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제임스 본드 스페셜 (9) - 원작 vs 오리지날 ②

(이어서)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007 시리즈를 '원작에 충실하게 만든 영화', '원작을 참고한 흔적이 발견되는 영화', '원작에서 제목만 따온 게 전부인 영화', '제목부터 플롯까지 모두 원작과 관련없는 영화'로 나눠서 비교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물론, 원작과 영화 시리즈는 별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원작소설을 기초로 시작한 영화 시리즈가 원작에서 완전히 벗어나서도 별 문제없이 지속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원작에 충실하거나 참고한 흔적이 보이는 제임스 본드 영화들은 개성이 뚜렷하다. 다른 제임스 본드 영화와 겹치는 부분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원작에서 제목만 따온 게 전부이거나 제목, 플롯 모두 원작과 상관없는 영화들은 액션씬, 플롯 등이 이전 007 영화들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자면, 원작 없이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들은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제목과 플롯은 그럴싸해 보일지 몰라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전 007 시리즈를 재활용한 부분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원작소설을 느슨하게 참고한 게 전부인 만큼 원작은 그리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밍의 원작이 바닥나기 전에 나온 007 영화와 이후에 나온 영화를 비교해 보면 괜시리 원작타령을 하는 게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과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의 차이점이다. '카지노 로얄'은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영화'인 것이 분명했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는 '원작 없는 007 영화'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콴텀 오브 솔래스'가 형편없는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007 시리즈 베스트5에는 곤란하더라도 베스트10에는 무난하게 들 수 있을만 한 영화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연기를 빼고는 기억에 남는 게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도 변함없이 멋졌으나 여전히 '카지노 로얄'은 아니었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크레이그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만 원작 스타일이었을 뿐 영화 자체는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로 되돌아간 듯 했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졌고, 쓸데 없는 액션씬이 불어났지만 영화가 가볍게 느껴지는 건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이언 플레밍 원작의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목을 플레밍의 원작에서 따오고, '카지노 로얄'에 새로운 스토리를 이어 붙여가면서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이도록 노력했지만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았다.

원작 없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간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않다는 것을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직접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랜 전통을 지닌 제임스 본드 캐릭터가 없었다면 007 시리즈도 50여년간 지속되기 힘들었을 테니까.

그렇다. '비공식 리메이크', '오마쥬 리믹스'로 가득한 007 영화들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캐릭터 파워 덕분이다. 제임스 본드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징적인 캐릭터가 버티고 있었기에 퀄리티가 떨어지는 영화로도 별 탈 없이 시리즈를 연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계속 될 것이다. 매번마다 '콴텀 오브 솔래스' 만큼 흥행성공하긴 힘들겠지만 90년대에 나온 배트맨 영화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어도 배트맨 캐릭터는 잊혀지지 않은 것처럼 제임스 본드 역시 박스오피스 성적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디어 부재를 메꾸기 위한 수단으로 007 시리즈를 재활용 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어쩌다 한 두번 정도 'Classic James Bond Moment'가 나오는 것은 문제될 게 없으며,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지만 양이 너무 많으면 곤란해 진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면 플레밍의 원작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다. 매번 새로운 소잿감을 찾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도 아닌 만큼 기왕 '카지노 로얄'부터 다시 시작한 김에 플레밍의 소설을 순서에 맞춰 리메이크하는 것도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플레밍의 소설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를 '본드23' 타이틀로 정하면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신선하다'고 하기 힘들진 몰라도 '오피셜 리메이크'와 '언오피셜 리메이크'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문제될 것도 없다. 본드팬들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보고싶어 하는 것은 '닥터노', '위기일발', '죽느냐 사느냐' 등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라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새로운 소잿감을 찾든 플레밍의 원작을 리메이크하든 '본드23'는 재활용한 것 같다는 기분이 덜 드는 영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JAMES BOND SPECIAL WILL RETURN!

댓글 2개 :

  1. 음.. 포스팅하시는 걸 봣을때엔..

    왠지.. 본드님은... 본드23이..

    죽느냐 사느냐가.. 됐으면 하는 느낌이

    매우 강력하신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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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꼭 그런 건 아닌데요, 원작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카지노 로얄'과 '콴텀...'으로 잘 살려놓은 것을 날려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없이 2년마다 근사한 제임스 본드 스토리를 만드는게 쉽지 않을겁니다. 자꾸 이전과 비슷비슷해 지고 반복하는 것 같겠죠. 이런 증상이 '콴텀...'에서도 나타났으니 '본드23'는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겠냔 생각입니다.

    007 시리즈는 '리메이크'를 해야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리메이크가 반복 아니냐'고도 하는데요, 리메이크에 의한 반복과 아이디어 고갈에 의한 반복은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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