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6일 월요일

컴퓨터가 말을 듣지 않으면...

컴퓨터 때문에 살기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컴퓨터 때문에 열받는 일도 적지 않다. 항상 말을 순순히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컴퓨터 때문에 열받는 횟수도 늘어가는 듯 하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10년도 더 된 얘기다. 하루는 컴퓨터가 하도 속을 썩이길래 열이 받아서 창문을 열어젖히고 방충망을 뜯어낸 다음 컴퓨터를 창문가로 가져가 창문 아래를 보여주곤 했다. 자꾸 말을 안 들으면 바닥에 떨어졌다가 다시 튕겨올라오나 안 올라오나 확인하는 수가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컴퓨터에게 창문 아래 경치를 보여주고 나면 문제가 잠시나마 덜하곤 했다. 인간이든 컴퓨터든 일단 겁을 줘야 말을 듣는다니까...



예전에 한 친구녀석이 '컴퓨터는 Plug and Play'가 아니라 'Plug and Pray'라고 푸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종교가 없어서 인지 'Pray' 대신 컴퓨터를 들고 창문 앞으로...ㅋㅋ

좋은 말로 점잖게 대하면 되레 얕잡아 보고 기어오르는 세상이다보니 컴퓨터도 좋게 대해주면 말을 안 듣고, 작살내버리는 수가 있다고 하면 말을 듣는 것 같더라.

그때 만약 총이 있었다면 한번 겨눠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단 높이가 있다보니 무기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몇 번 이 짓거리를 하다보니 컴퓨터가 말썽을 부린다 싶으면 무조건 창문앞으로...ㅡㅡ;

그런데 컴퓨터 데스크가 창문 바로 옆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이동거리는 멀지 않았다우.

그러던 어느날, 창문에서 컴퓨터와 한창 실강이(?)를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굳은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다.

"아니 형 도대체 지금 뭘 하는 거예요?"

····

그 이후론 한동안 창문쇼를 하지 않았다. 10년 넘게 안 했으니 '끊었다'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런데 며칠 전 컴퓨터가 오부지게 속을 썩였다. 그러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스쳐지나갔는지 나도 모르게 창문으로 눈이 돌아가더라.

오호! 오랜만에 한번 해볼까?

창문까지 가려면 데스크에서 몇 발자국 걸어가야 하지만 10년전엔 데스크탑이었는데 지금은 노트북이니 문제될 게 없었다.

그래서 노트북을 들고 창문 근처로 가서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들어냈다.

그런데, 지금은 높이가 4층밖에 안되서 그런지 효과가 없더라. 컴퓨터 사양이 좋아지면서 깡도 좋아진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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