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6일 월요일

볼 것 없는 '레이스 투 윗치 마운틴'

프로레슬러로 잘 알려진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이 또 어린이용 영화를 찍었다. 2007년 영화, '게임 플랜(The Game Plan)'에 이어 이번에도 디즈니의 어린이 영화에 출연했다.

드웨인 존슨이 왜 자꾸 어린이 영화를 찍냐고?

언제부터인가 어린이들의 우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2009년엔 키즈 초이스 어워드(Kid's Choice Award) 사회까지 볼 정도다. 어린이용 영화에 생각보다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전 미식축구 선수에 프로레슬링 경력까지 있는 몸집 좋은 친구지만 과격하고 진지한 성인용 액션영화보다 바보스럽고 코믹한 어린이용 영화에 더욱 잘 어울린다. 드웨인이 최근에 출연한 영화 중에도 어린이용(게임 플랜) 아니면 코메디(겟 스마트)가 많다. 많은 영화관객들이 식상한지 오래인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왈츠네거 스타일의 '등빨 액션맨' 영화는 차라리 피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드웨인의 새 영화, '레이스 투 윗치 마운틴(Race to Witch Mountain)'도 어린이용 코메디 영화냐고?

그런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아니더라. 어린이용 영화인 것까지는 맞았는데 코메디는 아니었다. '레이스 투 윗치 마운틴'은 어린이의 모습을 한 외계인 남매가 지구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지극하게도 평범한 어린이용 SF영화가 전부였다.



게다가 왠지 어디서 많이 본 듯 했다. 이상할 정도로 파라마운트의 2007년 SF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와 비슷한 부분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변신로봇 같은 건 나오지 않지만 '남녀 주인공과 선한 외계인들이 수사관들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면서 지구를 침략하려는 악한 외계인에 맞선다'는 스토리라인이 영락없이 '트랜스포머스'처럼 보였다. 물론, SF 쟝르에서는 흔해 빠진 스토리라인일 수도 있지만 몇 가지만 제외하고 '트랜스포머스'를 그대로 따라한 것처럼 보였다.

스토리라인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서도 '트랜스포머스'와 겹친다. 드웨인 존슨과 '트랜스포머스'의 주인공, 샤이아 라버프는 비교하기 곤란하지만 '저 캐릭터는 트랜스포머스의 아무개 역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대번에 들게 하는 캐릭터가 있었다. 아일랜드 배우, 키어란 하인즈(Ciaran Hinds)가 연기한 헨리 버크라는 캐릭터다. '트랜스포머스'에서 존 터튜로(John Turturro)가 맡았던 캐릭터와 바로 겹쳐지더라.



드웨인 존슨도 특별할 게 없었다. 익살스럽지도 않았고, 터프가이 액션히어로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드웨인이 연기한 잭 브루노라는 캐릭터는 교도소 생활을 마친 뒤 택시운전을 하는 평범한 '사나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운전하는 택시에 우연히 오른 2명의 외계 어린이들 때문에 얼떨결에 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게 전부였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아쉬웠던 건 유머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드웨인 존슨이 나오는 실없는 어린이용 SF 코메디로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유머에 인색했다. 우연히 택시에 태운 어린이 외계인들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드웨인의 코믹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레이스 투 윗치 마운틴'은 여전히 어린이용 영화인 것엔 변함없으면서도 유머와는 거리를 두고 진지한 SF영화 스타일을 따라갔다. 영화의 분위기도 밝고 유쾌한 디즈니의 다른 어린이용 영화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다. 디즈니 특유의 유머와 분위기가 사라지고 평범한 SF영화와 어린이용 TV 프로그램을 섞어놓은 게 전부로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 '레이스 투 윗치 마운틴'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영화처럼 보였다. 어린이용 영화인 만큼 드웨인 존슨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 싱거운 영화였다. SF영화를 진지하게 만들고자 했다면 PG-13 레이팅을 노리고 '트랜스포머스'처럼 보다 매끄럽고 볼만 하게 만들든지, 어린이용을 원했다면 줄거리가 허술한 만큼 보다 코믹하고 익살스럽게 만들든지 분명하게 했더라면 어중간한 기분이 덜했겠지만 '레이스 투 윗치 마운틴'은 어린이용과 성인용 SF영화를 어정쩡하게 섞어놓은 게 전부였다. PG 레이팅을 받은 어린이용 SF영화에서까지 군부가 어쩌고, 정부가 저쩌고 하는 타령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너무하는 게 아니냔 생각도 들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온가족이 함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이젠 애니메이션밖에 없는 걸까? 애니메이션도 비슷한 인간들이 만들고 있으니 애니메이션도 곧 오염되겠지?

온가족이 함께 신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 만점의 패밀리 영화를 찾는다면 '레이스 투 윗치 마운틴'은 그다지 좋은 영화가 아니다. 신나게 웃고 즐기는 쪽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겨냥한 유치하고 시시껄렁한 SF영화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가서 봐라. 그렇지 않다면 '윗치 마운틴'은 그냥 지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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