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9일 수요일

1999년 9월9일, 드림캐스트가 북미지역에 상륙한 날

1999년 9월9일 일본의 게임회사 세가(Sega)가 새로운 비디오게임 시스템을 북미지역에서 선보였다.

바로 드림캐스트(Dreamcast)다.

90년대말 넘버1 게임 콘솔은 소니 컴퓨터 인터테인멘트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이었고, 닌텐도64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세가의 새턴(Saturn)은 북미지역에서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망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세가가 드림캐스트로 돌아왔다. 새턴으로 오부지게 죽을 쒔던 세가가 새로운 시스템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

세가의 드림캐스트는 소니, 닌텐도 등 경쟁사들보다 먼저 발매된 차세대 게임 시스템이었다. 북미지역 동시발매 타이틀은 모두 19개였고, 게임콘솔으로는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을 위한 모뎀과 웹 브라우저까지 준비했다. 게임 그래픽도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64보다 단연 우수했다.


▲드림캐스트 박스

▲드림캐스트 내용물

▲드림캐스트 시스템

▲드림캐스트 콘트롤러와 메모리카드

▲드림캐스트 모뎀

▲드림캐스트 웹브라우저

말이 나온 김에 북미버전 동시발매 타이틀을 몇 개 돌아보기로 하자.

가장 대표적인 북미버전 드림캐스트 동시발매 타이틀은 남코의 격투게임 '소울 칼리버(Soul Calibur)'다.



지금은 '소울 칼리버'라는 제목으로 시리즈화 되었지만 원래는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으로 발매되었던 남코의 '소울 블레이드(Soul Blade)'의 후속편이다. (일본버전 제목은 '소울 에지(Soul Edge)').



미식축구 시즌이 시작하는 9월초에 드림캐스트가 발매되었으니 풋볼게임이 동시발매 타이틀 리스트에서 빠졌을 리 없겠지?

그렇다. 세가 스포츠의 미식축구 게임도 돌아왔다. 새턴 시절에는 도무지 대책없어 보였지만 드림캐스트 버전은 달랐다. '매든 NFL'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풋볼게임이었다.

'매든 NFL'이 드림캐스트로 발매되지 않기라도 했냐고?

그렇다. '매든 NFL' 시리즈는 드림캐스트 포맷으로 발매되지 않았다. Acclaim의 'NFL QB Club' 시리즈가 드림캐스트로 발매되긴 했으나 EA 스포츠가 드림캐스트로는 '매든 NFL' 시리즈를 발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쓸 만한 드림캐스트용 풋볼게임은 사실상 세가 스포츠의 'NFL 2K'가 유일했다.



캡콤의 액션게임 '파워 스톤(Power Stone)'도 동시발매 타이틀 중 하나.



코나미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에어포스 델타(Airforce Delta)'를 동시발매 타이틀로 선보였다.



아니 그런데 왜 소닉이 안 보이냐고?

'소닉 어드벤쳐(Sonic Adventure)'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분명히 어딘가 숨어있는 게 뻔하지만 자진해서 눈에 띄어주지 않는 이상 찾는 것은 불가능. 잊을 만 하면 어디선가 슬그머니 눈에 띌 것이 분명하다.

게임은 못 찾은 대신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때우고 넘어갑시다.



새로운 게임 시스템이 발매되었으니 오피셜 매거진이 빠질 리 없다. 드림캐스트도 예외가 아니다. Imagine Magazine(지금의 Future)이 '오피셜 드림캐스트 매거진'을 북미지역에 선보였다.


▲오피셜 드림캐스트 매거진 창간호 커버

▲오피셜 드림캐스트 매거진 창간호 드림캐스트 소개 페이지

오피셜 드림캐스트 매거진은 당시 ZD 미디어가 발행했던 오피셜 플레이스테이션 매거진(Official PlayStation Magazine)처럼 데모 디스크가 포함되었다.




그렇다면 소니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그럴 리 없다. 북미지역에서 드림캐스트가 발매되는 날에 맞춰 스퀘어소프트(Squaresoft. 지금의 스퀘어-에닉스)가 인기 RPG 타이틀 '파이널 판타지 VIII(Final Fantasy VIII)'을 북미지역에서 플레이스테이션 포맷으로 발매했다.

그렇다. 북미버전 '파이널 판타지 VIII'도 1999년 9월9일 발매되었다.

덕분에 한손엔 드림캐스트, 다른 손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파이널 판타지 VIII'을 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세가의 새로운 게임 시스템도 섹시하지만 그렇다고 '파이널 판타지 VIII'을 지나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드림캐스트 발매당일 풍경은 어땠냐고?

그저 평범했다. 내가 찾았던 곳은 베스트바이(Best Buy)였는데, 눈에 잘 띄는 곳에 드림캐스트를 수북히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먼저 구입하기 위한 경쟁도 없었고, 품절로 허탕을 치지도 않았다. 여유있게 구입했다고 할까?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베스트바이가 진행했던 이벤트다. 지금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베스트바이는 드림캐스트 출시에 맞춰 '플레이스테이션 2가 나왔을 때 드림캐스트를 영수증과 함께 가져오면 얼마를 쳐준다'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내년에 플레이스테이션 2가 나오는데 1년 더 기다리지 무엇하려고 드림캐스트를 구입하느냐'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벤트였다. 정확히 '얼마'를 준다고 했는지 분명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상당한 딜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원들이 아예 노골적으로 '내년에 PS2가 나오면 드림캐스트를 다들 팔이치울 것 아니냐'면서 그렇게 하더라도 손해보지 않도록 해 주겠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발매당일부터 곧 단명할 시스템이라는 취급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드림캐스트가 단명할 시스템이라고?

일부는 드림캐스트의 성공을 점쳤다. 우스겟 소리였지만, 세가가 드림캐스트의 색깔을 회색으로 하면서 '검정색 징크스'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드는 이들도 있었다. 하드웨어 색깔로 항상 검정색을 사용했던 세가가 드림캐스트에 와서 처음으로 회색을 선택했다는 게 성공할 조짐이라는 것이었다. 닌텐도의 수퍼 닌텐도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모두 회색이었지만 세가의 제네시스와 새턴 모두 검정색이었으므로 비록 우스겟 소리일 망정 아주 일리가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실제로 그 때 당시엔 '검정색 게임 시스템은 망한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드림캐스트는 단명한 게임 시스템이 되고 말았다. 회색으로 갈아입었는데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2001년초 세가는 하드웨어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세가가 하드웨어를 접고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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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1. 미국에서 거주중이신가봐요?? 부럽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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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예. 여기서 좀 살았습니다...^^
    PS2 북미서 발매되었을 때 상점 앞에서 밤샜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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