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5일 수요일

'본 레거시', 익사이팅한 새출발 아닌 미지근한 재방송

유니버설의 제이슨 본 시리즈가 지난 2007년 개봉했던 세 번째 영화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제이슨 본 시리즈도 파라마운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워너의 '터미네이터' 시리즈, 디즈니의 '캐리비언의 해적들(Pirates of the Caribbean)' 시리즈가 했던 것처럼 트릴로지 배리어를 넘어 네 번째 영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최근 들어 트릴로지 배리어를 넘어 4탄으로 계속된 영화들 모두가 기대에 못미치거나 흥행에 실패했다. '인디아나 존스 4(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캐리비언의 해적들 4(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터미네이터 4(Terminator Salvation)' 모두 영화 리뷰와 박스오피스 모두에서 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4탄'들이다.

그렇다면 유니버설의 제이슨 본 시리즈 4탄 '본 레거시(The Bourne Legacy)'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HERE-WE-GO-AGAIN"이었다.



세 편의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았던 맷 데이먼(Matt Damon)이 (임시나마) 떠나고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로 주인공이 교체된 것까지는 좋았다. 액션영화와 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로 얼굴을 바꿔 새로운 시작을 시도한 것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제레미 레너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세계와 더욱 잘 어울려 보였다. 맷 데이먼보다 제레미 레너가 사나이다운 터프가이 캐릭터에 보다 잘 어울려 보였던 것도 '본 레거시'에 기대를 걸게 만들었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받쳐주지 않았다.

제작진의 가장 큰 실수는 '본 레거시'의 줄거리를 지난 2007년작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과 연결시킨 것이었다. 지난 '본 얼티메이텀'의 씬을 슬쩍 끼워넣어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이번 영화도 여전히 제이슨 본 영화다'는 점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이번 영화의 메인 캐릭터로 새롭게 등장한 애런 크로스(제레미 레너)를 제이슨 본과 깊은 관련이 있는 캐릭터로 설정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보였지만 썩 맘에 드는 세팅이 아니었다. 완전한 속편도 아니고 산뜻하게 새로 시작한 리부트도 아닌 어정쩡한 '본 얼티메이텀 파트2'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 '본 레거시'는 '본 얼티메이텀'을 한 번 더 울궈먹기 위해 슬쩍 잔머리를 굴린 무성의하게 만든 영화가 됐다.

아마도 007 제작진이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의 줄거리를 연장시키면서 후속편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를 억지로 이어붙였던 것 데서 제이슨 본 시리즈 제작진이 영감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엔 제이슨 본 시리즈 제작진이 따라하지 말아야 할 것을 따라했다.

그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스토리에 도무지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제이슨 본의 폭로로 인해 미국 정부의 새로운 비밀 군사 프로그램이 또 폐기되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병사가 또 도망다녀야 한다는 뻔할 뻔자 스토리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제이슨 본 시리즈의 세계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데뷔시키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았지만,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놓친 결과가 나왔다.

제작진은 이번에도 별 볼 일 없는 스토리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덮어보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여기서도 실패했다. 무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긴장감 넘치는 씬은 이번 영화에서도 변함없이 나왔지만 이전 만큼 '약발'이 세지 않았다. 스토리가 워낙 뻔한 이야기라서 영화의 분위기에 젖어 스토리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CIA가 이전 영화에서 했던 짓을 되풀이하는 게 전부였으니 흥미가 쉽게 끌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느닷없이 파랑 알약, 초록 알약 타령까지 나오면서 스토리가 '알약 찾아 삼만리'가 돼버리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본 레거시'의 스토리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한심했다.

하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와 같은 영화은 액션이 우선, 스토리는 나중이다. 이전의 제이슨 본 영화들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스토리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쿨한 액션 씬 덕분이었다.

그런데 '본 레거시'는 액션 부분에서도 실망스러웠다. 스토리가 시원찮더라도 영화 내내 넘치는 긴장감과 격렬한 액션 씬으로 한눈 팔 틈을 주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웬걸,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함이 몰려왔다. 이번 영화에서 새로 소개한 메인 캐릭터 애런 크로스를 소개함과 동시에 제이슨 본의 폭로로 난리가 난 워싱턴 D.C에서 '아웃컴'이라 불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은폐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파트가 생각보다 너무 길었고 재미도 없었다. 재탕, 삼탕하는 스토리라서 별 흥미가 끌리지도 않는데 전개마저 더디다 보니 따분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럼 액션은 언제 나오냐고?

액션영화 치고 첫 번째 액션 씬을 보기까지 꽤 기다려야 했다. 액션 씬다운 액션 씬이 처음 나오기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을 뿐만 아니라 액션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았으며 억지스럽게 액션 씬을 끼워넣은 것처럼 보였을 뿐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저 서로 총질하는 것이 전부였을 뿐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스타일리쉬하지도 않았다. 이번 영화에선 제작진이 액션 씬을 마지 못해 넣은 것처럼 보였다.

클라이맥스 액션 씬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나름 인텐스한 체이스 씬을 연출하고자 노력한 듯 했지만 이전의 제이슨 본 시리즈에 이미 나왔던 씬들을 리믹스한 것 이상이 아니었다. 자동차가 충돌하고, 모터싸이클이 날아다니고, 건물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등 이미 여러 차례 봤던 그렇고 그런 액션 씬이 전부였을 뿐 새롭지 않았다. 그러한 액션과 스턴트 씬이 제이슨 본 시리즈를 대표하는 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젠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타일에 면역이 됐기 때문인지, 액션 씬이 미적지근했기 때문인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본 레거시'엔 기억에 남을 만한 액션 씬이 없었다. 액션 씬 자체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올 만한 멋진 씬도 없었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했을 뿐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씬이 없었다.

그렇다. '본 레거시'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로 교체된 이후 영화가 익사이팅해졌던 것처럼 제이슨 본 시리즈도 제레미 레너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기를 바랬지만 '본 레거시'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익사이팅한 새출발이 아니라 미지근한 '본 얼티메이텀' 재방송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을까?

간단한다. 제작진이 시리즈를 이어나갈 방향을 잘못 잡은 게 주원인이다. 제작진이 '본 얼티메이텀' 이후 제이슨 본 시리즈를 적어도 한 편이라도 더 만들고 싶었다면 맷 데이먼과 함께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었다. 맷 데이먼을 주연으로 세우고 한 두 편 정도는 더 울궈먹기에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맷 데이먼이 제이슨 본 프로젝트에서 하차했다면 제레미 레너와 함께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던가 아니면 제이슨 본 시리즈와 별개의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를 새로 시작하는 쪽이 더 나았을 것이다. 왜냐, 만약 리부팅을 하게 되면 로버트 러들럼(Robert Ludlum)의 원작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옵션이 생기고, 제이슨 본 시리즈와 별개의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면 '폭로 → 음모 → 도망자'가 반복되는 융통성 없는 제이슨 본 시리즈 패턴에서 벗어나 자유로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007 시리즈도 반복의 대명사로 불린다. 하지만 007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가 무중력의 우주에까지 나갔다가 바로 다음 편에선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중력과 사투를 벌일 정도로 톤과 스타일 등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융통성이 있다. 제이슨 본 시리즈엔 이게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둥당둥당거리다가 끝나는 서스펜스 액션 스릴러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때문에 계속 똑같은 패턴과 스타일을 반복하면 쉽게 식상하기 딱 알맞다. 그러므로 제이슨 본 시리즈를 성공적인 시리즈물로 만들기 위해서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시리즈의 톤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흥미진진한 후속편을 내놓을 수 있느냐"였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 문제의 답을 잘못 내놨고, 그 결과는 지루하고 평범하고 미지근한 영화로 나왔다. 주연이 제레미 레너로 바뀌면서 제법 액션히어로 스타일이 느껴진 것까진 좋은 변화로 볼 수 있었으나 그 이외의 것들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섯 번째 영화가 또 나오지 않을까...^^

댓글 6개 :

  1. 얼른 확인해보고 싶어요. ㅠㅠ
    왜 한국 개봉이 늦는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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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직 개봉하지 않았군요. 들어갔을 줄 알았는데...
    전 좀 아니 재미있었다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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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터미네이터처럼 쫓아오던 악당이 발길질 한번에 나자빠지는 부분에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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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나마 그렇게라도 자빠져줬으니 망정이지 여차했으면 아직도 쫓고있을 뻔 했죠...^^
    체이스가 길기만 했지 재미가 별로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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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글 한번만 읽어 주세요^^
    청산리대첩은 김시진장군의 업적이며 1920년의 청산리 대첩의 김좌진과 홍범도(김시진장군의 날조)는 모두 날조 왜곡된것으로 청산리대첩의 역사적사실(1942년)을 바로 알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 독립군 협회 http://home.dagle.co.kr/?id=kgs12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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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야, 청산리 대첩... 참 오랜만에 듣는군요...^^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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