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6일 토요일

남 얘기 같지않은 배달사고 이야기

인터넷을 둘러보니 미국서 79년만에 엽서가 배달됐다는 기사가 있었다. 1929년 옐로우스톤에서 보낸 엽서가 79년이 지나서야 보스턴에 배달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왠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6~7년전 나도 이와 비슷한 사건을 직접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79년씩이나 기다린 건 아니지만 못해도 79일은 기다렸던 것 같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상품이 동네 우체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우체부가 도착한 소포를 배달하려 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자 우체통에 쪽지를 남겨놓고 패키지를 다시 우체국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다음날 우체국으로 소포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우체국에 소포가 없다는 것이다. 패키지가 깜쪽같이 사라진 것.

상황은 갈수록 '멍멍이'같아졌다.

인터넷 쇼핑몰은 '우린 물건을 보냈으니 책임 없다'고 하고 우체국에선 사과는 했지만 결론은 '보험을 안 샀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아침마다 우체국으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내가 우체국에 들어서기만 하면 담당 매니져가 알아서 나왔지만 결론은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배상은 못해주겠다'는 데서 변동이 없었다.

소포를 마지막으로 만졌던 우체부라도 질책하고 싶었지만 몇 년동안 친하게 지낸 흑인 아줌마라서 싫은 소리도 제대로 못하고 '나중에라도 찾으면 연락해 달라'고만 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몇 달이 흘렀다. 어지간하면 USPS로 소포를 주고받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몇 달이 지나자 잃어버린 소포도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갑자기 전화가 왔다. 누군가 하고 컬러ID를 확인했더니 바로 그 빌어먹을(?) 우체국이더라.

우체국에서 갑자기 왜 전화를?

전화를 받아보니 한동안 나와 씨름했던 우체국 매니져였다.

하지만, 잃어버린 소포 사건을 까맣게 잊고있던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소포를 찾았다'는 거다.

소포? 아! 몇 달 전에 없어졌던 그 소포? 그걸 이제서 찾았다고?

상당히 어이가 없었지만 전화로 길게 얘기할 게 없어보여 일단 알았다고 하고 소포를 찾으러 갔다.

우체국에 들어섰더니 나를 알아본 매니져가 그 빌어먹을 소포를 들고 나왔다.

소포를 넘겨받은 나는 이걸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찾았냐고 묻지않을 수 없었다.

그랬더니 문제의 소포가 우체국 금고 속에 들어가 있었단다. 그게 왜 금고 속에 들어갔는지, 누가 거기에 집어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금고를 정리하다 사라진 내 소포를 발견했다는 것.

'그럼 소포가 저 혼자 걸어서 들어갔다는 거냐'고 한마디 하려다 참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우체국에 소포를 찾으러 갈 때마다 스릴 만점이다. 찾으러 간 소포가 우체국에 없다고 할 때마다 아찔아찔하다. 대개의 경우 소포가 우체국에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 다행히 지난번과 같은 사건은 아직 재발하지 않았지만 USPS를 이용하게 될 때마다 소포를 추적할 수 있는 트래킹 넘버와 보험을 사는 버릇이 생겼다. 이동 중 사라지는 것 뿐만 아니라 동네 우체국 금고안으로 숨는 경우도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한만큼 소포는 되도록이면 UPS, FedEx를 이용하고, 하는 수 없이 USPS를 이용할 경우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를 한다.

여차하면 배달되는 데 79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더욱 조심해야겠지?

댓글 2개 :

  1. 오홍... 외국에서는 소포를 주로 사용하니까 그런문제가 있군요.
    여기 한국에서는 요즘엔 소포를 거의안쓰고 택배를 써서 배송도 빠르고 분실될 위험은 적답니다~^^ㅋ
    다만 택배아저씨들이 일빨리하려고 물건들을 휙휙 던지다보니 파손될 확률이 큰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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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미국서도 대개의 경우 택배(UPS, FedEx 등)를 쓰지만 가끔 예외가 있습니다.
    부피가 작은 패키지인 경우엔 일반 소포로 보내는 경우가 있거든요.
    때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이베이/옥션에선 더욱 그렇죠.
    UPS나 FedEx, DHL로 오면 일단 안심되는데 일반 우체국을 거치게 되면 몹시 후달린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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