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TV 시리즈 'V'가 돌아왔다!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TV 시리즈 'V'가 돌아왔다.

살아있는 쥐를 날로 씹어먹는 인간의 탈을 쓴 파충류 외계인들이 돌아다니던 그 'V'를 말하는 거냐고?

맞다. 바로 그 'V'를 ABC가 새로운 TV 시리즈로 제작했고, 11월2일 화요일 저녁 8시(미국 동부시간) 파일럿 에피소드를 방송했다.

그렇다면 클래식 버전과 완전히 똑같냐고?

그렇지 않다. 지구를 방문한 파충류 외계인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같았지만 ABC의 2009년판 'V'에선 클래식 시리즈의 메인 캐릭터였던 마이크 도노반이나 줄리엣 패리쉬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지구인들이 외계인 방문자들의 정체를 알게되는 과정도 오리지날과 다른 등 스토리 전개도 차이가 났다.

오리지날을 있는 그대로 리메이크한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록 크고 작은 차이가 있어도 'V'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 다르게 보이긴 했어도 비슷비슷한 데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보니 줄리엣은 나오는구려.

ABC의 '로스트(Lost)'에 줄리엣 역으로 출연했던 미국 여배우, 엘리자베스 미첼(Elizabeth Mitchell)이 'V'에 나오니까. 미첼은 2009년판 'V'에서 여주인공인 FBI 에이전트, 에리카 역을 맡았다.

'로스트'에서 폭탄과 함께 사라지더니 'V'로 건너와 파충류 헌터가 된 모양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클래식 'V'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외계인 리더, 다이애나일 것이다.

다이애나를 연기했던 미국 여배우, 제인 배들러(Jane Badler)는 '외계인이 저렇게 섹시한데 왜 저항을 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기도 했다. 그 때도 이해가 안 갔지만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아무튼, 클래식 'V' 시리즈가 섹시한 미녀 외계인으로 유명했다면 2009년판에도 다이애나에 버금가는 미녀 외계인이 나와야겠지?

물론이다. 2009년판에서도 외계인 리더는 여성이다. 이름은 에리카.

에리카 역은 브라질 태생 미국배우 모리나 배커린(Morena Baccarin)이 맡았다.

왠지 본드걸로도 괜찮을 것 같지 않수?

그렇다. 2009년판 'V'도 그런대로 볼만 했다. 80년대 오리지날에 버금갈 만한 인기를 누릴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알 수 있겠지만 파일럿 에피소드는 아주 맘에 들었다. FBI 에이전트들이 테러리스트를 뒤쫓는 파트에선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고, 에리카(엘리자베스 미첼)의 틴에이저 아들이 왠지 드라마를 아동틱한 쪽으로 끌고갈 것 같다는 걱정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ABC가 'V'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엔 80년대 TV 시리즈를 리메이크했다가 줄줄이 망한 'Knight Rider', '바이오닉 우먼(Bionic Woman)' 등이 생각났고, 얼렁뚱땅 흉내만 내다가 얼마 못 버티고 망하기 딱 알맞아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파이럿 에피소드를 보고 난 이후부턴 걱정이 많이 가셨다. 2010년 시즌6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로스트'의 뒤를 이을 빅히트 시리즈가 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였다. ABC의 또다른 SF 시리즈 '플래시포워드(Flashforward)'보다 'V'에 더 큰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실망스럽지 않았다.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A 또는 A-를 줄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