐스가 007 제작진의 매우 훌륭한 파트너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젠 소니 픽쳐스 시대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미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를 여럿 보유한 워너와 디즈니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다. 007 시리즈 없이도 007 시리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프랜챠이스를 여럿 가지고 있는데 007 시리즈에 큰 매력을 느끼겠냐는 것이다.
따라서 007 시리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영화사는 소니 픽쳐스처럼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대신할 블록버스터 프랜챠이스를 찾는 영화사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영화사와 파트너쉽을 맺으면 DC 코믹스 따라하기, 마블 코믹스 따라하기 하면서 그 영화사의 수퍼히어로 영화 노릇을 해주다 또 볼일 다 보고 말 수 있다. 소니 픽쳐스와 파트너 시절에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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