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8일 목요일

'야 너 머리 박아!' 했더니...

내가 초등학생 때였는지 아무튼 내가 어렸을 적 한국서 학교 다닐 때 얘기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담임이 한 녀석을 혼내고 있었다. 녀석은 담임 바로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인 채 꾸지람을 듣고있었다.

뭔가 잘못을 단단히 하긴 한 모양이다. 담임이 젊고 혈기왕성한 체육선생인 데다 다혈질이었기 때문에 쉽게 흥분하는 편이었지만 가만 보니까 이번엔 꽤 열이 받은 것처럼 보였다.

대충 상황파악을 마친 우리는 '이제 저쉐이 죽었다'고 수근댔다. 곧이어 상당한 수위의 '폭행'으로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담임은 머리를 푹 숙이고 서있는 녀석에게 계속 호통만 치는 것이었다. '아주 넋을 빼놓는구나' 했다.

'왜 그랬어, 왜 저랬어' 하면서 한참 쏟아부은 담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녀석에게 '마지막 체벌'을 내렸다.

'야 너 저기 가서 머리 박아!'

그런데...

순간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담임이 머리를 박으라 하자 슬며시 고개를 들어 담임의 얼굴을 바라보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벽을 향해 다다다다 뛰어가는 것이다!

'쿵!'

머리를 박으라 했더니 다다다다 달려가서 교실 벽에다가...

침묵... 그리고 또 침묵...

교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다다다~ 쿵!' 하는 소리만 귀에서 웅웅거릴 뿐...

교실 벽에 '머리를 박은' 녀석은 상당히 세게 받았는지 '충돌지점'을 손으로 문지르며 서 있었다.

담임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자신감이 넘치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다.

드디어 담임이 녀석에게 말했다.

'드, 들어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담임이 소리쳤다.

'조용히 햇!'

담임은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이후부터 우리는 머리 박기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머리 박으라는 소리 다신 안 하더라.

벽에 머리를 박은 '수퍼 대가리' 덕분에 반 학생 전체가 머리를 박는 걱정을 접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럴 때 '살신성인'이란 표현을 써야 하는 거 맞지?

조금 더 세게 받았더라면 '실신성인'이 될 뻔 한 것 같지만...

댓글 2개 :

  1. 헐.ㅋㅋ엽긴데요.
    전 옛날에 아부지한테 그런식으로 맞았는데.ㅋ
    아부지가 주먹을 드신다음 "머리박어"라고 말하시면, 제 머리를 아부지 주먹에 꽝 돌진했었습죠.ㅋ우렁찬 소리가 안나면 여러번 박아야했던 기억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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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주먹에 헤딩' 해본 적 있습니다...ㅋㅋ
    근데, 벽은 스케일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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