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0일 토요일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 콜린 패럴의 원맨쇼였다

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1985년작 틴에이저 호러 코메디 영화 '후라이트 나이트(Fright Night)'를 기억할 것이다. 아주 잘 만들어진 '불후의 명작'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은 팬들을 거느린 컬트 클래식으로 꼽히는 영화다.

바로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이 2011년 개봉했다. 핸썸한 뱀파이어를 이웃으로 둔 어리버리한 고등학생의 뱀파이어 때려잡기 이야기가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2011년 리메이크는 80년대 오리지날과 얼마나 비슷할까?

어리버리한 고등학생 찰리 브루스터(앤튼 옐친)가 옆집으로 이사온 핸썸한 이웃 제리(콜린 패럴)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얼떨결에 뱀파이어 슬레이어가 된다는 전체적인 줄거리는 80년대 오리지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찰리의 여자친구 에이미(이모젠 풋스), 찰리의 베스트 프렌드 에드(크리스토퍼 민츠-플라스), 찰리의 어머니 (토니 콜렛) 등 오리지날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들도 2011년 리메이크 버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공통점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2011년 버전 '후라이트 나이트'는 80년대 오리지날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았다. 리메이크라기 보다 80년대 오리지날을 느슨하게 기초로 한 영화에 보다 가깝게 보였다.

문제는, 원작과의 차이점들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는 것.

오리지날과 리메이크가 100%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은 물론 이해한다. 그러나 2011년 버전 '후라이트 나이트'의 문제는 굳이 안 바꿔도 될 것을 괜히 뜯어 고치려다 되레 더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데 있다.

스토리부터 이상해졌다.

80년대 오리지날 영화 줄거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찰리(윌리엄 랙스데일)가 옆집 이웃이 어딘가 수상하다는 점을 느끼고 쌍안경으로 옆집을 감시하던 중 우연히 이웃 남자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찰리는 "옆집 남자가 뱀파이어"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어머니, 여자친구, 그리고 그의 절친한 친구마저도 그를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찰리에게 정체가 탄로났다는 사실을 아는 뱀파이어 제리(크리스 서랜든)는 찰리를 찾아와 협박을 하고, 찰리는 하는 수 없이 혼자서 뱀파이어 퇴치법을 연구하다가 TV에 뱀파이어 슬레이어 역으로 출연하며 뱀파이어 전문가 노릇을 하는 피터 빈센트(로디 맥도월)를 찾아가게 된다.


▲1985년작 '후라이트 나이트'

그러나 2011년 버전 '후라이트 나이트'의 스토리라인은 오리지날과 달리 뒤죽박죽이었다. 찰리의 친구 에디(크리스토퍼 민츠-플라스)가 시작부터 제리(콜린 패럴)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부터 설명이 잘 안 되기 시작하더니 찰리가 제리의 정체를 알게 되는 과정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등 스토리 완성도가 오리지날보다 떨어졌다. 오리지날 스토리를 그대로 놔뒀더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있게 차근차근 전개되었을 것이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차라리 나았겠지만, 제작진은 무언가를 새롭게 바꿔야만 한다는 강박에 잡힌 듯 그냥 내버려둬도 될 것까지 뜯어고쳤고, 결국엔 스토리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또한 찰리가 쌍안경을 이용해 옆집을 엿본다는 히치콕(Alfred Hitchcock) 오마쥬를 없앴다는 점도 신경에 거슬렸다.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에선 '쌍안경으로 옆집을 엿본다'는 설정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었으나, 리메이크 버전에선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를 없애버렸다.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 제작진은 오리지날 영화의 '쌍안경' 히치콕 오마쥬을 없앤 대신 찰리가 옆집 이웃이 뱀파이어로 의심되는 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대담하게 제리의 집에 잠입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의 방에서 쌍안경으로 옆집을 훔쳐보는 것보다 찰리가 직접 제리의 입에 잠입하는 게 보다 더 스릴이 넘친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결정한 듯 하다. 그러나 억지로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싸구려 수법으로 보였을 뿐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호러영화들이 대부분 이런 수법을 통해 관객들에게 스릴을 전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호러영화에 이런 씬이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싸구려틱한 호러영화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했다.

뿐만 아니라 제리의 집 내부 구조가 뱀파이어가 사는 집이라기 보다 시리얼 킬러의 집에 가까워 보였다는 점에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제리의 집은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에 나왔던 집보다 샤이아 라버프(Shi LaBeouf) 주연의 틴-스릴러 영화 '디스터비아(Disturbia)'에서 시리얼 킬러가 살던 집과 더 비슷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2007년작 '디스터비아'와 2011년작 '후라이트 나이트' 모두 드림웍스 픽쳐스 영화구나.

몇 해 전 '디스터비아'를 보면서 '후라이트 나이트'와 비슷한 데가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옆집에 이사온 남자가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챈 고등학생이 쌍안경으로 그의 집을 관찰하다가 정체를 알아낸다'는 스토리라인이 '후라이트 나이트'와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1985년작 '후라이트 나이트'를 리메이크했다는 2011년작 '후라이트 나이트'보다 '디스터비아'가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와 더 비슷해 보였다. '디스터비아'가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2011년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는 오리지날보다 '디스터비아'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은 것 같았다. '디스터비아'는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 스토리라인을 기초로 하면서 뱀파이어를 시리얼 킬러로 바꿔놓은 영화처럼 보였는데, 2011년작 '후라이트 나이트'는 말로만 리메이크일 뿐 실제로는 '디스터비아'를 느슨하게 기초로 하면서 시리얼 킬러를 뱀파이어로 바꿔놓은 게 전부로 보였다.

다시 말하자면, '디스터비아'가 1985년작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의 리메이크로 불릴 만 해 보였고, 2011년작 '후라이트 나이트'는 '디스터비아' 리메이크처럼 보였다는 얘기다.

여기까지를 정리해 보면, "2011년작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는 스토리도 오리지날보다 엉성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후라이트 나이트'보다 '디스터비아' 쪽에 더 가깝게 보였다"가 된다.

그렇다면 액션, 호러, 유머 부분은 어땠을까?

액션, 호러, 고어(Gore), 유머 모두 메갠 폭스(Megan Fox) 주연의 2009년 틴-호러-코메디 '제니퍼스 바디(Jennifer's Body)' 수준이었다. 과장되고 억지스럽게 보이는 액션과 고어 씬들부터 유치하고 썰렁한 틴에이저 유머 등등 마치 '제니퍼스 바디' 리메이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해 보였다. '옆집 이웃이 이상하다'는 부분은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와 '디스터비아', '그 이상한 이웃이 뱀파이어'라는 점은 '후라이트 나이트'의 영향을 받았다면, 나머지는 '제니퍼스의 바디'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은 것 같았다.

'제니퍼스 바디'와 비슷해 보여서 였을까? 왠지 '소녀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에선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리메이크작은 1020대 소녀들을 겨냥한 영화 티가 났다. 여성들이 호러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데다, 최근엔 핸썸 뱀파이어가 나오는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가 소녀팬들을 사로잡은 만큼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도 이런 여성 관객들을 겨냥한 듯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확인해 보니 소녀 뱀파이어 슬레이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TV 시리즈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Buffy the Vampire Slayer)'로 알려진 여성 작가 겸 프로듀서 마티 녹슨(Marti Noxon)이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의 스크린플레이를 썼더라. 메갠 폭스 주연의 2009년작 '제니퍼스 바디'는 또다른 여성 스크린라이터 디아블로 코디(Diablo Cody)의 작품이다.

음악 또한 맘에 들지 않았다. 80년대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엔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멋진 곡들이 여러 곡 흘러나왔다. 그러나 2011년 리메이크 버전의 음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에도 오리지날과 마찬가지로 댄스클럽 씬이 나오는데, 곡들이 모던 클럽뮤직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곤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곡은 나오지 않았다. 더욱 섭섭했던 것은, 'Come to Me', 엔드송 'Fright Night' 등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를 기억하는 팬들의 귀에 친숙한 곡들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Come to Me'는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의 메인 테마처럼 영화에 자주 나왔으며, 엔드송 'Fright Night'은 제목 그대로 메인 타이틀 곡이었던 만큼 현대풍으로 리메이크해서 다시 사용해도 좋았을 것 같지만, 제작진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출연진은 어땠을까?

앤튼 옐친(Anton Yelchin)은 부쩍 나이가 들어 보였고, 순진함과 어리버리함도 부족했다. 차라리 '디스터비아'의 샤이아 라버프가 찰리 역을 맡았더라면 더욱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찰리의 여자친구 에이미 역을 맡은 이모젠 풋스는 그럭저럭 오케이였고, 찰리의 친구 에드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민츠-플라스도 캐릭터가 뒤죽박죽이 되는 바람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으나 그를 에드 역으로 캐스팅한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데비잇 테넌트(David Tennant)가 연기한 21세기 버전 피터 빈센트도 나쁘지 않았다. 오리지날에선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이었던 피터 빈센트가 갑자기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처럼 둔갑한 게 처음엔 약간 어색했지만, 차차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토니 콜렛(Tony Collette)이 연기한 찰리의 어머니엔 낙제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오리지날 영화에선 유머러스하면서도 살짝 푼수 기질이 있는 재미있는 아줌마였는데, 리메이크에선 외모는 섹시하지만 맹꽁하고 답답해서 짜증나게 만드는 스타일의 캐릭터로 바뀌었다. 이상해진 찰리의 어머니에 시작부터 적응이 잘 안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비중까지 오리지날보다 더 늘어난 바람에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어색함과 불편함이 이어졌다.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 출연 배우 중에서 제 몫을 톡톡히 다 한 배우는 콜린 패럴(Colin Farrell)이다. 콜린 패럴은 섹시하고 핸썸하면서도 차갑고 사악한 기운이 넘쳐 흐르는 뱀파이어, 제리 역으로 '왔다' 였다. 리메이크 출연 배우 중에서 오리지날 영화 출연 배우를 능가했거나 못해도 동등한 수준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는 콜린 패럴 하나가 유일하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려보자면, 2011년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는 스토리는 엉성했고, 영화의 분위기는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보다 '디스터비아', '제니퍼스의 바디'와 더 비슷했으며, 출연진도 콜린 패럴 하나를 제외하곤 썩 맘에 들지 않는 편이었다는 게 된다.

'후라이트 나이트 2011 = 디스터비아 + 제니퍼스 바디'라고도 할 수 있다.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는 딱 이 정도 레벨의 영화였다.

그럼 재미가 없었냐고?

재미있게 봤다고 하면 아마도 거짓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볼 만 했다. 아주 한심한 영화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주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전적으로 콜린 패럴 덕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상당히 웃기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가 전체적으로 '제니퍼스 바디'와 비슷한 수준의 영화였는데도 그것보다 약간이나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콜린 패럴 덕이다. 오리지날 '후라이트 나이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아무래도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영화였는데도 마지막까지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콜린 패럴 덕이다. 명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안정적인 주연배우, 콜린 패럴이 상당히 썰렁한 틴에이저-쓰레기 영화가 되기 딱 알맞았던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를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는 콜린 패럴의 원맨쇼나 다름없는 영화였다. 유일한 볼거리가 콜린 패럴이었으니까. 만약 이 영화에 콜린 패럴마저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이렇게 해서 섹시한 뱀파이어 캐릭터가 하나 더 추가된 듯 하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에 비하면 콜린 패럴이 나이가 많지만, 푹 익었을 수록 맛이 더 좋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처럼 추억의 80년대 영화를 다운그레이드시킨 리메이크작들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앞으로 '로보캅(Robocop)', '풋루스(Footloose)' 등 80년대 영화 리메이크작들이 줄지어 나올 예정이므로 각오를 해야 할 듯.

그러고 보니 '후라이트 나이트' 리메이크는 또다른 80년대 영화 리메이크 '코난(Conan the Barbarian)'과 북미지역에서 같은 날 개봉했구나...ㅡㅡ;

댓글 6개 :

  1. 콜린 파렐형.. 왜 이러세요.
    작품 좀 잘 골라보세요..ㅠㅠ

    제발 토탈리콜 리메이크는 잘 나와주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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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러고 보니 토탈리콜에도 콜린 패럴이군요...ㅡㅡ;
    옛날 영화 울궈먹기가 어디까지 가나 봐야겠습니다.
    해리슨 포드 주연의 80년대 SF영화 블레이드 러너도 새로 나온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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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블레이드 러너 때문에 똥줄타 죽겠습니다.
    파이널 컷 블루레이를 질러서 매달 감상중인데,
    대체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더 하려고....-ㅅ-

    구체적인 정보가 뜨는 걸 기다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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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전 블레이드 러너도 4장짜리 DVD로 가지고있...^^
    저도 새 블레이드 러너 영화가 어찌 될 지 궁금합니다.
    트론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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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콜린 파렐은 왜 고르는 영화마다 이 모양인건지,
    주연은 주연대로 욕 먹고, 조연은 조연대로 욕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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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러고 보니 콜린 패럴 영화 중 재밌게 본 영화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후라이트 나이트에선 혼자 열심히 했지만 글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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