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4일 토요일

'유어 아이스 온리' 30주년: 다시 돌아보는 사건과 사고

1981년 제임스 본드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이탈리아 북부 코르티나에서 촬영한 스키 체이스 씬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스키 체이스 씬이 자주 나왔던 만큼 크게 새로울 건 없었지만, 멋진 코르티나의 경치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유어 아이스 온리'의 스키 체이스 씬도 볼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유어 아이스 온리' 스키 체이스 씬의 하이라이트는 타이어에 스파이크가 달린 모터싸이클을 타고 추격하는 적에 쫓기던 본드가 밥슬레이 트랙으로 뛰어드는 씬이다. 밥슬레이가 달리고 있는 트랙에 본드가 스키를 탄 채 뛰어들자 그를 추격하던 모터싸이클까지 그 뒤를 따라 들어온다. 맨 앞엔 밥슬레이, 그 다음엔 스키를 탄 본드, 그 뒤엔 본드를 추격하는 모터싸이클이 나란히 밥슬레이 트랙을 달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씬 촬영은 사고 발생 위험이 따른다. 007 시리즈도 위험한 씬을 촬영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하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대형 불상사는 없었다. 출연진과 스턴트맨들이 부상을 당한 적은 있어도 사망 사고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코르티나에서 '유어 아이스 온리' 밥슬레이 씬을 촬영하던 이탈리아 스턴트맨 파올로 리고니(Paolo Rigoni)가 촬영 도중 사고로 사망하면서 기록이 깨지고 말았다. 코르티나에서의 촬영 첫 날 스턴트맨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인해 '유어 아이스 온리'는 촬영 중 스턴트맨이 사망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로 기록되었다.

스턴트맨 사망 사고 원인은 코르티나의 밥슬레이 트랙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파올로 리고니가 촬영 중 밥슬레이 사고로 사망한 지 불과 1주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밥슬레이 챔피언쉽에 출전했던 미국인 밥슬레이 선수 제임스 모갠(James Morgan)도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 장소에서 불과 며칠 간격을 두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안전상의 문제로 코르티나 밥슬레이 트랙 길이를 단축시켰다고 한다.

턴트맨 사망 사고 뿐만 아니라 '유어 아이스 온리'는 영화에 제법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했던 배우 2명이 자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2명 중 하나는 영국 여배우 질 베넷(Jill Bennett). 베넷은 '유어 아이스 온리'에 피겨 스케이터 비비 달(린 할리 존슨)의 코치, 야코바 브링크 역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베넷은 199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향년 58세.



나머지 하나는 영국 배우 마이클 갓하드(Michael Gothard). 갓하드는 '유어 아이스 온리'에 말이 없는 차가운 킬러, 에밀리오 로크 역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갓하드 역시 1992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향년 53세.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명한 '유어 아이스 온리'의 사건은 본드걸 툴라(Tula) 사건이다.

'유어 아이스 온리' 프레스북엔 본드걸 툴라가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Blonde, blue-eyed Tula, 26, who stands an impressive six-feet tall (or 5 feet 12 inches as she prefers to put it!)"




툴라(본명: 캐롤라인 코시)는 '유어 아이스 온리'의 수영장 씬에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했던 엑스트라 본드걸 중 하나다. 007 시리즈엔 대사도 없는 엑스트라 본드걸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툴라도 그 중 하나였다.

아래 이미지는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의 툴라의 모습. 흰색 비키니를 입고 카메라를 향해 걸어오는 게 툴라다.




아래 이미지에선 맨 왼쪽에 서 있는 흰색 비키니 차림의 모델이 툴라다.



툴라는 '유어 아이스 온리'에 출연한 11명의 비키니 본드걸 중 가장 아름다운 본드걸로 꼽힌다.

그런데 한가지 작은 문제가 있다:

실은 툴라가 남자였다는 것!

툴라는 원래 케네스(Kenneth) 코시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였으나, 성전환 수술을 통해 캐롤라인(Caroline) 코시가 되었다. 그러므로 툴라의 'impressive six-feet tall'은 남성의 흔적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툴라가 자신의 키를 6 피트라고 하지 않고 5 피트 12 인치라고 하길 원했던 이유도 6 피트가 여자 키 치고 너무 크게 들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아마도 키가 큰 트랜스젠더의 고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 이렇게 해서 툴라는 최초의 트랜스젠더 본드걸로 기록되었으며, '유어 아이스 온리'는 트랜스젠더가 본드걸로 출연한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되었다. 트랜스젠더가 007 시리즈에 본드걸로 출연하는 일은 앞으로 더이상 볼 수 없을 듯 하므로, '유어 아이스 온리'가 트랜스젠더 본드걸이 출연한 유일한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듯 하다.



댓글 6개 :

  1. 사고도 많이 났고, 자살까지 2명이나,
    더군다나 저때에 트랜스젠더라니...
    대단한 유어 아이스 온리였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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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억에 남는 게 많은 영화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특히 트랜스젠더 본드걸 파트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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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로저무어의 작퓸은 대부분이 별 감흥 없는 범작 내지는 졸작이 많지만 이 적품은 정말 본드의 본질에 충실한 훌륭한 작품 같스니다. ^^ 한때 한국 웹상에 캐롤 부케가 트랜스젠더란 잘못된 정보가 흘러다니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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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공본드님의 글을 읽고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 트랜스젠더 본드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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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J
    저도 말도 안 되는 캐롤 부케 트랜스젠더 루머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캐롤 부케처럼 될 수만 있다면 저도 과감히 떼어낼 각오가 돼있습니다...^^
    캐롤 부케 정말 예뻤죠.

    저도 로저 무어의 007 영화에 대한 생각이 같습니다.
    너무 엉터리 같은 영화가 대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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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마법루시퍼†
    엑스트라 본드걸이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본드와 베드씬이라도 찍었더라면...
    다른 영화에선 문제될 게 없어도 007 시리즈에선 이건 좀 곤란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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