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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본드'가 나온다고 해서 극장서 보려고 했는데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아 DVD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 영화다. 일부러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나설 수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해가면서(?)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깐! '미스터 본드'가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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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이 수퍼마켓 주인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이 사실 덕분에 '뜨거운 녀석들'이란 영화가 나온다는 걸 알게됐다. 많은 사람들은 거꾸로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골수 본드팬들은 '미스터 본드'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뜨거운 녀석들(Hot Fuzz)'이란 영화를 가만히 보면 주연보다 조연이 더 볼만하다. 까놓고 말해 영화 자체보다 조연들이 더 흥미진진하다. 티모시 달튼 이외로도 '낯익은 얼굴', '반가운 얼굴'이 꽤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가 런던에서 조용한 시골마을로 옮겨간 경찰, 니콜라스 앤젤(사이먼 페그)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휩쓸린다는 것인데,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괴짜다. 이 괴짜 마을 주민들로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 '미스터 본드'도 이중 하나다.
'레이더스'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라이벌, 벨락으로 나왔던 영국배우 폴 프리맨(Paul Freeman)도 '뜨거운 조연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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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리즈 '이퀄라이저(Equalizer)' 등으로 친숙한 영국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Edward Woodward)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의 '제임스 본드처럼 보이던 모습'에만 익숙했기 때문에 '뜨거운 녀석들'에서의 우드워드를 한번에 알아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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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 Now' 코너로 만들고 싶진 않으니 여기서 그만합시다.
문제는 영화 자체가 뜨겁지 않다는 것이다. 조연들은 저 정도면 훌륭하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하나도 뜨겁지 않다. 나름대로 줄거리도 있고, 의외로 잔인한 장면들도 꽤 많이 나오며, 유머와 액션도 어느 정도 있다지만 어느 것 하나도 만족스러운 게 없다. '뜨거운 녀석들'은 잔인한 장면과 욕설만 없애버리면 영락없는 아이들 영화가 될 것이다.
잔인한 장면과 욕설 덕분에 성인을 겨냥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애들영화다. 초등학생이 가짜 콧수염 붙였다고 30대인 것으로 속을 사람 많지 않듯 '뜨거운 녀석들'도 살짝 위장을 한 게 전부일 뿐 본질은 애들영화라는 게 금새 들여다보인다. 여기에서 오는 허무함을 어느 정도 극복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싱거운 녀석들'로 보일 것이다.
코메디 영화니까 유치한 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겠지만 매번 바보스러운 짓으로 웃기려고 하니 영화가 한심하게 보인다. 이런 영화에서 줄거리에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Point Break' 오마쥬도 유치한데다 액션이란 것도 두 주인공들이 한껏 폼만 잡으면서 뻥뻥 갈겨대는 게 전부다보니 볼거리가 없다. 차라리 다른 성인용 코메디 영화처럼 섹시한 여배우들이라도 데려와 눈이라도 즐겁게 해줬다면 불만이 덜했을지 모르지만 '뜨거운 녀석들'에 '뜨거운 미녀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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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영화에 제대로 빠져들지 못하고 낯익은 조연들 구경하는 재미밖에 남는 게 없게 됐다. 아직도 변함없는 티모시 달튼의 카리스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 선뜻 떠오르지 않았던 폴 프리맨,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의 에드워드 우드워드 등을 쫓으며 '뜨거운 조연들'을 구경하는 게 전부였을 뿐이다. 그것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인 사이몬 페그와 닉 프로스트는 오케이다. 이 친구들이 영화를 말아먹은 주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재능있는 친구들인 건 맞지만 아쉽게도 '뜨거운 녀석들'을 뜨겁게 만들진 못했다. 이들 혼자선 불가능했다. 티모시 달튼, 폴 프리맨, 에드워드 우드워드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도움을 줬다지만 여전히 불가능했다. 코메디 영화에 샤프한 유머가 없고, 액션영화에 화끈한 액션이 없다면 배우가 누구든 상관없다. '뜨거운 녀석들'의 가장 뜨거운 문제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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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에서 뭘 더 기대할 수 있냐'고 할 수 있지만 이것보단 나은 걸 원했다. 괜찮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정도밖에 안됐다는 데 실망이 크다.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한 액션/코메디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Better luck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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