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9일 금요일

필라델피아 vs 피츠버그, '문제아팀'이 '드림팀' 꺾었다

펜실배니아 주의 NFL 라이벌 팀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가 2011년 프리시즌 둘째 주 경기에서 만났다. '드림팀'과 '문제아팀'으로 각각 불리는 두 팀이 프리시즌 경기에서 맞붙은 것이다.

누가 '드림팀'이고 누가 '문제아팀'이냐고?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드림팀이다.이글스는 쿼터백 빈스 영(Vince Young), 코너백 남디 아사무아(Nnamdi Asomugha), 도미닉 로저스-크로마티(Dominique Rodgers-Cromartie), 디펜시브 라인맨 컬린 젠킨스(Cullen Jenkins) 등 탑 레벨 프리 에이전트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도 이글스는 주전 쿼터백 마이클 빅(Michael Vick), 러닝백 리샨 맥코이(LeSean McCoy), 와이드리씨버 디샨 잭슨(DeSean Jackson) 등 수준급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은 2011년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드림팀'이라고 부르고 있다.

반면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좋지 않은 일들로 구설에 자주 오르면서 '문제아팀'으로 불리고 있다. 주전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Ben Roethlisberger)는 이미 두 차례나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어 작년 시즌엔 4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주전 러닝백 라샤드 멘덴할(Rashard Mendenhall)은 지난 5월 초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 사살 직후 트위터에 쓸데 없는 글을 올려 문제를 만들었으며, 주전 와이드리씨버 하인스 워드(Hines Ward)는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망신을 샀다. 스틸러스의 오펜스를 이끄는 공격 3인방이 모조리 사고를 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틸러스 디펜스의 라인배커 제임스 해리슨(James Harrison)은 멘스 저널(Men's Journal)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과격한 태클을 했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여러 차례 벌금 징계를 내렸던 NFL 커미셔너 로저 거델(Roger Goodell)을 "Faggot"이라고까지 하면서 거델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해리슨이 NFL과 로저 거델에 불만이 있으며 다소 억울한 감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막말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샀다.

2011년 프리시즌 스타트도 좋지 않았다. 스틸러스는 지난 주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와의 첫 프리시즌 경기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패했다.

반면 이글스는 지난 주 상대였던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를 꺾고 W를 챙겼다.

그렇다면 스틸러스는 지난 시즌 수퍼보울에서 패한 '수퍼보울 행오버', 선수들이 일으킨 크고 작은 사건, 사고, 스캔달 등등으로 인해 2011년 시즌을 죽쑤는 것일까?

그 대신 금년엔 '드림팀'으로 불리는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수퍼보울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그런데 하인즈 필드(Heinz Field)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프리시즌 경기 내용을 보면 도대체 누가 '문제아팀'이고 누가 '드림팀'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문제아팀' 스틸러스의 문제아들은 모두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는 2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으며, 그 중 하나는 하인스 워드에게 연결시켰다. 러닝백 라샤드 멘덴할도 좋은 러닝 플레이 뿐만 아니라 한 손으로 패스를 받아내는 어려운 플레이까지 보여줬으며, 라인배커 제임스 해리슨도 이글스 쿼터백 마이클 빅을 쌕(Sack)하는 등 좋은 경기를 가졌다.

아래 이미지는 터치다운을 한 뒤 춤을 추는 하인스 워드.

(흐이그 이 녀석아...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에서 우승한 건 알겠는데, 터치다운 하고 궁뎅이 흔들 필요는 없지?)



반면 '드림팀' 이글스는 경기가 막바지에 이를 때 까지 0점 행진을 이어갔으며, 여차 했으면 24대0 셧아웃 패를 당할 뻔 했다.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양팀의 3군, 4군 선수들간의 시합이 되었을 때 14점을 내면서 셧아웃 패배를 면했지만, 이글스의 오펜스는 스틸러스의 디펜스를 상대로 무기력 그 자체였다.

물론 아무런 의미없는 프리시즌 경기에 불과했으므로 이글스가 공수 모든 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프리시즌에서 날고 기던 팀이 정규시즌 시작하면 죽을 쑤고, 반대로 프리시즌에서 죽을 쑤던 팀이 정규시즌 시작하면 180도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신경쓰이는 점이 하나 있었다. 이글스 주전 쿼터백 마이클 빅의 부진이었다. 어느 정도 껏이었으면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세 차례 연속으로 인터셉트를 당했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된다. 마이클 빅이 처음부터 끝까지 풀 경기를 뛴 것도 아니었는데 전반에만 인터셉트를 세 번씩이나, 그것도 연속으로, 당했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물론 인터셉트를 당했더라도 항상 쿼터백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리씨버가 실수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클 빅이 연속으로 기록한 3개의 인터셉션은 모두 그의 잘못이었다.

첫 번째 인터셉션은 마이클 빅이 수비를 제대로 읽지 못한 바람에 발생했다. 중앙으로 이동했던 스틸러스 세이프티가 금세 다시 왼쪽으로 달려들면서 코너백과 함께 이글스의 와이드리씨버를 더블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을 읽지 못한 것이다. 마이클 빅은 이글스의 왼쪽 와이드리씨버가 스틸러스의 코너백과 1대1 상황인 것으로 착각하고 패스를 했고, 결과는 스틸러스 세이프티(라이언 클라크)의 인터셉션으로 끝났다.



이어진 바로 다음 차례 공격 기회에 발생한 마이클 빅의 두 번째 인터셉션은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첫 번째 경우엔 마이클 빅이 수비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실수를 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인터셉션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스틸러스 수비수들이 세 명씩이나 모여있는 곳에 패스를 했기 때문이다.

와이드리씨버는 하나밖에 없는데 그 주위에 상대 팀 수비수들이 세 명 이상 모여있다면 그곳으로 패스를 해선 안 된다. 그러나 마이클 빅은 그곳으로 공을 던졌고, 결국 인터셉트를 당했다.

마이클 빅이 엉뚱한 곳에 패스를 하면서 두 번째 인터셉트를 당하자 중계방송 부스에서 해설을 맡았던 전직 스틸러스 쿼터백 테리 브래드샤(Terry Bradshaw)가 한마디 했다: "오우 노우...!"



세 번째 인터셉션은 전적으로 마이클 빅의 책임은 아니다. 이글스 러닝백 리샨 맥코이가 블리츠 픽업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마이클 빅이 스틸러스 수비수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레이가 이상하게 꼬였으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마이클 빅은 스틸러스 수비수들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무리한 패스를 던졌고, 공은 스틸러스 선수의 손에 맞고 맥없이 튀어올랐다가 스틸러스 세이프티 트로이 폴라말루(Troy Polamalu)의 품에 안겼다.



다시 말하지만, 이 경기는 아무 의미없는 프리시즌 매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세 번을 연달아 인터셉션을 당해 공격 기회를 날려버린 마이클 빅이 약간 미덥지 않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 하다. NFL 락아웃으로 인한 훈련부족 등등의 이유로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조금 더 두고봐야 할 듯.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피츠버그 스틸러스 24, 필라델피아 이글스 14.

한편...

지난 주에 이번 경기에서도 터치백 행진은 계속됐다. 중계방송을 맡은 아나운서 조 벅(Joe Buck)에 의하면, 지난 주 벌어진 프리시즌 첫 주 경기 킥오프 중 무려 74%가 터치백이 되었다고 한다. 킥오프에서 터치백이 이렇게 자주 나오지 않는데, 킥오프를 하는 지점을 30야드에서 35야드로 5야드 전진시키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프닝 킥오프부터 찼다 하면 무조건 터치백이었다.

아래 이미지는 오프닝 킥오프 장면이다. 이글스가 35야드 라인에 공을 세워 놓고 킥오프를 준비하자(1) 스틸러스 킥 리터너는 아예 엔드존 깊숙히 들어가서 공을 기다린다(2). 아니나 다를까, 이글스 킥커가 찬 공은 엔드존까지 날아들었고(3), 결국 스틸러스 킥 리터너는 리턴을 포기하고 터치백을 택한다(4).






이글스도 킥 리턴 기회가 없었던 건 마찬가지다. 스틸러스 킥커가 찬 공 역시 엔드존까지 날아들었고, 이글스 킥 리터너는 아예 리턴할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터치백을 시켰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터치백 행진이 계속 되자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테리 브래드샤는 "이럴 바엔 뭐하러 킥오프를 하나. 그냥 20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하도록 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말했다. 터치백을 하면 공격팀이 20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하게 되는데, 터치백이 이렇게 자주 나올 바엔 아예 킥오프 자체를 생략하고 20야드에서 바로 공격을 시작하는 게 더 낫겠다는 얘기였다.

풋볼 선수 출신이 아닌 아나운서 조 벅은 "나도 킥 리터너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잘 뛰지 못하지만, 잘 뛰어야만 할 필요가 없어보여서다"라고 말했다. 킥 리터너는 공을 받아 달리는 게 임무지만, 워낙 터치백이 많이 발생하는 바람에 공을 받고 달릴 걱정을 할 필요 없이 공을 받아 무릎만 꿇을 줄 알면 되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아래 이미지에서 왼쪽이 테리 브래드샤, 가운데가 조 벅, 그리고 오른쪽이 지난 90년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를 세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쿼터백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이다. 테리 브래드샤는 지난 70년대 스틸러스를 네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쿼터백이다.



"나도 킥 리터너는 할 수 있겠다"는 조 벅의 말을 듣고 보니, 날아오는 공을 받아 한쪽 무릎을 꿇는 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킥 리터너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으므로 몇몇 수퍼스타 킥 리터너들은 공포의 대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얼핏보기엔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매우 중요하고, 매우 익사이팅한 포지션이 바로 킥 리터너였다. 그러나 2011년 시즌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가장 만만한 포지션으로 전락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번 주말에 벌어지는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너무 자주 발생하는 터치백 문제로 시끄러울 듯 하다.


댓글 7개 :

  1. 이번엔 영상이 없네요?
    영상으로 보면 좀 더 재밌었을텐데.. 좀 아쉽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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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직 정규시즌이 아닌 프리시즌이라서...^^
    동영상은 정규시즌이 시작한 이후부터 생각해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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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궁금한게 저도 프리시즌을 보고 싶은데 주로 어디서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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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는 Game pass 끊어서 보고 있습니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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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는 TV에서 중계방송 해주는 것만 주로 보고 있습니다.
    프리시즌은 정규시즌과 달리 목, 금, 토, 일, 월에 걸쳐 해서 좀 많이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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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번에 이경기를 보는 데 필라델피아 에 메튜스가 있던데
    그린베이에 매튜스랑 다른사람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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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매튜스 형제입니다.
    패커스에 있는 클레이가 형이고, 이글스의 케이시가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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