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3일 목요일

'다크 플레이스', 출연진 이름 빼곤 볼 것 없는 지루한 미스터리 영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길리언 플린(Gillian Flynn)의 스릴러 소설을 기초로 한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다. 작년 가을에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걸(Gone Girl)'에 이어 금년엔 길리언 플린의 2009년 스릴러 소설 '다크 플레이스(Dark Places)'를 기초로 한 영화가 개봉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화려한 출연진이다. 작년에 개봉한 '건 걸' 못지 않게 '다크 플레이스'도 출연진은 화려한 편이다. '건 걸'엔 벤 애플렉(Ben Affleck)과 로사먼드 파이크(Rosamund Pike)가 있었다면, '다크 플레이스'엔 샬리스 테론(Charlize Theron), 니콜라스 홀트(Nicolas Hoult),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Chloe Crace Moretz) 등이 출연했다.

'다크 플레이스' 출연진 중엔 다른 2015년 여름철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있다. 샬리스 테론과 니콜라스 홀트는 워너 브러더스의 '매드 맥스: 퓨리 로드(Mad Max: Fury Road)'에 함께 출연했고, 코리 스톨(Corey Stoll)은 마블 코믹스의 수퍼히어로 영화 '앤트맨(Antman)'에 출연했다.

연출과 각색은 프랑스 영화감독 질 파케-브레너(GIlles Paquet-Brenner)가 맡았다.

'다크 플레이스'는 1985년 캔사스 농가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해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리비 데이(샬리스 테론)가 사건 발생 25년 뒤 미스터리를 푸는 '킬 클럽' 멤버, 라일(니콜라스 홀트)과 함께 살인사건을 재수사하게 된다는 줄거리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1985년 일가족 살해사건은 악마를 숭배하던 큰아들 벤이 저지른 것으로 결론나고 벤이 무기징역형을 받는 것으로 매듭지어졌으나 라일과 '킬 클럽' 멤버들은 벤이 살인범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갖고 진범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사건 당시 어린아이였던 리비는 벤이 범인이라는 증언을 했을 정도로 벤이 범인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킬 클럽'의 수사에 도움을 주고 돈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재수사에 협조하게 된다. 영화 '다크 플레이스'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1985년과 현재를 오가며 줄거리가 전개된다.

길리언 플린의 2009년 스릴러 소설 '다크 플레이스'는 썩 맘에 들진 않았어도 심심풀이용으로 읽기엔 별 문제가 없었다. 스토리나 미스터리 자체엔 크게 관심이 끌리지 않았지만 도중에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며 마지막까지 쉽게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건 걸'처럼 매 챕터마다 캐릭터 A와 B의 이야기를 오가거나 '다크 클레이스'처럼 매 챕터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길리언 플린이 워낙 훌륭한 스토리텔러라서 인지 플린의 소설에선 크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소설의 얘기다. 그렇다면 영화 버전은 어땠을까?


영화 버전 '다크 플레이스'는 원작소설에 비교적 충실하게 옮겨진 편이었다.

그러나 영화 버전은 소설 만큼 흥미진진하지 않았다. 스토리는 같았으나 소설에 비해 전개가 더디고 지루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 방식은 소설과 마찬가지였으나 매우 밋밋했으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퍼즐을 맞추고 미스터리를 푸는 재미가 크게 부족했다. 물론 퍼즐과 미스터리 자체가 별 것 아닌 내용이긴 했어도 길리언 플린의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사건 당일을 재구성하며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버전 '다크 플레이스'는 소설의 줄거리를 밋밋하고 재미없게 옮겨놓은 게 전부였다. 미스터리 자체가 별 볼 일 없더라도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연출했다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겠지만, 영화 버전 '다크 플레이스'는 집중해서 보도록 만드는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흥미가 끌리지 않았으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로 흐름이 자꾸 끊기는 것 같았다.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푸는 영화라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을 때의 흥분,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면서 느껴지는 긴장감 같은 게 있어야 했지만 영화 버전 '다크 플레이스'에선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크 플레이스'는 긴장감, 궁금증, 익사이팅함과는 거리가 먼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였다.

물론 출연진은 훌륭했다. 하지만 출연진의 이름만 요란했을 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주목을 끌 만한 흥미로운 캐릭터가 없었다. 출연진 중 유명한 이름이 많이 눈에 띄긴 했으나 대부분 맡은 역할과 어울리지 않았다. 주연을 맡은 샬리스 테론부터 영화와 어울려 보이지 않았으며, '킬 클럽' 멤버 라일 역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도 눈에 띄지 않았다. 80년대 당시 벤의 친구 중 하나인 부잣집 괴짜 소녀, 디온드라 역을 맡은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다크 플레이스'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캐릭터 중 하나가 디온드라이지만, 영화에선 그녀가 등장하는 파트의 비중이 줄었으며 괴짜 기질이 농후한 부잣집 딸의 모습도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맹탕이었다.

그렇다. '다크 플레이스'는 분위기만 칙칙할 뿐 전개가 느리고 맹탕인 미스터리 영화였다. 화려한 출연진의 이름을 빼면 볼 게 없는 지루한 영화였다. 미스터리는 별 볼 일 없더라도 원작소설의 장점을 잘 살려 영화로 옮겼길 기대했으나 '다크 플레이스'는 아주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빠르게 전개되는 익사이팅한 페이지-터너(Page-Turner) 스릴러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로 보이지 않았다.

작년에 개봉한 '건 걸'을 재밌게 본 사람들은 길리언 플린의 소설을 기초로 한 '다크 플레이스'에도 기대를 걸지 모른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기대를 접고 '다크 플레이스'는 건너뛰는 게 좋을 것이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영화 대신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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