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일 목요일

'본드23'가 성공하려면...(4) - 액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된 이후부터 007 시리즈가 매우 거칠어졌다. 007 시리즈 제작진은 주제곡도 크레이그의 새로운 '마초 본드' 캐릭터에 어울리는 곡으로 고르는 등 젊고 터프한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키는 데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크레이그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서부터 액션이 조금 지나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면 갈수록 치고박고 때려부수는 게 전부인 평범한 액션영화가 되어가는 듯 했기 때문이다.

로저 무어(Roger Moore),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절엔 볼 수 없었던 격렬한 격투씬이 늘어난 것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제 1대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네리(Sean Connery)를 기억하는 본드팬들은 피지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드팬들이 원했던 건 주먹질 잘하는 본드가 전부가 아니었다.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에 부족했던 만큼만 채워주길 바랐지 복싱영화를 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선 몸으로 때우는 액션의 비중이 필요이상으로 커졌다. 시도 때도 없이 뛰어다니면서 치고 박고 싸우다 피투성이가 되더니, 회복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를 데리고 다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상처들이 금새 사라지곤 했다. 이렇게 되면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가 된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가젯과 본드카가 나오는 액션씬 못지 않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본드23'에선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격렬하게 싸우는 격투씬을 집어넣어야 한다. 격투씬을 넣더라도 상처투성이가 되는 건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과는 다른 제임스 본드라는 점은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격렬한 액션씬을 빼면 남는 게 얼마 없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크레이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소설을 기초로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두 번째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에선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줄거리도 시원찮아진 데다 영화 분위기까지 이전보다 더욱 우중충해진 게 전부였다. '진지하다', '리얼하다', '격렬하다'에는 모두 해당되었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만의 재미가 부족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보다 진지하고, 리얼하고, 격렬해진 것은 환영할 일이었지만 007 시리즈만의 재미와 맞바꿀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빠진 것일까?

플레이보이 제임스 본드의 느끼한 말장난 퍼레이드?

아니다. 그런 것들은 이젠 어느 정도 걸러낼 때가 되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본드23'에선 '진지하다', '격렬하다'는 이전 수준대로 유지하되 '리얼하다'에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약간의 가젯,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본드카'를 다시 등장시킬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자질구레한 가젯은 필요없어도 '본드카' 만큼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에도 아스톤 마틴 DBS가 '본드카'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온 '본드카'는 말 그대로 평범한 자동차였을 뿐 '스페셜'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브로스난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 나왔던 투명 자동차로 다시 되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다만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의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에 나왔던 아스톤 마틴 볼란테 정도의 '본드카'는 크레이그의 영화와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콴텀 오브 솔래스'의 자동차 추격씬에 나왔던 아스톤 마틴 DBS의 후드 근처에서 머신건이 튀어나오고 뒷 범퍼에서 미사일이 날아갔다면 어땠을까? 다른 건 그대로 다 놔두고 카체이스씬만 바꿔도 영화가 다르게 보였을 것이다. 리뷰도 다르게 나왔을 것이다. 이런 '본드카' 액션 같은 것도 이젠 한물 간 유행이므로 유치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처럼 너무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지금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본드23'에 필요한 건 이와 같은 '양념' 한 두가지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치고박고 싸우는 것도 필요할 때는 필요하겠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절실하게 필요한 건 '양념'이지 격렬한 액션씬의 반복이 아니다. '양념'이 너무 과하면 이 또한 곤란하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처럼 '양념 제로'도 이젠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007 제작진은 너무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누가봐도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전통적인 007 시리즈 액션을 다시 되돌려놓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니엘 크레이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가 언제 나올 예정이냐고?

나도 몰라...ㅡㅡ; 그런 것 따지면 제임스 본드 포스팅 못한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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