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일 토요일

고질적인 버릇 또 나온 트럼프, 어느 것을 더 이기고 싶은지 결정해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고질적인 버릇이 또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1차 대선 토론을 큰 사고 없이 비교적 무사히 마쳤다고 생각했더니 바로 뒤돌아서서 트위터로 달려가 전 미스 유니버스와 쓸데없는 싸움을 하며 다시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물론 트럼프가 왜 열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트럼프에게 여성혐오자 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과 민주당이 준비한 지저분한 시궁창 공작에 당한 게 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의 대응이다.

정치 경험이 없어서인지 트럼프가 힐러리와 민주당의 지저분한 정치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이 영 아마추어 수준이다. 알리씨아 마샤도(Alicia Machado) 케이스는 트럼프가 그냥 무시해버려도 될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트럼프는 지저분한 공격을 받았다는 데 분노한 나머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또 트위터에 쓸데없는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20년 전에 벌어졌던 트럼프와 마샤도의 별 것 아닌 "Miss Piggy" 공격을 무시하지 못하고 상황을 불필요하게 키운 건 바로 트럼프다.

물론 계속 이런 식으로 싸우면 트럼프가 마샤도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다소 억울하게 당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 데다 마샤도에게도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므로 계속 싸우면 마샤도를 매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트럼프가 꺾어야 할 상대는 힐러리지 마샤도가 아니다.

마샤도에게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사람이든 국가이든 간에 도와주고 나서 좋은 소리 듣는 법이 없다. 따라서 그려려니 해야 한다. 상대를 안 하는 게 최선이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소리엔 상대할 필요가 없다. 그냥 무시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걸 못하고 있다. 정치판에 뛰어들었으면 온갖 더러운 비방에 어느 정도 면역이 돼야하는데, 트럼프는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유세 현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은 잘 하지만, 계속 날아오는 힐러리와 민주당 측의 저질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은 바닥 수준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그를 겨냥한 저질 공격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은지 아니면 대선에서 힐러리를 이기고 싶은지 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 물론 트럼프는 둘 다 이기고 싶다고 하겠지만, 현재 트럼프가 하는 꼴을 봐선 둘 다 지기에 딱 알맞다. 나이 일흔에 억만장자인데다 미국 대선에까지 나온 도널드 트럼프가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한 무명 모델과 트위터에서 옥신각신하는 게 우스꽝스럽지 않은지 트럼프는 잘 생각해봐야 한다. 트럼프가 억울하게 느낀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이런 싸움을 하는 게 현명한가 정도는 생각해봐야 한다.

마샤도에 대한 비판과 공격은 트럼프가 직접 할 게 아니라 "The Deplorables"에게 맡기면 된다. 트럼프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The Deplorables"가 알아서 마차도를 요리할 수 있다. 트럼프가 지시를 내릴 필요도 없다. 그들이 알아서 마샤도를 공격할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트위터에 마샤도를 공격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트럼프의 주특기인 "제발등찍기"를 또 시작한 것이다.

"The Deplorables"는 트럼프를 겨냥한 힐러리와 민주당의 공격에 반격하는 덴 매우 효과적이지만 트럼프의 "제발등찍기"엔 속수무책이다.

오죽 답답하면 보다 못한 전 미스 아메리카들이 출동해서 트럼프를 두둔하고 있겠는가.

동성결혼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좌파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했던 전 미스 캘리포니아 캐리 프레이잔(Carrie Prejean)과 전 불치병을 앓는 미스 위스콘신 멜리사 영(Melissa Young)이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 뉴스(FOX NEWS)에 출연해 트럼프를 향한 성차별, 여성혐오 공격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멜리사 영은 트럼프가 병실로 보낸 친필 편지를 받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트럼프가 어떠한 사람인가를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멜리사 영은 트럼프를 그녀가 만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Until my last breathe, I'll use my voice to talk about who Mr. Trump really is. It's so important that this side of the story is told. He's the most wonderful man I have ever met." - Melissa Young

게이결혼 반대 소신을 밝힌 뒤 좌파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았던 캐리 프레이잔은 전세계가 그녀를 공격했으나 도널드 트럼프만 그녀의 편을 들어줬다면서 트럼프를 여성혐오자로 공격하는 건 "Smear Campaign"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몇몇 여성을 상대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실제로 여성혐오자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힐러리와 민주당 측의 공격은 유치한 꼬투리잡기일 뿐이다. 힐러리와 민주당은 히스패닉계 이민자 출신 여자 모델을 이용해 트럼프와 히스패닉간의 껄끄러운 관계, 트럼프의 이민 정책, 여성혐오 문제 등을 한데 몰아 공격한 것이 전부다.

그렇다면 트럼프도 이런 것에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저질 공격엔 상대하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 분노와 억울함에 들끓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도 그런 감정을 콘트롤하지 못하면 가망 없다. 트럼프는 인터넷에서 힐러리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제 3자가 아니라 대선에서 힐러리와 겨뤄야 하는 당사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힐러리와 민주당의 저질 공격에 대한 반격은 "The Deplorables"에게 맡기고 트럼프는 힐러리의 약점과 스캔들을 추궁하면서 정책으로 승부를 낼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트럼프는 보잘 것 없는 무명 모델과 감정싸움을 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경제와 이민 이슈 등으로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마샤도와 끝장을 보고 싶다면 할 수 없다. 마음껏 마샤도를 두들겨패고 끝장내기 바란다. 그러나 대선 승리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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